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시그널 음악
박선영: 태백에프엠100.5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선영의 라디오 시간여행> 박선영입니다.
문득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밤하늘에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그저 멀고 아득한 우주 같지만, 아주 오랜 옛날 우리
선조들에게 하늘은 삶의 모든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지혜의 지도'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은 하늘에서부터 나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인류가 가장 먼저 마주하고 관측했던 것은 바로 밤하늘의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이었기 때문이죠.
오늘 시간여행에서는 하늘의 움직임을 읽어내려 했던 옛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 우리 삶과 문화재 속에 깊숙이 숨어 있는 '음양의 조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여정의 첫 시작을 알리는 노래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부르는 아련한 고백 같은 곡이죠.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 듣고 오겠습니다.
이적 - <하늘을 달리다> (약 4분)
제1부: 하늘을 읽는 사람들, 제사장과 복희씨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 듣고 왔습니다.
방금 오프닝에서 "세상의 모든 지식은 하늘에서부터 나왔다"라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사실 제가 문화재 관련 강의를 하거나 답사를
갈 때 매번 빼놓지 않고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머나먼 옛날, 미개했던 원시 인류는 수렵과 채집만으로는 목숨을 부지하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안정적으로 먹고살기 위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죠. 그런데 농사를 잘 지으려면 무엇을 알아야
했을까요? 네, 바로 '계절의 변화'와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해와 달의 움직임, 그리고 밤하늘에서 우리 눈으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태양계의 다섯 행성인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시간 분석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원시 사회를 주도했던 계급에는 하늘의 뜻과 움직임을 읽어내는
'제사장'이 반드시 존재했습니다. 이들은 예언과 주술, 점술을 통해
공동체를 이끌어갔죠.
고대 중국의 건국 신화인 삼황오제(三皇五帝) 전설 속에서 가장 첫 번째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복희(伏羲)씨'인데요. 이 '복희'라는 한자를 가만히 뜯어보면 참 흥미롭습니다. 엎드릴 복(伏) 자에, 희생 희(犧) 자를 쓰거든요. 즉, 제물이나 희생양 앞에 엎드려 있는 사람, 바로
'제사장'을 뜻하는 이름인 것이죠.
사서삼경 중 하나인 《역경(易經)》의 〈계사전(繫辭傳)〉을 보면, 이
복희씨가 처음으로 '팔괘(八卦)'를 만들고 그물을 발명해 백성들에게 고기 잡는 법과 사냥하는 법을 가르쳤다고 전해집니다. 이 팔괘의
가장 밑바닥에 깔려 있는 근본적인 우주관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음양론'입니다. 음과 양이 나누어져 사상(四象)이 되고, 그것이 또
분화되어 팔괘가 된 것이죠.
자, 밤하늘을 보며 우주의 이치를 깨달았던 선조들의 마음을 담아 두 번째 곡 띄워드립니다. 밤하늘의 가장 아름다운 동반자죠, 박보검의 목소리로 듣습니다. <별 보러 가자>.
2: 박보검 - <별 보러 가자> (약 3분 30초)
제2부: 우주를 움직이는 두 개의 힘, 음과 양
달콤하고 따뜻한 목소리, 박보검의 <별 보러 가자> 함께 듣고 오셨습니다.
앞서 복희씨가 만들었다는 팔괘의 바탕에 '음양론'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음양론이란 우주나 인간 사회의 모든 현상, 탄생과 소멸을 '음과 양이 쇠하여 사라지고, 성하여 자라나는 변화'로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더 나아가 우주론적 방면으로 발전해 하늘의 도(道)와 하나가 되고, 도덕적인 의미까지 획득하게 되었죠.
이 음양론은 우리 조상들의 관념 속에 아주 깊이 뿌리박혀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나라의 고궁이나 절, 탑 같은 수많은 문화재 속에는 이 음양론의 흔적이 아주 짙게 남아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꼭 알아두어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음양론은 절대 한쪽이 우월하고 다른 쪽은 열등한 '절대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철저히 '상대적인 개념'이죠. 음과 양은 결코 홀로 독립해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서로가 있어야만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완전한 의존 관계이자 상호보완적인 관계입니다.
그러니 음양 중 어느 것이 좋고 나쁜 것은 없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바로 음과 양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 문화재들도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면, 이 음양의 조화를 잘
이루도록 설계되고 만들어졌습니다.
말로만 들으니 조금 어렵게 느껴지시나요?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죠. 노래 한 곡 듣고 와서, 우리 문화재 속에 이 음양의 조화가 어떻게 아름답게 구현되어 있는지 본보기를 하나씩 콕 짚어 소개해 드릴게요.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조화로운 사랑을 노래합니다. 성시경과 아이유가 함께 부른 <그대네요> 듣고 오겠습니다.
3: 성시경, 아이유 - <그대네요> (약 4분 30초)
제3부: 건축에서 가구까지, 삶에 녹아든 음양의 조화
성시경과 아이유의 감미로운 듀엣곡 <그대네요> 듣고 왔습니다.
자, 그렇다면 음양의 조화가 완벽하게 살아 숨 쉬는 우리 문화재의
가장 대표적인 본보기는 무엇일까요? 우선 조선 왕조의 신주를 모신 '종묘의 정전'을 자세히 보세요.
종묘 정전을 보면 참 흥미로운 구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전
앞마당에는 넓게 펼쳐진 마당인 '월대'가 있고, 그 한가운데에는 길게 뻗은 돌길인 '신로(神路)'가 조화를 이루고 있죠. 건물의 붉은 기둥과 단청의 색감, 그리고 지붕의 곡선 하나까지도 음과 양, 비움과 채움의 미학이 완벽하게 대칭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가만히 서서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웅장한 평온함이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 조화로움 때문입니다.
이렇게 거대하고 웅장한 건축물에만 음양이 깃들어 있는 건 아닙니다. 우리 조상들이 안방에서 매일 마주하던 '목가구'에도 이 철학이 살아 숨 쉬고 있는데요.
조선 시대 사랑방이나 안방에 놓이던 ‘이층장’이나 ‘사방탁자’를
자세히 보면요. 장의 앞면에 쓰인 나무 무늬가 좌우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널빤지 한 장을 반으로 쪼개서 좌우에 하나씩 배치하는, 이른바 '양면 붙이기' 기법인데요. 나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굴곡과 무늬를 좌우 대칭으로 마주 보게 함으로써, 자연의 음양 조화를 가구 안으로 그대로 들여놓은 것입니다.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되, 대칭의 조화로움을 추구했던 선조들의 멋스러운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죠.
참 알수록 신비롭고 지혜로운 우리 문화재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노래 한 곡 더 듣고 올까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멜로디입니다. 자우림의 <낙화> 듣고 오겠습니다.
노래 4: 자우림 - <낙화(落花)> (약 4분)
클로징
자우림의 <낙화> 듣고 왔습니다. 떨어지는 꽃잎마저도 자연의 섭리이자 또 다른 탄생을 위한 순환의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웅장한 종묘의 정전부터 안방의 작은 사방탁자까지, 선조들은 삶의
모든 순간에 '어느 하나 치우치지 않는 조화'를 새겨 두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쁜 날이 있으면 슬픈 날이 있고, 뜨거운 청춘이 지나면 차분한 성숙의 시간이 찾아오듯, 우리 인생도 음과 양의 조화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요?
선조들이 문화재에 불어넣었던 그 조화의 지혜를 오늘 우리 마음속에조용히 담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박선영의 라디오 시간여행>은 여기까지입니다. 마지막 곡으로 인생의 씁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조화를 노래하는 곡 준비했습니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띄워드리면서,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늦은 저녁, 편안하고 시원한 시간 보내세요. 지금까지 진행에 박선영이었습니다.
5: 최백호 - <낭만에 대하여> (약 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