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지역의 미래, 영국의 전환마을과 학교에서 배우다>⑥토트네스가 준 상상과 자극,에덴프로젝트
2017.1.14.토요일. 날씨: 파란하늘 그리 춥지도 않은 날이 좋다.
토트네스를 떠나 콘월 에덴프로젝트-바스 호스텔
[토트네스가 준 상상과 자극]
아침 먹고 햇반 하나 매실장아찌 하나로 해결하고 바로 토트네스 하이스트릿으로 나갔다. 1시간 여유 동안 주말 벼룩시장 구경하고 토트네스성에 올라가려는데 입장시간이 10시라 밖에서만 올려다본다. 토트네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인데 아쉽다. 토트네스에서는 자유시간이 없어 짬나는 때 부지런히 다니는 수밖에 없다. 쇼핑엔 큰 관심이 없어 아무래도 유적지와 경치 구경이다. 옷가게에서 세일을 많이 한다.
토트네스 정보 바로 잡기. 책과 자료에 인구가 20만명으로 나와 있는데 할에 따르면 시내쪽에 8500명쯤이 살고 외곽까지 합치면 3만명쯤이란다. 활동하는 분들이 4-500명, 열심인 분들이 50여명이란다. 5프로 10프로 사람들이 전환마을을 꿈꾼다.
이제 서쪽으로 내려가 콘월 에던프로젝트를 보러간다. 차에서 토트네스에서 받은 인상과 배움을 나누는 기회를 가졌다.
토트네스 방문에서 받은 영감은 뭘까. 아니 생각나는 게 뭘까. 사람들이겠다. 할, 홀리, 이안, 거리에서 인사해준 토트네스 사람들의 친절, 예쁜 마을 풍경, 알버트인 펍의 주인과 멋진 음악과 노래, 전환마을 토트네스 프로젝트와 리이코노미 사례가 떠오른다.
우리 동네 과천 사람들이 참 열심히 살고 있구나, 과천품앗이, 협동조합 마을카페 통, 마을기업 바오밥, 막걸리 주막 별주막과 협동조합 여우책방, 세 곳의 대안학교, 두 곳의 공동육아, 무지개교육마을에서 열어낸 동네사랑방과 숟가락협동조합, 맑은샘교육공동체와 양지마을주민자치회, 참여예산준비모임, 다섯 개의 생협 매장과 생협활동과 풀뿌리 생활정치조직, 많은 시민단체들을 보면 우리는 이미 토트네스 전환마을과 비슷하게 살고 있구나 싶었다. 과천풀뿌리와 많은 단체들이 참여한 경기도 따복공동체 사업 어울림장터와 사회적경제 실천까지 정말 잘 해내고 있는 게다. 서로를 격려하고 지지하며 전환마을 과천을 꿈꾸며 따듯한 과천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멋진 상상이 줄곧 되리라.
지역화폐도 있고 교육과 생태가 낮설지 않은 환경, 따듯한 사람들이 있으니 전환이란 열쇳말로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기념하며 자부심을 지니고 살면 되겠다 싶다. 살펴볼 건 뭘까. 비싼 임대료로 마을 가게들이 쫒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재건축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이주와 높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인구감소와 젊은 층의 진입 어려움이 객관 환경이라면 마을공동체의 앞날이 불안한 것도 있다.
많은 분들이 상상하는 대로ㅡ건물 펀딩. 마을 단체 입주, 공공건물 활용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겠다. 토트네스ttt 처럼 과천마을센터를 운영하며 어떨까. 이미 우리 안에 있기도 하지만 더 우리를 알려내서 우리를 찾아오게 하는 건 어떨까. 책 출판, 온라인 활동도 갖출 필요가 있겠다.
토트네스 키친테이블 처럼 바오밥과 마을카페가 밥을 제공하고 별주막에서 막걸리를 먹고 여우책방 에서 책을 사도록, 지역화폐 아리가 쓰이도록, 과천지역 전체로 보면, 시의회와 시장 선거, 마을살이 재미, 연대거리, 주민들의 경제와 생활 요구가 해결되도록 할 일을 찾으며 연대를 실천하며 마을공동체성과 관계를 회복하면 그것이 바로 전환마을운동이지 않을까.
한발 더 나아가 마을 사람들끼리 연대와 나눔으로 함께 사는 재미를 누리는 것이 시작이라면 좀 더 삶의 전환을 위한 한걸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시작은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겠다. 일하며 만나는 것, 작은 실천으로 뿌듯한 성과를 공유하며 싹트는 신뢰가 소통이지 않을까.
토트네스 주민 할은 마을활동가인 셈이다. 센 사람들이란 모습이 자연스레 지역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지역을 위해 일을 하는 모습이 있을 때 확장되지 않을까.
과천동 양지마을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을공동체를 가꾸려는 사람들이 마을살이 재미를 느껴가며 마을에 꿈과 희망을 담도록 전환마을의 정신을 담는 실천을 모색해야지 싶다. 마을에 꼭 필요한 것을 찾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나누며, 서로가 지닌 재능을 나누며 서로 연결하는 꺼리를 자연스레 찾아보자. 먹고 나누고 연결하며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공동체성을 느끼며 행복한 마을살이에 빠지면 전환의 가치는 저절로 나오지 않을까. 마을신문, 마을장터, 마을잔치, 마을밥상, 마을냉장고, 마을음악회, 마을영화제, 마을꾸러미, 마을청소, 마을골목, 교육과 생태가 삶에서 어우러지는 전환마을은 이미 가까게 다가와 있다.
과천의 교육 수준을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대안교육 수준이 과천교육수준이 되도록 활성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공동육아가 유치원 수준을 높였듯이 초등 중등교육에서도 그러려면 대안학교에서 더 나서야 한다. 과천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기도교육청과 함께 꿈의 학교를 대단한 인기 속에 열어내고, 계절학교와 녹색생활학교를 성공적으로 열어낸 경험을 이어, 더 밀착된 삶의 교육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우리 대안교육의 현재를 확인한다. 발도르프교육의 성공이 시사하는 건 무엇인가. 우리교육의 철학과 풍요로운 교육과정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람 배치와 짜임새가 필요하다. 학교운영을 안정되게 하면서 학교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넘어설 전망, 꿈이 필요하다. 우리는 작은 단위 공동체이고 울림은 미약하다. 토트네스가 말했듯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 따라 모방할 만 한 크기로 우리를 세우고 날개짓을 시작했으니 전환이란 방향을 삶에서 실현해가는 재미를 구상하자. 모임과 만남에 참여하고 삶에서 하나 둘 바꾸어내고 지역의제에 적극 참여하자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사실 과천의 뜻있는 분들이 이미 꿈꾸고 실천하는 것들을 뒤따라가는 것이겠다.
[에덴프로젝트]
http://www.edenproject.com/
12시 콘월 도착. 무지개가 떴다. 콘월은 영국의 땅끝마을이라는 남서부 콘월 지역의 폐광을 식물원으로 만들어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한 곳이다. 영국이 21세기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추진한 세계 최대 식물원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뜻으로 프로젝트란 말을 쓴다. 팀 스미트라는 걸출한 인물과 영국 정부, 콘월 정부가 힘을 합쳐 인간이 자연을 파괴한 현장에 만들어낸 식물원은 가치와 상업성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사실 식물원은 어느 곳에나 있고 기후에 맞는 않는 식물을 키우려고 화석에너지를 잔뜩 쓴다는 것 때문에 무엇이 특별한지 기대를 하지 않고 간 곳이 에덴프로젝트였다. 그런데 돈을 내며 50만명이 식물원 공사 현장에 참여하고 환경과 지역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사람들에게 자연파괴를 반성하며 앞날을 위해 삶의 태도를 바꿀 것을 주문하는 프로젝트가 지금도 진행중이라는 에덴프로젝트는 기대 이상이었다. 곳곳에 쓰여진 환경보호 메시지와 자원봉사 촉구와 기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은 방문 자체가 교육이 되는 현장이었다. 우리에게는 이런 상상력이 있던가.
몇 해 전 과학문화해설사 연수로 다녀온 세계 최대 식물원을 꿈꾸며 들어선 서천의 국립생태원이 떠올랐고, 강원도 정선 카지노가 떠올랐다. 똑같은 폐광산인데 한 곳은 한탕 욕망을 부추기며 소비와 중독이란 탐욕의 공간으로 바뀌었고, 또 한 곳은 지구와 인류의 앞날을 생각하고 참여하는 교육공간이 되었다. 똑 같은 관광지라도 가치와 뜻이 이렇게 다르다. 돈을 쓰는데 뜻과 가치를 생각하도록 한다.
점심을 스페인식당에서 빠에아와 피자, 마늘빵, 맥주로 든든하게 밥을 먹고 한 시간 동안 열대우림관과 지중해관을 둘러봤다. 다른 분들은 오래 걸릴 거 같다며 가고 조윤재 선생과 장동식 선생이랑 셋이서 점심 기다리는 시간이 꽤 걸렸지만 충분히 기다릴 만 한 선택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지혜학교에서 논어를 가르치는 장동식 선생에게 종교개혁의 루터 500주년 이야기를 들으며 유럽 역사를 가늠해본다. 역시 여행은 함께 가는 벗들에게 배우는 게 많다.
3시 바스로 이동, 7시 넘어 바스 호스텔에 닿아 저녁을 알아서 먹는다. 너무 늦어 끝내 바스 목욕탕이랑 거리 쇼핑은 물 건너가고, 시내로 나가는 일행과 다르게 호스텔 식당에서 한국식 즉석 밥 만찬을 차려먹는다. 불닭볶음면, 햇반, 춘천닭갈비 컵밥을 들고 갔는데 임충근 선생이 짜장과 우동컵라면 즉석 돈까스, 송순재교수님이 참치캔을 내놓는다. 한국에서는 먹어본 적 없는 즉석식품들을 영국에서 먹는다. 씻고 나서 호스텔 식당에 모여 들고 간 매실주를 마시고 스타우트 맥주도 한 병 사서 마셨다. 하늬선생에게 런던 관광지를 추천받고 어학연수중인 제자 성혁이랑 만나서 같이 갈 식당을 검색했다. 하늬선생은 런던에서 헤어져 따로 아일랜드와 파리 여행을 하고 온단다. 덴마크 연수 때도 연수 뒤 따로 여행을 하더니 이번에도 여행 준비를 잘해왔다. 시내 밥 먹으러 나갔던 일행이 돌아와 와인과 맥주 잔치를 벌인다. 날마다 맥주와 와인을 먹고 있다. 여행완성은 함께 한 사람들이다. 오리온이 빛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