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강인숙
지난 해 십일월 십오일
포항을 흔들어 놓은 5.7의 지진
포항 도시가 휘청거렸다
학교에서 상가에서 길거리에서
온통 공포와 두려움의 늪이었다
다리도 가슴도 후들후들
집 안에서의 벌어진 광경은
깨지고 쏟아지고 나뒹굴고
아수라장이었다
계소되는 여진의 공포
깊게 갈라진 땅꺼짐
움푹 패인 가슴의 상처들
다른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
그러하여도
땅을 지키며 희망 만큼은
버리지 않기를...
삭아진 손수건
강인숙
눈물이 짭짭한가 보다
눈물에 손수건이 삭아졌다
눈물의 은혜를 받았나 보다
손수건은 내 짝지이다
풀어야 할 문제들을
죄다 눈물로 쏟아내면
볼을 타고 목줄기를 타고
흐르고 흘러
가슴팎까지 적셔진다
눈물은 응답이다
그 사랑 감사해서
그 은혜 감사해서
또 눈물이다
줄 서 기다리는 밥집
강인숙
없는 것 없이 죄다 있다는
포항 죽도 시장
미로와 같은 골목 길에
방송에 맛 집으로 소문이 난 후
길다랗게 줄이 서 있다
보리밥 맛 쌀밥 맛 반반 맛
입 맛대로 주문을 한다
여러 종류의 반찬들
뚝배기에는 된장이 바글바글
각각에 배당되는 고등어 구이
연신 주문을 받으며
골방 안은 떠들래하다
바깥은 아직 줄이 서 있고
앉아 먹는 사람들의 마음도 급하다
그 바쁜 중에도 주인은
한 번 맛보면 중독 되어
다시 찿는다는 마약 김밥까지
틈새를 노리며 장사를 한다
골목 양 옆 방 안에서는
억센 사투리의 말 말들이
무성하다 시끌버끌 하다
UP이 된 덫
강인숙
무서운 사채의 덫
문구가 달라졌다
전화로 대출 즉시 대출 무조건 대출
누구나 대출 신용조회 없는 대출
빠름보다 더 빠름으로
휙휙 날아가는 카드
늘비하게 뿌려진 덫을
재빠르게 줍는 노인들
줍지 못하도록 소릴 지르며
자기들의 사업이란다
먹고 살아야 한단다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도
그 틈새를 타고
여전히 구푸리며
대꾸하지 않고
주워 모은다
분주한 벌
강인숙
동틀 때부터 해질녘까지
벌들은 수도 없이 꽃을 옮기면서
꿀을 모은다
입에는 단물을 가득
다리에는 꽃가루를 가득
억척스럽게 모아 날은다
그렇게 수도 없이 날며 모은 꿀
여왕벌의 양식으로
새끼벌의 양식으로
사람들의 양식으로
온종일을 쉬지 않는다
날개 접을 줄 모르고
이 꽃 저 꽃 찾아 분주한 벌
카페 게시글
목산문학 22호
포항지진 외 시4편 - 강인숙
목산솔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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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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