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륜사 → 묵밭 삼거리 → 장군봉 → 임꺽정봉 → 정상 → 까치봉 → 범륜사' 코스를 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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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악산은 화악산, 송악산, 관악산, 운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의 하나로 정상에 오르면 강 건너편으로 휴전선 일대의 산과 들이 눈 앞에 펼쳐지며 맑은 날에는 개성의 송악산과 북한산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산 정상에는 흔적도 없이 마모되어 글씨를 찾아볼 수 없는 감악산비가 석대위에 우뚝 서 있다.
파주시 향토 유적 제8호인 이 비는 글자가 없다고 하여 몰자비(몰자비), 또는 빗돌대왕비, 설인귀사적비 등 여러 개의 비 이름과 함께 전설들이 구전되어 오고 있다." - 한국의 산하
이산은 집 근거리에 북한산이 아닌 갈만한 산을 찾다 발견한 것으로 2012년 10월 홀로 올랐던 적이 있다. 그때는 '범륜사입구 → 범륜사 → 만남의 숲 → 장군봉 → 임꺽정봉 → 감악산(675m) → 까치봉 → 쌍 소나무 → 선고개 → 약수터 휴게소'코스를 탔었다.
불광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적성행 30번 버스를 타고 두 시간 가까이 달려 종점에 도착했었다. 그리고 적성 터미널에서 의정부행 25번 버스로 환승 후 범륜사 정류장에 내렸던 기억이 난다. 당시 버스를 아주 지루하게 탔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새로운 노선이 있지 않을까 해 구글링을 열심히 해보았는데, 북한산 남부지역에서는 30번 → 25번이 최선이었다.
약속 시간인 9시 10분전에 불광역 8번 출구에 도착해 만약에 대비한 김밥 두 줄을 사서 밖으로 나오니 영한이 기다리고 있었고 , 바로 흥수가 도착했다. 영한과 흥수도 김밥을 산 후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는데 바로 30번이 도착해다. 파주 시내를 두 시간 가까이 샅샅이 훑는 30번 버스가 마침내 종점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40분 경이었다. 다행히 바로 의벙부행 25-1번 버스가 도착해 지루한 기다림 없이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었다. 버스 종전에서 범륜사까지는 다섯 정류장으로 비교적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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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륜사 정류장에 내려 등산 준비를 마치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 시간인 10시 57분이었다. 범륜사 입구에 있는 산행지도를 보며 오늘 산행에 대해 잠깐의 리뷰를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영한과 우리가 다른 길로 정상에 오르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려를 했다. 범륜사를 향해 오르는데 우리와 같이 오르는 사람은 전혀 없었지만 범륜사 쪽에서 하산하는 사람은 간간이 보였다. 언덕을 하나 돌고 나니 범륜사와 출렁다리를 건너 범륜사로 향하는 다수의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위치에선 출렁다리는 보이지 않고 출렁다리 안내판만 보였지만, 하산 시 출렁다리를 건너기로 하고 범륜사로 향했다.
범륜사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는데, 지금까지와는 달리 등산로가 바짝 얼어 있었다. 귀차니즘에 사로잡힌 흥수와 나는 조심조심 올라가고 영한은 뒤에 남아 아이젠을 –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빙판길은 100여 미터에 불과했다. - 착용했다. 그렇게 우리와 영한이 헤어졌다. 숯가마터같이 이름난 곳에서 영한을 기다렸는데, 그래도 보이지 않아 흥수와 나는 계속해서 정상을 향해 올랐다. 마침내 정상으로 바로 가는 길과 장군봉과 임꺽정봉을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나누어지는 만남의 숲에 도착했다. 거기서 영한에게 우리는 장군봉을 돌아 정상으로 향할 테니 영한은 바로 정상으로 가라고 전화를 했다. 그리고 정상에서 만나기로 했다.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길은 계곡을 따라 계속 오르다 정상 150여 미터 전에 능선으로 올라갔고, 장군봉을 거쳐 가는 길은 만남의 숲에서 바로 우측 능선으로 올랐다. 그리고 만남의 숲부터는 북사면의 특성상 눈이 많이 쌓여 있었고 간간이 얼어 있었다. 장군봉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 지 10여 분이 지나 능선에 도착할 수 있었다. 능선에 오르자 범륜사 오르는 길목에 축 처져 있는 출렁다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북한 지역이 보였다. 그렇게 장군봉과 경치 좋은 곳에서 사진 몇 장 찍고 임꺽정봉을 향했다. 거기서 사진을 찍고 주변의 경치를 감상한 후 임꺽정봉 안내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렸다. 거기는 친구로 보이는 혼성 산악팀이 장악하고 비켜줄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그들이 다 가기를 기다렸다가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고 정상을 향하는데 저 멀리 정상 옆으로 마치 "성모상" 같은 하얀 상이 보였다. 둘이 저기에 성모상이 있을 리는 없고 부처상이 아닐까? 그런데 생긴 건 딱 성모상이네 하며 대화를 나누고 정상에서 확인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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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정상을 오르기 위해 고개를 향해 계단을 내려가는데 고개에 핸드폰을 보고 있는 영한이 보였다. 영한과 합류 후 점심을 어디서 먹을 것인가 대화를 나누다 영한이 주장한 정상을 지나 은밀한 곳에서 먹기로 하고 정상을 향했다. 150m를 올라 정상에 도착하니 LPG 통을 가져다 놓고 어묵과 컵라면 등을 파는 포장마차가 - 2012년 10월에 이 포장마차에서 막걸리 한 잔 마셨던 기억이 - 보였다. 그 장면을 보자마자 영한이 "은밀한 곳에서 라면 끓일 필요 없네..."라고 일갈!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정상에서 점심을 먹을 만한 곳을 찾아보았으나 좋은 자리는 - 의자가 있는 - 다른 등산객이 다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하산하면서 적당한 장소를 찾아 점심을 먹기로 하고 하산길에 올랐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하산하는데 정상 100여 미터 지난 지점에 정자가 보이고 그 조금 위에 평상(데크)이 보였다.
데크 앞에 벤치가 있는 상석은 이미 다른 팀이 차지하고 있어 대각선 쪽에 자리를 잡고 짐을 풀기 시작했다. 우리가 꺼내 놓는 코펠 두 개, 버너 두 개, 라면 두 개, 어묵 한 봉지, 김밥 여섯, 사과 둘, 감 하나, 제황(증류 소주) 한 병, 고(옛날 막걸리) 두 병 등을 보고 상석의 등산객이 부러움의 찬사를 보냈다. 버너와 가스를 조립해 물을 끓이기 시작하는데 상석의 팀이 하산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그래서 모든 짐을 상석으로 옮기고 라면 두 개는 내가 어묵은 영한이 각각 끓이기 시작했다.
라면과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수술로 술을 마실 수 없는 나를 제외하고 두 친구는 어묵과 사과 김밥 등을 안주로 소주와 막걸리 한 병을 비웠다. 많은 대화를 나누며 점심을 먹고 한잔한 시간이 대략 한 시간이 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휴식을 취한 후 뒷정리를 마치고 하산길에 올랐다. 까치봉을 지나 묵밭으로 내려가는 길과 감악산 휴게소로 내려가는 길의 삼거리에서 휴게소 쪽으로 갔다. 그 길을 따라가다 다시 삼거리에서 범륜사 쪽으로 방향을 틀어 길을 갔는데, 평소 등산객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갈수록 길이 희미해지고 간간이 없어지기도 했다. 산 정상의 군부대를 지키기 위해 구축해 놓은 진지와 거기를 오간 군인들이 만든 길을 따라 마침내 범륜사 바로 위 계곡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범륜사를 지나 출렁다리에 도착했다. 국내에서 가장 긴 150m 출렁다리라는데, 밑으로 포장도로와 계곡이 지나가기는 하지만 산 정상이 아니어서인지 내가 건넜던 다른 다리에 비해 공포감은 덜 했다. 백아산 다리가 가장 무서웠던 듯…. 그렇게 다리를 건너 건너편에 있는 감악산 전망대에서 사진 몇 장 찍고 '감악산 힐링파크' 주차장으로 하산했다. 그리고 거기 있던 625전쟁 전투현장 알림판을 잘 읽어보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감악산 출렁다리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산행을 종료한 시간이 오후 4시 22분이다. 걸은 시간이 3시간 42분 휴식 시간이 1시간 43분이다. 내 평소 산행에 비하면 휴식 시간이 대단히 긴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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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2012년 10월 감악산에 올랐을 때 주위에 아무도 없었고, 정상에 사람이라곤 나와 보초병과 포장마차 주인이 다였었다. 그런데 이번 산행에서는 등산로에 따라서는 줄을 서서 올라가야 했고 정상에는 자리가 없어 하산하면서 식사할 곳을 찾아야 할 정도로 등산객이 많았다. 이 모든 것이 '감악산 출렁다리'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된다. 도로변의 빈 공터에는 전국에서 온 관광버스로 가득했다. 서울 기준 2시간이나 걸려 출렁다리에 와 다리만 건너고 돌아가기에는 아쉬운 사람들이 아예 등산복 차림으로 감악산에 올랐다가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감악산은 경기 5악 중 하나라지만, 생각보다 코스가 짧고 오르기가 쉽다. 반면에 주변의 경치는 감탄을 자아낸다.
그리고 감악산 전망대에서 감악산 정상을 바라보다 갑자기 '성모상?', '부처?'를 확인하지 않고 내려온 것이 기억났다. 점심 먹을 곳을 - 민생고 해결이 우선 - 찾다 성모상을 깜빡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면서 구글링을 해보니 "성모상"이 맞고, 왜 거기에 있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 구글링을 계속해보았다. 왜 그게 거기에 서 있는지는 명확한 이유는 찾을 수 없었고 다만 천주교 주엽동 성당 홈페이지 CAFE(게시판)에 2012년 10월 31일에 올려진 "감악산 성모상"이라는 글에 다음의 구절이 있다. "감악산 정상에 성모상이 모셔져 있는 것은 아는 이가 많다 약 15년전 쯤 어떤 자매님의 기증으로 25사단 에서 세운것으로 알고 있다.……." 2012년에 15년 전이면 1997년 즈음이라는 얘긴데, 사단장 파워가 대단했구만!
감악산을 찾아가는 길이 멀고 지루했던 터라, 돌아가는 길은 다른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 25번을 타고 적성으로 나와 버스 정류장에 있는 버스 노선도를 훑어보고 있는데 파주 92번 버스가 도착했다. 30번보다는 빨라 보여 그 버스를 타고 노선도를 보니 3호선 대화역과 주엽역을 가는 것으로 나오고, 중간에 정류장도 적어 보여 잘 탔구나 생각하고 자리에 앉아 산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친구에게 뒤풀이를 같이하게 6시까지 "삼오순대"로 오라고 했다. 버스가 금촌까지는 우리의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문제는 금촌에서부터 대화역까지의 구간이었다. 그 구간의 모든 길은 다 들리고 그 길은 거의 50m마다 신호등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탄 버스는 그 신호에 매번 걸렸고, 다행히 안 걸렸구나 하는 사거리에서는 우회전했다. 마치 내 인내력을 테스트하는 것처럼 보였다. 속으로 금촌, 운정, 일산의 50m마다 신호가 있는 교통지옥에 사는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렇게 대화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6시 36분이었다. 타기는 4시 50분경 탔는데…. 아, 물론 6시에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는 앞에 있는 NC 백화점에서 구경하고 있으라고 연락해 놓았다.
대화역에서 전철을 타고 불광역에 도착한 시간이 7시 조금 넘은 시간인데, 기다리던 친구의 전화에 의하면 삼오순대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데, 예상대로 사람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용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집을 찾다 그나마 조용하고 고기 맛이 좋은 '엉터리 생고기집'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10분가량 대기하다 자리가 나 네 명이 자리 잡고 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해 2차까지 끝내고 집을 향한 시간이 12시가 넘어서였다.
버스 안에서 우리끼리 한 얘기로 우리 기준 시외버스지만, 파주 기준 시내버스이기에 파주 구석구석을 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따라서 무슨 짓을 하든 서울에서 2시간가량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의정부역에서 25번을 타고 접근하는 방법도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온다. 다만 공휴일에는 파주시가 금촌역에서 감악산 출렁다리까지 하루 4차례 이층 버스를 운영하는데, 이것을 이용하면 시간을 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쨌든 3시간 42분 동안 감악산을 한 바퀴 돌기 위해 길바닥에 5시간을 쏟아부었다.
이런 감악산을 다시 가겠느냐고 "아니!"
첫댓글 ㅎㅎ 길바닥에 5시간이라... 구경하며 걷는게 나을듯. 암튼 수고했네.. 정기산행자키느라...
그게 산꾼의 원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