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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4 주일설교
성령께서 주시는 다양한 은사
고린도전서 12:8~11
5월 31일은 부활절 후 7번째 주일로서 성령강림주일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40일간 제자들을 만나주신 후에 승천하시면서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성령을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성령이 오시면 능력을 받아서 땅끝까지 예수님의 증인이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분부대로 제자들은 간절히 기도하며 기다렸는데 열흘 후, 오순절에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성령님이 오셨습니다.
성령님은 교회 공동체 안에 다양한 능력을 주셨는데 그 선물을 헬라어로는 카리스마(χάρισμα), 우리말로는 은사라고 부릅니다. 은사는 우리가 예수님을 믿게 해주시는 은사부터 몇 가지의 신비한 은사도 있고 일반적인 은사도 있고 매우 다양합니다.
다음 주, 성령강림주일을 앞두고 우리는 성령의 충만을 위해 릴레이 금식기도를 할 것입니다. 금식하며 기도할 때 여러분이 성령에 사로잡히고 은사가 충만하시기를 축원합니다.
지난 주일에는 은사란 무엇인지, 또 은사의 목적은 무엇인지 말씀드렸는데 오늘은 은사의 종류와 내가 받은 은사를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 은사는 성령님의 뜻대로 나누어 주십니다.
첫 번째로 생각할 것은 은사는 성령님의 뜻대로 나누어 주신다는 사실입니다. 은사는 은혜로 주시는 선물이기에 내가 남다른 노력을 해서 받게 된 것이 아니라 성령님의 뜻대로 주시는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2장 8~11절을 보면 이것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8절에 보면, 성령으로 말미암아, 성령을 따라 라고 했습니다.
9절에는, 같은 성령으로, 한 성령으로 라고 말합니다.
10절에서, 병 고침, 능력 행함, 예언함, 방언 말함, 방언 통역함에 대해 말하는데 여기에는 ‘성령으로’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11절에는 성령이, 그의 뜻대로 주신다고 말합니다.
11절에서 말한 대로 은사란 성령님의 뜻대로 나누어 주신 것이라면 은사는 내가 자격이 있어서 획득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은사란 성령님의 뜻대로 주셨다는 사실을 알 때에 우리가 어떤 은사를 받았다고 자랑할 수도 없고 그런 은사가 못 받았다고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습니다. 내가 어떤 은사를 갖지 못한 것은 성령님이 주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성령님은 왜 나에게 그 은사를 주시지 않을까요? 그 은사가 나에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방언을 하지 못합니다. 성령님은 저에게 방언하는 은사를 주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이 말하기를 제가 방언의 은사를 못 받은 이유는 제가 방언을 사모하지 않아서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저를 잘 모르는 소리입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기도를 오래 하고 싶어서 기도원에 다니면서 방언을 하게 해 달라고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기도원 원장님이 시키는 대로 연습도 많이 해봤습니다. 그런데 성령님이 안 주셨습니다. 옆 사람들이 방언을 할 때는 저는 안 되었습니다. 그 후에 신학대학에 다닐 때도 금식도 자주 하고 방언을 위해서 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안 주셨습니다. 목사가 된 후에도 간절히 기도해봤습니다. 여전히 안 주십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방언 은사를 달라고 기도하지 않습니다. 성령님의 뜻을 알기 때문입니다.
방언 은사를 주지 않으신 성령님께서 저에게는 말씀을 깨닫는 은사와 설교와 강의를 하는 은사를 주셨습니다. 어떤 목사님은 실력은 좋은데 설명을 못하는 것을 봅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이해한 것은 남에게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성령님이 저에게 주신 은사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방언을 못 한다고 기죽을 필요도 없고 강의를 잘 한다고 교만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감사할 뿐입니다.
여러분에게 어떤 은사가 있다면 그것이 필요해서 성령님이 주신 것이고, 어떤 은사를 주시지 않았다면 그 은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떤 은사를 주실 때는 틀림없이 그 은사를 가지고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은사를 받은 사람은 자랑할 것이 아니라 맡은 일을 감당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네게 있는 것 중에 받지 아니한 것이 무엇이냐? 네가 받았은즉 어찌하여 받지 아니한 것 같이 자랑하느냐”(고전 4:7).
은사는 성령님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셨기에 필요하지 않을 때 다시 가져가실 수도 있습니다. 만일 우리 예배당에 전기가 나가서 양초를 나눠준다고 생각해 봅시다. 양초는 꼭 사람마다 다 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얼굴만 보일 정도로 띄엄띄엄 몇 사람에게만 주면 됩니다. 양초를 받는 사람들은 넘어지지 않게 잘 받고 있어야 하고 옆 사람에게도 잘 비추어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전기불이 들어오면 필요 없는 양초를 도로 걷어가겠죠. 은사도 그렇습니다. 은사는 우리 가운데 필요한 만큼 성령님의 뜻대로 주시는 것이고 필요가 없으면 거두어 가는 것입니다. 은사란 한번 받으면 죽을 때까지 자기 소유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옛날에 우리나라에 병 고치는 신비한 은사를 받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분들은 아주 유명한 분들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걸로 교만하고 타락하여 돈을 밝혔습니다. 그러다 그 은사가 사라진 후에도 그런 능력이 있는 것처럼 속이다가 비참하게 끝났습니다. 그런 사람은 차라리 은사를 받지 못한 것이 나았을 것입니다.
2. 은사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두 번째로는 은사의 종류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성령님이 주시는 은사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은사의 종류에 대해서는 고린도전서 뿐 아니라 로마서와 에베소서, 베드로전서에서도 말했습니다. 이 각각의 본문에서 뭐라고 하는지 보겠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지혜의 말씀을 어떤 사람에게는 같은 성령을 따라 지식의 말씀을 다른 사람에게는 같은 성령으로 믿음을 어떤 사람에게는 한 성령으로 병 고치는 은사를 어떤 사람에게는 능력 행함을 어떤 사람에게는 예언함을 어떤 사람에게는 영들 분별함을 다른 사람에게는 각종 방언 말함을 어떤 사람에게는 방언들 통역함을 주시나니”(고전 12:8~10)
“하나님이 교회 중에 몇을 세우셨으니 첫째는 사도요 둘째는 선지자요 셋째는 교사요 그 다음은 능력을 행하는 자요 그 다음은 병 고치는 은사와 서로 돕는 것과 다스리는 것과 각종 방언을 말하는 것이라 다 사도이겠느냐 다 선지자이겠느냐 다 교사이겠느냐 다 능력을 행하는 자이겠느냐”(고전 12:28~29).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받은 은사가 각각 다르니 혹 예언이면 믿음의 분수대로 혹 섬기는 일이면 섬기는 일로 혹 가르치는 자면 가르치는 일로 혹 위로하는 자면 위로하는 일로 구제하는 자는 성실함으로 다스리는 자는 부지런함으로 긍휼을 베푸는 자는 즐거움으로 할 것이니라”(롬 12:6~8).
“그가 어떤 사람은 사도로 어떤 사람은 선지자로 어떤 사람은 복음 전하는 자로 어떤 사람은 목사와 교사로 삼으셨으니” (엡 4:11).
이 본문을 종합하면 은사는 종류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은사의 종류에 대해 어떤 사람은 은사의 범위를 3가지로 나누고 어떤 사람은 17가지, 어떤 사람은 23가지라고 합니다. 이 중에 어떤 것이 맞을까요? 정답은요, 성경이 제시한 은사의 종류는 목록이 아니라 예시적인 나열이라는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 집에는 책도 있고 옷도 있고 그릇도 있고 TV도 있고 냉장고 있고 화분도 있다고 말하면 우리 집에 있는 물건의 종류가 6가지인가요? 제가 다음 주에 우리 집에는 아령도 있고 신발도 있고 컴퓨터도 있고 청소기도 있다고 하면 제가 거짓말 한 것인가요? 아니면 우리 집에 있는 물건이 총 10가지인가요? 아닙니다. 그냥 우리 집에 있는 물건을 다 말한 것이 아니라 생각나는 대로 나열한 것입니다.
성령님이 교회를 세우라고 주신 은사는 성경에서 나열한 23가지 외에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전서 4장 10절에는 “각각 은사를 받은 대로 하나님의 여러 가지 은혜를 맡은 선한 청지기 같이 서로 봉사하라“고 하십니다. 성경에는 피아노 잘 치는 은사, 종이 접기 잘하는 은사, 파워포인트 잘 만드는 은사에 관한 이야기는 없지만 그런 것도 은사입니다. 그 모든 은사를 잘 사용하여 교회를 세우는데 유익하게 섬길 수 있습니다.
3. 은사는 이렇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여러분이 어떤 은사를 받았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은사를 확인하는 설문지 같은 것도 있고 은사 개발원이라는 곳도 있었지만 은사는 누군가가 도매상에서 떼어다가 나눠주는 것이 아닙니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에게 기웃거릴 필요 없이 은사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자기가 자신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어떤 일에 관심이 가는 것은 자기의 은사입니다. 내가 교회를 생각할 때나 어떤 사람을 생각할 때 자꾸 마음이 쓰이는 일이 있습니다. 남들은 무관심하게 지나치는데 나는 신경이 쓰이고 그 사람이 자꾸 생각납니다. 교회가 하는 어떤 일을 볼 때 나 같으면 이렇게 하겠다, 이렇게 하면 더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일을 해 보면 그게 잘 되기도 하고 그런 일을 할 때 마음이 편안하기도 합니다. 되돌아보면 그런 일을 했을 때 열매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관심이 생기고 또 그 일을 잘 하다 보니 그런 일을 할 기회가 더 생기고 아무래도 그런 경험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간추려 말하면 마음 가는 것이 은사입니다. 잘 하는 것이 은사입니다. 많이 해 본 것이 은사입니다.
자신에게 은사가 있을 때는 목사에게 동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 됩니다. 식사 준비를 하거나, 전도를 하거나, 찬양을 하거나, 예배당을 꾸미거나, 봉사활동을 하거나, 교회 일에는 언제나 헌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둘째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증언으로 나의 은사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집사님만 만나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져요. 집사님과 이야기하고 나면 당장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용기가 생겨요.” 그런 말을 종종 듣는다면 여러분에게 상담의 은사가 있는 것입니다. 은사의 목적은 다른 사람의 유익과 교회 공동체를 세우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므로 나 때문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일을 또 해 보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내가 그 방면에 베테랑이 되는 거죠. 필요하다면 상담학 공부를 해서 전문가가 되면 좋습니다.
이것은 꼭 상담 은사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닙니다. 요리도 은사이고 찬양 인도도 은사이고 율동도 은사입니다. 은사는 내가 원하는 대로 받는 것은 아니지만 성령님이 주신 관심과 장점을 개발하여 더 큰 은사로 만들어갈 수는 있습니다. 아니 은사를 스스로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성도의 사명입니다.
셋째는 교회의 영적 지도자들의 지도를 받아 어떤 사역에 헌신하면서 은사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목사가 성도를 살피면서 “당신은 이런 쪽에 은사가 있는 것 같으니 이것을 해 보지 않겠느냐?” 하고 권면을 하게 됩니다. 그럴 때 목사의 영적인 안목을 믿고 순종하는 것이 자신의 은사를 확인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목사가 영성과 경험으로 잘 인도해 주지만 목사도 사람인지라 성도를 잘못 진단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목사를 한 교회의 지도자로 세우신 것이 하나님이시기에 자기 종이 실수하면 주인님께서 책임져 주십니다. 그래서 목사에게 순종하느라 좀 고생을 하면 그 덕분에 새로운 은사가 개발될 수도 있습니다.
제 후배 가 목사님의 이야기입니다. 이 분은 전도사 때부터 청년부를 담당했는데 어느 날 담임목사님이 유년부를 맡겼습니다. 그래서 경험이 없는 어린이 사역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가 목사가 저에게 하는 말이, “목사님, 저에게 어린이 사역의 은사가 있더라구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교회에서 때로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데 적임자가 없어서 그 일을 맡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 기왕 맡았으니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성심교회에 부목사로 부임했을 때 교회 안에 장례가 났습니다. 저는 담임목사님의 지시를 받고, 한 번도 장례식을 집례해본 적이 없지만 그 전에 지켜 본 경험을 되살려 열심히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저의 장례식 진행과 설교에 유가족과 성도들이 은혜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 후에도 계속해서 장례식을 맡았습니다. 저의 관심은 젊은이들에게 있었지만 제게 노인 사역과 장례식이 맡겨졌을 때 그 일을 열심히 했더니 어느새 장례식 예배를 인도하는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고 경험도 없고 소질이 없는데 목사가 부탁해서 순종하다가 그 일에 소질이 있음을 발견하고 기쁨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목사를 신뢰하고 순종함으로 은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은사는 성령님의 원하시는 뜻대로 주시는 것이며 그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 그 은사를 발견하는 것은 관심이 있는 일을 섬기면서 확인하고 하나님이 기회를 주실 때 열심히 섬기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성령강림주일을 앞두고 성령 충만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령 충만이란 맹목적으로 뜨거운 것이 아니라 맡은 일에 충성을 다하는 열정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올해 초에 여러분 가운데 각 사역팀장을 세웠습니다. 물론 지금은 Covid-19 사태로 상황이 나쁘지만 각자의 은사를 최대한 확인하고 개발하여 교회를 세우는 데 유익하고 복되게 쓰임 받는 여러분이 되시기 바랍니다. 또 성령님께서 더욱 풍성한 은사를 주시도록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