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글에 '까마귀가 해변 상공을 날다가 수면에 떠 있는 이놈을 발견하면 쏜살같이 몸을 내리꽂는다. 죽은 체하고 있던 이 녀석은 잽싸게 팔들을 내뻗어 까마귀를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잡아먹는다.'는 오징어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옛사람들은 이 능청스러운 사냥꾼을 오적어(烏賊魚)라 불렀다.
오늘에는 오징어란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까마귀 천적이란 뜻이다.
오징어는 분류학상으로 두족강(綱) 갑오징어목(目)과 살오징어목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하지만 오징어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다. 특정 종을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북한의 오징어는 우리와 전혀 다른 동물이다.
살오징어와 매오징어는 낙지라고 하기 때문이다.
갑오징엇과(科)의 갑오징어류와 참오징어만 오징어라 한다.
그리고 낙지와 문어는 문어라고 한다.
같은 한글을 사용하는데 이름이 달라 헷갈린다.
중국에서는 오징어를 유위(魷魚)·우쩨이(烏賊)·모더우위(墨斗魚)라 하고,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이카(イカ)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예전에 흔히 사용하던 스루메(スルメ)는 오징어포(脯)의 일본말이다.
오징어의 생태는 특이한 데가 있다.
몸속 물을 내뿜는 제트(jet)추진력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드넓은 바닷속을 전후좌우 자유자재로 쏘다닌다.
천적의 후각을 마비시키는 먹물과 강력한 제트엔진을 갖췄음에도 그들이 사람 손에 잡히는 건 순전히 ‘목구멍’ 때문이다.
먹잇감을 쫓아다니다 어공들의 멍텅구리 낚싯바늘에 걸려 올라오는 것이다.
오징어잡이 배의 어화(漁火)에 속아 몰려든 게 아니라, 양성 주광성인 먹잇감을 쫓아다니다 채낚이에 걸리는 것이다.
중국 어선들이 세계 각지의 공해(公海)에까지 진출해 오징어를 싹쓸이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전통적인 오징어 채낚이 방식으로 잡는 게 아니라 그물을 사용한단다.
그 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
어선 대형화와 연료유 보조금을 지원하는가 하면 위성을 동원해 오징어 떼의 이동 정보까지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 여파로 우리나라 오징어 어획량이 2003년보다 48%나 줄었다고 한다.
오징어 값이 40% 이상 치솟아 한동안 ‘금징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사드(THAAD)와 북한 비핵화 같은 국방·안보에만 중국이 실력을 행사하는 줄 알았더니, 오징어잡이에까지 해양 대국의 완력을 휘두르고 있다.
오징어와는 다른 한치낚시를 공부하다 오징어에 대한 공부도 겸하게 되었다.
비싼 선료를 지불하고 밤새도록 배위에서 하는 선상낚시가 주 목적이라 이왕이면 만쿨하는 대박조황으로 피로를 풀고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