封禪第二十一 (봉선제이십일)
夫正位北辰(부정위북진) : 그 위치를 북극성에 바르게 하고
向明南面(향명남면) : 빛을 향해 남쪽으로 향한 천제는
所以運天樞(소이운천추) : 우주의 운행을 주재하고
毓黎獻者(육려헌자) : 현자를 길러낸 존재이므로
何嘗不經道緯德(하상불경도위덕) : 어찌 그 도리와 명덕을 체계 세워서
以勒皇跡者哉(이륵황적자재) : 황업(皇業)을 새기지 않을 자가 있겠는가
綠圖曰(록도왈) : <녹도(綠圖)>에서 이르기를
潬潬噅噅(단단위위) : “둥실둥실 비뚤비뚤
棼棼雉雉(분분치치) : 흔들흔들 이렁저렁하면서
萬物盡化(만물진화) : 만물은 제각기 화육해 간다.”라고 한 것은
言至德所被也(언지덕소피야) : 지극한 덕을 입은 것을 말한다
丹書曰(단서왈) : <단서(丹書)>에는
義勝欲則從(의승욕즉종) : “도의가 욕정을 이기면 잘 다스려지고
欲勝義則凶(욕승의즉흉) : 욕정이 도의를 이기면 재해가 일어난다.”라고 한 것은
戒慎之至也(계신지지야) : 조심하고 삼가는 마음이 지극하고
則戒慎以崇其德(즉계신이숭기덕) : 조심하고 삼가는 마음으로 그 덕을 높이고
至德以凝其化(지덕이응기화) : 지극한 덕으로 그 화육을 응결시킨다
七十有二君(칠십유이군) : 예부터 72인의 왕들이
所以封禪矣(소이봉선의) : 천지의 신에 제사한 이유이다
昔黃帝神靈(석황제신령) : 옛날 황제는 신령에 의해서
克膺鴻瑞(극응홍서) : 상서로움 조짐을 받아
勒功喬岳(륵공교악) : 그 공업을 높은 산에 새기고
鑄鼎荊山(주정형산) : 형산(荊山)에서 가마솥을 주조했다
大舜巡岳(대순순악) : 위대한 순임금이 명산을 돌아다닌 사실은
顯乎虞典(현호우전) : <순전(舜典)>에 나타나 있으며
成康封禪(성강봉선) : 주나라의 <성왕(成王)>과 <강왕(康王)>이 천지에 제사한 사실은
聞之樂緯(문지악위) : 음악에 관한 위서(緯書)에 나타나 있다
及齊桓之霸(급제환지패) : 제나라의 <환공()>이 패자(覇者)가 되자
爰窺王跡(원규왕적) : 제왕이 행하던 천지의 제사를 차리려 할 때
夷吾譎諫(이오휼간) : 이오 <관중(管仲)>은 그것을 완곡하게 간하여
拒以怪物(거이괴물) : 비현실적인 조짐을 열거하여 물리쳤다
固知玉牒金鏤(고지옥첩금루) : 이렇게 볼 때 천지를 제사하는 제문(祭文)의 서찰은
專在帝皇也(전재제황야) : 제왕에게만 권리가 있는 것을 안다
然則西鶼東鰈(연칙서겸동접) : 그러므로 관중이 열거한 서방의 비익조(比翼鳥) 동방의 가자미
南茅北黍(남모북서) : 남방의 대모(大茅)와 북방의 기장 등의 출현은
空談非征(공담비정) : 공허한 이론으로 실제성이 없고
勛德而已(훈덕이이) : 다만 제왕의 공업(功業)과 미덕을 과시한 것일 따름이다
是以史遷八書(시이사천팔서) : 이것이 <사마천(史馬遷)>이 저술한 팔서(八書)의 하나로
明述封禪者(명술봉선자) : 천지의 제사를 명료하게 논술한 <봉선서(封禪書)>에서는
固禋祀之殊禮(고인사지수례) : 하늘의 신들을 제사한 특별한 예전(禮典)을 나타내어
銘號之秘祝(명호지비축) : 이것을 비축(秘祝)이라 하는데
祀天之壯觀矣(사천지장관의) : 하늘에 제사지내는 장관을 이루어 놓은 것이다
秦皇銘岱(진황명대) : <진시황(秦始皇)>이 진산에 새긴 명(銘)인 대산각석은
文自李斯(문자리사) : <이사(李斯)>에게서 나온 문장으로
法家辭氣(법가사기) : 법가적인 문기가 많아
體乏弘潤(체핍홍윤) : 문체가 윤택하지는 못하다
然疏而能壯(연소이능장) : 그러나 선이 굵고 장엄한 맛이 있어
亦彼時之絕采也(역피시지절채야) : 그 당시로는 뛰어난 작품이었다
鋪觀兩漢隆盛(포관량한륭성) : 양한(兩漢)의 융성한 모습을 살펴보면
孝武禪號于肅然(효무선호우숙연) : 한무제는 숙연산(肅然山)에서 천지의 제사를 지내고
光武巡封于梁父(광무순봉우량보) : 후한의 광무제는 양보산(梁父)에 순행하여 천지를 제사하였다
誦德銘勛(송덕명훈) : 그들의 덕을 노래하고 공훈을 새겨 놓은 제문은
乃鴻筆耳(내홍필이) : 대가의 문필이다
觀相如封禪(관상여봉선) : 사마상여의 <봉선문>은
蔚為唱首(울위창수) : 울연히 창도자(唱導者)의 모습을 보인다
爾其表權輿(이기표권여) : 천지를 제사하는 기원을 나타내고
序皇王(서황왕) : 역대 황제의 제사 모습을 묘사하고
炳玄符(병현부) : 하늘의 상서로움을 빛나게 하여
鏡鴻業(경홍업) : 과거의 커다란 업적을 거울삼아
驅前古于當今之下(구전고우당금지하) : 고대를 현대의 하위에서 전개시켰으며
騰休明於列聖之上(등휴명어렬성지상) : 그 시대 천자의 밝은 덕을 역대 황제의 상위에서 비등시켜
歌之以禎瑞(가지이정서) : 이것을 상서로운 조짐으로 노래하고
贊之以介丘(찬지이개구) : 이것을 산악에의 순행으로 찬미하고 있다
絕筆茲文(절필자문) : 작자의 절필인 이 문장은
固維新之作也(고유신지작야) : 참으로 혁신적인 작품이었다
及光武勒碑(급광무륵비) : 광무제가 새긴 비(碑)는
則文自張純(칙문자장순) : 장순(張純)의 손에서 나온 문장으로
首胤典謨(수윤전모) : 첫머리는 고전적인 조칙(詔勅)의 양식을 이었고
末同祝辭(말동축사) : 끝머리는 축사(祝辭)와 같은 경향을 가지고 있다
引鉤讖(인구참) : 참위(讖緯)의 글을 인용하여
敘離亂(서리란) : 동란(動亂)의 양상을 서술하고
計武功(계무공) : 군사상의 무공을 평가하고
述文德(술문덕) : 문화면에서의 미덕을 서술했다
事核理舉(사핵리거) : 내용이 세밀하고 논리가 서서
華不足而實有餘矣(화불족이실유여의) : 화려하지는 못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효과를 올리고 있다
凡此二家(범차이가) : 사마상여와 장순의 작품은
並岱宗實跡也(병대종실적야) : 태산의 제사에서 실지로 비(碑)에 새겨졌다
及揚雄劇秦(급양웅극진) : <양웅(揚雄)>의 <극진미신(劇秦美新)>과
班固典引(반고전인) : <반고(班固)>의 <전인(典引)>은
事非鐫石(사비전석) : 내용상으로 돌에 새긴 것은 아니나
而體因紀禪(이체인기선) : 형식상으로는 <봉선문(封禪文)>의 형을 습용하고 있다
觀劇秦為文(관극진위문) : <극진미신(劇秦美新)>문장을 보면
影寫長卿(영사장경) : 이것은 사마상여의 영향(影響)으로 씌어졌으며
詭言遁辭(궤언둔사) : 궤언(詭言)과 둔사(遁辭)로 이루어지고
故兼包神怪(고겸포신괴) : 신괴성(神怪性)이 겸하여 포함되었다
然骨制靡密(연골제미밀) : 그러나 구조는 아름다우면서 치밀하고
辭貫圓通(사관원통) : 문사는 원만과 달통(達通)으로 일관되어
自稱極思(자칭극사) : “스스로 사색의 극한을 탐색한 것.”이라고 자칭할 만큼
無遺力矣(무유력의) : 역량을 다한 것이다
典引所敘(전인소서) : <전인(典引)에서의 서술은
雅有懿采(아유의채) : 우아하고 아름다워서 전통적인 문채를 가지고 있다
歷鑒前作(력감전작) : 다양하게 과거의 작품을 거울삼아
能執厥中(능집궐중) : 능히 그 중정(中正)의 도(道)를 갖추었고
其致義會文(기치의회문) : 사상과 문식(文飾)이 집약되어
斐然餘巧(비연여교) : 눈부신 기교가 넘친다
故稱封禪靡而不典(고칭봉선미이불전) : 그래서 <전인(典引)은 사마상여의 <봉선문(封禪文)>을 평하여 “미려하지만 전하하지 않다”라고 했고
劇秦典而不實(극진전이불실) : <양웅>의 <극진미신(劇秦美新)>을 평하여 “전아하지만 진실성이 없다.”고 했는데
豈非追觀易為明(기비추관역위명) : 후에 바라보면 깨우침이 쉽고
循勢易為力歟(순세이위력여) : 추세를 따르면 힘들지 않다는 격이 아닐까
至於邯鄲受命(지어감단수명) : 이런 것이 <한단순()>의 <수명술()>에 이르면
攀響前聲(반향전성) : 전시대(前時代)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風末力寡(풍말력과) : 바람도 결국에는 힘이 약해지듯이
輯韻成頌(집운성송) : 운(韻)을 모아서 송가(頌歌)를 만들어
雖文理順序(수문리순서) : 비록 문장의 이치와 순서는 맞았다고 하더라도
而不能奮飛(이불능분비) : 약동하는 생명력은 없다
陳思魏德(진사위덕) : <조식(曺植)>의 <위덕론(魏德論)>은
假論客主(가론객주) : 손님과 주인의 의논을 설정 했으나
問答迂緩(문답우완) : 그 문답이 이완되어있고
且已千言(차이천언) : 또 수많은 언어를 동원했음에도
勞深績寡(로심적과) : 그 수고에 비해서 공(功)이 적으며
飆焰缺焉(표염결언) : 질풍노도(疾風怒濤)와 같은 힘이 결여되었다
茲文為用(자문위용) : <봉선문(封禪文)>의 소용은
蓋一代之典章也(개일대지전장야) : 한 시대의 헌장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構位之始(구위지시) : 구상의 시초에는
宜明大體(의명대체) : 먼저 총체적 본질을 선명히 하여
樹骨于訓典之區(수골우훈전지구) : 성인사상의 영역에서 골격을 세우고
選言于宏富之路(선언우굉부지로) : 넓고 풍부한 길목에서 선택해야 하며
使意古而不晦于深(사의고이불회우심) : 주장은 고전적이면서 어둡고 난삽한 데로 떨어져서는 안 되며
文今而不墜于淺(문금이불추우천) : 문장은 근대적이면서 피상적인 것에 떨어지지 않아야 하며
義吐光芒(의토광망) : 내용은 빛을 발하고
辭成廉鍔(사성렴악) : 표현은 청렴한 칼날을 가지게 되면
則為偉矣(즉위위의) : 걸작이 나타날 것이다
雖復道極數殫(수부도극수탄) : 비록 하루아침에 운명이 끝을 알려
終然相襲(종연상습) : 그것이 대대로 끝없이 순환해도
而日新其采者(이일신기채자) : 매일매일 미래를 향해 개척해 간다면
必超前轍焉(필초전철언) : 반드시 과거에 이룬 수준을 능가할 수 있다
贊曰(찬왈) : 찬한다
封勒帝績(봉륵제적) : 봉선하여 제왕의 업적을 새기고
對越天休(대월천휴) : 하늘의 은혜를 보답한다
逖聽高岳(적청고악) : 높은 산악에 울려오는
聲英克彪(성영극표) : 성명(聲名)은 곱고 아름답다
樹石九旻(수석구민) : 비석을 하늘 높이 세우고
泥金八幽(니금팔유) : 각명(刻銘)을 땅 아래에 묻는다
鴻律蟠采(홍률반채) : 장엄한 음률은 숫용과 같고
如龍如虯(여룡여규) : 암용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