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바위를 벗어나면서 제5구간이 시작된다. 5구간은 용월사까지 1.73km 거리이다.
바다쪽으로는 깎아지른듯한 절벽인지라 안전 로프가 길게 이어져 있다.
범바위란 저 바위 절벽 전체를 칭함일까? 아니면 파도에 부딪치는 해안의 바위를 칭함일까?
5구간 종점인 용월사 입구에서는 갯가길이 잠시 콘크리트 포장도로와 연결된다.
도로변 사스레피 나무의 꽃봉오리들도 조만간 꽃망울을 터뜨릴 태세다.
우리나라 원산인 이 사스레피 나무는 우리나라 남부지방 바닷가 산기슭에서 흔히 접하는 나무이다.
키가 3m 이내인 이 나무의 잎,줄기,열매를 말려서 달여 먹으면 류머티즘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용월사 주불전인 무량광전 앞 뜰에는 해수관음상이 동쪽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다.
1985년 세워진 태고종 소속의 이곳 용월사의 주불전의 현판은 '무량광전'이다.
무량광전은 원래 아미타불을 주불로 모시는 법당으로 극락전,무량수전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해수관음상 앞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는 깊고도 푸르다.
거칠 것 없이 펼쳐지는 드넓은 바다와 멀리 수평선 위에 떠 있는 크고 작은 배.
지난 일주일간 도시생활에서 찌든 마음 속의 때를 말끔히 벗겨 낸다.
10여년 전인 지난 2000년에 만들어 세웠다는 해수관음상은 이곳 용월사의 첫째가는 상징물이다.
불교에서는 중생이 바라는 대로 언제 어디서든 고통속의 중생을 구제하시는 보살님이
관세음보살이라 하는데, 아마도 저 해수관음상은 세찬 파도와 맞서 싸우며 살아가는
뱃사람들을 위한 관세음보살이라 할 수 있으리라.
용월사가 뒤로 내려다 보이는 산길로 올라서며 월전포까지의 1.83km 제6구간이 시작된다.
갯가길이라는 이름만으로 우리가 도시에서 걸어다니는 길을 생각하고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는
오르막과 내리막 산길이 연이어지고 몽돌밭을 걸어 지나야 하는 힘든 길이다.
이곳 여수 갯가길을 찾는 많은 이들이 용월사까지 걸은 후 차량편으로 되돌아가는 이유를 알듯 하다.
우측으로 급경사를 이루는 산 사면을 따르는 숲길이지만 걷는 방향 좌측으로는 이처럼 그림 같은
남해바다 풍경이 끝없이 이어지는 두 눈을 아주 즐겁게 해주는 길이다.
용월사를 떠난 한동안 남쪽 방향으로 이어지던 갯가길은 이제 서쪽 방향을 향해 이어진다.
넓고 평평한 해안가 큰 암반 끝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초소가 만들어진 바위 앞에 당도한다.
지도상에 표시된 초소바위인듯 하다.
초소바위 위에서 남쪽 바다를 바라다 본다.
손에 닿을듯 가까운 바다 위에 작은 섬 3개가 두둥실 떠 있다.
저 작은 섬들이 바로 월전포 앞바다의 삼(三)섬이라 칭하는 외치도, 혈도, 내치도의 모습이다.
오래 전 얘기 듣기로는 저 섬을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에서 사려고 했지만
저 섬들이 여러 사람의 공동명의로 되어 있어 사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은바 있다.
제6구간 종점인 월전포에 도착해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작은 선착장 바로 앞에 비교적 규모가 큰 멸치 가공업소가 자리한 월전포.
월전포(月田浦)의 원래 이름은 '달밭금', '달받구미'였다.
바닷가로 툭 튀어나온 곳이 꼭 달을 받고 있는 모양이어서 '달을 받는 곳' 달받금이가 되었다.
이 또한 일제 강점기에 한자로 바꾸면서 달받이가 소리나는 대로 달밭이 되어 '월전포'가 된 것 같다.
아름다운 우리 이름을 되찾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죽방염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저렇게 잡은 생선은 싱싱해서 값이 비싸다고 한다.
안심개(7구간 1.14km)를 지나 , 하동삼거리까지(8구간 1.27km) 더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