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향강서(水鄕江西)
혜정(惠庭) 주기영(朱基榮)
우연이었나 아니면 필연이었나 강서와 나의 만남
물이 좋아 산이 좋아 바람과 볕이 너무 좋아
그저 눌러앉아 오래 오래 살다보니 내 고향 되었네.
태어난 곳 아니고 가재 잡고 연 띄우던 곳 아니어도
윗 대조 할아버지 할머니 묻혀 성묘 가던 곳 아니어도
오랜 세월 나와 내 가족 아침 먹고 학교 가고 다시 돌아와
저녁 먹고 또 별 보다가 잠들고 꿈꾸고 공상도 해보는 곳.
농경사회는 산업사회로 그리고 서울로 서울로 향할 때
이는 너의 운명이니라 일월성신께서 점지해주신 수향강서.
비옥했던 논밭에 가로세로 도로가 나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학교와 병원과 시장과 빵집이 다투어 생겨났었네.
서북에는 거대한 성벽인양 개화산이 거친 바람을 막아
해질녘 저녁노을 벗삼아 아내와 둘이서 걷기도 좋더라.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라 만일에라도 이 모든 것을 감싸고
이 모든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한강의 흐름이 없다면
어찌될 것인가를 그때의 그 삭막하고 쓸쓸함을.
강서는 수향, 물의 도시, 한강의 흐름 영원하리니.
물의 미덕은 흐름에 있고 흐름은 더 낮은 곳을 찾는 법
그래서 나는 강서가 좋더라 잘나도 잘난 척 않는 곳.
태어난 곳이 마전(麻田)이더니 사는 곳은 마곡(麻谷)
우연이었나 아니면 필연이었나 강서와 나의 만남
그래 참 잘했어 강서에 오래오래 살기를.
(2018. 06.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