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877.7m)은 ‘호남의 금강산’이라 할 만큼 경치가 뛰어나다. 최고봉 마천대를 비롯해 칠성봉과 용문골 일원의 기암괴석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전북 도립공원인 대둔산은 전북 완주군과 충남 논산시, 금산군에 걸쳐 있으며 전주, 대전, 경북 지역을 비롯해 전국의 일반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인기 있는 산이다. 특히 집단시설 지구에서 금강 구름다리를 통해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서울의 북한산만큼 붐빈다. 집단시설지구에서도 대둔산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강 구름다리 부근과 마천대 암릉, 칠성봉, 용문골 일원은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답다.
설악산의 굵직굵직한 바위들이 웅장함을 자랑한다면 대둔산은 작으면서도 섬세하다. 그러나 갖출 것을 다 갖춘 모자람이 없는 산이다. 능선에서 아래를 내려봐도, 아래에서 위를 올려봐도 절경이다. 어느 곳이든 제각각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 대둔산의 특징이다.
산이 낮아 당일등반이 가능하며 전국 어디에서나 접근이 쉽다. 또한 집단시설지구에 편의시설이 집중되어 있어 숙박과 야영, 주차가 편리하다.
대둔산의 암장들
1990년대 용문골 일원에 30여 개 개척
용문골 일원에는 신선바위에 10여 개, 돼지바위에 5개, 책바위에 10여 개, MC로드바위에 3개, 위문공연바위에 8개, 키슬링바위에 1개 등 총 50여 개 루트가 있다. 대부분 한 피치짜리 루트가 많지만 세 피치에서 다섯 피치짜리 루트들도 있으며, 5.8~5.13급까지 등급도 다양하다.
용문골 입구에 들어서면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한마디로 바위 천국에 들어온 느낌을 준다. 루트는 완경사에서 페이스, 크랙, 오버행까지 다양하다. 1980년대 이전 이곳 암장의 루트는 1960년대에 개척된 ‘신선 A, B’ 등 기존 루트와 책바위의 ‘V크랙’ 정도가 전부였다. 1980년대 초 필자의 산악회에서 ‘MC로드 A, B’ 2개의 루트를 추가했지만 대중적인 암장이 되기에는 루트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 후 원광대OB 최정길씨가 1990년부터 30여 개의 루트를 추가로 개척함과 동시에 예전 루트들도 보수함으로써 훌륭하고 대중적인 암장으로 변모했다. 이후 개척된 지 20~30년이 지나 볼트가 노후되어 불안했으나 몇 년 전 대전산악연맹 구조대에서 전체 루트를 보수해 확보물이 튼튼한 편이다.
신선바위
신선바위는 용문골 암자에서 1시 방향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좁은 등산로를 따라 200m 정도 오르면 나온다. 바위 전체의 형태는 비교적 완만한 경사이지만 부분적으로 페이스와 오버행을 이루고 있다. 폭 50m, 높이 150m가량으로 2단으로 이어진 형태이다. 대부분 두 피치 루트들이지만 가장 먼저 개척된 ‘신선 A’ 루트는 네 피치까지 이어진다. ‘MC로드 A’ 루트 역시 다섯 피치나 된다.
신선바위는 초보자 교육장으로 자주 활용되는 곳으로 용문골의 대표적인 암장이라 할 수 있다. 노후한 볼트들은 전부 교체해 확보물은 확실하다. 크랙 등반 시 부분적으로 프렌드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퀵드로만 있으면 등반이 가능하다. 로프 2동이 필요하며 등반 후 루트를 따라 곧바로 하강할 수 있다.
신선바위는 좌측에서부터 ‘청춘(5.9)’, ‘시초(5.11a)’, ‘MC로드 A(5.10b)’, ‘조도(5.10c)’, ‘신선 A(5.10b)’, ‘부부(5.11d)’, ‘솜리(5.10b)’, ‘연합(5.9)’, ‘신선B(5.9)’, 교육용 루트 총 10개의 루트가 열려 있다. ‘신선 A, B’는 기존 루트이며 ‘시초’는 최정길씨가 해외원정을 마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개척한 것이다.
돼지바위
신선바위에서 10시 방향에 자리하고 있는 대형 암장으로 총 5개의 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바로 밑으로 책바위라고 불리는 큰 바위에서 곧바로 오를 수도 있으며, 조금 까다롭긴 해도 신선바위 쪽에서도 진입이 가능하다. 바위는 크지만 하단에 한 피치 루트들로 구성돼 있다.
주로 페이스 형태로 홀드가 작다. 대부분 밑으로 흐르는 형태이거나 세로형, 언더, 사선형 등으로 되어 있다. 유연성과 균형을 위해 정확한 루트파인딩이 요구된다. ‘공악(5.11a, 40m)’은 전주공전에서 개척했으며 ‘성감대(5.11c, 20m)’, ‘비바리(5.11b, 20m)’, ‘곰소로 가는 길(40m)’ 등은 최정길씨가 개척했다.
책바위
신선바위 좌측에 있는 큰 바위이다. 폭 50m, 높이 70m 정도로 오버행과 페이스의 가파른 바위다. 가장 오른쪽에서 시작되는 ‘V크랙’은 1960년대 초창기에 개척된 루트로 첫 피치의 크랙 형태가 V자 모양을 하고 있다. 또한 이 크랙의 모양이 마치 책을 펼쳐 놓은 것처럼 보여 책바위라고 부른다.
이곳은 총 10여 개의 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1990년 최정길씨가 이곳에 기거하면서 첫 해에 개척한 루트들로 ‘첫경험(5.11b, 18m)’, ‘꼭지(5.11a, 18m)’, ‘개구리(5.10b, 18m)’, ‘가시네(5.13a)’, ‘Y골(5.10c~d, 18m)’ 등이 있다. ‘젊은 날의 초상(15m)’은 김상호씨가 1994년에 개척한 루트다.
이곳의 루트 이름은 대부분 사람을 대상으로 표현한 것들이다. ‘첫경험’은 루트 상단부의 구멍홀드를 잡았을 때의 짜릿한 느낌을, ‘꼭지’는 홀드의 모양이 남성의 심벌을 닮았다 해서, ‘개구리’는 등반 중 동작을, ‘Y골’은 여성의 하체 선과 유사해서 붙여진 이름들이다. 이곳은 바닥이 널찍한 너덜을 이루고 있고, 나무가 빽빽해 하루 종일 그늘에서 휴식과 등반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의 최고난도 코스인 ‘가시네’는 천장 오버행으로, 밑에서 보면 홀드가 많아 보이나 막상 다가서면 홀드가 흘러 까다롭다. ‘개구리’는 퀵드로 6개가 필요하다. 약 90~95도 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불안정한 홀드의 연속이다. 바위 표면에 돌기가 없어 스미어링이 어렵고 극도의 유연성과 밸런스 감각이 요구된다. 책바위 아래쪽으로 ‘길장군’과 초보자들이 오를 수 있는 슬랩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MC로드바위
용문골 바위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암자에서 좌측 전망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 암자에서 약 400m 거리에 있으며 등산로 변에서 루트가 시작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바로 앞에 우뚝 선 페이스의 바위다.
MC로드바위에는 3개 루트가 열려 있다. 1984년 필자의 산악회가 ‘MC로드 B’ 루트를 개척한 것을 계기로 MC로드바위로 불린다. 1991년 최정길씨가 ‘뽀뽀(5.10a)’를 개척했으며 1999년 파이오니어스산악회가 ‘대간(5.10a)’을 개척했다.
폭 50m, 높이 60m 정도의 수직벽과 오버행을 이루고 있으며 두세 피치로 연결된다. 직접 루트를 통해 하강이 가능하다. 이곳에는 현재 3개 루트가 개척되어 있지만 독립봉으로서 조망이 뛰어나고 고도감이 대단하다. 루트 또한 제각기 특색이 있어 권하고 싶다.
‘MC로드 B’는 55m에 두 피치로 구분되며 퀵드로 10개가 필요하다. 1984년 필자와 박계상씨 외 회원들이 개척했다. 페이스와 크랙이 주이고, 부분적으로 오버행 구간이 있다. 제1피치(30m)는 등산로에서 이끼가 있는 크랙으로 출발해 크랙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진입하며 페이스로 오르게 된다. 부분적으로 까다로우나 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마지막에는 하강 피톤이 설치되어 있다.
기타 암장
고추 말리기, 키슬링, 스님바위, 아파트볼더장, MC로드바위, 위문공연바위 등은 용문골 암자에서 전망대 방향 좌측 등산로를 통해 진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암자에서 암장까지 약 20분 소요된다. 등산로를 따라 계속 가다 보면 암벽등반 금지 표지판이 있는 바위가 위문공연바위이다. 이곳에서 약 50m 못미처 오른쪽 숲에 보이는 바위에 ‘원악 1’, ‘원악 2’ 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이 루트들은 원광대 산악회가 개척했다.
위문공연바위는 총 8개의 루트가 개척되어 있으며 ‘백두’를 제외하고는 한 피치짜리 루트들이다. 길이 13m 정도로 짧은 페이스에 비교적 양호한 홀드들이 발달해 있다. ‘백두(5.10, 40m)’는 전주 파이오니어스산악회가 백두대간 종주등반을 마치고 기념으로 ‘대간’과 함께 개척했다. ‘한가위(5.11)’, ‘위문공연(5.10)’, ‘파트너(5.10)’, ‘데이트(5.10)’, ‘엉뎅이(5.10)’, ‘방뎅이(5.11)’, ‘궁뎅이(5.12)’는 1990년 최정길씨가 개척했다.
MC로드바위에서 등산로를 따라 약 50m 더 오르면 용문굴 표지판이 있다. 이곳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바위와 바위 사이를 지나 곧바로 넓은 공터가 나온다. 바로 앞 바위 위에는 철제로 만든 팔각전망대가 있다. 이곳의 넓은 공터와 네모진 작은 바위를 일명 ‘아파트볼더장’이라 부른다. 이곳에 ‘방랑(5.11c)’이, 팔각전망대에서 우측으로 20m 돌아가면 ‘키슬링(5.12a, 18m)’이 개척되어 있다.
전망대 뒤쪽의 암릉을 따라 약 60m 가면 평평한 바위가 나오는데 오른쪽의 좁은 침니로 내려가면 돼지바위와 책바위로 접근할 수 있다. 왼쪽으로 10여 m 내려가면 독립 암봉에 ‘고추 말리기(5.11c, 25m)’가 나온다. 페이스 등반의 진수를 보여 주는 이 루트는 조망이 뛰어나다. 전망대 뒤쪽으로 능선을 따라가는 리지 루트는 구조대길이다.
찾아가는 길
대둔산의 주소지는 ‘전북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 611-34’이다.
대둔산 집단시설지구에서 대전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300m쯤 가면 우측으로 도로변 주차장이 있어 승용차를 가져갈 경우 이곳을 이용하면 된다. 주차장에서 대전 쪽으로 도로를 따라 50여 m 가다 좌측 용문골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 도로변에서 보면 용문골 암장이 멀리서도 보인다. 이곳에서 신선바위까지는 1km쯤 되고 MC로드바위는 1.2km쯤 된다. 접근하는 데 신선바위는 40여 분 소요된다. 이곳 용문골 등산로는 등산객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이며 용문골 암자까지는 800m쯤 된다.
바위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암자인 신선암(神仙庵)에서 식수를 구할 수 있으며, 암자를 좌측에 두고 우측으로 10여 m 이동해서 곧바로 5분 정도 올라가면 신선암(神仙岩) 암장이다. 신선암 좌측에 있는 바위가 책바위, 돼지바위다. 용문골 암자에서 좌측 비탈길을 따라 전망대 방향으로 5분 정도 가면 우측으로 위문공연바위가 있으며, 계속 올라가면 구름다리 있는 쪽으로 연결되어 있는 등산로와 만나게 되며 10여 m 가면 좌측에 MC로드바위가 솟아 있다. 전망대 약간 못 가 공터에도 루트가 있으며 전망대 뒤쪽으로 연결되어 있는 리지 루트도 인기루트이다.
필자 약력
설악산 4대 빙폭, 당일등반. 설악산 전국 빙벽등반대회 1, 2, 3회 연속 우승.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 프랑스 난이도경기 공동 1위. <한국암장순례> 중부권/남부권 저자.
<실전 암벽빙벽등반> 기술서 저자. 네파 종로점 대표. 김용기등산학교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