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페 교회가 젊은 목회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뉴스앤조이>가 카페 교회의 허와 실을 취재했다. 앞으로 세 번에 걸쳐 연재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교회 안에 카페가 있네'라고 놀라던 때를 지나, '교회가 카페네'라고 놀랄 때가 왔다. 카페 교회를 컨설팅해 주는 업체도 있을 정도다. 교회 카페와 카페 교회 컨설팅 전문 업체 '나눔카페'의 박소정 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담 건수는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월 평균 50건 정도 된다. 이 중 카페 교회를 생각하는 목사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카페 교회를 꿈꾸는 목회자들이 늘고 있는 현상은 실제 카페 교회를 운영하고 있는 목사들이 더욱 체감하고 있다. 올해로 5년째에 접어든 한 카페 교회 목사는 "개인적으로 상담하러 온 목회자만 해도 400명 정도 된다. 신학교에도 강의를 많이 다녔다"고 말했다.
강대상과 장의자가 있어야 예배당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나이 많은 목사들은 이런 현상을 탐탁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교계 원로는 카페 교회라는 말을 듣고 "교회 가지고 장난치는 거 아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목사가 목회를 해야지 커피나 내리고 있으면 교회가 되겠느냐는 것이다.
"그런 말은 뭐라도 해 주고 나서 하라"는 게 30~40대 젊은 목사들의 대답이다. 어렵게 상가 한 귀퉁이 얻어서 교회 간판 달면 사람들이 몰려드나. 처음 개척할 때는 상가 교회를 했다가 4년 전 카페 교회로 바꾼 한 목사는, "지금 전도하면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거부감 때문에 아무도 안 온다. 욕은 대형 교회가 먹이고 피해는 작은 교회들이 입는다. 전도지 들고 노방전도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전도 안 되는 걸 목사의 열심 탓으로 돌려 버리기 민망한 시대다. 개척을 준비하는 목사들에게 최우선 과제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의 접촉점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접촉점' 때문에 카페 교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카페 교회를 운영하거나 준비하는 목사들은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와 말 한마디 더 섞어 보려고 카페를 선호한다. 상가 교회보다는 카페가 얘기하기 훨씬 낫지 않나. 개척 초기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카페 운영으로 돈을 버는 '자비량 목회'를 꿈꾸기도 한다. 물론 카페의 여유롭고 아늑한 분위기와 바리스타의 멋진 이미지도 한몫한다. 한마디로 카페 교회는 요즘 목회의 '트렌드'다.
하지만 카페 교회가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건 아니다. 서울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지난 1월 27일 펴낸 <2014 서울 자영업자 업종 지도>를 보면, 서울에서 카페를 연 지 1년도 안 돼 문 닫는 경우가 23.1%, 3년 안에 문 닫는 경우가 52.6%다. 서울에서 카페를 창업했을 때, 절반 이상은 3년 안에 망한다는 것이다. 또 서울시의 커피숍 밀도는 인구 895명당 1곳으로 한식집, 호프집에 이어 세 번째로 밀도가 높다. '과다 경쟁' 상태다. 이는 비록 2년 전 통계이기는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는 않는 듯하다.
사업적인 측면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교회의 공동체성도 중요하다. 비신자들과 젊은 세대와의 접촉점이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그들과 대화할 것이며 연대감을 형성할 것인가. 교인들이 생기더라도, 평일 내내 카페에서 노동해야 하는 목사가 언제 교인들을 돌볼 것인가.
<뉴스앤조이>가 이 카페 교회의 '허'와 '실'을 취재했다. 2주 동안, 현재 카페 교회를 운영하고 있는 목사들과 카페 교회를 하다가 접은 목사들을 두루 만나 인터뷰했다. 기사는 각각 △어느 정도 안정된 카페 교회 이야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혹은 이미 문을 닫은 카페 교회 이야기 △카페 교회의 분석과 전망을 주제로 게재할 예정이다. 사례를 통해, 정말 카페 교회라는 방법으로 교회의 본질을 담보하는 동시에 경제적인 여건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한 가지만 '스포짓'을 하자면, '카페'와 '교회'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건 지극히 어렵다는 것이다. 모쪼록 이번 연재로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좀 더 현실적으로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획2] 카페 교회 1세대 목사들의 생존법
5년 이상 지속해 온 카페 교회들, 그들의 사역과 경제 사정
커피숍은 이미 사양산업으로 평가된다. 요즘에는 프랜차이즈 업체도 살아남기 힘들다고 한다. 개척교회도 만만치 않다. 한 해에 1,300개가 생겨나고 그 중 1,000개가 망한다고 한다. 카페나 교회나 '한 다리 건너면 하나'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카페+교회'를 하면 잘될까?
'안되는 거 두 개를 합쳤더니 잘되더라'는 마법 같은 일은 현실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척박한 상황에서도 꾸준히 사역을 지속하는 카페 교회들이 있다. 이들은 5년 이상 카페 교회를 운영해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기도 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카페 교회를 소개한다.
대학 선교 단체와 연대, 주민 상대로 문화 사역…'공동체성' 유지 과제
![]() | ||
▲ 서울 광진구의 A카페 교회는 인근 대학의 선교 단체 동아리들이 '기독교식' 카페 이름을 보고 찾아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구 목사는 계획하고 있었던 청년들과의 접점을 만드는 사역을 시작할 수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서울 광진구에 있는 A 카페 교회는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담임 구 아무개 목사는 카페 교회를 시작할 때만 해도 '카라멜 마끼아또'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저 청년 사역을 하려고 준비하다가, 청년들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카페를 선택했다. 뭣 모르고 시작했는데, 하루 12시간 이상 이어지는 노동에 체력 저하와 함께 자신이 목사인지 사장인지 정체성에 혼란도 왔다.
A교회는 근처 대학교의 선교 단체와 '윈윈'하면서 활력을 찾았다. 어느 날 노방전도를 나갔다가 IVF·CCC 등 선교 단체 학생들을 알게 됐다. 선교 단체들은 A 카페 교회에서 각종 모임을 하며 안정적으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고, A 카페 교회는 조금이나마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학생들 중 몇몇은 교인이 되었고 그렇게 교회가 자리 잡아 가기 시작했다. 현재 매주 35명의 교인들과 예배를 드린다. 구 목사는 교인들의 필요에 따라 작년 말부터 1:1 성경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카페 운영과 여러 가지 일로 그동안 목양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교인들을 적극적으로 만나 케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신자들만 교인으로 받아들이는 카페 교회도 있다. 경기도 부천에 있는 B 카페 교회 임 아무개 목사는 처음에 상가 교회를 개척했다가 쓴맛을 봤다. "아무리 전도해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상가 교회를 접고, 4년 전 카페 교회를 시작했다. PD 출신인 점을 살려 지역사회에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맘먹었다. 매주 토요일 카페에서 공연을 열고 지역 주민들을 초청했다. 일단 문턱을 낮추기 위해 카페 안에 비신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십자가와 교회 간판도 달지 않았다.
덕분에 사람들이 커피 한잔 마시러 왔다가, 공연 보러 왔다가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기존 교인들은 철저히 받지 않고 처음 믿는 사람들만 교인으로 받아들였다. 4년이 지난 지금 50~70명이 모인다. 작년에만 10명에게 세례를 줬다. 임 목사는 "작은 교회에서는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카페를 운영하면서 교회의 공동체성을 도모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교인들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기존 교회로 가곤 한다고 말했다.
2006년 경상남도 합천에 C카페를 연 이 아무개 목사도 문화 기획으로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합천은 전국에서 개신교 인구 비율이 제일 낮은 곳이다. 지역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이 목사는 교회 건물을 카페로 만들고 공부방을 열었다. 서울에서 유명한 뮤지션들을 데려와 공연도 여러 번 열었다. 이런 공연들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마을에 소문이 돌았고, 교회와 목사를 경계했던 주민들이 하나둘 카페에 드나들었다. 현재 10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공부방을 찾는다. 주일마다 아이들과 어른들 10여 명이 예배하고 있다.
한편, 고정적으로 예배에 출석하는 교인은 없지만, 카페 교회 자체를 마을의 모임 공간으로 활발하게 내놓은 경우도 있다. 올해 5년 차인 전라남도 광주의 D교회는 북 카페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안 아무개 목사는 교인들을 끌어모으는 교회보다, 신자든 비신자든 마을 주민이라면 언제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휴식처 같은 교회를 꿈꿨다. 지난 4년간 D교회가 벌인 일은 모두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광주시에서 사업을 따 오기도 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공연과 수공예 모임을 열었다. 마을 사람들 중 D교회 카페·도서관에 안 와 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커피숍 매출, '별다방·콩다방' 아니면 안 됩니다
![]() | ||
▲ 경기도 부천에 있는 B 카페 교회는 매주 토요일마다 문화 공연을 연다. 지역 주민들도 많이 찾고, 커피 마시러 왔다가 교회 등록하는 새신자들도 제법 생기지만, 그만큼 감당해야 할 월세도 만만치 않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카페 교회를 생각하는 많은 목사들이 '자비량'을 꿈꾼다. 개척 초기에는 교인들이 없으니 카페를 운영하며 그 수익으로 생활을 꾸려 가겠다는 것이다. 카페가 안정되고 교인들이 생기면, 카페는 아르바이트를 써서 맡기고 자신은 목양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부푼 꿈을 커피숍으로 이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수입과 지출을 대충 따져 봐도 힘들다. 조그만 카페 하나 오픈하려 해도 비용이 상당하다. 일단 상가 임대와 인테리어를 합쳐 창업 비용이 적게는 3,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가량 필요하다. 월세, 관리비, 재료비 등 고정 지출에, 대출을 받았다면 이자도 내야 한다. 한 달 동안 카페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150만 원이라고 치면, 3,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한 달에 500잔, 한 주에 125잔, 하루에 21잔씩 꾸준히 팔아야 한다. 게다가 카페 교회는 매출이 가장 좋은 일요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는 '핸디캡'이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딱 카페 운영에만 필요한 수익이다. 노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쓰고 생활비도 어느 정도 가져가야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고 본다면, 하루에 50~60잔씩은 팔아야 한다.
카페를 안 해 본 사람들이나 하루에 60잔 팔기 쉽다고 말한다. 목사들이 하는 카페는 '별다방', '콩다방'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도 아니고, 강남역이나 홍대 같은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것도 아니다.
카페 교회 목사들은 대부분 운영비를 낼 수 있는 만큼의 수익만 올리고 있었다. 생활비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충당한다. A교회 구 목사는 개척 후 2년 동안 전에 사역하던 교회에서 월 100만 원씩 후원받았다. 후원이 끝나 갈 무렵 교회 공동체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교인들의 헌금과 여러 곳에서 강의하고 받는 강사료, 동네에서 통장(統長)을 맡아 들어오는 약간의 금액을 생활비로 쓴다. 운영을 아내와 함께 하기 때문에 가끔씩 카페를 비울 수 있다.
B교회 임 목사는 사례비를 받지 않고, 여러 교회를 다니며 강의하는 강사료로 생활비를 채운다. 교회 교인이 50~70명 정도 돼서 목사 사례비를 줄 법도 하지만, 대부분 초신자들이라 헌금이 많지 않다. 카페 수익으로는 월세를 낸다. 카페가 70평짜리 건물 1, 2층이다 보니 월세가 상당하다. 주 중에는 카페를 아르바이트에게 맡기고, 자신은 외부로 사역하러 다닌다. 아내도 찬양 사역을 한다.
아주 드물게 카페 수익으로 카페 운영비와 목회자 생활비, 선교비까지 감당하는 곳이 있었다. 청주의 E 카페 교회 목사는 월 매출이 1,000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 커피 맛이 좋다고 입소문이 났다. 또 일반 커피 종류뿐 아니라, 더치커피도 판매하고, 원두도 종류별로 판매해 수익 창출을 다각화했다. 그러나 이런 카페 교회는 취재하면서 딱 이 한 곳밖에 보지 못했다.
'성공' 사례? 보편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워
자영업의 고비라고 하는 3년을 넘기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가는 카페 교회는 저마다의 특징이 있었다. A 카페 교회의 경우, 대학교 선교 단체와의 연대가 이뤄졌고 개척 초기 카페 운영이 안 돼도 버틸 수 있는 후원이 있었다. B 카페 교회 임 목사는 PD 출신으로 문화 사역을 접목하는 감각이 있었다. 커피 맛이 아주 뛰어나 불과 2~3개월 만에 안정적으로 정착한 청주 E 카페 교회의 경우도 있다.
위의 카페 교회들은 이미 많은 언론에서 '성공 사례'로 다룬 바 있다. 그러나 이 카페 교회 목사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들이 카페 교회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를 어느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목사는 "카페의 위치나 유동 인구, 주변 인프라, 커피 맛 등 변수가 너무 많고, 목회자의 인맥이나 예기치 못하게 일어나는 상황 등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를 따라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카페 교회 목사들이 조심스러워할 만도 한 것이, 근 5년 동안 무작정 카페 교회를 열었다가 운영난에 시달리거나 벌써 문을 닫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카페 교회를 시작했다가 1년 만에 접어야 했던 목사의 이야기를 통해, 카페 교회를 열었을 때 실제로 어떤 상황에 부닥치게 되는지 소개한다.
카페 교회 1년 만에 문 닫은 까닭
매일 12시간 노동해도 수익은 제로…손님과 접점 찾기도 어려워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8419
"솔직히 말리고 싶어요." 카페 교회를 꿈꾸는 목회자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김 아무개 목사(44)는 이렇게 답했다. 김 목사는 2013년 11월, 13평의 카페를 개업했다가 2014년 10월 말에 문을 닫았다. 오래 고민하고 시작한 카페 교회였는데,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김 목사의 실패담을 들어 볼 것이다. 청운의 꿈을 품고 카페 교회를 준비하는 목회자에게는 좀 힘 빠지는 얘기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얘기가 카페 교회를 했을 때 목사들이 직면하는 상황과 가장 근접한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바리스타는 '로망' 아닌 '노동'
![]() | ||
▲ 아르바이트를 쓸 수 없으면 목사는 하루 종일 카페를 지키는 수밖에 없다. 커피 만드는 것은 물론, 재료 구입, 인테리어, 청소까지 다 혼자 해야 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카페 교회를 꿈꾸는 목회자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김 목사도 젊은 세대와의 접촉점을 만들기 위해 카페를 하고 싶었다. 부목사 생활을 하면서 청소년과 청년 사역을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자연스럽게 카페와 교회를 접목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 목사는 카페 교회가 유행하기 전인 2010년부터 이런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전국에 카페 교회가 몇 개 없을 때, 탐방을 위해 서울에서 부산으로 찾아갈 만큼 열심이었다.
"그때는 탐방했던 카페 교회 목사들이 힘들다는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상가 교회보다 훨씬 낫다고 개업을 권했죠. 그렇게 장밋빛 꿈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2013년 10월, 후보지를 세 군데 정도 알아보다가 집과 가장 가까운 청량리 쪽에 있는 커피숍을 인수했다. 보증금 1,000만 원, 권리금 500만 원, 월세 66만 원. 13평에 카페 인테리어가 모두 돼 있었기 때문에 아주 싼 가격에 거래한 셈이었다. 바로 다음 달부터 영업에 들어갔다. 첫 한 달은 장사가 꽤 잘돼 아르바이트도 한 명 썼다.
하지만 곧 매출에 큰 타격을 입히는 일이 발생했다. 앞 건물에 있던 사무실 사람들이 카페의 주 고객이었는데, 그 지부가 해체된 것이다. 매출은 곤두박질쳤고, 아르바이트도 쓸 수 없게 됐다.
그때부터 하루 12시간 이상 중노동이 시작됐다. 오전 10시 30분에 출근해 오픈 준비를 하고 밤 11시에 문을 닫고 퇴근한다. 집에 오면 쓰러져 잠이 들고, 다음 날 일어나 다시 출근한다. 재료 준비부터 청소, 인테리어까지 혼자 모든 걸 감당했다. 이런 생활을 1년 가까이 했다.
"출근길 버스에서 내리면 앞에 김밥 가게가 있어요. 참치김밥과 그냥 김밥을 하나씩 사요. 카페 오픈하기 전에 이른 점심으로 참치김밥을 먹죠. 오픈하면 밥 먹기가 좀 그렇거든요. 저녁 시간에는 컵라면 하나 끓여서 그냥 김밥과 먹는 거예요. 카페에서 뭐 시켜 먹기도 그렇잖아요, 시간도 없고, 냄새도 나고…. 이렇게 1년을 살았어요."
또 한 가지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이었다. 흔히 생각하기를, 커피숍을 하면 손님이 없는 시간을 개인 시간으로 활용해 좋겠다고 한다. 그러나 책 읽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그 시간은 정확히 말하면 개인 시간이 아니라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카페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으면 흠칫하게 되는 게 주인장이다.
"한번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메리카노 딱 한 잔 팔았던 적도 있어요. 11시간 넘게 혼자 있었던 거예요.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보고 있노라면… 참 그렇죠."
카페 일은 '로망'이 아니고 '노동'이었다. 이렇게 일해도 월세 마련하기 급급했다. 카페는 어떻게 돌아가긴 했지만 생활비로 가져가는 건 한 푼도 없었다.
안돼도 문제, 잘돼도 문제?
![]() | ||
▲ 손님이 너무 없어도, 너무 많아도 안 된다. 카페가 너무 도심에 있어도, 너무 후미진 데 있어도 안 된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카페 교회의 장점은 역시 '대화하기 좋은 분위기'일 것이다. 교회라고 간판 달면 아무도 안 오지만, 카페 간판 달면 누구라도 스스로 문턱을 넘는다. 비신자와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고, 그들은 천천히 교회에 마음을 연다.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가지만 물어보자. 여러분은 커피숍에 가서 주인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나? 아마 아주 단골이 아니면 그런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손님과 어느 정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려면 그 손님이 단골이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은 고정적으로 카페를 찾는 손님이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버틸 수 있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1년간 손님에게 교회의 'ㄱ' 자도 꺼내지 못했다고 생각해 보라. 목사인지 사장인지, 정체성에 혼란이 더 먼저 찾아온다.
"혼자 오는 사람이어야 대화의 기회가 있을 텐데, 혼자 카페를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시간을 가지러 오는 거잖아요. 주인이 괜히 말 걸었다가 다음에 오지 않을 수도 있고요."
장사가 너무 안되면 아예 기회 자체가 없어지니 당연히 문제지만, 김 목사는 장사가 너무 잘돼도 문제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북적한데, 어떤 한 사람에게만 말을 걸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카페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 하루에 커피를 50~60잔 파는 것이라면, 이는 김 목사 말로 "하루 종일 정신없이 파는 수준"이다. 밥 먹을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만약 교인들이 생긴다고 해도 온종일 카페를 지켜야 한다면 관계는 어떻게 형성할까. 작은 교회의 장점이 목사와 교인들이 살을 부대끼며 성숙할 수 있다는 것인데, 카페 교회는 이러기가 쉽지 않다. 현재 운영되는 많은 카페 교회들도 이 지점에서 고민하고 있다.
카페만 고집하지 마세요
결국 김 목사는 2014년 10월 말, 딱 1년 만에 카페를 접었다. 그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그동안 체력이 너무 바닥이 나 있어서 카페를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김 목사만의 일은 아니다. 김 목사가 카페 교회를 준비할 때 탐방한, 카페 교회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는 부산의 그 카페 교회도 문을 닫았다. 생각만으로 치면 카페 교회만큼 좋은 것도 없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김 목사는 카페 교회를 준비하는 목회자들이 최소 3개월 동안 카페에서 일해 봤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카페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일을 해 보고, 이게 정말 나에게 맞는 일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누구나 한두 달은 재밌게 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재미로만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드시 커피숍만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김 목사는 도서관·학원·미용실 등 자신의 달란트가 있다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목회와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더 낫다고 했다.
뭐든지 그렇지만 의욕만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음 기사에서는, 카페 교회 목사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카페 교회를 시작하기 전에 점검해야 할 것들'을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