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한 악기가 아마도 국악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나무, 오동나무와 명주실 등으로 태어난 우리의 관현악기. 서양의 금속악기와는 다른 편안한 느낌의 울림으로 다가오죠.
국악에 대해 짧은 지식을 갖고 있지만서도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은 산조였습니다. 특히, 산조는 가장 많이 알려진 음악이죠. 19세기말부터 시작된 산조는 가야금을 비롯해 거문고, 해금, 아쟁, 대금, 피리 등 독주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으로 오랜 세월동안 많은 명인들이 앞 다투어 자신의 음악적인 특징을 담아 개성있는 산조를 완성했습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든 강태홍, 박범훈, 서용석, 전용선의 산조음악을 KBS국악관현악단과 이문희(가야금), 김원선(피리), 유정현(해금), 이용구(단소)등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중견연주자들의 협연 무대를 다녀왔습니다. 지휘는 이준호 선생님이 맡으셨습니다.
서용석류 해금산조 협주곡, 류정연 연주
리허설 장면입니다. 리허설을 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공연에 방해가 될까봐 멀찌감치서 담아봅니다. 이럴때 필요한 건 망원렌즈나, 멀리서 이렇게 바라만 봐도, 듣기만 해도 좋은 게 우리 가락의 선율이죠.
강태홍류 가야금산조 이문희 연주
이번 정기 연주회에서는 총 다섯 곡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희조 작곡의 합주곡 1번과 강태홍류 가야금산조 협주곡, 피리산조를 위한 협주곡 "바라지", 서용석류 해금산조 협주곡, 단소산조 협주곡 추산 이렇게 5곡입니다.
김희조 작곡 합주곡 1번은 듣기 편한 음악입니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국악들은 김희조, 이분의 손을 대부분 거쳤습니다. 전문 음악학과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도 음악활동이나 작품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나아가 전통음악을 시대에 맞는 음악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한 대한민국 대표적인 작곡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양 음악형식인 소타나 위에 우리 전통음악의 기본이 되는 장단을 얹어놓아서 지루함도 없습니다. 담백하고 간결한 장단에서 빠른 속도의 현악기와 관악기의 연주, 점점 흘러갈수록 휘모리에서 중모리, 시나위까지 변화됩니다.
다른 가야금 산조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가락이 많다는 강태홍류 가야금 산조, 강태홍은 초상집에서 흘러나오는 울음소리에 계면조 가락을, 지(紙)우산에서 몰아치는 빗소리에 휘모리 가락을, 개구리 울음소리에서 자진모리 가락을, 조롱말의 발굽 소리에서 세산조시 가락을 구성했다고 전합니다. 자연의 바람소리와 새소리 등의 소리를 그대로 가야금 가락에 얹어 표현하는 등 확연히 구별되는 독특한 가락과 리듬을 지닌 산조입니다.
깊은 농현과 장엄한 음색, 독창적인 우조와 조바꿈까지 지금까지 들어왔던 가야금 산조와는 다른 독특한 멋을 느낄 수 있던 무대였습니다. 끊어질 듯, 아련한 음색이 마음을 애달프게 한다고 할까요.
피리산조를 위한 협주곡 "바라지", 김원선 연주
피리 산조를 위한 협주곡, "바라지". 이 바라지라는 말이 낯설죠? 무녀가 굿을 할 때 악사나 조무들이 장단을 돕거나 무가의 선율을 받아서 대선율로 응답해주는 것을 바라지라고 합니다. 지방에 따라서는 만수받이, 살대답이라고도 하죠. 바라지는 굿에서 여러 악사와 조무들이 무녀의 굿을 바라지하듯 피리 연주자는 관현악의 조화로운 바라지를 받으며 피리 산조 본연의 멋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습니다.
애절하면서도 누군가에게 하소연하는 것만 같은 느낌, 피리의 울림은 그렇게 다가옵니다. 이 피리 산조 협주곡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4악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피리주법이 사용되었다고 하는데요, 리허설 당시에도 정말 사진 찍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몰입하고 연주자의 모습만 바라봤죠.
서용석류 해금산조 협주곡, 류정연 연주
최근에 만들어진 서용석류 해금산조는 익숙한 산조의 구조를 찾아내는 감상의 재미가 쏠쏠한 음악입니다. 다른 류파의 산조에 비해 농현과 주요 음 구성이 바뀌는 다양한 전조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화려하고 선이 선명한 가락을 느낄 수 있었던 무대, 일반 산조 음악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이 해금산조가 더할나위 없이 반가웠겠죠. 산조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도 이 해금 산조는 무난히 다가왔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 해금산조에서는 특히 장구를 주목해봐야하죠. 해금과 장구의 어울림, 신명나는 무대를 만들고, 덩달아 얼쑤, 좋구나 등의 추임새까지 절로 나오게 하는 무대를 연출했습니다.
단소산조 협주곡 추산, 이용구 연주
생소한 단조 산조. 많은 악기들의 산조 연주를 들었지만 이렇게 단소 산조를 듣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정기연주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무대를 꼽으라면 바로 이 단소산조였습니다. 우리가 음악시간에나 배웠던 단소, 단소가 이렇게 청아하고 맑은 소리를 내면서 폭넓은 음역을 이렇게 연주할 수 있는지 믿겨지지 않는 무대였습니다.
단소는 산조음악의 필수라 할 수 있는 농음법의 구사는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는데,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처음으로 단소 산조를 연주한 사람은 추산 전용산입니다. 그는 단소에 있어서 신화적인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데 그런 그의 산조를 독보적인 연주자인 이용구씨가 연주를 합니다.
앞서 연주된 피리와는 다른 느낌의 청아한 소리의 단소. 똑같이 나무로 만들었지만 소리의 느낌은 어찌 이리 다른지, 너무 맑아서 투명합니다. 느린 진양조에서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점차 몰았다가 다시 중모리로 느리게 풀어내는데 빠른 선율까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단소 산조를 처음 들었는데, 그 산조의 선율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어느 산조할 것 없이 선율에서 감동을 느꼈지만 꼭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단소 산조를 택하겠다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리허설 당시의 동영상을 올려봅니다. 본 공연에서는 사진촬영이 모두 금지돼 있는데, 리허설 장면이라도 찍을 수 있으니 다행이죠. ^^ 참, 해금산조의 동영상은 없네요 ㅠㅠ 사진이 많이 흔들려서 삭제를 했다는...
자연의 선물, 국악기. 특히 산조는 지친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을 여유와 흥취로 풀어내기에 적당하다고 생각됩니다. 늘어졌다가 다시 긴장을 주면서 빨라지는 산조음악은 정악과 달리 여유와 흥을 돋우기에는 딱이죠. 청중을 긴장시키면서 감정을 풀게 하며 좌지우지하는 그들의 연주는 관객과 연주자, 국악기의 선율까지 모두 하나로 엮습니다.
산조의 선율을 따라 감동까지 흐르고... 역시, 우리 것이 좋습니다. ^^ |
출처: 사고뭉치 꼬양의 탐구생활 원문보기 글쓴이: 꼬양
첫댓글 엄청난데요? 오케스트라의 소름 돋음이 느껴지는 듯 하는데
직접 가서 보고 들었으면 더 좋을 거 같아요.
^^ 네. 웅장한 선율의 감동이 엄청났어요 ㅎㅎ
동이 할때 해금에 대한 악기에 잠시 심취 했어요 꽃별 연주 참 좋아라 합니다^^
아~ 해금을 좋아하시는군요^^ 해금산조도 참 감동적이었답니다..ㅎㅎ
역시 국악관현악단은 KBS!
맞아요 ㅋ 국악은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