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월 정기모임
1. 일시 : 2025.02. 06.(목)
2. 참석인원 : 7명
3. 선정도서 : 한강작가 “희랍어 시간”
4. 작품소개 :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노벨상 선정이유에 “ 역사의 트라우마와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시적인 산문”을 꼽았다. 2011년 발표한 이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주제로 한 후기 작품에 비해 개인적 삶의 상실, 단절, 고독을 시적인 언어로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줄거리를 따라 가기 보다는 한문장 문장을 음미하고 사색하며 읽는 책이다.
5. 줄거리 : 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시력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순간을 그리고 있다.
열일곱살 겨울, 여자는 어떤 원인이나 전조 없이 말을 잃는다. 말을 잃고 살던 그녀의 입을 다시 움직이게 한 건 낯선 외국어였던 한 개의 불어 단어였다. 시간이 흘러, 이혼을 하고 아이의 양육권을 빼앗기고 다시 말을 잃어버린 여자는 아케데미에서 고대 희랍어강좌를 수강한다. 모국어로는 말도 못하고 쓰지도 못하게 된 여자가 새로운 언어인 희랍어를 통해 다시 말을 찾기 위해.
한편, 15살에 독일로 이민을 가서 희랍어 철학을 전공한 남자는 16년을 독일에서 살다가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던 중, 가족을 모두 독일에 두고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 희랍어를 가르친다. 청각장애로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했던 그의 첫사랑 여인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그는 아카데미의 수강생 중 말을 하지도, 웃지도 않는 여자를 주의 깊게 지켜보지만 그녀의 단단한 침묵으로 가까워 질 수 없었다.
다른 수강생이 한명도 수업에 나오지 않은 어느 날, 지하로 향한 계단에 갖힌 새를 구해주기 위해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던 남자는 중심을 잃고 안경을 떨어뜨리게 되고 깨진 안경을 찾기 위해 바닥을 더듬다 손이 베는 사고가 발생한다. 도와달라는 남자의 외침에 여자는 달려와 그를 부축해서 병원 치료를 받게하고 집으로 데려다 준다. 그 밤 남자와 여자는 침묵을 사이에 두고 기척으로 감각으로 더듬더듬 대화를 나눈다.
6. 나눈 이야기
- 여자는 왜 말을 잃게 되었나 : 언어란 사람 사이의 소통, 생각을 구체화하고 개념화하는 도구이다. 언어에 민감한 감각을 지녔던 여자는 이혼과 양육권 상실을 겪으면서, 언어가 사람사이의 완벽한 이해의 도구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상처를 주는 현실로 인해 언어를 혐오하게 되고 실어증에 걸리게 된 것, 더 나아가 말을 잃어 버리자 고통도 희미해 진다는 표현은 실어증이 자기방어의 기제인 것 같기도 하다.
- 여자는 왜 희랍어를 선택했나 : 자신의 의지로 언어를 되찾고 싶은 마음과 상처를 주기도 하는 언어에 대한 거부감으로 낯설지만 죽은 고대언어인 희랍어를 선택함으로써 타인과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엿 볼 수 있다.
- 여자와 남자의 만남은 사랑인가 : 연약하고 상처받은 남녀가 만나 서로에게 도움과 위로를 주는 상실과 회복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통상적인 연애소설이라기 보다는 연민의 감정이 많은 사랑이야기.
- 인간 존재에 대한 인식 : 1장에서 인용한 보르헤스의 묘비명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와 21장 남녀가 포옹하고 입맞추는 장면에서 “ 맞닿은 심장들, 맞닿은 입술들이 어긋납니다” 라는 문장은 인간의 원초적 고립, 나와 타인과 세상 간에 존재하는 단절을 이야기 한다. 반면 맨 마지막에 배치한 0 장에서는 여자가 언어를 되찾는 듯한 묘사가 나온다. 나와 세상 사이에 놓인 칼과 언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며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메세지를 던지는 것은 아닐까?
* 상처들
- ‘너는 세상에 못 태어날 뻔 했다’는 출생의 에피소드에 대한 가족들의 말 때문에 ‘자신이 세상에 존재해도 되는지’ 평생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산 여자 주인공, 평소 우리가 내뱉는 별 의미없는 말이 주는 상처에 깊은 반성과 두려움을 느낀다.
- 남자 주인공이 독일이라는 낯선 언어, 환경으로 이민감으로써 느껴야 했던 고립, 단절감, 말 못하는 사람들,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의 고통에 대해 나는 얼마나 공감하고 배려하며 살았는지.....나를 되돌아 보게 하고 변화시키는 ’소설의 힘‘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