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가 백로다. 가을이 오고 있는 철원평야는 여전히 뜨거웠다. 방송대 생활체육지도과 학우 40여 명이 탄 버스는 생기가 가득 찼다. 30대부터 80대까지 소풍 가는 학생 분위기다.
학우님들은 10km, 5.5km 뛰기, 걷기를 신청했다. 나만 풀코스를 신청했다. 학우님들은 경기를 일찍 끝내고 철원 꽃밭을 거닐며 예쁜 사진도 찍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2 작년 철원마라톤대회는 불도가니였다. 중도 포기자도 많았다. 올해는 온도와 습도가 약간 낮았다. 그래도 구름이 햇볕을 막아주지 못했다. 여전히 가로수 그늘이 없는 철원평야 논 사이로 난 일직선 길을 달리기는 벅찼다.
행사 요원이 2.5km마다 물을 주었다. 10km마다 바나나와 초코파이를 주었고 심지어 아이스바를 주는 곳도 있었다. 최근 여주 철인삼종대회와 하남 야간 달리기대회에서 사상자가 나와 철원군이 신경을 많이 썼다.
올해도 평소 페이스로 뛴 주자 중에 응급차 신세를 진 사람이 많이 나왔다. 완주하고도 태양열에 구워지고 기진맥진한 패잔병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더러 보였다. 탈의실에서 여기저기 아우성이 들렸다.
나는 기록 경신보다도 울트라마라톤 대비 훈련에 중점을 두었다. 2.5km마다 계속 물을 마셨고 뜨거워진 몸을 찬물로 식혔다. 챙이 큰 모자를 썼고 얼굴 가리개를 했다. 쿨토시와 래시가드 바지를 입었다. 4시간 주자지만 겸손하게 5시간에 들어 왔다. 다리에 쥐가 나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10km는 더 뛸 수 있었다. 다만 가랑이 사이는 땀이 소금이 되어 마찰하면서 피부가 상해 쓰라렸다. 작년에는 하프를 뛰어선지 그런 증상이 없었다. 미리 바셀린을 바르거나 중간에 물로 닦아내면 되는데 예상하지 못했다.
3 환갑이 지나 15번째 풀코스를 완주했다. 풀코스는 늘 어렵다. 중간에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한다. 계속 뛰자는 나와 그만두자는 내가 다툰다. 15번 모두 지루함과 고통을 이겨내고 계속 뛰었다. 그런 과정이 쌓여서 50대 체력을 갖게 되었다.
오늘 달리다 칠마회 마라토너를 몇 분 만났다. 칠마회는 70세가 넘어야 가입할 수 있는 마라톤회다. 70~90대 회원 모두가 쟁쟁한 실력자이다. 철원 불볕 속을 달리는 칠마회 마라토너가 존경스럽다. 나는 내년에 가입하기로 했다!
첫댓글 싸우나 같았던 대회였지요~ 푸른담쟁이님~ 내년에 칠마회 가입 기대합니다.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