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도 십리포해수욕장, 소사나무군락> 선재도
서해안은 섬이 많아 볼 데가 많다. 바다가 깊지 않고 갯벌이 발달하여 풍광이 다채롭다. 거기다 요즘은 연육교로 연결된 섬이 많아 섬의 정취는 가지고 있으면서도 편리하게 드나들 수 있어서 섬이면서 섬이 아니므로 육지의 편리함과 섬 풍광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좋다. 이동 가능한 거리가 넓어지니 육지가 넓어지는 것과 꼭 같다.
게다가 풍광이 좋은 곳에는 예외없이 분위기 좋은 커피숍이 있다. 쉬며 이야기하며 구경하며, 시간이 있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이런 조건이 어느나라나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에서나 가능한 것이 대부분이다.
영흥도, 선재도도 그렇다. 바다도 갯벌도 섬도 아름답다. 거기다 경기권에 있어 서울에서 접근성도 좋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 좋은 풍광에 영흥도까지의 진입로 건축물들이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깨고 있는것. 낡은 스레트 지붕, 함부로 쳐진 담장, 어지러운 집, 그리고 현란한 간판들. 건축물이 정비되면 이태리 나폴리보다 프랑스 니스보다 아름다울 곳이 수두룩하다.
천안 병천에 가면 박순자 순대집이 유명한데 저녁 6시까지만 하고 문을 닫는다. 덕분에 가득한 옆의 순대집들이 장사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것이 손님을 싹쓸이하는 거보다 롱런하는 비결일 것이다. 이웃과 상생하는 미담도 낳으면서 말이다.
이태리 베네치아는 너무 아름답고 역사적 함의가 깊어서 쏟아지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위 '오버투어리즘' 문제의 원단격이 되어버렸다. 조금만 덜 아름다우면 관광객들이 줄어들 텐데 너무 아름다워 여행객을 싹쓸이한다. 엊그제부터 코로나 때문에 통제라니 관광객을 저절로 다 쫓아버린 셈이 되어 왠지 극단적 상황만 있는 거 같아 안타깝다.
한국은 금수강산이 화려한 동네다. 자연적 조건이 이만한 나라가 별로 없다. 거기다 건축물까지 아름다우면 관광객으로 몸살이 나지 않겠는가. 그래서 건축물은 한 톤 내려서 조금만 아름답게, 아니 조금 안 예쁘게 지은 것이 아닌가 위로해본다.
그래도 스카이라인은 제발 조정했으면 좋겠다. 벌판에 뜬금없이 5,6층 건물이 혼자 덜령 올라가 시야를 가려버린다. 건물이 가려버린 하늘은 누가 주인인가. 빌딩주인, 땅 주인이 하늘의 주인은 아닐 것이다. 모두의 하늘일 텐데 가려서 자기도 못 보게 만드는 것은 누구의 권리인가.
간판도 제멋대로 붙여서 이웃과의 조화를 깨거나 너무 크게 달아서 이웃을 방해하고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간판법을 제정하여 보는 사람, 건물주 등등 모두를 보호할 필요는 없을까.
아름다운 섬이 이런 문제로 훼손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런 문제가 경기도가 특히 심해 보이니 말이다. 이곳 사진은 그래도 이쁜 곳만 찍어서 이런 문제 생각하지 않고 봐도 된다.
이렇게 이쁜 곳을 우리 모두 생각하고 협조해서 오래오래 잘 보존해나가면 좋겠다. 대부도에서 선재도 들어오는 길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대부도도 안으로 들어가면 선경이 펼쳐지지만 가는 길은 불편하다.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해서만 맛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가는 길 내내가 여행이다. 여행이라기도 어려운 잠깐의 나들이지만 충청 이하 시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어지러운 분위기에 마음이 쓰인다.
물론 공장 지역은 예외다. 생산하느라 정신없을 테니까. 공장 지역 아니면 이제 좀더 외관에 신경을 썼으면 싶다.
그래도 선재도에 도착한 후에는 다 잊었다. 아름답고 또 아름다웠으니까. 갯벌과 섬과 다리와 생활이 어울리는 곳, 서해안 섬 바다, 거기 주인은 갈매기였다. 갈매기 바다가 이렇게 아름다우려고 오는 길에 들뜬 마음 가라앉혀 줬나보다. 갈매기 바다, 백구 바다는 영흥도 깊숙한 십리포해수욕장이다.
겨울 바다, 사람을 대신해 갈매기가 충분히 많이 찾아 해수욕하고 있다. 보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거기다 소사나무가 한 숲이다. 이만한 눈 호사, 마음 호사가 없다.
방문일 : 2020.3.9.
영흥도 : 중국에서 오던 배가 암초에 부딪쳐 침몰 위기에 있었는데 거북이가 나타나 구멍을 막고 육지로 인도해주었다. 신령이 도와준 섬이라고 영흥도라 부르게 되었다.
인구는 증가 중이며 장경리해수욕장, 십리포해수욕장, 용담이 해수욕장이 있다.
아래 사진은 영흥도 십리포해수욕장.
겨울이라 볼 게 없지만 적막한 해변에 가득한 갈매기 떼가 눈길을 끈다. 갈매기 찾는 여행, 새를 찾는 탐조여행을 온 듯하다.
"새를 찾아가는 여행, 즉 탐조여행만큼 가슴 설레는 여행도 드물다. 새는 그 자체가 살아 있는 자연이고, 탐조여행은 새를 통해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생명여행이기 때문이다." (최종수 <탐조여행> 2003)
바다는 어디나 갈매기의 집이련만 이렇게 갈매기 많은 해수욕장은 첨이다. 바다에는 떠있고, 해변에서는 걸어다닌다. 사람이 다가가 수틀리면 날아오른다. 한놈이 날면 다른놈은 더큰 날갯짓으로 난다. 떠 있을 때도 걸어다닐 때도 날아오를 때도 이쁘다. 살아있는 몸짓은 다 예쁘다.
비둘기는 저마다 색깔이 다른 사복을 입는데 갈매기는 똑같은 색깔의 제복을 입는다. 요즘은 갈매기라 하면 낭만적 어감으로 느껴지는데, 옛시조에서는 백구다. 흰갈매기니, 제복 중에서 흰색을 봐서 정한 이름이다.
"백구야 말 무러보쟈, 놀라지 마라스라
명지승지랄 어듸어듸 바렷다니
날다려 자세히 닐러든 네와 게 가 놀리라
김천택의 시조다. 갈매기는 시에서는 백구래야 맛이 난다. 갈매기에게 어디가 아름답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까. 아마도 내가 있는 곳, 그리고 당신이 있는 곳이라 하지 않을까.
*소사나무 군락지. 100년~150년된 나무에다 전국 유일의 군락지다. 이름도 생소한 나무다. 바닷가에서 흔히 보는 해송이 아닌데다 가지로만 봐도 빽빽한 잎을 다는 나무인 듯하니 여름 잎 무성한 시절에 다시 오고 싶다.
소사나무는 뒤틀린 가지가 매력이다. 저야 바다에서 살아남으려는 안간힘이겠지만 사람에게는 아름답게만 보이니 너무 무심한 것인가. 그래서 분재용으로도 인기란다.
섬 사람들은 섬으로 무지하게 불어대는 바람을 막기 위해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소사나무를 심었다. 추위에도 음지에도 강한 소사나무는 그악스럽게 살아남아 군락을 이루어 이제는 분재보다 아름다운 자연이 되었다.
나무는 뒤틀려도 쭉뻗어도 예쁘다. 옷을 벗어도 입어도 예쁘다. 어려도 늙어도 향기롭다. 심지어 죽어서도 향기롭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자신이 가진 온갖 것을 다 베푼다. 여름에는 방서를, 겨울에는 방풍을 베푼다.
이제는 겨울 황량한 모래사장에서도 벗은 아름다운 가지를 잔뜩 드리워 겨울 운치마저 베푼다.
십리포 해수욕장
영흥대교 아래 선착장. 맞은편에 수협수산물시장이 있어서 가는 길에 해산물을 사갈 수 있다.
영흥도 아래 선착장은 낚싯꾼들에게 인기다. 위쪽 사진에 낚시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가까이 보면 선착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한국 사람들 취미를 조사하면 부동의 1위가 등산이다. 그런데 몇 년 전에 한번 1등을 뺏긴 적이 있는데, 그게 바로 낚시다. 낚시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 여기 오니 실감이 난다.
그래도 바다 낚시는 좋다. 적어도 생선을 잡아서 죽이거나 버리지 않고 먹을 테니까. 먹기 위해 하는 낚시는 괜찮겠지만 가끔 민물에서는 잡는 도락을 위해 잡는 사람을 본다. 이런 분들을 가어옹이라 할 수 있을까. 바다낚시는 그런 점에서 비난받지 않는 실속있는 취미로 보인다.
영흥대교
영흥도 다리 아래 입구에 형성된 마을. 이곳에 횟집과 여러 식당이 모여 있다. 여기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좋다.
영흥대교를 지나 영흥도 안쪽으로 바다를 끼고 돌아 들어가는 이 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할머니들이 앉아서 굴을 판다. 앞 갯벌에서 딴 굴이다.
고소하고 맛있다. 거기다 싸기도 하다. 2만원어치면 떡을 치고 먹을 수 있다. 굴전, 굴비빔밥, 굴국, 굴죽 등등, 지금 굴철이다. 간 김에 님도 보고 뽕도 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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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선재대도. 대부도에서 이 다리를 거쳐 선재도로 들어오고 선재도를 거쳐 영흥도로 들어간다.
선재도 쪽에서 본 선재대교와 안쪽 마을
마을을 타고 죽 안으로 들어왔다. 길이 목섬을 향해 나 있었지만 밀물 때라 물이 들어오며 점점 잠기고 있었다.
조마마한 조개껍질산이다. 거기 날아와 앉은 갈매기들이 아마도 조개 속에 남은 살코기를 찾아 먹는 듯. 한 무더기 갈매기가 멀리서 보면 지들이 조개같다.
뻘이 배를 드러낼 때는 그 위에 놓인 배가 이방인 같더니 물이 차오르니 제 집에 있는 주인 같다. 물들어 오니 움직이기 시작하는 배가 하나둘 생겨난다. 아직도 그냥 빈 채로 서있는 배는 마치 낮잠을 자는 거 같다.
이렇게 갯벌이 깊숙이 생활속에 들어와 있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한 거 같다. 세계 5대 갯벌이 얼마나 엄청난 보배인지. 생산성은 차치하고 물 들고 나고에 따라 달라지는 풍광이 딴나라 같아서 경이로워 좋다. 서해안의 최대 매력이다.
이 갯벌을 못 메워서 안달인 시절이 있었으니, 한치 앞을 못 내다보는 사고가 답답하다. 대부도 들어오는 반듯한 길도 바로 그런 사업 결과 아니겠는가. 자연을 그대로 두고 깃들어 살았던 조상의 지혜, 화초 한 포기라도 자연 상태로 즐기고자 한 배려, 요즘 탐하듯이 자연을 고파하는 사람들, 이리저리 아름다운 풍광을 좇다 여기까지 오는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한다.
물이 들어도 예술, 나가도 예술이다.
이곳 갯벌에는 굴이 많다. 굴 씨를 뿌려 수확한다는 굴농사. 영흥도는 섬이 커서 그런 굴밭이 매우 많았다. 길에서 파는 굴은 자연산, 맛도 좋고 값도 싸서 푸진 상차림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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