「민들레산방 꽃편지_20」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지나가는 동안 많은 꽃이 피고 지고 또 피어납니다.
자연은 늘 변하면서도 철마다 그 모습 그대로인데, 어쩌면 우리는 대자연의 품 안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이나 나그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해는 무심코 지나친 것들이 올해는 또 새롭게 보이네요.
마을을 감싸고 있는 나지막한 언덕에 공간의 깊이를 더하며 환하게 핀 밤꽃 무리나, 가지가 휘어지게 주렁주렁 달려서 노랗게 익어가는 살구가 그러네요.
담장을 덮고 있는 마삭줄 덩굴 위로 능소화 줄기가 쭉쭉 뻗더니
초록 잎과 어우러져 꽃등을 밝힌 듯 화사한 붉은 꽃이 피었네요.
능소화는 중국 원산과 북미 원산의 두 종류만 있는데, 산방에 핀 능소화는 가늘고 긴 나팔 모양의 붉은 꽃이 피는 북미 원산이네요.
어디 어디 원산이라는 말이 마뜩찮지만 화려한 붉은색 북미산 보다는 은은한 주황색 중국산 꽃에 마음이 좀 더 끌리네요.
유월 초순부터 한여름까지 꽤 오래도록 피는 능소화는 꽃은 염료로 뿌리와 잎과 줄기는 약재로 쓰이며 꿀벌들이 좋아하는 밀원식물이랍니다.
하염없는 기다림의 애잔함이 느껴지는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 중 ‘솔베이그의 노래’와
이원규님의 절창 ‘능소화’ 시 한 편,
장구피에 그린 졸작 ‘능소화’ 그림 한 점 함께 전합니다.
산방에 피는 꽃뿐 아니라 지리산과 섬진강 풍경과 그 곁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 이야기도 종종 그대에게 전하고 싶네요.
무엇보다 건강하게,
즐겁게 지내길 바랍니다.
능소화
_이원규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만큼은 돼야지
<페르 귄트 모음곡> 중 ‘솔베이그의 노래’(소프라노 강혜정) _그리그
https://www.youtube.com/watch?v=zTpt2IGyx6k
○능소화 (출처: 우리 나무의 세계1)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41XXXXX00007
첫댓글 <페르 귄트 모음곡> 중 ‘솔베이그의 노래’(소프라노 강혜정) _그리그
https://www.youtube.com/watch?v=zTpt2IGyx6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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