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의사가 필요하다
길(路) 위에서 길(道)을 물으며, 몇 차례에 걸쳐서 마르코복음이 전하는 레위의 소명사화(2,13-17)에 나오는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우리의 세상을 들여다봤습니다.
예수님의 눈에 우선 ‘죄인’이 들어옵니다. 그들은 자신과 사회가 부과하는 부정의 인식 – 설령, 그것이 사실이어도 – 으로 인하여 기가 꺾인 채 살아갑니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기에 그런 모습이 안타깝지만, 말씀이라도 듣고 밥이라도 함께 하겠다는 모습은 더욱 애잔합니다. 인간이기에 하루를 살지만, 죄인이기에 버림받았고 무가치하다는 의식이 있고 그래서 자신을 부풀려 포장하지만, 이내 안식처를 찾는 자신을 발견하곤 고개를 숙입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을 찾는 것을 보면, 자신과 자신의 현실을 방치하거나 무기력하게 살지는 않겠다는 영혼의 갈망이 발견됩니다. 이를 바라보는 아픔은 뼈저릴 정도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사랑과 모습으로 그들의 원의에 응답합니다. 아니, 그들의 그런 처지와 상황이 그분을 움직이게 합니다.
예수님의 눈에 ‘다른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예수님의 행동을 관찰하고 말씀도 듣지만, 부정과 비판으로 세상을 봅니다. 그러한 시선이 나쁘지 않고, 현실을 분별 있게 보는 것이지만, 애석하게도 그것에만 그칩니다. 배워 아는 그만큼의 사람이기에 너에게 하느님을 담게 할 수 있으련만, 당신이 말씀하시는 하늘 아버지의 현실과는 결이 다르게 거리를 두거나 부정한 이들을 비판만하면서 비판을 통해서 정작 말하는 바의 미래 현실과 자신을 분리합니다. 너와 나는 다르다고 하면서, 소위 ‘분리된 자’라는 이름답게 처신합니다. 그렇게 잘 났으면, 자신만의 성에서 그 올곧음을 살면 될 것을, 왜 굳이 예수님 주변을 떠나지 않고 두리번거릴까요? 그분의 눈에는 그들 역시 길을 잃었고, 무엇인가 갈구하여 찾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러하니 그들이 찾는 세상을 말과 행동으로 드러내시건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지식과 지혜가 눈과 귀를 막아버립니다. 그러면서 네가 죄인임을 더욱 확인하고 이를 강화해 갑니다. 하늘 아버지의 질서로 자신을 던지기보다는 그 도전 앞에서 주변만 서성일 뿐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눈에는 죄인이나 율법 학자나 모두 의사가 필요합니다. 종교 사회적으로 죄인으로 판명난 사람은 하느님께 돌아가기 위해서 마땅히 의사가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 이들과 어울려 음식을 먹는 행위는 하느님께서는 죄인임에도 여전히 자신의 존엄한 인간성을 온전히 살아가길 원하신다는 말씀을 건네는 것이고, 이로써 이들은 관계 안에 받아들여지면서 삶의 풍요뿐만 아니라 하늘 아버지의 너른 품을 맛보게 됩니다. 율법 학자 역시 하느님의 이러한 품에서 제외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제한적이기에 더 큰 사랑의 삶을 담아내지 못합니다. 이웃에게 잘하는 것은 누구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원수나 죄인으로 여겨지는 사람을 담아내는 데 있어서 나의 선함이나 올곧음, 우월 의식은 하느님 사랑으로 빛을 받고 정화되어 더 큰 사랑 안에서 승화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율법 학자들도 하느님의 너른 품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마땅히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변화를 꿈꿔야 합니다.
우리는 때로는 잘난 듯 의인처럼 살다가도 내 안에서 은밀히 발견되는 죄성罪性 앞에서 어느새 나에게도 의사가 필요하겠거니 생각하며 삽니다. 거창하게 죄성까지는 아니어도 내 안에 자리한 분리와 배타 의식이 만들어낸 벽이 이해와 수용, 배려와 안아줌의 차원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나를 더욱 궁지로 모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합니다. 아니, 어떤 때는 그러한 나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서 벽의 두께를 더하거나 다른 벽을 세우기까지 합니다. 그럴 때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 ‘프란치스칸’이라는 이름 앞에서 한없는 부끄러움으로 서 있게 됩니다. 이래저래 우리는 선하면서 악하거나, 부족하면서도 선을 갈망합니다. 그러니 밀과 가라지가 공존하는 것은 나의 밖의 세상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세상의 축소판인 나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가만히,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의 결을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선하든 죄인이든 모두 의사가 필요하겠거니 생각하며, 그에 적절한 모습으로 다가가시는 예수님의 시선과 마음에 나의 것을 비추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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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부족한 이해와 수용을 하는 줄 착각하다가..ㅎ 어느슌간 배려와 안아줌이 부족했음을 느끼며 고개를 숙이는 어제였기에
이 아침 다가오시는 예수님의 시선에 집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