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정>에서 생활인문공동체 <푸나무>를 소개해 올립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곁에는 <뿌리깊은나무>라는 잡지가 있었더랬습니다. 손때가 묻은 소박한 물건들과 그 물건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의 가난하지만 넉넉했던 삶이 곱다고 여긴 몇몇 사람들이 모여 만든 참 좋은 잡지였습니다. 한문이 아니고서는 제대로 된 글을 쓰지 못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던 시절에 그이들은 한글로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앞장서서 보여주었습니다.
<뿌리깊은나무>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많습니다. 고단한 삶 속에 고여있는 단아한 아름다움을 길어 올리던 그 속 깊은 마음씨와 우리글을 우리글답게 솜씨 있게 부려 쓰려던 은근한 고집을 지금까지도 쉬이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인 줄로 압니다.
<뿌리깊은나무>의 마음씨와 솜씨를 다시 배우고 이어 가고픈 사람들이 모여 2010년부터 <친정>이라는 이름으로 사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입고 먹고 살아가는 작은 일에서부터 세상과 사람들을 맑게 바라보며 제대로 모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푸성귀 같이 그저 한없이 연약한 이들인 양 여겨지던 ‘아이와 노인 그리고 여성’들이야말로 앞으로는 그이들의 연약함으로 거친 세상을 때로는 뚫고 때로는 품어갈 것이라 믿으며, 아이·노인·여성이 쓰던 옛 말과 글 그리고 삶을 좇아도 가보고 앞으로 나아갈 바를 짐작해 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돌아갈 고향도, 한줌 씨앗을 심어볼 땅뙈기도, 이유를 묻지 않고 품어줄 부모도, 매섭게 다그쳐줄 선생도 모두모두 사라진 것만 같은 서글픈 시절을 살아가면서, <친정>은 서로가 서로에게 고향이 되고, 흙이 되고, 부모가 되고, 선생이 되고픈 마음이 있습니다. 부족한 모습이고 어설픈 실력이지만, 아이의 명랑함과 노인의 현명함을 꿈꾸는 어른으로 어려운 오늘을 더불어 살아내고 싶습니다.
풀 같고 나무 같은 사람들이 수 천년 동안 질기게 이어온 은근한 지혜와 따스한 용기가 <친정>의 사귐과 공부를 통해 <푸나무>라는 이름으로 뿌리내릴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아이의 말과 노인의 글과 여성의 삶을 힘써 따라 해보는 <친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말과 글 그리고 삶을 조금이라도 일궈낼 수 있다면, <뿌리깊은나무>는 <푸나무>라는 순하고 여린 몸으로 되살아 날 수 있지 않을까 꿈꿔봅니다.
더 나은 삶은 더 낮은 곳으로부터 소리 없이 다가오실 것이라 믿고 있는 <친정>이 그간 서로의 온기 안에서 수줍게 품고 있던 생활인문공동체 <푸나무>를 세상 밖으로 조심스레 선보입니다
▣ <친정>에서 <푸나무>를 위해 준비해 온 공부입니다.
좋은 말/글 찾기: <뿌리깊은나무>·<샘이깊은물>되새김, 내간체(內簡體)공부, ‘큰(스승의) 말’ 채집,이오덕·한창기 한글공부
손으로 짓기: 안식향/꿀초, 보람(책갈피) 제작, 녹차 덖음, 커피 볶음, 필리핀 네그로스오리엔탈지역공정무역커피 생산자 조합결성
아이(로) 만나기: 대안교육세미나, 어린이잡지·동화·그림책 탐색, 아동철학연구
소리로 알기: 판소리, 고법(鼓法) 수련, 낭송의 생활화
몸으로 알기: 선무도, 요가수련, 채식, 양생법, <푸나무>의 복식문화인 풀옷살림(草衣文化) 모색
새 공부길 찾기: 대안교육세미나(안옥선, 일리치, 자크 랑시에르, 프란시스코 J. 바렐라, 비고츠키,수양법으로서의 동양전통의 공부법), 다석, 신천, 동학, 종교·영성·여성신비주의·민중신학을 통한 수행적인 공부법 연구
<푸나무>로 세상보기: ‘현대영화의 이해’ 세미나, 부산국제영화포럼참석, 관객중심 문화응원기업 <모퉁이극장>과 자매결연
▣ <친정>에서 <푸나무>를 통해 앞으로 일궈 나가고픈 일들 입니다.
1. 푸나무학교
아이, 노인 그리고 여성을 가르치기 위함이 아닌, 그네들로부터 배우기 위한 터전인 <푸나무학교>를 마련합니다. <푸나무학교>에서는 아이라는 명랑함, 노인이라는 성숙함 그리고 여성이라는 온기를 품으며 살고픈 이들이 말과 글로서 더불어 공부하고, 아이·노인·여성의 태도가 삶으로 차분히 내려앉은 다채로운 물질들을 빚어가며 <친정> 안팎으로 두루 나눕니다. 풀 같고 나무 같은 <친정>식구들이 제 몫의 사람 노릇을 넉넉히 해낼 수 있으려면 지금 여기에서 무얼 어찌해야 좋을지 <푸나무학교>는 공부하는 몸/살이 되어 앓아내고 알아갑니다.
2. 스승모심
크고 너른 말들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사람을 살리는 말과 글을 겸허하고 소박한 삶에 담아내는 분들을 스승으로 모시어 열심히 배웁니다. 아이의 웃음, 노인의 주름, 여성의 품 앞에서 몸을 낮추는 일이 부끄럽지 않다고 여기는 분께서 계시다면, 우리 주변의 그 누구라도 이미 스승입니다.
3. 친정살림
짧게 때로는 길게 <친정>식구들은 더불어 살아 봅니다. 사람답게 입고 먹고 살아가는 방법들을 함께 궁리하며, 사치와 인색으로 불행해진 오늘을 아프게 되새김질 함과 동시에 내 삶에서 한 수저 덜어 내어 넉넉해질 우리를 꾸려나갈 방법을 구체적으로 모색합니다.
▣ <푸나무>를 함께 키워나갈 <친정>식구들을 모십니다.
<뿌리깊은나무>가 내내 그리워 속앓이 하셨던 분들, <푸나무>가 무언지 도통 모르겠지만 좀 더 알고 싶은 분들, 아이와 노인과 여성을 닮고 싶거나 그리 되어 살고픈 분들, 시집 갈 수 없어 <친정>과는 영 인연이 없을 것 같아 속상한 남자분들, 시집간 적 없으나 <친정>을 얻고 싶은 여자분들, 이미 시집을 가버려 친정이 있지만 좋은 친정이라면 하나쯤 더 있어도 좋겠다 싶은 분들, <친정>식구가 되어주십시오. <푸나무>라는 몸/살을 건사하며 작은 일부터 큰일까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려면, 긴 세월 명랑하게 사귀고 진지하게 공부할 수 있으려면, 갈 길도 멀고 할 일도 많으니 아무래도 조만간 뵈어야지 싶습니다. 주저 말고 아래의 연락처로 기별을 주십시오.
▣ 생활인문공동체 <푸나무> 공동대표
부용(이선이): vuswlqwkd2@hanmail.net
청라(정일신): hopeforplac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