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열의 8월 산호회 산행은, 올해도 화요회가 주관하는 연례적인 동호회연합 복중보신행사의 일환으로, 북한산 삼천골 계곡 일대에서 이뤄졌다.
이날 지난해처럼“서울 경기 중부지역 호우주의보”라는 기상예보에 천둥번개 벼락이 걱정됐고, 특히 계곡물의 범람이 우려돼 산행의 시행여부를 결정하기도 어려웠다.
그렇지만 결행했고,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12명이 동참해주었고, 그 중 여성가족도 3명이나 동행해 주었다. 1969년 유격훈련 중 장대비 속에서도 지리산을 헤집고 다니며 비를 얼굴에 맞으면서도 땅바닥에 누어 잠을 자던 그 관록이 발동한 탓일 런지.
우리의 우중 삼천골 계곡산행에 대한 의지는 이처럼 강했지만, 정작 산행은 등산로 입구 관리소의 저지로 막히고 삼천사 절까지의 워킹도 이뤄지지 못했다. 그렇지만 일단 회군해 진관사 골로 들어서서는 관리소에 배낭을 맡기고 절까지의 산책이 허용됐고. 그 덕에 산사의 고요한 숲과 정경, 계곡의 급류가 들려주는 자연의 교향곡, 산사에서 운영하는 조용한 찻집에서의 유쾌한 담소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또 하나 이색적인 즐거움을 맛보았고 그 자체를 하나의 추억으로 간직하게 됐다.
대한불교일붕선종이란 희귀한 종파의 봉은사를 둘러보며 절에 이르는 호젓한 산길도 접할 수 있었고, 대낮임에도 힘차게 울어대는 맹꽁이의 소리도 즐길 수 있었다.
일행 중에는 초행길 삼천사를 찾는 부산에서 올라온 보살 님 한분을 안내하는 적선을 실천하면서, 자칭 로마의 휴일에 필적하는 삼천사의 휴일이란, 잠깐의 행운과 청춘을 맛 본 친구도 있었다. 이 때문에 2부 행사 오찬장에서 두고두고 안주꺼리로 씹히기도 했지만, 이날 행사 일동에게 유쾌한 웃음을 제공하는 원동력으로서 공헌했다고 크게 평가할 만 할 것이었다. 축복 받을 것이다.
본 행사 ‘동호회연합 보신행사’장은 삼천사 입구의 산장식당 ‘사슴집’큰 마당을 지나 계곡물을 구름다리로 건넌 곳이다. 산행 참석 12명에, 바로 식당으로 직행해 온 14명을 합하니 모두 26명이다. 격랑을 일으키며 내는 소용돌이 계류의 울음이 푹푹 찌는 더위 속에 청량감을 느끼게 해주었고, 잘 익히고 요리된 보양식들이 막걸리 소주 속에 진가를 발휘해 이날 행사를 멋지게 장식했다. 그보다 더 자리를 빛내는 것은 1967년 이래 44년째인 대열 친구들끼리의 편하고 진한 우정일 것이다. 그래서 이날 대열 친구 모두가 행복해 했을 것이다.
매년 이런 행복한 자리를 주선해 주는 화요회와 특히 그 일에 진력하는 김용상 총장에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 폭우가 예상되는 기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2명보다 더 많이 참석해 주신 동기생들의 높은 참여의식에도 새삼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