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람 김왕식 평론가,滿厚 詩를 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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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엽서 한 장
시인 滿厚/서재용
가을 숨소리가
온 몸으로 파고든다
푹푹찌던 여름도
가을 숲길을 향해 걷는다
코스모스 하늘하늘
바람따라 익어가는
풍요로운 가을 들녘
고추잠자리 날갯짓
긴긴 여름과 이별하고
가을빛과 입맞춤할 때
백지 한 장 꺼내 놓고
그리움 절절한 엽서 한 장
가을 향기 바람결에
실려 보낸다
햇살 좋은 가을날
기차도 서지 않는 간이역
9월의 그리움 짙어
마냥 서성이는 이 마음...
□ 詩評;-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
서재용 시인은 자연과 삶의 이치를 깊이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시인이다.
그의 시 세계는 자연 속에서 인간의 감정과 사유를 융합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되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시인의 삶은 평범한 일상에서 비롯된 경험과 감정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는 그가 쓰는 시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서재용 시인의 시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포착하고, 그 속에서 인간의 보편적 감정과 철학적 사유를 찾아내어 시적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데 주력한다.
"9월의 엽서 한 장" 역시 이런 그의 특징이 두드러진 작품으로, 가을이라는 계절적 배경 속에서 삶의 깊이와 그리움,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가을 숨소리가 / 온 몸으로 파고든다"에서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숨소리'라는 표현은 가을이 조용히 다가와 사람의 감각을 일깨우는 느낌을 준다.
'온 몸으로 파고든다'라는 구절은 가을이 단순히 외적인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내면 깊숙이 스며드는 감각적 경험임을 암시한다.
이는 시인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감각적 차원에서 탐구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가을의 시작을 '숨소리'로 표현함으로써, 시인은 생명력과 감각적 생동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푹푹찌던 여름도 / 가을 숲길을 향해 걷는다"는
여름과 가을의 변화를 대비적으로 그리며, 계절의 순환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푹푹찌던'이라는 형용사는 여름의 무더위와 강렬함을 강조하는데, 그 여름이 '가을 숲길을 향해 걷는다'는 표현을 통해 더 이상 무겁지 않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음 계절로 넘어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자연의 순환이 인생의 변화와 유사하다는 시인의 철학적 인식을 반영한다. 계절의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며, 이 변화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코스모스 하늘하늘 / 바람따라 익어가는 / 풍요로운 가을 들녘"에서는 가을의 시각적 이미지가 아름답게 묘사된다.
'코스모스 하늘하늘'이라는 표현은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의 가벼운 움직임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하며, '바람따라 익어가는'은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풍경을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한다.
'풍요로운 가을 들녘'은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주는 풍요로움을 강조한다. 시인은 이 장면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그 아름다움을 찬미하며, 동시에 그 속에서 느껴지는 고요한 평화로움을 전하고자 한다.
"고추잠자리 날갯짓 / 긴긴 여름과 이별하고 / 가을빛과 입맞춤할 때"는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추잠자리 날갯짓'은 가을이 오며 새로운 계절과의 조우를 상징한다. '긴긴 여름과 이별하고'라는 구절은 여름의 긴 시간과 그 여름과의 이별을 암시하며, 새로운 계절인 가을의 도래를 준비하는 순간을 담고 있다.
'가을빛과 입맞춤할 때'는 시적 표현을 통해 새로운 계절과의 만남을 로맨틱하게 표현하며, 가을이 주는 새로운 시작과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백지 한 장 꺼내 놓고 / 그리움 절절한 엽서 한 장 / 가을 향기 바람결에 / 실려 보낸다"에서는
시인이 가을의 감정과 정서를 엽서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백지 한 장 꺼내 놓고'라는 표현은 아직 쓰이지 않은 엽서, 즉 가능성의 시작을 암시하며, 그 위에 '그리움 절절한 엽서 한 장'을 쓴다는 것은 시인의 깊은 감정을 담아내는 행위로 해석된다.
'가을 향기 바람결에 실려 보낸다'는 구절은 그 엽서가 가을의 바람을 타고 멀리 전해지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고 있으며, 이는 독자들에게 가을의 향기와 감정을 함께 느끼게 한다.
마지막 행 "햇살 좋은 가을날 / 기차도 서지 않는 간이역 / 9월의 그리움 짙어 / 마냥 서성이는 이 마음..."에서는
시적 화자의 정서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햇살 좋은 가을날'이라는 표현은 밝고 따뜻한 가을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으며, '기차도 서지 않는 간이역'은 고독과 정지된 시간의 느낌을 강화한다. '9월의 그리움 짙어 마냥 서성이는 이 마음'이라는 구절은 이 시의 절정으로, 가을의 한가운데서 느끼는 깊은 그리움과 기다림을 상징한다.
이는 시인이 계절을 통해 인간의 정서를 표현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서재용 시인의 "9월의 엽서 한 장"은 가을이라는 계절을 배경으로 하여 자연과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결합한 작품이다.
시인은 감각적 언어와 이미지의 사용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정서적 울림을 주며, 자연과 삶의 순환 속에서 얻는 사유의 깊이를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시적 표현의 미묘한 선택과 이미지의 중요성은 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한다.
서재용 시인의 시는 독자들에게 자연과 삶,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그의 시가 지니는 큰 가치이며,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2024.09.02.
-청람 김왕식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