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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기봉이 1
모든 인간의 일생은 하나님의 손에 의해 쓰여진 동화와 같다.
Andersen, Hans Christian 시작하기 전…….
이 영화는 2003년 2월 KBS 인간극장에 방송된 [맨발의 기봉氏]를 재구성 한 영화이므로 실제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충남 서산 어느 시골마을에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 정신 지체 1급 장애인 엄기봉(41)氏가 살고 있다.
어렸을 적 엄마의 봉양을 위해 냄비를 들고 뛰던 맨발의 기봉氏는 이젠 엄마의 행복을 위해 장애를 가진 몸으로 마라톤에 도전하고 있다.
첫 출전 고북면 마라톤 대회 3위.
2003년 1월 전국 아마추어 하프 마라톤 대회 170위 (2500명중).
2003년 4월 안면도 꽃 축제 하프 마라톤 대회 일반부 17위.
그리고 이 영화는…….
순수한 웃음을 지닌 맨발의 기봉氏에 관한 이야기다.
그 순수한 웃음이 여러분의 마음속에 들어가길 바라며…….
오늘도 맨발의 기봉氏는 달린다.
블랙화면 위로, 하모니카 연주곡이 잔잔히 깔리면서, 아마추어가 찍은 듯 한 여러 가지 사진 들이 한 장씩 보여 지고 사라진다.
꽃, 나무, 하늘, 길, 다랭이 논 등, 자연을 찍은 사진들이 첨에 보여 지고, 장독대, 냄비, 눈사람, 털 신 두 켤레, 벽에 붙여 말리는 빨래들, 강아지들, 이동식 화장실 등, 인공 피사체를 찍은 사진들이 차례로 보여 지며, 마지막으로 정원과 엄마의 사진들, 사람을 찍은 사진이 보여 지면서, 다시 화면은 블랙으로 변한다.
위 사진들이 보여 지는 가운데 전체에 흐르는 소리들.
어눌한 말투로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분간이 안가는 발음으로 사진 찍는 소리, 일기예보 중계소리, 노란샤쓰 입은…….
그 노래 소리, 킥킥대는 듯한 웃음소리.
야구 중계 소리.
오토바이 소리, 달리는 발소리, 거친 호흡 소리, 가슴을 치는 듯 한 퍽퍽 소리.
사람들 웅 웅 대는 함성소리, 엄마, 엄마 하는 소리, 그리고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발음으로, “죽어도 좋아”소리를 마지막으로 음악도, 소리들도, 화면의 사진도, 사라지고, 점점 잦아들며 아무 소리 나지 않을 때, title in…….
맨발의 기봉이
씬 1. 다랭이 마을/신작로.
쾌한 음악과 함께 화면 밝아지면, 맨발의 십대 후반 발이 보인다.
카메라 맨발에서 서서히 올라가면 냄비를 들고 뛰는 고등학생 정도로 성장한 기봉이다.
햇살을 받으며, 바람을 맞으며 길게 뻗은 마을 신작로를 달리는 기봉.
저 너머 서산 앞 바다가 보이고,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달리는 기봉의 얼굴.
그때 뒤에서 들리는 경적소리에 기봉 보면, 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서울번호판의 벤츠 한 대.
차안 뒷좌석, 애완견 한 마리가 머리를 내밀어 기봉을 쳐다보고 있고, 그 옆에 한 여자 아이가 사진기 뷰파인더를 통해 달리는 기봉을 찍고 있다.
시골 할머님 댁에 잠깐 다니러 온 정원이다.
기봉 앞으로 멀리 사라지는 자가용.
이번엔 그 먼지를 뚫고 아주 깨끗한 자전거를 탄 다랭이 마을 이장, 백남수다.
뒤에 중학생 교복을 입은 백 이장의 아들 여창이가 타고 있다.
백 이장, 기봉 곁으로 지나가며.
백 이장: 그게 뭐냐?
소년기봉: 게, 게깃국……. 오, 옴마 가……. 갖다 줄라구…….
백 이장: 워이서 난겨?
소년기봉: 저 아래께, 잔치, 생신, 여……. 영식이네, 오늘, 할매…….
소년여창: 으휴~ 말 순서 좀 맞춰어~ 그게 뭐여…….
백 이장: (깜박한 듯) 아, 그려, 오늘 이구먼……. (다시 기봉을 보며) 빨리 가라, 국 다 식으니께.
뛰면서도 이장에게 90도로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기봉.
땀을 흘리며 뛰어가는 기봉이 뒤편으로 너머로, 바닷가 산 아래 계단식 논 들 사이로 다랭이 마을이 펼쳐진다.
그 마을을 향해 뛰어가는 기봉을 차고 위로 올라가면, 푸르디푸른 하늘과 맞닿은 쪽빛 바다.
씬 2. 기봉의 집/앞.
집 앞에 나 있는 길로 냄비를 들고 뛰어 들어오는 기봉.
전형적인 반농 반 어촌 마을속의 기봉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간다.
소년기봉: (큰 소리로) 오 옴마……. 국, 게기…….
마당에 앉아 모락모락 연기를 내며 짚을 태우던 기봉 모, 기봉을 반긴다.
씬 3. 기봉의 집/방 안.
기봉이가 들고 뛰던 양은 냄비가 올라와 있는 소박한 밥상.
아직까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냄비를 사이에 두고 기도하는 母子.
국물을 떠서 먹으며, 고기 하나를 입에 넣고 계속 씹는 기봉 모.
몇 개 남지도 않은 이빨에 고생이 심한 기봉 모의 모습.
밥 먹다 말고 장난이 치고 싶은지 쌈을 싸기 시작하는 기봉.
소년기봉: (못 먹을 정도의 쌈을 크게 싸고) 하……. 나……. 또 하……. 나 얹어 말어, 히히.
기봉 모: (놀라며) 허지마, 이눔아
소년기봉: (웃으며) 헤……. 한 개 더 오……. 올……. 리구……. (엄마를 한 번 보다) 이……. 입에 드……. 간다……. 잉.
순식간에 입 속으로 확 쳐 넣는 기봉, 막 씹다 목에 걸린 듯 켁켁 거리기 시작한다.
기봉 모: 그거 봐, 내가 뭐랴? 괜찮은 겨? 잉?
소년기봉: (엄마를 보다 방긋 웃으며) 헤…….
기봉 모: 또 장난헐리? (때리려는 자세로) 허지 말랬잖여.
소년기봉: (웃으며) 오……. 옴마, 노……. 놀랜겨? 헤…….
기봉 모: 놀래긴 이놈아, 한 개두 안 놀랬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기봉 모.
그와 반대로 웃기만 하며 다시 터질 것 같은 쌈을 싸서 입에 넣는 기봉.
겨우겨우 씹으며 문 밖을 보면 키우던 똥 개 한 마리가 자신의 목줄을 묶어 둔 말뚝을 뺑뺑 돌다가 자신의 목줄에 의해 켁켁 거리는 걸 보곤, 그만 웃음이 터지면서 입에 음식들이 다 튀어나가 엄마 얼굴로…….
후다닥 문을 열고 도망 나오는 기봉을 향해, 빗자루를 들고 쫒아 나오는 기봉 모.
기봉 모: 내가 뭇 살어, 아주. 거기 서 이놈아, 이 빌어먹을 놈아.
도망치는 와중에도 켁켁 대는 똥개의 목줄을 풀어주며 헤~ 하는 기봉.
따라 나온 기봉 모를 보고 다시 도망치자, 그 똥개도 덩달아 기봉을 따라 뛴다.
암전.
씬 4. 다랭이 마을/논둑길.
화면 밝아지면, 햇살을 받으며 신발을 들고 논둑길을 뛰어가던 기봉, 갑자기 앞을 보곤 멈춰 선다.
보면 노란 셔츠를 입은 정원이 논둑길에 혼자 앉아있고 그 옆에 애완견 한 마리가 놀고 있다.
다가가 자세히 보면, 정원은 사진기 뷰파인더로 열심히 풍경을 담기에 정신이 없어, 기봉이 자신의 곁에 다가온 줄도 모른다.
기봉을 보고 약간 겁먹은 듯 짖어대는 애완견 미루.
어린정원: (파인더만 보면서) 어휴, 미루야……. 좀 가만있어…….
정원의 말에도 아랑곳 않고 계속 짖어대는 애완견 미루.
앉아있는 정원의 키를 손과 눈으로 어림짐작해서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몇 번 하지만, 번번이 정원 앞에서 멈칫거리고 마는 기봉.
할 수 없이 논둑길 아래 논을 밟으며 뛰어간다.
진흙의 논을 밟는 기봉의 맨발.
전력을 다해 뛰어간다.
그제야,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서 사라지는 기봉의 뒷모습을 보는 정원.
또 똑같이 신발을 들고 논둑길을 뛰어가던 기봉.
오늘도 여전히 정원이 혼자 앉아있다.
하지만 예의 그 애완견이 안 보인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다가가 다시 앉아 있는 정원의 키를 어림짐작하는 손동작을 하는 기봉.
그러다가, 정원이 손에 들고 무언가를 보는 것에 호기심이 발동한 기봉.
갑자기 정원의 사진기 렌즈 앞으로 얼굴을 확 들이 민다.
어린정원: (깜짝 놀라며) 엄마야!
하면서 뒤로 콩하고 넘어지는 정원, 그만 울음을 터뜨린다.
정원의 울음에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기봉.
그런 기봉을 울면서 보다가 울음을 갑자기 뚝 그친 정원, 기봉을 째려본다.
자신을 노려보는 정원에 더 당황하는 기봉.
어린정원: (울음 섞인 목소리) 너 여기 사니…….
소년기봉: (미안한 듯) 이잉, 겨.
어린정원: (좀 진정된 목소리) 너 항상 달린다며? 근데 너 달리는 게 좀 이상해…….
소년기봉: 헤…….
벌떡, 일어나 옷을 털며.
어린정원: (언제 울었냐는 듯한 목소리) 너 바보지?
소년기봉: 아……. 아닌디. 나……. 나 기봉인디…….
기봉, 그렇게 말하면서도 정원의 손에 들린 사진기에 온통 시선이 쏠려 있다.
그런 기봉을 보며 이젠 미소까지 띠며.
어린정원: 이게 신기해? 카메라 몰라? 카메라? 사진 찍는…….
하면서, 카메라를 기봉에게 건네주는 정원.
카메라를 받아 든 기봉, 너무 신기해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그만 카메라 앞 렌즈를 뷰파인더로 착각해서 눈을 대고 정원을 향한다.
깔깔대는 정원의 웃음소리와 좋아서 이리저리 카메라를 움직여 보는 기봉 뒤로, 다랭이 논들과 푸른 바다가 저 멀리 보인다.
씬 5. 기봉의 집/마당/아침.
‘노오란 샤쓰 입은 말없는 그 사람이~♬’
바지를 걷어붙인 기봉,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부르며 대야 가득한 빨래를 꾹꾹 밟고 있다.
또다시 빨랫감을 한 아름 들고 나와 펌프질을 하는 기봉.
평상마루에 나와 앉아 무표정하게 기봉을 쳐다보던 기봉 모.
기봉 모: (혀를 차며) 아니, 그게 무슨 노래여? 시절피구 앉어 있네.
그래도 기봉은 웃으며 노래 부른다.
기봉만의 건조방식으로 빨래 줄에 널지 않고 양지 바른 벽에 붙여 놓은 빨래들.
손을 맞잡은 듯 한 기봉과 기봉 모의 옷가지들, 정겨운 그들 母子 같다.
씬 6. 다랭이 마을/바다가 보이는 언덕.
바다가 보이는 언덕을 오르는 정원과 기봉.
막 달려 오르는 기봉과 힘겹게 올라가는 정원과 함께 뛰어 오르는 애완견 미루.
정원 눈앞에 파란 바다가 펼쳐 보인다.
바다를 마주 한 언덕 위의 소나무 한 그루 위에, 정원을 세워 놓고 키를 재어 표시하는 기봉.
정원 역시, 옆의 바위에 올라가 기봉의 키를 재어 표시한다.
그렇게 한 그루의 나무에 나란히 표시된 정원과 기봉의 키 높이 표시.
바닷가 등대에 다정한 모습의 소년기봉과 어린정원.
노을이 진 바다.
바닷가 모래 위에 무슨 그림을 그리고 있는 기봉.
좀 떨어진 곳에서 이를 보다가 일어나 다가가 그림을 쳐다보는 정원.
역시 다가와 그림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애완견 미루.
어린정원: 무슨 그림이야?
소년기봉: (웃으며 그림들을 가리킨다) 꽃, 나무, 길……. 칭구, 팅구……. 내 팅구…….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정원. 기봉의 맨발을 보는 정원.
어린정원: 왜 맨발로 뛰어? 발 안 아퍼?
그냥 헤.
하고 웃기만 하는 기봉.
어린정원: 신발 신고 뛰지, 왜 맨발로 뛰어?
소년기봉: 고무신, 다……. 닳으니께.
어린정원: 킥킥……. 닳지, 닳어…….
순수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기봉을 바라보는 정원.
어린정원: 나 내일 집에 가.
소년기봉: 집이 어……. 어딘디…….
어린정원: 서울.
소년기봉: 서……. 서울이 어……. 어딘는디?
어린정원: (어떤 산을 가리키며) 저기 산 있지, 저 산들 몇 개를 넘으면 서울이야.
정원이 가리킨 산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기봉.
자신의 자켓 안 주머니에서 일회용 카메라를 꺼내어 기봉에게 주며.
어린정원: 이거 내가 몇 장 찍다 만 건데……. 선물이야……. 가져…….
정원이가 건네 준 일회용 카메라를 받아 들고 너무 신이 난 기봉.
그런 기봉을 보며 해맑게 웃으며, 간단한 조작법과 찍는 모양을 가르쳐 주는 정원과 달리 진지한 표정의 기봉.
그리고 애완견 미루 너머로 붉은 노을이 아름답다.
씬 7. 다랭이 마을/정원 할머니 집 앞.
외제 승용차에 올라타는 정원 식구와 정원.
그 뒤로 정원 조모가 배웅을 한다.
타려다 혹시나 하며 뒤를 보는 정원, 하지만 기봉은 보이지가 않고…….
정원조모: (자신을 보는 줄 알고) 그려, 어여 가. 정원아, 방학 주먼 또 놀러와야 혀, 알았지잉?
서서히 출발하는 자가용, 창밖을 바라보는 정원.
그때 기봉이가 헐레벌떡 나타난다.
여전히 신발을 신지 않은 맨발.
소년기봉: 가……. 가는 겨? 인제…….
어린정원: 응……. (기봉의 맨발을 보며) 여전히 맨발이네……. (더 고개를 내밀고) 참! 오빤 달릴 때가 제일 멋있어. 또 올게……. 안녕…….
출발하는 차를 따라 뛰기 시작하는 기봉.
그런 기봉을 향해 차 뒷좌석에 있는 미루가 짖는다.
뒷좌석 유리를 통해 하얗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정원이 점점 멀어져 간다.
좀 더 자세히 정원의 얼굴을 보기 위해 뛰어보는 기봉, 하지만 역부족이다.
그렇게 저 아래 커브 길을 돌아 정원이 사라진다.
그렇게 흙길을 달리는 기봉의 맨발에서…….
씬 8. 다랭이 마을/신작로.
어느새 흙으로 된 길이 단장된 길로 바뀌고, 어린 기봉의 맨발이 달리는 어른의 맨발로 바뀐다.
카메라 서서히 올라가면 삼십대 초반으로 성장한 짧은 머리의 기봉.
그때 뒤에서 기봉을 향해 달려오는 자전거, 백 이장이다.
이젠 낡은 자전거와 세월에 변화가 느껴지는 백 이장의 모습.
백 이장: 기봉아, 한 이십 몇 년 뜀박질 했으니께, 인제 그만 뛰어 댕겨두 되지 않는다니?
기봉: 그류.
백 이장: 이제 너두 으른이니께 인제 천천히 대녀라…….
기봉: 잉……. 근디 비, 비…….
백 이장, 기봉의 말에 하늘을 보면 흰 구름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맑은 하늘.
다시 기봉을 혼내려고 하나 이미 바람같이 차고 달리는 기봉.
신작로를 신나게 달려간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백 이장.
세월에 변한 다랭이 마을의 전경들.
아스팔트가 깔린 도로들, 새로 생긴 마을 회관.
여전히 변함없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
씬 9. 다랭이 마을/전경.
혼자 마을 논둑길로 전력을 다해 뛰어가는 기봉.
하늘을 보고 뭔가 불안해한다. 하지만 여전히 날씨는 맑고…….
씬 10. 기봉의 집/마당.
헐레벌떡 집으로 뛰어 들어오는 기봉.
기봉: 옴마, 옴마! 비 와……. 비…….
기봉, 벽에 붙어 있는 빨래들을 떼며 걷기 시작한다.
집 앞 저 쪽에 있는 이동식 화장실에서 나오는 기봉 모.
기봉이가 벽에 붙은 빨래를 걷어내고 있자.
기봉 모: (큰소리로) 뭐허여? 기봉아……. 빨래는 왜 걷구 그려?
기봉: (큰소리로) 비……. 비온다니께.
기봉 모: (하늘을 보더니) 야, 이놈아 하늘이 저렇게 퍼런디……. 뭔 비가…….
그 순간 갑자기 큰 소리로 치는 천둥소리.
놀래는 기봉 모.
갑자기 우다닥 마당 위로 쏟아지는 소낙비.
기봉 모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띠는 기봉.
씬 11. 기봉의 집/방 안/밤.
창호지에 열심히 밥풀을 바르고 있는 기봉 모와 창호지를 붙잡고 있는 기봉.
엄마 몰래 밥풀을 먹다가 쥐어 박히는 기봉.
기봉과 기봉 모, 창호지로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막이를 붙이고 있다.
무언가를 찾아내는 기봉 모.
보면, 바늘이다.
기봉 모: (바늘을 건네며) 좀 따 봐라.
기봉: (걱정스런 표정. 하지만 웃는 얼굴) 엄마 또 체……. 체행겨?
어설프게 팔을 손으로 쓸어내리곤 실로 손가락을 감싸는 진지한 모습의 기봉.
기봉 모: 살살 혀…….
기봉: (웃으며 바늘을 머리카락에 비빈다) 헤…….
기봉 모: (말리며) 너 머리 깜은 겨?
기봉: 감……. 감았다.
기봉 모: 그려? 니가 오늘 웬일여…….
기봉: (바로 따며) 어……. 어제 감았는디…….
기봉 모: 뭐여……. 아야. 아퍼, 좀 살살 따. 이놈아…….
기봉: 캬~ 이거 봐, 봐……. 시꺼멓다…….
체한 엄마의 등을 두드리는 기봉과 달리 무표정한 기봉 모.
그렇게 이 두 母子의 밤은 깊어만 간다.
씬 12. 읍내/초원다방 안.
힘없이 다방 안으로 들어오는 백 이장.
한쪽 테이블에서 노 이장, 최 이장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노 이장: 아이고, 백 이장 니가 여 웬일이여?
백 이장: 왜, 내 못 올 디 왔남?
최 이장: 그만허구……. 커피 한잔혀……. 노 이장 성님이 한 잔 산댜…….
백 이장: (노 이장 보며) 니가? 진짜 사는 겨?
최 이장: (웃으며) 야……. 백 이장 성님 몰르는 겨?
노 이장: 성님 마을서 검사 나왔댜……. 그려서, 난리가 났댜. 성님 연임 문제 웁겄더랴…….
백 이장, 갑자기 카운터의 마담을 보며 소리 꽥 지른다.
백 이장: 뭐뎌? 여……. 주문 안 받구…….
최 이장: (깜짝 놀라며) 놀래라~ 왜 소린 지르구 난리랴…….
노 이장: (피식거리며) 냅둬어……. 쟤네 마을에 뭐가 있남?
백 이장: 뭐 고시합격이 대단허다구 그려, 요샌 뽑는 사람도 많아 쉽다는 디 뭐어…….
노 이장: 왜? 배 아픈감? 여태까지 스산 전체에서 단 한 명도 안 나온 검사를 울 마을에서 해 낸겨……. 푸하하하…….
침이 튄다.
그렇게 노 이장의 침이 튀자, 얼굴을 문지르며 짜증나는 표정의 백 이장.
마침 마담이 커피를 들고 와 놓으며 앉는다.
최 이장: 검사도 검사지만 그보다 요샌 연예인이 최고여. 거 최양락이 있자녀……. 개그맨 하는 넘……. 걔가 울 마을에서 나랑 같이 컸다니께……. 요새두 가끔 내한테 전화 온다니께. (백 이장 보며) 다랭이엔 누가 있다니? 보자…….
노 이장: 아~ 있잖여……. 7살짜리 기봉이……. 바보 엄기봉이 말여.
마시던 커피를 단숨에 원 샷 하면서.
백 이장: (마담 보며) 커피가 왜 이리 쓰댜?
마담: 아이구. 커피가 원래 쓴맛에 먹는건디.
백 이장: (팍 일어나며) 아 됐어 여기 다시 오나봐라…….
그렇게 팽하고 가는 백 이장을 멍하니 쳐다보는 마담과 노 이장, 최 이장.
등에 가방을 메고, 장화를 신고, 손에 갈대 하나를 세워 총 자세로 들고 어딘가를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는 기봉.
씬 13. 연선댁 집/축사 안.
소 거름을 퍼서 리어카에 담는 기봉.
힘들어 보이지만 흥겹다.
계속해서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불러 제키는 기봉.
우유 한잔을 들고 나오는 연선댁.
연선댁: 기봉 삼춘, 고생이 많치? 이거 마시유…….
받아 든 우유 잔을 원샷 해버리고 다시 잔을 주는 기봉.
그러면서 그 손으로 입을 닦으며 헤 거리는 기봉.
짧은 몽타주.
축사 바닥의 소똥을 갈퀴로 퍼내어 삼발이 리어카에 담고, 뒤 편 거름 장에 버리는 기봉의 여러 모습들.
다시, 빈 삼발이 리어커를 축사에 놓고 그 손으로 땀을 닦으며 헤~하고 웃는 기봉.
그 뒤편으로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나타난 연선댁.
기봉: (헤 거리며 웃는 웃음) …….
연선댁: 오늘은 그만허구. 낼 또 허자, 삼춘 알었지? 그러구 이건 아까 부탁한 걸로 넣었응께, 옴마 갖다 주구……. 냐, 이건 오늘 일당여…….
그러면서 기봉의 주머니에 만원권 지폐 몇 장을 넣어주는 연선댁.
돈엔 관심 없고 기봉, 비닐봉지를 받아 열면 소고기가 들어있다.
봉지 안의 소고기와 옆의 황소를 어루만지는 기봉.
아는지 모르는지 음메 하는 황소.
씬 14. 다랭이 마을 길/석양.
비닐봉지를 들고 엄마에게 달려가는 기봉.
마침 읍내에서 돌아오고 있는 백 이장의 자전거.
신작로에서 만난 두 사람.
기봉, 꾸벅 인사를 하면, 백 이장 불만어린 표정으로.
백 이장: (술이 약간 취한) 야, 임마……. 작작 뛰어 댕겨이. 온 동네, 아니 온 산바닥에 니 소문 다 났어. 이놈아……. 뭐 좋다구 그렇게 시절마냥 뛰어 댕기는겨?
기봉: (봉지를 들어 보이며) 어……. 옴마, 게기 줄라구…….
백 이장: 너 고시합격 아니 최양락이 아냐?
기봉: …….
백 이장: 그려, 최양락이 게기 많이 먹고 개그맨 됐댜. 그려, 얼릉 가서 게기 먹어…….
헤 하며 웃으며 인사하고 달려가는 기봉의 뒷모습을 보며 절레절레 하는 백 이장.
기봉이 달려간 반대로 자전거를 몰고 가다가 논 구석에 쳐 박히는 백 이장의 자전거.
온통 논의 진흙범벅이 된 채로 자신의 자전거를 걷어차는 백 이장의 모습 뒤로 노을이 아름답다.
씬 15. 읍내 가게.
눈 내리는 읍내를 달리고 있는 기봉.
어느 가게를 들어가면, 주인아줌마가 기봉을 반긴다.
주인: (웃으며) 삼춘 왔슈?
기봉: 저……. 저기, 카……. 카메라…….
주인: 삼촌. 안댜. 웁써……. 다 팔았는디, 인제 웁써
기봉: (가게 선반 위를 가리키며) 조……. 조기 있잖여.
주인: 삼촌. 그거 사지 말고, 엄마 과자 사라. 그 돈으로……. 잉?
기봉: (애원하듯) 한……. 한번만. 정말 한번만…….
주인: 안 팔어. 시려. 그거 뭐드러 살라구 그려, 사지마……. 삼촌……. 엉?
기봉: 이번이 지……. 진짜 마지막……. 하……. 한번만…….
주인아줌마, 할 수없이 마지막이라고 다짐을 받아내며 무언가를 꺼내면, 다름 아닌 1회용 카메라.
기봉: 불 빠……. 빨리빨리 나오는 거……. 거루…….
주인: 후라쉬 있는 걸루?
그러면서 카메라를 다른 거와 바꿔서 준다.
너무 좋아하는 기봉의 모습에 웃는 주인아줌마.
기봉: 과……. 과자. 말캉말캉한 거루……. 바나나…….
주인아줌마, 웃으며 검은 비닐봉지에 이것들을 넣는다.
거스름돈을 기봉에게 주려고 하다가, 그냥 검은 비닐봉지 안에 꼬깃꼬깃 넣어 잘 싸준다.
씬 16. 다랭이 마을.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눈이 내리는 마을 어귀를 조심스레 오고 있는 기봉.
저 언덕배기 위에서 비료 푸대를 타며 내려오는 아이가 기봉 발아래 들어온다.
놀라는 기봉.
고개 들어 보면, 저 위에서 동네 꼬마 아이들이 비료 푸대를 썰매 삼아,
눈을 타고 내려오는 놀이를 하고 있다. 잼 있어 보이는 이 놀이를 웃으며 보는 기봉.
치명적 유혹이다!
한 쪽 구석에 놓여 진 엄마주려고 산 검은 비닐봉지.
기봉은 꼬마 아이들과 어울려 신나게 썰매를 타고 있다.
오르락내리락.
넘어지고 미끄러지면서도 아이들과 노는데 여념이 없는 기봉.
그렇게 짧은 겨울 해는 어느덧 서산을 넘고 이제 눈 속에 거의 파묻힌 검은 비닐봉지.
씬 17. 기봉네 집.
불안한 표정으로 집 안에 뛰어 들어오는 기봉.
기봉: (문을 열며) 오……. 옴마…….
기봉 모: 워디 갔다 오는 겨? 해다갔는디…….
대답은 없고 헤 하고 웃는 기봉.
비닐봉지를 열면, 기봉 모 앞으로 먹을 거가 쏟아져 나온다.
기봉 모: 이게 다 뭐여? 니가 산겨?
기봉: 잉……. 그려.
기봉 모, 이미 홈런볼 과자를 뜯어 먹기 시작하는데, 기봉이가 주머니에서 일회용 사진기를 꺼내자, 힐끔 보더니 확 뺏어가는 기봉 모.
기봉 모: (사진기를 이리 저리 살피다가) 음……. 엿이구먼……. 먹어라…….
그 소리에 자지러지며 웃어대는 기봉.
기봉 모: (바나나를 꺼내어 까면서) 근데 왜케 늦은 겨……. 뭐허다가 이거 다 얼었네……. (바나나를 이불 아랫목에 넣으며) 뭐했냐니께?
기봉: 써얼매, 써얼매……. 탔어…….
기봉 모: (딴소리) 뭐? 타긴 뭐가 타.
기봉: 그게 아니고……. 저……. 저 아래께 동네…….
기봉 모: 동네 불나서 탄 겨?
기봉: (답답한 듯 손사래 치며) 아녀, 아녀.
일어나서 검은 비닐봉지를 바닥에 놓고 그 위에 앉아 썰매 타는 것을 흉내 내며.
기봉: 이거……. 이렇게 저 위……. 위에서……. 탔어……. 길…….
기봉 모: (쳐다보다가) 그거 타구 뭐허는 겨.
벙찐 표정의 기봉.
기봉, 기봉 모 옆에 나란히 누워 그동안 자신이 찍어 온 사진들을 보여준다.
기봉: 사진의 주제는 꽃, 나무…….
그리고 기봉 모…….
기봉 모: (사진을 보며) 이건 뭐라니? 꽃인감? 이건 나무구……. 그러구 이 건 뭐할라구 찍었다니…….
그렇게 팩 그 사진을 던지고 돌아눕는 기봉 모.
헤 거리며 그 사진을 주어서 보는 기봉.
그 사진은 기봉 모의 요강.
그 요강 사진을 장롱에 붙이고, 쳐다보고 좋아하는 기봉.
카메라 그 요강 사진에서 천천히 옆으로 팬 하면, 기봉의 18세 때 누군가가 찍어 준 사진들이 붙어 있다.
냄비 들고 논두렁을 달리는 기봉의 옛날 사진, 언덕을 오르는 기봉의 뒷 엉덩이를 찍은 사진, 바닷가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는 기봉의 사진, 그리고…….
한 소나무 위에 표시된 키 높이 표시 사진, 바로 정원이 찍은 기봉의 옛날 사진.
씬 18. 영삼네 밭.
밭에 거름을 주는 기봉과 영삼.
일이 끝난 듯, 영삼으로부터 돈을 받는 기봉의 모습.
씬 19. 춘화네 가게.
춘화네 가게에서 물건을 받아서 두 손에 가득 들고 달리는 기봉.
어느 공판장에 음료수와 빵이 든 검은 봉지를 내려놓는 기봉.
공장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물건 값을 치른다.
인사 꾸벅하고 다시 달리는 기봉의 모습.
춘화에게서 음료수와 과자를 배달 비 대신으로 받는 기봉의 모습.
씬 20. 여러 도로들.
읍내로 가는 정든 길들을 달리는 기봉의 모습.
씬 21. 사진현상소.
현상소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기봉.
주인이 반긴다.
주인: 삼춘, 사진 잘 찍었슈?
기봉: (고개 끄덕이며 웃는다) …….
1회용 카메라를 넘기는 기봉.
받아든 주인 카메라 번호와 이름을 카드에 쓰며.
주인: 한 장씩 뽑으까, 저번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기봉.
주인이 카메라 들고 안으로 들어가면, 가게 안을 기웃거리다가, 가게 안의 큰 어항의 붕어를 보는 기봉, 붕어 흉내도 내고 신났다.
현상소 주인이 안에서 나오다가 이런 기봉과 눈이 마주쳐 기겁한다.
주인: (놀란 가슴 진정시키며) 삼춘, 좀 기다려야 되는디…….
기봉: (웃으며) 잠깐……. 잠깐……. 밖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주인을 뒤로 한 채, 밖으로 나가는 기봉.
씬 22. 읍내/오락실.
오락실 안, DDR을 밟으며 놀고 있는 두 초등학생 뒤편에서, 같이 스텝을 밟으며 좋아하는 기봉과 이를 지켜보며 웃는 아이들.
씬 23. 읍내/야구 연습장 앞.
시원스럽게 튀어 나오는 야구공을 한참 바라보는 기봉.
깡 소리와 함께…….
기봉: 네……. 홈런, 홈런……. 네……. 홈러언〜 홈런입니다. 홈런…….
주머니에서 나오는 잡동사니들.
그 가운데 십 원짜리 몇 개를 꺼내든 기봉, 카운터에 내며.
기봉: 할무이, 잔 돈…….
십 원짜리를 본 할머니 뭐라고 말을 하지만 입만 벙긋거릴 뿐 들리지가 않는다.
기봉: (화를 내며) 할무이, 얼릉, 얼릉…….
더욱 더 화가 난 할머니, 입을 벌리며 말을 하지만, 계속 입만 벙긋거릴 뿐…….
자세히 보면 이빨이 없다.
답답한 할머니, 이내 밑에서 뭔가를 꺼내 끼우는데 틀니다.
어느새 생긴 할머니의 하얀 이.
할매: 너 기봉이 이놈, 내가 몇 번이나 얘기 했잖여? (500원 주화를 보여주며) 이런 거 갖고 오라구 했잖여?
기봉: (방금 생긴 이를 보며 놀라며) 할무이, 이……. 이…….
할매: 뭐여? 이런 거 있다구? (주위를 살피며) 워딘는디?
기봉: (다가가 자세히 보며) 하……. 할무이……. 이빨 새로 나……. 났네…….
할매: 어휴……. 틀니여. 틀니.
틀니를 빼내며 기봉에게 보여주는 할매.
틀니를 이리저리 살펴보는 기봉, 냄새도 맡아보고 만져보고, 자신의 입에도 끼워보고…….
기봉: (빼면서) 그럼 이거하면 바……. 밥도 잘 먹을 수 있는 겨.
할매: 그려, 질긴 쇠게기도 죽처럼 홀딱홀딱 넘어가는 구먼.
기봉: 아……. 이게 얼마여…….
할매: (뺏으며) 넌 비싸서 뭇살껴. 왜 살라구?
기봉: 한 이……. 이천 원이면 사나?
할매: (웃으며) 더 가지야여. 택두 웁써. 이눔아.
심각해야 할 표정을 지어보일 수 없는 기봉의 웃는 표정.
씬 24. 사진관 앞 도로.
기봉, 아까 맡겨 놓은 사진을 찾으러 다시 사진관 앞으로 오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그쪽으로 다가가 쳐다보면, 서산 한마당 10km 단축 마라톤 대회 플랭카드가 보이고…….
씬 25. 마라톤 대회 장소.
출발선에 모여 있는 참가자들이 제자리 뛰기를 하며 몸을 풀고 있다.
기봉, 역시 길 양쪽으로 모여서 구경하는 구경꾼들 뒤편에서, 제자리 뛰기를 하며 몸 푸는 모양새를 따라 하며 웃고 있다.
출발 총성을 알리는 총소리가 나면 함성과 함께 달려 나가는 참가자들.
그때 기봉 앞으로 날아와 떨어지는 체육대회 번호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이 번호표를 주어 들고 달려가는 참가자들의 뒷모습을 보던 기봉은, 갑자기 잃어버린 선수를 찾으러 뛰기 시작한다.
기봉, 참가자들의 가슴의 번호표를 확인하며, 번호표가 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 따라잡는 기봉.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달리는 선수 1, 2.
바짝 붙어 달리는 기봉.
선두 1, 2 그런 기봉을 보면서 이상하다는 듯 뛰는 두 사람.
기봉 선두 한 명의 가슴을 보니까 참가 번호표가 없다.
기봉, 번호표를 주려고 손을 뻗으나, 참가 선수로 착각 기봉을 경계하며 도리어 스퍼트 한다.
차고 나가는 선수1, 그 뒤를 바싹 쫓는 기봉이.
이젠 선수1과 기봉의 경합.
선수1의 번호표를 들고 죽어라 뒤쫓는 기봉.
선수1을 뒤쫓던 기봉, 왔다 갔다 하는 그의 손을 보며, 번호표를 쥐어주려고 손을 뻗다보니 팔을 젖는 힘으로 그 뒤로 바싹 붙게 된다.
악착같이 쫓아오는 기봉에 오버 페이스를 하는 선수1.
기봉도 힘겨워 점점 쳐지는데…….
멀리 결승라인이 보이고, 선수1과 기봉 죽어라 달린다.
마지막 스퍼트를 하는 선수1, 그러나 오버 페이스로 결승라인 근처에 서서 헉헉거린다.
그것도 모른 채 죽어라 달려, 골인 지점 앞까지 달려가지만, 옆에서 달리던 선수1이 안보이자, 골인 지점 바로 앞에 선 채 돌아본다.
환호하던 사람들 기봉의 행동에 모두가 벙쪄 조용하다.
힘들어하는 선수1을 보며 손을 흔드는 기봉.
정신을 차리는 선수1, 결승라인을 코앞에 두고 있는 기봉을 보고 어이없다.
선수1: (혼잣말) 헉, 헉……. 저 새끼가 저기 지금……. 헉, 헉……. 내 놀리구 있네 그려? 헉, 헉…….
선수1, 번호표를 주려고 다시 뒤돌아 가려는 기봉을 향해, 갑자기 결승라인에서 아우성치는 몇몇의 사람들.
사람들: 뭐 허는 겨? 그냥 자빠져도 일등이구먼……. 어여, 여…….
그 소리에 돌아보면서 머뭇머뭇 거리며 한 발짝 내딛어 결승 테잎을 끊는 기봉.
사람들 와 하면서 기봉에게로 달려간다.
씬 26. 기봉의 집/마당.
강아지 개똥에게 밥을 먹이던 기봉 모.
갑자기 기봉이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기봉: 오, 옴마……. 이……. 일등, 일등, 나 일등…….
금메달과 트로피를 자랑하는 기봉을 바라보던 기봉 모.
갑자기 옆에 있던 빗자루를 들더니 기봉을 패기 시작한다.
기봉 모: 이거 워디서 난겨? 빨리 안 갖다 줘?
기봉 이게 웬 날벼락인지 도망가고 기봉 모도 쫓아가고 개똥이도 짖으며 쫓아가고, 아주 개판이다.
대청마루에 앉아 있는 기봉 母子.
기봉 옆에 잘 모셔져 있는 트로피, 기봉 정성스레 걸레로 닦는다.
그런 기봉을 힐끔 보곤 멀리 노을져가는 풍경을 쳐다보는 기봉 모.
씬 27. 다랭이 마을/신작로.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서는 백 이장.
오늘따라 인사를 해도 마을 사람들이 받아주지 않는다.
뭔가 이상하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옆 마을 노 이장과 몇몇 사람들이 현수막을 걸고 있다.
현수막을 보면, 축 서산군 사법고시 합격 1호 덕신리 마을“조 인 원”
백 이장: (큰 소리로) 어이 뭐여. 왜 남의 동네에다 쓸데없이 뭔디 그걸 단댜?
노 이장: 심술은……. 좋은 일은 축하 해주는 게 이 나라의 전통 아닌감?
백 이장: 전통은 니미……. (현수막을 잡아당기며) 이런 거 달라구 뼈 빠지게 봉 세웠는지 아남?
노 이장: (웃으며) 어차피 니네 마을은 걸 것 두 웁잤니?
웃는 노 이장과 사람들.
백 이장: (씩씩거리며) 그려, 일단 걸어 놔봐라. 얼마나 걸려 있는 가, 함 보자.
신경질적으로 벨을 울리며 신작로를 빠져 나가는 백 이장.
씬 28. 읍내/초원다방 안.
담배를 피우며 쪽지를 보는 백 이장.
심각해 보인다, 쪽지에 무언가를 쓰고 있다.
보면, <다랭이 건아들…….> 이라고 씌여 있는 글자가 보이고, 백 이장, 하나씩 이름과 프로필을 써나가는데, 이것들이 자막으로 화면 아래에서부터 천천히 위로 떠오른다.
백여창: 실업 청년 백수/33세.
심민성: 가천 다랭이 부녀회 회장 남편/49세.
서준용: 다랭이 비닐 하우스 재배 지도자협회 부회장/48세.
이재석: 가천 다랭이 야산 개발 추진위원장/50세.
박용득: 서산 가천 다랭이 지부 청년 회장/46세.
마지막으로 쓰고 있는 엄 기봉이란 이름을 쓰는 백 이장의 손이 보일 때, 엄 기봉이란 자막이 화면 위로 천천히 오르다가, 백 이장의 절망어린 표정과 함께 엄기봉 자막이 화면 아래로 뚝 떨어져 버린다.
휴~ 하며 쪽지를 구기며 골머리가 아픈 백 이장.
백 이장: 움써, 움써 인물이 움써…….
마담: (앉으며) 백 이장님 마을에선 누구 안 나간데유?
백 이장: (관심 없다) 워딜?
마담: 모르세유? 이번에 서울서 마라톤 한다구 마을마다 야단들인디…….
백 이장: 요새 마라톤 허다가 심장마비로 뒤지는 사람들 뉴쓰서 안 봤남. 마라톤은 무슨…….
마담: (웃으며) 누가 이장님 보고 나가라구 했대유? 허구헌 날 달리는 기봉이 삼촌 보내 보믄 어떨까 싶어서지유……. 며칠 전에도 무슨 대회에서 일등 했대유…….
백 이장: (비꼬는 듯 한) 잉 그려~ 출전 선수가 두 명 아녀?
마담: 참말로……. 월메나 빨랐는지 2등하고 몇 키로 차이가 났대유…….
백 이장: 에이~ 설마…….
때마침 유리창 옆으로 기봉이가 휙 하고 지나간다.
다시 한 번 구겨진 종이를 보는 백 이장.
그와 동시에 화면 아래서 다시 휙 떠오르는 엄기봉이란 자막.
커피를 원 샷 하고 일어서며.
백 이장: 인제, 커피 맛이 제대루 나는구먼…….
마담: (황급히 따라 서며) 이장님, 계산은유. 또유…….
백 이장 다방 문을 열고 확 지나간 벽에 붙어 있는 마라톤 대회 홍보 포스터.
피~하며 찻잔을 들고 일어서는 마담 너머로, 다시 백 이장 들어와 벽에 붙어 있는 그 홍보 포스터를 확 떼어 다시 나간다.
씬 29. 기봉의 집 부엌/아침.
부엌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기봉 모.
오늘따라 밥상이 푸짐하다.
기봉 모: (소리 지르며) 인나라, 기봉아, 그만. 밥 먹고…….
부스스한 기봉, 전기밥솥을 열면 김이 확 올라오는데, 밥 통 안에 한약이 있다.
앞에 차려진 푸짐한 밥 상.
기봉 모 기도하고, 기봉도 기도하고…….
식사를 시작하는 두 母子.
기봉 모 자신의 소고기 미역국에서 소고기를 건져, 연신 기봉의 국그릇으로 던지듯 넣어준다.
기봉 모: 인제 한 살 더 먹었응께, 장난 그만 치구, 그만 담박질혀…….
꾸역꾸역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모습에 기봉을 보며.
기봉 모: (소리치며) 뭐허냐! 국에 말아서 팍팍 먹어!
윗부분을 잘라내어 컵으로 쓰는 캔에 한약 봉지를 가위로 잘라서 따르는 기봉.
뜨거운 듯 숭늉 마시듯 불며 한약을 먹는 기봉을 보며.
기봉 모: 한 번에 훅 마셔!
기봉: (후후 불며 마시면서) 그렇게 안댜, 안댜……. 뜨거운디…….
기봉 모: 너 그거 마시니께 많이 나아진겨. 살도 찌구…….
끄덕끄덕하면서 한약을 마시는 기봉.
기봉 모 밖으로 나가자, 한약을 먹으면서, 문틈으로 바깥을 보면, 기봉 모, 마루 앞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기봉, 커다란 양푼을 꺼내어 밥통의 밥을 퍼 담고, 남은 소고기 미역국을 부으며, 다시 바깥을 살핀다.
문을 열고 나오는 기봉.
기봉 모는 돌아앉아서 무언가를 씻고 있고, 기봉 자신의 몸으로 그 양푼을 가린 채, 슬그머니 신을 신고, 힐끔 힐끔 기봉 모의 눈치를 보면서 밖으로 나간다.
기봉을 보자, 좋아하는 개 두 마리.
자신이 가져온 양푼의 밥을 개 두 마리 밥그릇에 나눠 부어준다.
기봉: 얼릉 무……. 오……. 옴마 보믄 안댜……. 안댜 얼릉…….
개들 신나서 꼬리를 흔들며 먹고 있는 모습에 그 개들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기봉.
그때, 저 멀리서 나타난 백 이장.
백 이장: 기봉아! 워딨냐? 우리의 희망 엄기봉이! 얼른 나와 봐라…….
이쪽을 내다보는 기봉 모와 서로 쳐다보는 기봉.
백 이장 기봉을 보자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뛰어가 끌어안는데…….
갑자기 기봉의 허벅지를 만지곤 세상을 다 얻은 듯 만지작거리고, 기봉은 간지러워 어쩔 줄 모르고…….
백 이장: 니 이 두 다리가 우리 스산의 자랑인겨. 이제 담박질 허는 거만 남은 겨. 이 백 코치의 말만 들으먼 된다니께…….
백 이장, 뭔가를 감추다 내밀면 포스터 하나가 보인다.
‘전국 아마추어 하프 마라톤 대회’
씬 30. 마을회관 앞.
마을회관 앞 ‘전국 하프 마라톤 대회’포스터가 담벼락에 떡하니 붙어 있다.
백 이장: (표준말을 하려 애쓰는) 친애하는 다랭이 마을 주민 여러분. 3년 전 우린 아무도 생각지도 못한 월드컵 4강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그 4강에는 명장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의 의지……. 그리고 국민 모두의 성원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저 다랭이 마을 20년 이장 백남수가 우리 마을 맨발의 마라토너 엄기봉 군과 함께 전국 아마추어 하프 마라톤 대회를 나갈라구 합니다.
게시판 앞에 웅성웅성 모여 있는 마을 사람들의 뒷모습.
게시판을 보는 사람들 뒤로 점프를 하는 연선댁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칠복: 백가가 먼 꿍꿍이로 저러는겨…….
영삼: 이대로 나가믄 이장 연임 힘드니께……. 저러는 겨…….
춘화: (불쑥 앞으로 나오며) 진짜로 저 나갈라구 헌댜?
여창: (웃으며) 기봉이 쟈, 누가 안 도와 주면 결승점도 못 찾을 놈인디…….
영삼: (웃으며) 그건 그려. 참 어려운 얘기여. 동네 자랑거리 만들라구 허다가, 개망신만 당하는 거 아녀…….
여창: 마라톤이 먼 얘들 이름도 아니구, 환장허겄네, 그려……. 울 아버지 땜에 내 환장허겄네……. 당체 어려운 얘기여……. 무슨 바보를 데리구 마라톤을 헌다구, 그려~ 암꺼뚜 물르는 놈을……. (어쩌구저쩌구~)
사람들 전부 그런 여창을 멍하니 바라본다.
춘화: 지금 오빠가 그런 말 할 처지나 되는 겨? 맨날 술 처먹고 놀믄서…….
‘이게 그냥 확~~’
이런 말투의 입 모양을 하던 여창, 주변을 둘러보고 찌그러진다.
영삼: 아무튼 가만 냅둬라……. 며칠 뛰어 댕기다 백 이장 저놈도 기력 떨어질 것이여, 기봉이 저눔도 배고프먼 그만 둘거구, 그게 다랭이 마을 본 모습 아닌겨?
춘화: 설마 저러다 진짜 일등 허먼 워쩐댜?
일동: (춘화를 보며) 에이……. 설마…….
말도 안 된다는 듯 손을 내 저으며 사라지는 사람들.
이제야 보이는지 텅 빈 게시판으로 재빨리 들어가 보는 연선댁.
씬 31. 다랭이 마을버스 정류장/아침.
찬바람 휭 하니 부는 곳에 복면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서 있는 기봉과 기봉 모.
멀리 먼지를 일으키며 오고 있는 버스가 보인다.
씬 32. 버스 안/아침.
기봉 모 앉아 있고, 그 앞에 쭈그려 앉아 있는 기봉.
빈 좌석이 여기 저기 보이는데도, 굳이 기봉 모가 앉아 있는 좌석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쭈그려 앉아 있는 기봉.
그런 기봉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멀리 바깥 겨울 풍경을 무심히 보고 있는 기봉 모.
씬 33. 병원 안/아침.
기봉 모가 침대에 누워서 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다.
고통스러워하는 기봉 모를 안쓰럽게 쳐다보지만, 표정은 웃고 있는 기봉.
그런 기봉을 힐끔거리는 신입 간호사.
처방전을 써주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가 보이고, 카메라 돌면, 기봉 모 앉아 있고, 기봉에게 의사가 말하고 있다.
의사: 기봉아, 너 잘들어야 혀……. 니 엄니가 자꾸 체하는 건 음식물을 제대루 씹어서 못 삼키니께 소화불량 걸리는 겨. 계속 소화제 먹거나, 손가락 따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겨…….
의사의 말에 고개 끄덕이며 기봉 모를 돌아다보는 기봉.
씬 34. 읍내 시장 안.
읍내 장터를 둘러보고 있는 두 母子.
어느 분식집이 보이고 그 옆으로 카메라 이동하면, 그 분식 집 옆에 있는 가로등 아래 기봉과 기봉 모 그냥 쪼그리고 앉아 호떡을 먹고 있다.
기봉, 일어나 오뎅 국물을 얻어다가 기봉 모에게 주면, 기봉 모 후후 불며 마시는 정겨운 두 母子.
씬 35. 기봉이 집/방 안/밤.
TV에서 일기예보 방송이 나오고 있다.
기봉 후다닥 일어나, 옆방으로 들어가면, 뒤편에 아랫목에 자고 있는 기봉 모가 보인다.
잠시 후, 기봉 무슨 와이셔츠 박스를 꺼내어 나와 바닥에 앉아 펴면, 그동안 기봉이 그려 왔던 갖가지 일기예보 그림들과 지휘봉 같은 막대가 나온다.
기봉: (그림을 가리키며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는) 오늘 우리나라 날씨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서울을 포함한 중부지방에 많은 눈이 예상됩니다. 서울 아침 최고 기온 영하 3도, 낮 최고 기온 0도씨를…….
그때, 밖에서 백 이장의 소리가 들린다.
“기봉아…….”
백 이장: 요기 써 있는 글씨는 몰라두 된다니께? 그냥 그림만 보고 따라 혀봐……. 스트레칭이라구 하는디, 마라톤의 기본이랴. 알었냐이.
백 이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눈은 교본에 꽂혀 있다.
백 이장 기봉에게 빨간 펜 하나를 주며…….
백 이장: (달력을 가리키며) 기봉아! 25일에 땡그레미 한 번 쳐봐라.
기봉, 백 이장의 눈치를 보며, 날짜들을 짚어 나간다.
23, 24, 25란 숫자를 넘어 26, 27을 가리키자.
백 이장: 거기, 말고, 뒤로, 뒤로…….
기봉, 백 이장의 말에 따라 다시 거꾸로 짚어 나간다.
28, 27, 26, 25란 숫자를 넘어 24, 23을 가리키자.
백 이장: 아니, 다시 앞에……. 그려……. 앞으루…….
기봉, 다시 앞으로 가서 25에 도달하자.
백 이장: 그려. 그거여……. 거다가 땡그래미 쳐라…….
기봉, 드디어 25란 숫자에 동그라미를 큼지막하게 그린다.
백 이장: 바로 그 날이 우리의 역사적인 날, 마라톤 대회 날인겨.
기봉: 그류……. 그……. 근디 일등 허먼 트……. 틀니…….
백 이장: (말을 자르며) 그럼……. 한 개가 아니라 두 개도 살 수 있다니께.
기봉: (단호하게) 하나먼 되는디…….
백 이장: (웃으며) 기봉아! 우리 내일부터 죽도록 연습하는 겨. 알았지?
기봉: (고개 끄덕이며) 헤…….
주먹을 불끈 쥔 백 이장과 달리 여전히 눈은 마라톤 교본 책에 꽂혀 있는 기봉.
이 두 사람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기봉 모.
얼마 전, 서산 사진 협회 10km 마라톤에서 일등 해서 받은 트로피를 머리맡에 두고 잠든 기봉을 쳐다보고 있는 기봉 모.
씬 36. 백 이장네 집 안.
자신이 기봉에게 줬던 똑같은 마라톤 교본 책과 옆에 인터넷에서 프린트 한 듯한, 많은 자료들을 놓고 돋보기안경을 쓰고 보고 있다.
그때 밖에서 들리는 무언가 깨지는 소리.
백 이장, 문을 열고 내다보면, 술에 취한 여창이 강아지 밥그릇을 걷어차고 있다.
백 이장: 저놈이 미쳤나? 워디서…….
그런 백 이장을 흐릿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여창: 아이구~ 울아버지……. 그 바보 같은 놈, 마라톤 시킨다구 수고많지유? 아이구……. 참말로……. 동네 사람들 뭐라구 허는지 알유?
백 이장: 진짜 함 물어보랴? 동네 사람들이 너보구 뭐라구 허는지? 사지 멀쩡한 놈이 집구석에서 허구한 날 자빠져 놀구, 술만 쳐 먹으면, 행패나 부리구……. 에라, 이 천하에 빌어먹을 놈아…….
여창: (냉소적인) 헤……. 내가 빌어먹을 놈이면……. 아버진 뭐래유?
백 이장: 뭐여, 이놈아. 벼락을 맞을 놈 나가 뒤져…….
문을 확 닫으면, 여창, 화난 듯 이번엔 강아지를 걷어차고 다시 집 밖으로 확 나가버린다.
기봉네 집 아침 풍경.
씬 37. 기봉네 집/방안/아침.
방안에서 마라톤 교본 책을 방바닥에 펴 놓고, 교본 그려진 그림대로 따라하면서 어설프게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기봉.
몸이 불편해 겨우겨우 스트레칭 하는 기봉.
여전히 그런 기봉을 쳐다보는 기봉 모.
작은 거울을 놓고 자신의 얼굴을 보며, 어디선가 구해 온 머리띠를 두르며, 마치 마인드 컨트롤하는 것 같은 기봉의 표정.
사뭇 심각하고 진지하게, 머리띠를 열심히 만지며 자신의 머리를 점검하는 기봉.
씬 38. 다랭이 마을/신작로.
멀리 안개를 뚫고 반짝이는 헤드라이트 등 점점 서서히 다가오면…….
자전거를 탄 백 이장과 기봉이다.
하품을 하며 떠드는 백 이장의 마라톤 지론은 단 하나.
백 이장: 기봉아, 니는 내가 스탑라고 할 때까지 무조건 달려야 허는겨. 그럼 우린 무조건 우승 하는 겨. 알었냐?
기봉: (작은 소리) 그류…….
백 이장: 어허……. 초장부터 큰소리로 대답허야지! 알었냐?
기봉: (큰소리로) 예!
백 이장: (하품을 하며) 그려, 그려…….
점점 안개가 걷어지는 국도 길을 따라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
이장은 아직 술이 덜 깼는지 비틀비틀한다.
어디선가 나타난 마을 선수, 기봉과 나란히 달린다.
깨끗한 얼굴에 태극 모양이 있는 머리띠를 두른, 턱수염까지, 이봉주와 흡사하나, 봉주가 아닌 이봉조다.
기봉의 얼굴을 보더니 신경전을 펼치기 시작한다.
먼저 앞지르는 이봉조, 기봉도 질 수 없다는 듯 뛰는데…….
엎치락뒤치락 막상막하로 뛰는 기봉과 이봉조.
꼭 마라톤 대회 실전 같다, 결국 기봉이 이봉조를 추월하고 이봉조, 벙쪄서 주저앉는데…….
자전거를 몰고 곁으로 다가오는 백 이장, 누구냔 표정으로 마을 선수를 본다.
백 이장: (한 대 갈기며) 너 상리 이씨 아들 봉조 아닌감?
이봉조: (웃으며) 예, 이장님. (기봉을 보며) 누구래유?
백 이장: 내가 키우는 마라토나다. 워뗘? 니보다 낫지?
이봉조: (자세히 보다) 음……. 그러네유…….
백 이장: (약간의 냉소어린) 너도 열심히 혀.
이봉조: 예…….
앞서 달리는 기봉을 부러운 듯 지켜보는 이봉조.
멀리 기봉과 백 이장이 사라진다.
안개가 걷히고 아침 햇살을 받은 기봉의 얼굴에서도 땀이 나고, 그런 기봉을 쫒아가는 백 이장의 자전거도 힘겨운 듯, 백 이장도 얼굴에 진땀이 나고…….
백 이장,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백 이장: (전화하며) 야……. 춘식아, 중고 오도바이 나온 거 있다니?
그렇게 달려가는 기봉과 그 뒤를 따라가는 백 이장.
기봉의 눈에 저 앞에서 가방을 맨 젊은 여대생이 두리번거리며 다가오고 있다.
기봉이 달려서 그냥 스쳐가고, 백 이장의 자전거도 그냥 스쳐가고…….
이 여대생이 정원인지를 전혀 눈치 못 챈다.
그러나 정원은 그렇게 달려가는 독특한 폼의 기봉을 모를 리 없다.
정원: (돌아보면서 혼자말로) 기봉오빠?
저 멀리 달려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정원.
씬 39. 논두렁 길 위/오후.
정원, 좁은 논두렁 위에서 여기 저기 풍경 사진을 찍고 있다.
저쪽에서 기봉이 달려오고 있다.
드디어 논두렁 위에서 만난 두 사람.
기봉, 정원이 길을 비켜주지 않자, 안절부절 못한다.
정원: 기봉오빠 맞지?
정원의 말에 실눈을 살짝 뜨며 고개를 끄덕이는 기봉.
정원: 나 몰라? 정원이, 최정원. 기억 안나?
기억이 가물가물한 듯 고개를 갸우뚱 하는 기봉, 갑자기, 어린 시절의 정원이 키를 생각해 낸 듯, 손으로 어린 시절 정원의 키를 재어보고, 지금 눈앞의 성인 정원이 키를 재어본 뒤, 조금 떨어져서 달려와 뛰어 넘으려고 해보나 너무 키가 자란 정원 앞에 서 있다.
헤~ 하며 아니라는 표정을 짓자, 정원 답답한 듯, 카메라를 기봉의 얼굴에 들이밀어도 그냥 헤~ 하고 웃기만 하자, 좀 떨어진 곳으로 가서 정원, 달려와 기봉 앞에서 제자리 뛰기를 하다가, 기봉이 길을 안 비켜 주자, 갑자기 논으로 뛰어드는 정원.
그렇게 논을 돌아 나와 기봉 저쪽 편 길 위로 올라온다.
짠~ 하며 올라서서 기봉을 향해 돌아보며 웃자, 기봉.
그제야 환하게 웃는다.
그렇게 두 사람, 다시 17년 만에 재회하며 서로 웃고 있다.
씬 40. 다랭이 마을 내 교회.
기봉과 기봉 모,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목사의 설교를 들으며 기도하고 있다.
그런 기봉을 쳐다보며 미소 짓고 있는 정원.
목사의 설교가 끝난 후,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 인사하며 잡담하고 있는데, 정원, 기봉의 어깨를 톡톡 친다.
돌아보는 기봉, 너무나 귀엽고 이쁜 정원이 서 있다.
정원: 기봉오빠…….
기봉: (웃으며 끄덕이며) 저……. 정원아…….
정원: (웃으며) 교회도 다니구 착하네…….
웃기만 하는 기봉.
그런 기봉과 정원을 무표정하게 보는 기봉 모의 표정.
씬 41. 읍내/초원다방 안/낮.
창가 앞에 서는 백 이장의 중고 오토바이.
헬멧을 벗으며 근엄한 자세로 들어오는 백 이장과 기봉.
백 이장: 아이구, 우리 잘나가는 이장님들 안녕들 허시지유?
노 이장, 최 이장이 커피를 마시다 백 이장을 본다.
기봉, 꾸벅하며 인사한다.
백 이장: 뭐 또 마을자랑들 하고 퍼질러 앉아있겄지 뭐.
노 이장: 기봉이 아니냐? 잘 있었는겨?
그런 노 이장에게 웃음을 지어보이는 기봉.
두 사람 노 이장과 최 이장 테이블에 합석하며 앉는다.
백 이장: 다들 알다시피 이번에 서울에서 전국 마라톤 대회 하는 거 알지? 그래 자네들 마을에선 누가 나가남? (노 이장을 보고) 어디 고시합격 한 사람이 나가남? (최 이장을 보고) 아님 최양락이 나가남?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는 노 이장과 최 이장을 보곤 크게 웃으며.
백 이장: 아니 잘난 마을 이장들께선 우째 한 명도 못 보내는 감? 울 기봉이 다리. 함 봐라……. (자신이 봐도 멋지다는 듯) 캬~~~~ 그러구 이 심장. 벌써 벌렁벌렁 허잖여. 그러구 마지막으로 기필코 우승해서 우리 다랭이 마을의 새 역사를 쓰겄다는 이 강렬한 눈빛!
하면서 백 이장이 기봉의 눈을 가리켰으나, 기봉은 야한 달력 여자 모델을 쳐다보느라 약간 몽롱.
킥킥대는 노 이장과 최 이장.
그때, 커피와 요구르트를 가져온 마담.
백 이장: (가져 온 커피를 원샷 한다) 그럼 대회 날 보자구……. 계산혀라……. 자, 기봉아 우린 가자.
기가 산 백 이장의 뒷모습을 보곤 어쩔 줄 모르는 노 이장과 최 이장.
기봉은 눈치 없이 가다가 다시 나타나 요구르트를 확 집어서 가지고 나간다.
씬 42. 기봉네 집/저녁.
집으로 달려 들어오는 기봉, 검은 봉지에 가득 든 과자와 바나나가 보인다.
왠지 집이 너무 어둡다.
걱정스러운 듯, 곧바로 바로 방문을 확 열면, 깜깜한 방 안의 기봉 모, 한 손엔 손전등, 한 손엔 전구 다마를 들고, 굽은 허리로 도저히 닿지 않는 백열등 전구를 바꿔 끼기 위해 애쓰고 있다.
손전등으로 기봉을 비추면 약간 그로데스크한 모습의 기봉 얼굴이 보인다.
기봉 모: (반기며) 이 다마 좀 바꿔…….
기봉, 기봉 모에게 건네받은 전구를 갈아 끼우고 있고, 기봉 모 옆에서 손전등을 전구 소켓을 비쳐 기봉을 도와주고 있다.
기봉 모: 전부터 나갈라구 발랑발랑 허더니 그만 나갔네 그려…….
그때, 들어오는 전기.
갑자기 밝아진 불빛에 눈이 침침한 기봉과 기봉 모의 표정.
기봉 모: (좋아서) 됐구먼……. 이렇게 훤한 걸……. 워따, 훤~허다…….
헤~하고 웃는 기봉.
씬 43. 다랭이 마을 내 교회.
교회 칠판에 엄기봉이란 글자를 쓰는 정원.
카메라 돌면, 그 앞에서 그런 정원과 글자를 보며 헤 하고 웃는 기봉.
정원: 이게 오빠 이름이야. 따라 해봐. 엄, 기, 봉.
기봉: (어눌하게) 어……. 엄, 기, 봉.
정원: 그래. 이젠 오빠 이름을 써 보는 거야.
정원 자신의 가방을 열어 커다란 노트와 꺼내어 주고, 볼펜도 준다.
기봉 받아들고 너무 좋아한다.
같이 환하게 웃는 정원.
정원: 그래. 거기 펴놓고 써봐. 오빠 이름.
기봉 자신의 무릎에 노트 펴고 칠판을 보며 쓴다.
아니 자신의 이름을 그린다.
겨우겨우 삐뚤 하게 자신의 이름을 쓰고 정원에게 보여주자.
정원: (좋아라하며) 그래. 오빠……. 그거야. 잘 썼어, 너무……. 그게 오빠 이름이야.
기봉, 정원의 칭찬에 의기양양해 하며.
기봉: (다른 무언가를 더 가르쳐 달라는 듯) 또, 또…….
고개 끄덕이며, 정원, 기봉 엄마의 이름을 쓴다.
김동순.
실눈을 뜨며 의아해 하는 기봉에게.
정원: 이건 엄마 이름. 따라 해봐. 김, 동, 순.
이번에도 열심히 따라서 엄마 이름을 쓰는 게 아니라 거의 그리는 수준.
그러면서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허공을 보다가 헤~하고 웃는 기봉.
씬 44. 기봉이네 집/마루.
마루에 걸터앉아 무슨 나무를 깎아내고 있다.
문패를 만드는 기봉.
방문을 열고 나와 신발을 신는 기봉 모.
기봉을 무심하게 한번 보고 마당으로 내려서 가는 곳이 이동식 화장실.
행여 기봉 모가 넘어 질까봐, 끝까지 기봉 모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기봉.
안전하게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는 기봉모를 확인하면, 그제야 기봉, 헤~하면서 다시 열심히 문패를 만들고 있다.
기봉이네 집 앞 기둥이 될 만한 곳에 걸려있는‘김동순’이란 이름의 문패.
글자가 삐뚤, 직사각형의 문패가 아닌 동그란 형태.
씬 45. 다랭이 마을/신작로.
봉에 걸린 현수막 뒤로 멀리 오토바이를 탄 백 이장과 뛰는 기봉이 나타난다.
백 이장 긴 나무로 기봉의 엉덩이와 팔 등을 치며 자세를 교정 시켜주는데…….
백 이장: 기봉아! 궁뎅이 더 들구이, 팔 쫙 펴구……. (점점 자세가 어정쩡해진다) 어허! 다리 내려간다니께…….
숨이 터질 것 같은 기봉, 그대로 주저앉는다.
백 이장: 기봉아, 니 잘들어야혀……. 넘들만큼 해선 결코 넘들을 이길 수 없는 겨…….
기봉: (힘겨워 하며) 예……. 헉, 헉…….
백 이장: 인제 딱 보름 남았다. 오늘 수고했고 이것으로 훈련 끝이여.
기봉: (웃으며) 예……. 헉, 헉…….
기봉 다시 어디론가 달려간다.
그런 기봉을 보며.
백 이장: (혼잣말로) 그려, 너라구 왜 감정이 움껀냐…….
씁쓸하게 돌아서 가려다가 현수막에 걸린 또 다른 현수막.
정곡리의 자랑 최양락과 함께 하는 제 7회 서산 군민 행사.
백 이장: 최 이장, 인제 니 놈까지…….
달려가 주위의 긴 막대를 찾아내어 현수막을 막 때리며 뜯는 백 이장.
씬 46. 바다가 보이는 언덕.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나란히 앉아서 바다를 보는 기봉과 정원.
정원, 아주 예전에 새겨놓은 두 사람의 키높이 표시를 힐끔거리며.
정원: (다시 바다를 보며) 기억나? 아주 예전에 우리 어렸을 적에, 여기서 놀았던 거…….
기봉: 엉…….
정원: 에이……. 기억 안나믄서……. 진짜 기억해?
갑자기, 기봉 어디론가 달려간다.
깜짝 놀라는 정원.
정원: 어디가? 오빠…….
바다를 보며 깊은 숨을 들이쉬는 정원 뒤에서 헉헉거리며 나타난 기봉.
정원: (돌아보며) 아니, 어딜 갔다가…….
기봉, 자신의 품속에서 몇 장의 사진들을 꺼내어 정원에게 준다.
정원: (사진들을 보며 회상에 잠기듯) 이거…….
17년 전, 어린 정원이 기봉을 찍었던 그 사진들.
정원: (감동한 듯) 이걸 아직도 갖고 있었구나…….
또 헤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기봉을 보며 미소 짓는 정원.
정원: 세상도, 사람도 변하는데……. 오빠만 멈춰 있네……. 그런데 그게 너무 기뻐…….
그렇게 두 사람 다시 바다를 보며 앉아 있다. 저 멀리 지는 노을이 이쁘다.
씬 47. 몽타주.
신발을 벗는 기봉.
양말도 벗고 도로 위에 가지런하게 신발을 정리한다.
오토바이를 세워둔 채 똑같이 스트레칭을 하는 기봉과 백 이장.
바람을 맞으며 논둑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연선댁 집 축사 안.
오토바이를 탄 백 이장과 달리는 기봉이 지나가자.
소 거름을 떠서 리어카에 담는 연선댁.
연신 투덜대며 거름을 푼다.
그러다가 달려가는 기봉을 보고, 소똥을 보고 번갈아본다.
그런 연선댁 옆에서 또다시 똥을 싸는 소 한 마리.
한 숨 쉬는 연선댁.
마을 영삼네 밭.
나무 그늘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뭔가를 바라보는 영삼, 기분 더럽다.
보면…….
백 이장과 기봉이 지나간다.
잡초만 무성한 밭.
멀리 사라지는 백 이장과 기봉을 보는 영삼.
춘화네 가게 앞.
가게 앞에서 음료수를 정리하는 춘화, 배달 쪽지를 들고 음료수와 빵을 검은 봉지에 담는데, 백 이장과 기봉이 지나가며 마치 마라톤 대회인 양 음료수를 하나씩 빼서 마신다.
그런 백 이장과 기봉의 뒷모습을 보곤 다시 음료수 상자를 보는 춘화.
도로들.
도로를 달리는 백 이장과 기봉을 보며 웃는 버스 안 사람들.
그 가운데 여창이가 로또 용지를 한웅큼 집어 들고 잽싸게 몸을 숨기며 본다.
초시계를 재는 백 이장.
기봉이 숨을 헐떡거리며 들어온다.
초시계를 보며 시원치 않은 백 이장.
오토바이와 나란히 달리는 기봉.
백 이장 오토바이 뒤에서 뭔가를 꺼내는데, 냄비다.
기봉이 손에 냄비를 쥐어주는 백 이장.
기봉 순식간에 속력을 내며 오토바이를 앞질러 간다.
흐뭇한 백 이장.
읍내를 멋있게 달리는 둘.
노 이장, 최 이장을 보곤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백 이장.
어느새 수염이 길러진 채 멀리 펼쳐진 평진 논을 달리는 기봉과 백 이장.
바닷가 방파제를 달리는 둘, 머리 위로 갈매기가 날아다닌다.
빨간 해가 넘어가는 바닷가 해변을 달리는 기봉과 백 이장.
씬 48. 기봉의 집/마당.
비에 젖은 빨래 줄의 집게.
그러다 쓰라린 표정을 짓는 기봉, 다시 발을 보면 물집이 더 세게 잡혀져 있다.
기봉 옆에서 고추를 하나하나 말리는 기봉 모.
기봉 모: 비 오는 날엔 연습 안허남…….
기봉: (발을 감추곤) 비 오면 이장님 허리 아파, 아파…….
기봉 모: 그려, 이장 그놈도 이젠 많이 늙었구먼.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춘화, 손 위엔 부침개가 보인다.
춘화: (우산을 쓰곤) 아니 아주무이, 비오는 디 뭐헐라구 고추를 너류?
기봉 모: 조금 있으면 비 그친댜.
춘화: (웃으며) 녈까지 비 온다는 소리 못 들었는슈?
기봉 모: (기봉을 보며) 우리 집에 앞일을 내다보는 놈이 있잖여.
춘화: (기봉을 보며 다정하게) 기봉 삼촌, 낼 뭐헌댜?
헤~ 하며 웃는 기봉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려는 듯한 춘화.
씬 49. 다랭이 마을/신작로/노을.
정말 그친 비.
가로등 아래 고인 물에 떨어지는 물방울.
번지는 고인 물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기봉의 모습이 비친다.
자세히 보면 고인 물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있는 기봉.
헤~하고 웃는 천진난만한 기봉의 표정.
그때 읍내에서 돌아오는 듯한 정원과 그녀의 두 손에 들린 물건들.
씬 50. 기봉네 집 안/노을.
기봉에게 줄 크레파스와 공책과 초등학교 1학년 용 국어 교과서와 산수 교과서들이 바닥에 펼쳐져 있고, 털장갑, 그리고 머리띠가 보인다.
예전의 낡은 머리띠가 아니라 이쁜 스포츠 머리띠를 머리에 두른 채, 정원과 기봉 모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기봉.
기봉: 노오란 사쓰 입은~ 말없는 그 사내가~
이런 기봉을 보며 즐겁게 박수치는 정원과 달리 무표정하게 기봉을 바라보고 있는 기봉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