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희 시집 [ 기억의 0번 출구 ] .
한국문연에서 홍경희 시인이 [기억의 0번 창구] 시집을 상재하였다.
홍경희 시인은 강원 횡성에서 출생하셨다.
2014년 [시인정신]으로 등단하였다.
각종 문인활동 중이며 특히 문학 동인인 [시림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평설] 경이로운 폭력적 언어의 은유 - 남진원(문학평론가)
홍경희 시인이 [기억의 0번 출구]라는 시집을 내었다. 2017년 9월이다. 횡성에서 출생하였지만 춘천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2014년 <시인정신>으로 등단하였다. 등단 3년 째 시집을 냈다.
그의 시적 언어는 일상 언어의 체계에서 비켜나 있다. 그런 짐작은 시집 제목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류 속에 부침하는 우리 사회, 고통의 일상을 해결하기 위한 열쇠의 하나가 매일 아스피린을 먹는 일이라고 술회한다.
말밥굽 소리가 운명곡처럼 들린다
취한 듯이
블렉홀 같은 경마장으로 몰려드는
삼팔광땡의 겁데기들,
세상이 온통 오류 속의 오류다
두통이 두통을 화려하게 산란하는 밤
- ‘매일 아스피린을 먹는다’ 끝 연 -
시집 전체를 통관하는 호흡은 ‘통쾌한 배설’이다. 가려움을 강렬하게 긁어주는 언어들은, 거의 폭력적이다. 그렇기에 더 강한 울림을 준다.
세상을 살다가 도는 세상 속에 부처처럼 떠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때가 있다. ‘세상은 기만이고 썪었구나!’ 이런 생각이 몇 번 씩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출구가 없는 것이다. ‘0번 출구’이다 그렇지만 가끔 이 시집을 읽으면 위안이 되기도한다.
시 ‘불온한 수평선’에선 어둠의 짐승 일 뿐이라고 조롱하며 자신을 비웃는다.
‘은빛 칼날을 세우는 / 너, / 어찌하란 말이냐, 넌 한 마리 // 흰 어둠의 짐승일 뿐, 난 / 창살에 갇힌 한 접시의 달빛일 뿐’이라고 토로한다.
시인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기존의 이미지를 거세했다. 이 지구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사기, 폭행, 살인 등의 사건, 사고가 매일 일어나는 우리 시대. 그것도 대형 사고이다. 이러한 사회 불안과 사회의 오류를 시인은 보았다. 신도 잠들지 못하는 밤을 말이다. 시, <대관령 아리랑>에서도 이런 징후를 읽을 수 있다.
- 윗부분 줄임 -
제왕산 아래 도시들은
모든 귀를 닫고 침묵한다
혛관이 검게 그을린 공장들이
비틀거리며 산다
무덤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은 아파트
매연으로 외눈박이가 된 바람,
도시의 비문을 닦는다
바다가 떠나간 어선들은
불안을 덮고 누웠다
하얀 소복을 입은 이 밤,
신들은 잠 못들고 있다
- ‘대관령 아리랑’ 후반부 -
사물을 대할 때 경이롭지 못하면 시인이 아니다. 시인의 눈에 들어온 경이로움은 시인의 손끝에서 활달하게 펼쳐진다. 사물을 대하는 시인의 눈은 경이로움으로 차 있다. 그 표현 또한 경이로움의 언어들로 채워진 점은 정말 주목할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