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종의 행복학>
일본 오기가미 나오코 감동 영화 <안경>
일본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들은 원했든 원치 않았든 한 공동체에 속하게 된, 또는 우연히 함께 지내게 된 사람들의 인연을 잘 그려내고 있다. <요시노 이발관>(2004), <카모메 식당>(2006), <안경>(2007), <고양이를 빌려 드립니다>(2012) 등이 있다. 모두 소소한 일상 속에 숨겨진 행복의 의미와 따뜻한 감동을 절제된 구성 속에서 감독 특유의 유머로 녹여내는 ‘오기가미표’ 영화들이다.
오기가미 감독 영화들 중에 <안경>은 조금 특이한 메시지를 전해 주고 있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정신문화보다는 물질문화에 치우쳐 있는 것을 역전시켜야 하지만 부(富), 물질 등을 완전히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면 안 된다. 그러나 <안경>은 자본주의의 비판으로서 사회주의도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재미있게 보여 주고 있다. 사회주의보다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좋은 대안으로 은연중 제시하고 있다. 무위(無爲), 소확행 등….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조용한 곳으로 떠나고픈 타에코(고바야시 사토미 분)는 어느 날 남쪽 바닷가의 조그만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영화는 타에코가 어느 한적한 바닷가 공항에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좀 헤매기도 하지만 별다른 사건 없이 카메라가 시골길을 따라가는데 그냥 풍경 구경하듯이 보게 된다.
맘씨 좋은 민박집 주인 유지(마츠이시 켄 분)와 매년 찾아오는 수수께끼 빙수 아줌마 사쿠라(모타이 마사코 분), 시도 때도 없이 민박집에 들르는 생물 선생님 하루나(이치카와 미카코 분)를 만나게 되고 타에코는 그들의 색다른 행동에 무척 당황하게 된다.
타에코 : 이 근처에 관광할 만한 곳이 어디인가요?
유지 : 관광이요? 여기는 사색하러 오는 곳입니다.
아침마다 바닷가에 모여 기이한 체조를 하는가 하면 특별한 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곳 사람들이 이상하기만 한 타에코, 드디어 그들에게 질려 결국 참지 못하고 민박집을 바꾼다. 그러나 새로 간 조그마한 호텔은 오전에는 같이 일하고 오후에는 학습하는 ‘톨스토이식 사회주의!?’
결국 원래 숙소로 바로 다시 돌아와 타에코 자신이 스스로 바뀌어 적응한다. <안경>이 보여주는 사색하는 방법은 ‘번뇌에서 벗어나 본질에 집중하되 차분한 마음으로 임하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안경>을 처음 보면 ‘매우 지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볼수록 ‘소확행’행복에 빠지게 될 것이다. 심지어 촬영장소인 요론섬(일본 가고시마 최남단 산호섬)에 가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거기까지 갈 필요 없이 필자가 즐겨 여러 번 간 대마도가 비슷하다. 영화 <안경>을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