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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레이션: (초원 동영상), 흑해 북쪽에서 유라시아 대륙 중심부를 가로질러 만리장성 북방까지 5000킬로미터를 초원길이라고 한다. 몽골제국은 이 초원길을 통해 유럽 원정을 했고 돌궐과 흉노도 이 길로 유럽까지 갔다. 그리고 이 길을 통해 우리나라에 청동검이 들어온다. 양날이 살아있는 날카로운 물건, 돌과 철 사이의 시간을 건너 검이 온다. (고원 동영상), 시기, 질투, 탐욕, 분노, 검 때문에 알게 된 진짜 인간의 모습, 이것은 수천년 전에 걸쳐 초원 길을 통과한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성경에 구리산이라 추정되는 곳, (팀나 국립공원/이스라엘), 이스라엘 민족을 약속의 땅에 데려가면서 모세는 그곳이 산에서 구리를 캘 수 있는 땅이라고 말했다. 네가 먹을 것에 모자람이 없고 네게 아무 부족함이 없는 땅이며 그 땅의 돌은 철이요 산에서는 동을 캘 것이라 (신명기 8장 9절), 여기가 약속의 땅이다. (돌산 동영상), 지각변동과 풍화 작용이 만든 기이한 바위산, 거의 1만개가 되는 구멍이 뚫려 있다. 50년 전만 해도 이곳에 현대식 구리 공장이 있었다. 구리를 함유한 녹색의 돌, 처음엔 노천에서 그냥 줍기만 해도 됐다. 나중에 땅을 파고 내려간다.
에레즈 요세프 교수/텔아비브대학교 고고학과: 이곳은 지하터널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곳이죠. 부식된 돌의 흔적으로 보아 이 터널은 15만년 전에서 7천년 전 사이에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이 좁은 터널에서 고대 사람들은 구리 원석을 찾아 헤맸을 겁니다. 초록색 광물이죠. 수백 미터의 좁은 터널을 뚫었고 최대 45미터에 달하는 굉장히 깊은 수직 통로들도 건설했죠. 광산에서 일하는 것은 일종의 벌이었습니다. (채굴 동영상),
내레이션: 물은 귀하고 산소도 희박하다. 주로 전쟁 노예들, 많이 죽어 나갔다. 최초의 금속을 얻는 일은 인간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끔찍한 노동이었다. 지반 침식으로 내부가 드러난 수직 터널, 광부들은 벽면에 만든 디딤판을 딛고 밧줄 없이 이동했다.
에레즈: 그들은 이 일을 온종일 했습니다. 저는 한 번 했을 뿐인데 벌써 피곤하네요. 고대인들은 이렇게 오르내리는 것을 하루에 몇 시간씩 했을 텐데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또 다른 것은 이 모든 과정을 통제, 감독할 관리자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광업은 사람들에게 노동을 강요할 수 있는 강력한 단체나 국가가 필요했습니다. 노동력을 강제로 동원할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당시에 구리는 굉장히 귀하고 비쌌기 때문이죠
내레이션: 인류가 최초로 발견한 금속, (구리 Ca), 반나절 넘게 일해도 겨우 50그램 정도를 얻을 수 있었다. (말라카이트-구리 광석이 돌로 산화되어 형성된 것), 처음엔 그냥 다른 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을 만나면 달라졌다. 섭씨 1100도까지 올리면 돌에서 구리가 녹아 나온다.
제에빅 고틀리에/제18회 세계 대장장이 챔피언십 우승자: 불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생명과 힘으로 가득하죠. 불을 올바른 방법으로 이용한다면 원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내레이션: 구리는 눈으로 온도를 확인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금속이다.
제에빅: 구리는 부드럽지만 열을 가했을 때 붉게 색이 변하는 것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망치로 구리가 적당히 부드러워졌는지 직접 확인해야 하죠. 만약 제가 금속의 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반응하면 이미 너무 늦어서 구리가 모두 타버릴 겁니다.
내레이션: 7000년 前 이 구리조각을 소중하게 간직한 여인이 있었다. 땅에서 주운 것이 아니라 인간이 제련한 것, 귀한 신분의 사람들이 이제 막 특이한 물건을 갖기 시작할 때다. 이 여인은 심지어 죽는 순간에도 구리 송곳을 지니고 있었다. (유골 동영상), 이 송곳이 인류 역사상 거의 최초의 구리제품이다. 타조알 껍데기 비지가 1600개 넘는 벨트를 찼다. 이 여인은 왜 구리 송곳을 쥐고 죽었을까. (텔 차프/이스라엘),
대니 로젠버그 교수/하이파대학교 고고학과: 그건 매우 특별한 것입니다. 이때까지 이스라엘 땅에서 그런 것은 발견된 적이 없었어요. 우리가 계속 무덤을 파냈을 때 거기서 구리로 만든 핀이 나왔는데 그 핀은 이 지역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금속 유물입니다. 매우 흥분되는 일이었죠.
내레이션: 유골은 30톤 짜리 곡식창고를 가지고 있는 부잣집에서 나왔다. 온 식구가 20년은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이 있는 집, 그녀는 곡식 창고 바닥에 누워 있었다.
대니: 여기 이 상자 안에 가장 오래된 유물이 있습니다. 대략 7천2백 년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구리 연마기술은 매우 고차원적인 기술입니다. 많은 원료와 광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아주 중요하고 특별한 기술입니다.
내레이션: 핀 혹은 구리 송곳, 260만 년이나 지속된 석기시대가 끝나가는 증거다.
여세프 가핑클 교수/히브리대학교 고고학과: 자동차는 무엇으로 만드나요? 금속입니다. 그럼 요리를 할 냄비는 무엇으로 만드나요? 역시 금속입니다. 어떻게 금속 제조를 시작하게 됐죠? 구리가 그 첫 번째 제조였고 그것으로 인류가 구리도구 쓰는 법을 배우게 됐습니다. (이스라엘 박물관/이스라엘),
내레이션: 구리 송곳이 나오고 약1000년 후 돌과 구리가 같이 쓰이던 시대의 제품들이다. (그가 놋으로 물두멍을 만들고 그 받침도 놋으로 하였으니 곧 회막 문에서 수종드는 여인들의 거울로 만들었더라-출애굽기 38장 8절),
내레이션: 사치품이던 구리가 생활로 들어온다. 마치 플라스틱처럼 식기와 토기를 대치한다. 금속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예루살렘), 인류에게 사랑을 가르쳤던 이 도시에서 전쟁과 파괴의 상징인 금속이 걸음마를 뗐다. 자신의 죄를 끝없이 고하면서 다시 죄를 짓는 존재, 금속은 그 인간의 역사에 박차를 가한다. (사람이 은이나 놋이나 쇠나 납이나 주석이나 모아서 풀무 불 속에 넣고 불을 불어 녹이는 것 같이 내가 노여움과 분으로 너희를 모아 거기에 가두고 녹이리라-에스겔 22장 20절), 구리가 있다고 청동기 시대는 아니다. 대장장이들이 자연산 구리보다 우수한 합금을 만들어야 청동기다. 가장 빠른 청동기는 이곳에서 좀 먼 곳에서 시작된다. 금속의 역사를 쫓다 보면 의외로 빨리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코카서스에 도착한다. 어마어마한 산간지역,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조지아를 코카서스라는 거대한 산맥이 둘둘 감싸고 있다. 초원 길은 여기서 시작한다. 유라시아 대륙 중심부를 가로질러 만리장성 북부까지 5000킬로미터, 초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도시가 하나 있다. (마이코프/러시아 아디게야 자치공화국), 인구 15만이 채 안 되는 아디게야 공화국의 수도, 옛 날엔 상당히 중요한 도시였다. 시 외곽으로 그것을 증명하는 기념비, 초원의 권력자가 나타났다. 마이코프 왕조의 고분 중 하나를 찾아가는 길이다. 1979년 처음 발굴했을 때와 길이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로브파체 가지조비치/아디게야 자치공화국 인문학연구소: 길이 안 좋네요.
주민: 그래도 아름다움은 아주 말할 수 없네요.
내레이션: 기원전 3700년 전에서 3400년 사이 코카서스 산 속으로 어디쯤 헤집고 들어간다. 초원을 탐낸 적들이 숱하게 밀고 들어왔던 곳, 권력자는 어떻게 이 초원을 지켜냈을까. 사실 초기 청동기 시대 상당히 빠르며 우수한 문명은 여기 마아코프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 딱히 문자가 없는 초원에서 무덤은 진실을 말해주는 유일한 기록이다.
로보파체: 31호 고분에서 동검 하나가 발굴됐어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검이죠.
주민: 그 동안 나무가 이렇게 자랐네요.
로브파체: 여기가 31호 고분 자리예요. 여기입니다. 31호 고분이 있던 곳이죠. 저기가 무덤 자리예요. (클레이디 쿠르칸 31호),
내레이션: 사람과 함께 묻힌 검, 보통 무덤 속 물건들은 주인의 일생을 대변한다.
로브파체: 보존하려고 무덤을 덮어 뒀어요. 모든 걸 파손하지 않고 보존하려고요. 왜냐하면 땅이 가장 보존을 잘 하거든요. 안 그러면 무덤이 계속 와해 돼죠. 사람이 파괴할 수도 있고요.
내레이션: 둘레 200미터 높이 10미터 당시에 이 정도 규모의 무덤을 지을 수 있는 권력자, 그의 동검은 어떤 모습일까. (예르미타니 박물관/러시아),
내레이션: 기대 와는 다른 금속 덩어리, (노보스보보드나야 검/세계최초의 동검), 주인이 살았을 적에 날카로움은 이미 무디어졌다. 구부러져 웅크리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알렉세이 레제프킨/노보스보보드나야 검 발굴자: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법에 따라 이 동검의 제작 시기를 추정해 보면 BC4천~2천 년대 사용한 검으로 가장 이른 시기의 동검이라 할 수 있다. 검이 구부러진 이유에 대해 5천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우리는 추측만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주인이 죽을 때 그 주인에게 가장 소중한 것도 죽었다는 겁니다. 검도 마찬가지죠.
내레이션: 63센치미터, 이 길이가 초원을 탐내는 적들과의 거리를 만들어주었다. 싸움의 역사가 있다. 처음 무기는 손, 손톱, 이빨, 다음엔 손의 연장인 돌과 나뭇가지가 쓰였다. 불을 발견하자마자 불도 무기가 된다. 금속이 생긴다. 이젠 단순히 싸움이 아니다. 대량 살상전쟁이다. 검의 등장으로 이전시대보다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구리 송곳을 만들던 시대에 비하면 이 시대의 구리 제품은 훨씬 다양하다. 뭔가 섞였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대전광역시),
이경석 박사/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분석화학표준센터: 네, 이 비소입니다. 이건 비상이라 불리는 독극물입니다. 사약의 재료로도 사용되었고 온갖 독성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건데 비소의 산화물 형태입니다. (비소 As),
내레이션: 비소, 자연상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거무스름한 금속, (삼산화비소(비상)-비소가 산소와 반응하여 생성되는 산화물), 비상은 0.06그램만으로도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다.
이경석: 비소가 기화되는 온도가 낮습니다. 섭씨 615도 정도 밖에 되지 않아요. 비소를 가열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금속형태를 띠고 있던 비소가 증기가 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높지 않은 온도에서 증기가 되고 그 증기를 사람이 흡입하게 되면 굉장히 문제가 되죠.
내레이션: 장인들은 묘한 마늘 냄새를 맡으면 심지어 죽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소중한 정보도 얻는다. 구리를 다루다 보면 한 가지 아쉬움이 생긴다. 구리를 녹이려면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섭씨 약1200도로 유지해야 한다. 어떤 모습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는 신의 물질, 대신 구리는 강도가 약하다. 그런데 비소가 2.8% 들어가면 단단해졌다. 장인들은 비소를 대신할 뭔가를 찾기 시작한다. 수 없는 실패 죽음 결국 이 부질없어 보이는 도전은 다섯 번 째로 발견된 금속 때문에 끝을 본다. 그 금속산지는 오랫 동안 비밀이었다. 우리가 주석을 가지고 오는 주석 섬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 우리가 아는 건 주석과 호박이 가장 먼 곳에서 온다는 것 뿐이다-헤로도토스 역사- 해발 3000미터의 최초의 주석광산 중 하나가 있다.
압둘라우프 다히모비치/아흐마드 학술연구소: 예전에 비단길이 있었잖아요. 그 전에는 주석길이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주석이 금보다 비싸게 취급되었죠. 왜냐하면 당시에는 구리만 사용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아주 똑똑해서 구리에 주석을 섞는 합금 방법을 찾아냈어요. 그리고 어떻게 된 줄 알아요? 더 단단하고 견고하게 되었죠.
내레이션: 옛날 장인이나 광산개발자들도 이런 루트로 주석을 찾으러 왔다. 주석은 초원의 광산업자들 상인들에겐 더 없이 매력적인 상품, 산지를 비밀에 부치며 값을 올렸던 투기상품이기도 하다. 주석의 가치는 같은 무게 은의 10배다. 고대도시 마리의 궁정기록-
내레이션: 인간의 욕망, 탐욕 그리고 모험심이 줄지어 주석의 뒤를 쫓는다.
압둘라우프: 청동이 발견된 첫 증거는 연소를 통해 나타났습니다. 한 광산에 불이 났는데 불이 다 타고 남은 잔해를 보니 뭔가 희고 노란 다른 것들과 구별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이게 뭘까 하고 자세히 보니 이것이 돌보다 더 단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주석 Sn),
내레이션: 주석은 매장량이 적다. 경도가 낮아 납과 비슷할 정도로 무르다. 그런데 구리와 만나면 달라진다. 녹는점 231.93도 (주석), 순동은 1085도 (구리)에서 끓기 시작하는데 주석을 20% 섞으면 890도 (주석+구리), 더 낮은 온도에서 끓기 시작하고 응고될 때까지 시간도 길어져서 유동성이 좋아진다. 주석의 양에 따라 색과 강도가 달라진다. 청동하면 떠오르는 황색은 주석이 14~20% 섞였을 때 나타난다. 주석이 25%를 넘기면 백동이 되어 거울로도 쓸 수 있다. 종에서 주석의 비율은 솥을 만들 때와 비슷하다. 그리고 주석을 17~18% 섞을 때 최고의 강도를 갖는 청동이 만들어진다. 당시 장인들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 합금의 비밀을 눈치 채고 주석 찾기 경쟁에 돌입한다. (동굴 동영상), 동굴 안쪽에 한 5~6 미터 깊이 2년 전만 해도 여기서 주석을 캤다. 서유럽보다 1000년 정도 빨랐던 것은 이런 주석 광산덕분일 것이다. 다른 시기 다른 장소 문명 여기 저기에서 청동의 시대가 열린다. 주석의 주요 수입국, 청동기 시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국가다. (아부심벨 신전/이집트), 그때 람세스 3세는 무수한 전쟁을 치르는 중에 서둘러 대신전을 지었다. 아킬레스는 자신의 돈으로 주문한 청동검을 가지고 아가멤논이 이끄는 트로이 전쟁에 나갔다. 남성, 힘의 시대가 시작된다. 늘 전쟁터로 나가는 전사들, 그들 손엔 청동검이 들려 있었다. 이것 때문에 우리는 인간이 겨우 피와 살 뼈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 검이 초원을 질주하기 시작한다. 순구리에서 청동이 되기까지 4000년, 청동검은 다시 긴 여행을 떠난다. 구리와 주석이 합금돼고 1000년에서 1500년이 흐른다. 청동검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 (노보시비르스크/러시아), (러시아과학원 고고학연구소), 초원에서 발견된 최초의 청동검이 여기에 있다. 주석이 3~10% 들어간 최고급품, (크로토보 문화동검/BC 20세기 전후), 동아시아의 모든 검은 여기에서 갈라졌다. (타가르 문화동검/BC 8~3세기), (파지릭 문화동검/BC 8~3세기), 초원에서 이 검을 쥔 자는 누구였을까. 초원의 전사들, 곡물을 얻기 위해 주변 농경민들을 약탈했던 이들은 늘 싸웠다.
알렉산드르 솔로비요프/러시아 과학원 고고학연구소: 단검의 발명 이후 최정예의 군사계급 뿐만 아니라 다른 전사계급도 생깁니다. 적에게 접근해서 아주 짧고 날카로운 방식으로 타격합니다. 일정한 군사조직이 생겼다는 걸 뜻하죠. 그리고 특별한 준비와 교육도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레이션: 한 번 말을 타면 멈추지 않는, (미이라 동영상), 초원의 전사, 그들은 초원의 각박한 삶을 검으로 극복한다. 초원지대에서 나온 남성 미이라, 주인의 한 생애를 기록하듯 문신이 새겨져 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용맹하고 사나운 동물들,
다리야 이바노바/타투이스트: 문신의 본질은 자신의 내면 세계를 표현하는 것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자신의 삶이 무엇과 연관되어 있는지 문신으로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해요. 직업, 가족 또는 자신의 동영상 등을 보여주는 거죠. 성격을 보여주고요. 많은 사람들은 고양이의 탄력, 동물의 무늬 등과 함께 자신과 동물을 연관시키고 싶어합니다. 동물세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거죠.
내레이션: 기록이 없는 초원에서 문신은 기록이다. 내가 속한 부족, 나의 계급, 문신은 사람의 생애를 그림으로 표현한 이력서다. 계급이 높을수록 문신이 많았다. 청동검도 마찬가지 신분을 나타냈다. 극심한 더위와 추위를 넘나들며 짧은 세계를 살아갈 운명, 초원에서 태어난 남자들은 전사의 운명을 타고 난다. 싸움이 유리할 때는 나아가고 불리할 때는 후퇴하였는데 도주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았다. 오로지 이익을 위해서 일을 꾸밀 뿐 예외는 고려하지 않았다-사기 흉노 열전- 초원에는 외부인이 쓴 일방적인 기록만 남아있다. 그 나마도 2천년이나 지난 기록이다. 진실을 알기 위해선 직접 초원을 건너야 한다. 초원의 삶은 늘 옮겨 다녀서 기념비도 궁전도 신전도 남기지 않았다. 물과 풀을 따라 옮겨 살았기 때문에 성곽이나 일정한 주거지도 없고 농사마저 짓지 않았으나 각자의 세력 범위만은 경계가 분명하였다. 글이나 서적이 없었으므로 말로써 약속하였다-사기 흉노 열전- 초원을 가다 보면 의문이 생긴다. 초원 전사들에게 누가 청동검을 가져다 주었을까. 초원을 통과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 이곳에 뜻밖의 답이 묻혀 있다.
알렉산드르 솔로비요프/러시아과학원 고고학연구소: 타르타스 강이에요. 찾을 수 있겠죠? 여기는 옴강이에요. (가장 높은 지형에) 소프카 2유적지가 있어요. 여기 두 개의 큰 고분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청동 제품들을 발견했죠.
내레이션: 타르타스 강과 옴강 사이에 큰 도시가 있었다. (소프카 2유적지/러시아), 무덤만 350기가 나왔다. 그 중에 한 무덤이 아주 독특했다. 생활의 흔적인 토기 같은게 없는 무덤, 주인은 누구인가? (유골 동영상),
알렉산드르: 그 사람은 누워있었고, 다리는 위로 구부리고 있었습니다. 다른 많은 무덤과는 달랐죠. 그는 청동기 장인이자 동시에 전사였습니다. 이 사람들은 종족 구성원이었거나 아니면 멀리서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내레이션: 멀리 코카서스부터 수천년 동안 초원을 달려온 사람들, 이들이 초원을 돌에서 청동기로 바꿨다. 그들은 소수의 장인들로 이루어진 무리들, 평생 거푸집을 들고 다녔다. (소프카 2유적에서 출토된 거푸집), 토기가 나오지 않은 그 무덤에서 거푸집이 쏟아져 나왔다. 광물학 금속학 야금술 최첨단 과학기술의 산물, 거푸집은 장인의 1급비밀이다. 이들은 죽음이 왔을 때 자신의 비밀도 땅에 묻었다. 평생 불을 다루며 인간의 유약한 마음을 당달한 금속으로 표현해 낸 사람들, 솜씨 좋은 일류 장인들은 늘 수요를 따라 옮겨 다녔다. 아름다움에 대한 수요, 그들은 계속 동쪽으로 말을 달린다. 동쪽 땅 끝으머리에서 활을 아주 잘 쏘며 희귀하고 아름다운 청동검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돌과 철 사이의 시간, 저기 검이 간다. 끝. (EBS 다큐프라임 1505회 불의 검 제1부 청동의 시대 에서 정리).
① 흑해 북쪽에서 유라시아 대륙 중심부를 가로질러 만리장성 북방까지 5000킬로미터를 초원길이라고 한다. 몽골제국은 이 초원길을 통해 유럽 원정을 했고 돌궐과 흉노도 이 길로 유럽까지 갔다. 그리고 이 길을 통해 우리나라에 청동검이 들어온다. 양날이 살아있는 날카로운 물건, 돌과 철 사이의 시간을 건너 검이 온다. 시기, 질투, 탐욕, 분노, 검 때문에 알게 된 진짜 인간의 모습, 이것은 수천년 전에 걸쳐 초원 길을 통과한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성경에 구리山이라 추정되는 곳, 이스라엘 민족을 약속의 땅에 데려가면서 모세는 그곳이 산에서 구리를 캘 수 있는 땅이라고 말했다. 네가 먹을 것에 모자람이 없고 네게 아무 부족함이 없는 땅이며 그 땅의 돌은 철이요 산에서는 동을 캘 것이라 (신명기 8장 9절), 여기가 약속의 땅이다. 지각변동과 풍화 작용이 만든 기이한 바위산, 거의 1만개가 되는 구멍이 뚫려 있다. 50년 전만 해도 이곳에 현대식 구리 공장이 있었다. 구리를 함유한 녹색의 돌, 처음엔 노천에서 그냥 줍기만 해도 됐다. 나중에 땅을 파고 내려ㄱ갔다.
② 이곳은 지하터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곳이다. 부식된 돌의 흔적으로 보아 이 터널은 15만년 전에서 7천년 前 사이에 만들어진 것 같다. 이 좁은 터널에서 고대 사람들은 구리 원석을 찾아 헤맸다. 초록색 광물이다. 수백 미터의 좁은 터널을 뚫었고 최대 45미터에 달하는 굉장히 깊은 수직 통로들도 건설했다. 광산에서 일하는 것은 일종의 벌이었다. 물은 귀하고 산소도 희박하다. 주로 전쟁 노예들이, 많이 죽어 나갔다. 최초의 금속을 얻는 일은 인간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끔찍한 노동이었다. 지반 침식으로 내부가 드러난 수직 터널, 광부들은 벽면에 만든 디딤판을 딛고 밧줄 없이 이동했다. 그들은 이 일을 온종일 했다. 한 번 했을 뿐인데 벌써 피곤하다. 고대인들은 이렇게 오르내리는 것을 하루에 몇 시간씩 했을 텐데 쉽지 않았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또 다른 것은 이 모든 과정을 통제, 감독할 관리자가 필요했다. 광업은 사람들에게 노동을 강요할 수 있는 강력한 단체나 국가가 필요했다. 노동력을 강제로 동원할 가치는 충분했다. 당시에 구리는 굉장히 귀하고 비쌌기 때문이다
③ 인류가 최초로 발견한 금속구리(Ca), 반나절 넘게 일해도 겨우 50그램 정도를 얻었다. 처음엔 그냥 다른 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을 만나면 달라졌다. 섭씨 1100도까지 올리면 돌에서 구리가 녹아 나온다. 불은 정말 아름답다. 생명과 힘으로 가득하다. 불을 올바른 방법으로 이용한다면 원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구리는 눈으로 온도를 확인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금속이다. 구리는 부드럽지만 열을 가했을 때 붉게 색이 변하는 것을 보기가 어렵다. 따라서 망치로 구리가 적당히 부드러워졌는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 만약 금속의 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반응하면 이미 너무 늦어서 구리가 모두 타버린다. 7000년 前 이 구리조각을 소중하게 간직한 여인이 있었다. 땅에서 주운 것이 아니라 인간이 제련한 것, 귀한 신분의 사람들이 이제 막 특이한 물건을 갖기 시작할 때다. 이 여인은 심지어 죽는 순간에도 구리 송곳을 지니고 있었다. 이 송곳이 인류 역사상 거의 최초의 구리제품이다. 타조알 껍데기 비지가 1600개 넘는 벨트를 찼다. 이 여인은 왜 구리 송곳을 쥐고 죽었을까. 그건 매우 특별한 것이다. 이때까지 이스라엘 땅에서 그런 것은 발견된 적이 없었다. 우리가 계속 무덤을 파냈을 때 거기서 구리로 만든 핀이 나왔는데 그 핀은 이 지역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금속 유물이다. 매우 흥분되는 일이었다. 유골은 30톤 짜리 곡식창고를 가지고 있는 부잣집에서 나왔다. 온 식구가 20년은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이 있는 집, 그녀는 곡식 창고 바닥에 누워 있었다. 여기 이 상자 안에 가장 오래된 유물이 있다. 대략 7천2백 년 된 것으로 추정된다. 구리 연마기술은 매우 고차원적인 기술이다. 많은 원료와 광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아주 중요하고 특별한 기술이다. 핀 혹은 구리 송곳, 260만 년이나 지속된 석기시대가 끝나가는 증거다.
④ 자동차는 무엇으로 만드나. 금속이다. 그럼 요리를 할 냄비는 무엇으로 만드나. 역시 금속이다. 어떻게 금속 제조를 시작하게 됐나. 구리가 그 첫 번째 제조였고 그것으로 인류가 구리도구 쓰는 법을 배우게 됐다. 구리 송곳이 나오고 약1000년 후 돌과 구리가 같이 쓰이던 시대의 제품들이다. 그가 놋으로 물두멍을 만들고 그 받침도 놋으로 하였으니 곧 회막 문에서 수종드는 여인들의 거울로 만들었더라-출애굽기 38장 8절, 사치품이던 구리가 생활로 들어온다. 마치 플라스틱처럼 식기와 토기를 대치한다. 금속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인류에게 사랑을 가르쳤던 이 도시에서 전쟁과 파괴의 상징인 금속이 걸음마를 뗐다. 자신의 죄를 끝없이 고하면서 다시 죄를 짓는 존재, 금속은 그 인간의 역사에 박차를 가한다. 사람이 은이나 놋이나 쇠나 납이나 주석이나 모아서 풀무 불 속에 넣고 불을 불어 녹이는 것 같이 내가 노여움과 분으로 너희를 모아 거기에 가두고 녹이리라-에스겔 22장 20절, 구리가 있다고 청동기 시대는 아니다. 대장장이들이 자연산 구리보다 우수한 합금을 만들어야 청동기다. 가장 빠른 청동기는 이곳에서 좀 먼 곳에서 시작된다. 금속의 역사를 쫓다 보면 의외로 빨리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코카서스에 도착한다. 어마어마한 산간지역,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조지아를 코카서스라는 거대한 산맥이 둘둘 감싸고 있다. 초원 길은 여기서 시작한다. 유라시아 대륙 중심부를 가로질러 만리장성 북부까지 5000킬로미터, 초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도시가 하나 있다. 마이코프, 인구 15만이 채 안 되는 아디게야 공화국의 수도, 옛 날엔 상당히 중요한 도시였다. 시 외곽으로 그것을 증명하는 기념비, 초원의 권력자가 나타났다. 마이코프 왕조의 고분 중 하나를 찾아가는 길이다. 1979년 처음 발굴했을 때와 길이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⑤ 기원전 3700년 전에서 3400년 사이 코카서스 산 속으로 어디쯤 헤집고 들어간다. 초원을 탐낸 적들이 숱하게 밀고 들어왔던 곳, 권력자는 어떻게 이 초원을 지켜냈을까. 사실 초기 청동기 시대 상당히 빠르며 우수한 문명은 여기 마이코프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 딱히 문자가 없는 초원에서 무덤은 진실을 말해주는 유일한 기록이다. 31호 고분에서 동검 하나가 발굴됐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검이다. 그 동안 나무가 이렇게 자랐다. 여기가 31호 고분 자리다. 31호 고분이 있던 곳이다. 저기가 무덤 자리다. 사람과 함께 묻힌 검, 보통 무덤 속 물건들은 주인의 일생을 대변한다. 보존하려고 무덤을 덮어 뒀다. 모든 걸 파손하지 않고 보존하려고, 왜냐하면 땅이 가장 보존을 잘 한다. 안 그러면 무덤이 계속 와해 된다. 사람이 파괴할 수도 있다. 둘레 200미터 높이 10미터 당시에 이 정도 규모의 무덤을 지을 수 있는 권력자, 그의 동검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 와는 다른 금속 덩어리, 주인이 살았을 적에 날카로움은 이미 무디어졌다. 구부러져 웅크리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⑥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법에 따라 이 동검의 제작 시기를 추정해 보면 BC4천~2천 년대 사용한 검으로 가장 이른 시기의 동검이다. 검이 구부러진 이유에 대해 5천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우리는 추측만 할 수 있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주인이 죽을 때 그 주인에게 가장 소중한 것도 죽었다. 검도 마찬가지다. 63센치미터, 이 길이가 초원을 탐내는 적들과의 거리를 만들어주었다. 싸움의 역사가 있다. 처음 무기는 손, 손톱, 이빨, 다음엔 손의 연장인 돌과 나뭇가지가 쓰였다. 불을 발견하자마자 불도 무기가 된다. 금속이 생긴다. 이젠 단순히 싸움이 아니다. 대량 살상전쟁이다. 검의 등장으로 이전시대보다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구리 송곳을 만들던 시대에 비하면 이 시대의 구리 제품은 훨씬 다양하다. 뭔가 섞였다. 비소다. 이건 비상이라 불리는 독극물이다. 사약의 재료로도 사용되었고 온갖 독성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건데 비소의 산화물 형태다. 비소, 자연상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거무스름한 금속, 비상은 0.06그램만으로도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다. 비소가 기화되는 온도가 낮다. 섭씨 615도 정도 밖에 되지 않다. 비소를 가열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금속형태를 띠고 있던 비소가 증기가 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높지 않은 온도에서 증기가 되고 그 증기를 사람이 흡입하게 되면 굉장히 문제가 된다. 장인들은 묘한 마늘 냄새를 맡으면 심지어 죽기까지 했다.
⑦ 그렇지만 소중한 정보도 얻는다. 구리를 다루다 보면 한 가지 아쉬움이 생긴다. 구리를 녹이려면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섭씨 약1200도로 유지해야 한다. 어떤 모습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는 신의 물질, 대신 구리는 강도가 약하다. 그런데 비소가 2.8% 들어가면 단단해졌다. 장인들은 비소를 대신할 뭔가를 찾기 시작한다. 수 없는 실패 죽음 결국 이 부질없어 보이는 도전은 다섯 번 째로 발견된 금속 때문에 끝을 본다. 그 금속산지는 오랫 동안 비밀이었다. 우리가 주석을 가지고 오는 주석 섬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 우리가 아는 건 주석과 호박이 가장 먼 곳에서 온다는 것 뿐이다-헤로도토스 역사- 해발 3000미터의 최초의 주석광산 중 하나가 있다. 예전에 비단길이 있었다. 그 전에는 주석길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주석이 금보다 비싸게 취급되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구리만 사용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아주 똑똑해서 구리에 주석을 섞는 합금 방법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게 더 단단하고 견고하게 되었다.
⑧ 옛날 장인이나 광산개발자들도 이런 루트로 주석을 찾으러 왔다. 주석은 초원의 광산업자들 상인들에겐 더 없이 매력적인 상품, 산지를 비밀에 부치며 값을 올렸던 투기상품이다. 주석의 가치는 같은 무게 은의 10배다. 인간의 욕망, 탐욕 그리고 모험심이 줄지어 주석의 뒤를 쫓는다. 청동이 발견된 첫 증거는 연소를 통해 나타났다. 한 광산에 불이 났는데 불이 다 타고 남은 잔해를 보니 뭔가 희고 노란 다른 것들과 구별되는 것들이 있었다. 이게 뭘까 하고 자세히 보니 이것이 돌보다 더 단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주석 Sn), 주석은 매장량이 적다. 경도가 낮아 납과 비슷할 정도로 무르다. 그런데 구리와 만나면 달라진다. 녹는점 231.93도 (주석), 순동은 1085도 (구리)에서 끓기 시작하는데 주석을 20% 섞으면 890도 (주석+구리), 더 낮은 온도에서 끓기 시작하고 응고될 때까지 시간도 길어져서 유동성이 좋아진다. 주석의 양에 따라 색과 강도가 달라진다.
⑨ 청동하면 떠오르는 황색은 주석이 14~20% 섞였을 때 나타난다. 주석이 25%를 넘기면 백동이 되어 거울로도 쓸 수 있다. 종에서 주석의 비율은 솥을 만들 때와 비슷하다. 그리고 주석을 17~18% 섞을 때 최고의 강도를 갖는 청동이 만들어진다. 당시 장인들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 합금의 비밀을 눈치 채고 주석 찾기 경쟁에 돌입한다. 동굴 안쪽에 한 5~6 미터 깊이 2년 전만 해도 여기서 주석을 캤다. 서유럽보다 1000년 정도 빨랐던 것은 이런 주석 광산덕분이다. 다른 시기 다른 장소 문명 여기 저기에서 청동의 시대가 열린다. 이집트는 주석의 주요 수입국, 청동기 시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국가다. 그때 람세스 3세는 무수한 전쟁을 치르는 중에 서둘러 대신전을 지었다. 아킬레스는 자신의 돈으로 주문한 청동검을 가지고 아가멤논이 이끄는 트로이 전쟁에 나갔다. 남성, 힘의 시대가 시작된다. 늘 전쟁터로 나가는 전사들, 그들 손엔 청동검이 들려 있었다. 이것 때문에 우리는 인간이 겨우 피와 살 뼈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
⑩ 검이 초원을 질주하기 시작한다. 純구리에서 청동이 되기까지 4000년, 청동검은 다시 긴 여행을 떠난다. 구리와 주석이 합금돼고 1000년에서 1500년이 흐른다. 청동검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 러시아의 노보시비르스크, 초원에서 발견된 최초의 청동검이 여기에 있다. 주석이 3~10% 들어간 최고급품, (크로토보 문화동검/BC 20세기 전후), 동아시아의 모든 검은 여기에서 갈라졌다. (타가르 문화동검/BC 8~3세기), (파지릭 문화동검/BC 8~3세기), 초원에서 이 검을 쥔 자는 누구였을까. 초원의 전사들, 곡물을 얻기 위해 주변 농경민들을 약탈했던 이들은 늘 싸웠다. 단검의 발명 이후 최정예의 군사계급 뿐만 아니라 다른 전사계급도 생겼다. 적에게 접근해서 아주 짧고 날카로운 방식으로 타격한다. 일정한 군사조직이 생겼다. 그리고 특별한 준비와 교육도 있었다. 한 번 말을 타면 멈추지 않는, 초원의 전사, 그들은 초원의 각박한 삶을 검으로 극복한다.
⑪ 초원지대에서 나온 남성 미이라, 주인의 한 생애를 기록하듯 문신이 새겨져 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용맹하고 사나운 동물들, 문신의 본질은 자신의 내면 세계를 표현하는 것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자신의 삶이 무엇과 연관되어 있는지 문신으로 나타낸다. 직업, 가족 또는 자신의 동영상 등을 보여주는 거다. 성격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은 고양이의 탄력, 동물의 무늬 등과 함께 자신과 동물을 연관시키고 싶어한다. 동물세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기록이 없는 초원에서 문신은 기록이다. 내가 속한 부족, 나의 계급, 문신은 사람의 생애를 그림으로 표현한 이력서다. 계급이 높을수록 문신이 많았다. 청동검도 마찬가지 신분을 나타냈다. 극심한 더위와 추위를 넘나들며 짧은 세계를 살아갈 운명, 초원에서 태어난 남자들은 전사의 운명을 타고 난다. 싸움이 유리할 때는 나아가고 불리할 때는 후퇴하였는데 도주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았다. 오로지 이익을 위해서 일을 꾸밀 뿐 예외는 고려하지 않았다(사기 흉노 열전),
⑫ 초원에는 외부인이 쓴 일방적인 기록만 남아있다. 그 나마도 2천년이나 지난 기록이다. 진실을 알기 위해선 직접 초원을 건너야 한다. 초원의 삶은 늘 옮겨 다녀서 기념비도 궁전도 신전도 남기지 않았다. 물과 풀을 따라 옮겨 살았기 때문에 성곽이나 일정한 주거지도 없고 농사마저 짓지 않았으나 각자의 세력 범위만은 경계가 분명하였다. 글이나 서적이 없었으므로 말로써 약속하였다(사기 흉노 열전), 초원을 가다 보면 의문이 생긴다. 초원 전사들에게 누가 청동검을 가져다 주었을까. 초원을 통과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 이곳에 뜻밖의 답이 묻혀 있다.
⑬ 러시아의 타르타스 강이다. 여기는 옴강이다. 가장 높은 지형에 소프카 2유적지가 있다. 여기 두 개의 큰 고분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청동 제품들을 발견했다. 타르타스 강과 옴강 사이에 큰 도시가 있었다. 러시아의 소프카 2유적지에서, 무덤만 350기가 나왔다. 그 중에 한 무덤이 아주 독특했다. 생활의 흔적인 토기 같은게 없는 무덤, 주인은 누구인가, 그 사람은 누워있었고, 다리는 위로 구부리고 있었다. 다른 많은 무덤과는 달랐다. 그는 청동기 장인이자 동시에 전사였다. 이 사람들은 종족 구성원이었거나 아니면 멀리서 온 사람들이었다. 멀리 코카서스부터 수천년 동안 초원을 달려온 사람들, 이들이 초원을 돌에서 청동기로 바꿨다. 그들은 소수의 장인들로 이루어진 무리들, 평생 거푸집을 들고 다녔다. 소프카 2유적에서 출토된 거푸집, 토기가 나오지 않은 그 무덤에서 거푸집이 쏟아져 나왔다. 광물학 금속학 야금술 최첨단 과학기술의 산물, 거푸집은 장인의 1급비밀이다. 이들은 죽음이 왔을 때 자신의 비밀도 땅에 묻었다. 평생 불을 다루며 인간의 유약한 마음을 당달한 금속으로 표현해 낸 사람들, 솜씨 좋은 일류 장인들은 늘 수요를 따라 옮겨 다녔다. 아름다움에 대한 수요, 그들은 계속 동쪽으로 말을 달린다. 동쪽 땅 끝으머리에서 활을 아주 잘 쏘며 희귀하고 아름다운 청동검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돌과 철 사이의 시간, 저기 검이 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