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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할 내 인생
-2019.10.23. ‘두근두근 내 인생’ 수업 내용
김나현/광동고 1학년 3반 plick8709@naver.com
오후의 뜨드미지근한 기운이 교실 전체에 퍼지고, 아이들이 지쳐갈 즈음인 7교시, 국어시간은 시작되었지만 선생님은 아직 오지 않으셨다. 그렇게 3분 정도가 지나고 선생님은 평소와는 달리 어떤 종이 뭉치를 들고 오셨다. 저게 뭘까 생각하고 있을 즈음에 선생님께서 말문을 여셨다. “얘들아, 성적표 지금 받을래요? 이따가 수업 끝나고 받을래요?” 지쳐서 약간 졸듯이 조용했던 반 분위기가 누군가 분위기를 방해하기 위해 물을 뿌린 것처럼 순식간에 시끌시끌해졌다. 몇 몇 아이들은 “이따가요”라고도 했지만 그 목소리는 순식간에 묻히고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친구들이 “지금요”라고 외치자 선생님은 1번을 부르시면서 성적표를 바로 나눠주셨다. 한 명 한 명이 받아갈 때 몇 몇 아이들의 소곤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거의 고요한 분위기에 엄숙함도 느껴졌다. 그러나 곧 성적표를 받은 아이들은 본래의 생기를 되찾은 듯 3등급이 몇 퍼센트인지, 4등급은 몇 퍼센트인지 물어보며, 좌절하는 아이들도, 즐거워하는 아이들도 생겼다. 선생님께서는 “집에 갈 때 쭈쭈바 먹으면서 멘붕을 거두세요”라고 하시며 곧이어 “여러분 선배들도 맨날 난리를 쳐대도 대학 가니까 행복한 표정으로 노란 머리로 행복한 대학 생활하며 찾아와요” 그러자 준수가 “너무 그러지 마세요, 쌤”이라고 말하며 투정했다. 선생님께서는 당황한 얼굴로 “아니, 뭘”. 그렇게 수업 전 한 차례의 폭풍이 지나가고 고요함이 찾아왔다.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선생님께서는 지난 학기에 배웠던 내용을 다시 복습시켜 주셨다.
“시나리오와 같은 장르를 뭐라고 하죠? ㄱ”
“극이요”
“1학기 때 배웠는데 문학을 뭐라고 할까요? ㅇㅇㅇㅅ”
“언어예술이요.”
수업 내용이 대부분 기억이 났던지 아이들은 선생님께서 내신 초성 퀴즈를 곧 잘 맞췄다. 특히 호준이가 소설의 특징인 서술자가 전달한다는 점을 맞추자 선생님께서는 “호준이가 1년 치 총명함 다 썼네”라고 하시며 농담을 하셨다. 그러자 아이들은 다같이 “와”하며 웃었다. 소설의 특징을 설명하시면서 ‘사랑손님과 어머니’라는 책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설명해주시며 동일한 이야기라도 서술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는 걸 알려주셨을 때 아이들은 대부분 충격을 받은 듯한 얼굴이었다(유딩의 엄마와 돌아가신 아버지의 친구의 로맨스라, 충격받을만 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대사와 행동으로 직접 전달하는 극이 더 직접적이다‘라는 내용으로 넘어갔고, 곧 ‘두근두근 내 인생’에 관한 동영상을 보여주셨다. 본격적으로 두근두근 내 인생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선생님께서는 가장 먼저 물어보셨다.
“왜 소설에서 흔히 쓰는 벽혈병이나 암이 아닌 조로증을 썼을까요?”
듣고 보니 정말로 그랬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조로증을 쓴 이유가 뭐였을까. 우리 모두는 늙고 죽어가고 있다.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은 허무한 느낌이 든다.
“영화의 주인공 아름이가 빨리 겪은 늙음은 모두가 앞으로 겪을 것이기에 일상에서 그 감각을 느끼게 하기 위해 김애란 작가가 이렇게 설정한 것 같아요.”
나는 설사 김애란 작가가 이런 의미로 책을 쓴 것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말할 것같다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아름이가 겪었던 사랑, 사랑이 깨지는 것은 일상적이다. 사람들은 이 사랑이 깨지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사랑을 할까? 선생님께서는
“그건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의미가 없는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라고 말씀하셨다. 최근에 죽음에 대한 책을 읽고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나는 아침마다 생각했다. 무엇을 내 목표로 삼고 살아야할까에 대한 고민에 무언가 꼬였던 실이 풀린 느낌이었다. 국어 수업은 나에게 이런 의미가 있다. 앞으로 꼭 필요할 고민에 대한 답을 배우는 수업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면서 주인공 아름이 다가오는 허무함을 이겨내기 위해 글을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략적인 줄거리에 대한 설명이 끝났다. 220쪽을 펼치고 선생님께서는 ‘두근두근’에 밑줄 치라고 하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두근두근’이라는 단어는 언제 쓸까요?”
“설렐 때요”
“무서울 때요.”
곧이어 여기저기서 대답이 들려왔다.
“‘두근두근’은 사랑할 때, 설렐 때 사용해요. 그리고 또 한 곳에 사용되죠, 무서울 때 사용해요. 여러분 우리 학교에 멧돼지가 출몰하는 거 아세요? 친구한테 문자를 보냈더니 ‘역시 시골학교’라는 답을 듣고....”
아이들은 멧돼지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다시 시끌시끌해졌다. 그리고 곧이어 우리 학교 옆에 자라는 산딸기, 건물 밖에 자라는 감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감나무라는 말을 들은 우형이는 눈빛이 반짝 빛났다(설비부가 언젠가는 감을 따다 주겠지). 그렇게 한바탕 즐거운 비유가 끝나자 본론으로 돌아가서 선생님께서는
“실제로 김애란 작가가 이 제목을 설정할 때, 이 2가지를 생각했다고 해요. 이 2가지가 인생에 공존한다고 생각한다나...”
곧이어 만약 자신이 아름이 된다면 태어날 것인지에 대해 질문하셨다.
“아니요”
“싫어요”
한꺼번에 들려오는 ‘아니요’라는 대답 속에서 “예”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아름이에게 이런 질문을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까요? 아름이는 아마 아버지, 어머니를 만나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만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 삶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할 거예요”
나는 이 질문을 나에게도 해보았다. 나는 죽을 때가 되었을 때 내 삶을 후회하지 않을까. 나는 이 질문에 “그러지 않게 가치있는 일을 하면서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지.”라고 스스로에게 대답하였다. 다음장으로 넘어가고 진희가 미라를, 우형이가 대수를, 아현이가 아름을, 수현이가 장씨를, 나연이가 서하, 우현이가 승찬, 시현이가 기타등등, 지문을 소영이가 읽으면서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다. 종종 아이들의 웃음이 들려오고 다시 조용해지고를 반복하며 수업이 끝났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었다.
“사랑과 두려움이 일어나는, 시간이 줄어드는 인생에서 아름이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세요. 아름이의 인생은 사실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요?”
나는 이렇게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예, 누구보다 사랑해야 할 우리의 인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