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올해 이도산행의 공.식.적인 마지막 산행날이다. (담주에 진짜 마지막 번개산행이 기다리고 있다. ^^)
아침부터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졌다.
늘 우리는 비가 와도 간다고 외쳐댔지만.. 지난밤 광란(?)의 밤을 보낸터라.. 은근히 자신이 없어졌다.
그래서 갈까말까 고민하다 소심하게 30분 늦추어 만나기로 했다.
비소식 때문인지 오늘의 멤버는 단촐하게 4명.
정윤샘, 월석, 은정, 나. ^^
다행히 비는 그쳤다.
어디갈까 지도부터 본다.
나 빼고, 다들 여러번 와보셨나보다. 산행이라기 보다는 산책코스라 하셨다. ^^
기념사진 한번 찍고!
월석 다리 따라 하기! ㅋㅋ
스타트!!
겨울 산길도 이렇게 호젓하고 좋다. 비냄새, 흙냄새가 싱싱하다.
조금 올라가니 방공호(?)가 나왔다. 정말 전쟁 때 쓰던건가..? 전쟁 무섭다. ㅠ.ㅠ
수피가 덕지덕지 이 나무 이름 뭐라고 했더라..? 들었는데 잊어버렸다. 아시는분 댓글 좀 달아주세용!
통나무가 나왔다. 월석이가 냉큼 올라간다. 그 뒤를 은정이가. 또 그 뒤를 줄줄이 ^^
초등시절 평균대 올라간 마냥 내 표정이 신났다.
이번엔 다 쓰러진 나무 발견! 역시 월석이는 거침없이 오른다. 나는 미끄러워서 포기. ㅋㅋ
어랏? 놀다보니, 다시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진다. 나뭇가지에 이슬이 총총~
비가 와도 누구하나 그만 내려가자는 사람이 없네~ 이사람들 정체가 뭐야. 자연인이냐?!
우산을 펼쳐들고, 비옷을 꺼내입고, 좋아라 웃으며 사진 찍는다.
아뿔사! 길이 끊어졌다. 아파트가 들어서있다. ㅠ.ㅠ 냉큼 길을 잘라버리다니. 당황.
어쩔수 없이, 탐험모드로 돌입. 이때부터가 뜻밖에 난코스였다. 없는길을 헤치며 다녔다. 비속을..
미친사람(?)처럼 ㅎㅎ
영차 영차~~!! 오늘 내 후기를 풍성하게 해주기 위하여. 일부러 이렇게 간것은 절대 아니다. ㅎㅎ
다행히 금방 길을 찾았다. 휴우~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나무들도 꼼꼼히 살피는 숲해설가 선생님들. ^^
배운것 복습시간.
잎이 징그러울 정도로 대박 큰 일본목련잎
신기하게 아직 낙엽이 붙어있는 대왕참나무
쓰러진 자작나무. 더 추운곳에 심어졌어야하는데, 잘못 심어져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단다.
엄마 소나무 바로 밑에 아기 소나무.
씨앗이 멀리 멀리 날아가지 못해서, 엄마 밑에 그만 톡 떨어져서. 자리를 잡았지만.
결국 엄마의 그늘에 가려서 죽게 될 운명이란다. ㅠ.ㅠ
으아.. 무섭다. 우리 아이들은 멀리 멀리 날려(?) 보내서 굳건히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수나무길~~ 가을에 오면 달콤한 냄새가 한가득이겠지?
상상하길 좋아하는 빨강머리앤처럼 가을이라 상상하며 걸었다. ^^
잠시 딴소리. 요즘 집에서 아이들과 빨강머리앤 만화를 다시 보는데, 세상에나 내가 마릴라 아주머니 입장으로 보게되더라!
예전에 볼때는 앤만 보였는데.. 마랄리 아주머니는 무서운 분이라고만 느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도 나이를 먹었나보다.
땅에 떨어진 튤립나무 잎사귀를 먼저 발견하고,
그 다음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튤립나무를 발견했다.
그 다음 땅바닥을 유심히 쳐다보던 월석이가 유레카를 외친 씨앗 발견! 처음본다는 튤립나무 씨앗
이도산행이 아니었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나무잎들이고, 의미없는 씨앗이라 밟고 갔을텐데,
알고 나니 숨은그림찾기하듯 재미있다. ^^
좀 다른(?) 버전 숨은그림찾기도 했다.
초록빤쭈 입은 가랭이 하나 발견!
이런! 이번엔 노팬티 가랭이!
오마낫! 쩍벌 노팬티 가랭이!!! ㅋㅋㅋ
이산을 가랭이 산으로 불러야겠다며 깔깔 웃으며 산을 내려왔다.
우중산행을 무사히 마친 우리의 영광의 등산화를 공개합니다. 짝짝짝짝!!!
점심은 내려와서 금천동 동태찌개를 먹으러 갔다. 배고프다고 난리를 쳤더니,
정윤샘이 찌개가 나올동안 먹으라고 튀김도 사다주셨다. 센스쟁이 정윤샘~ 고마워용! ^^
순삭해버려서 튀김 사진이 없네요. ㅎㅎ
으하.. 사진보니 또 배고프네요. ㅎㅎ
비가 와도 즐거운 이도산행은 눈이 와도 계속됩니다~~ 쭈욱~~!! 담주에 만나요! 안녕!!
* 덧붙임 : 지난밤 광란의 밤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하여 ^^ 사진 몇장 투척합니다. ㅎㅎ 우리 이러고 놀아요~~~ ^^
첫댓글 와우~~~!! 민지샘의 산행후기 아주 인문학적입니다~!! 감탄~!!! 그날의 산행이 아주 선명히 그려지네요~ 우리 나눴던 이야기들 하나빼놓지않고!!
일년을 기다려온 우중산행이자 마지막산행은 야생모드로 더 잼있었어요!
벗겨지는 수피는 물박달 나무~
가랭이산 ㅋㅋㅋ 기억에 콕!!
엄마 소나 무 아래 아기 소나무
엄마의 그늘땜에 죽는다니 ~~
살리려면 엄마로부터 떨어져야 한다니~~
자연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는 이도팀원들!
멋지다
동태찌게 맛있겄다~츕
등산화 사진 언제또 쓰여먹을듯^^
우린 자연인ㅎㅎ 빗속을 미친사람처럼...
후기를 풍성하게 해주기위함이 아니었었더랬지!!ㅎㅎ
우리 아이들이 굳건히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날려보내얄텐데
내가 할 수 있을지..
빨강머리앤에 마릴라 아주머니 입장? 궁금하다~ 나도 같은 입장으로 볼지..
쩍벌 가랭이 나무
푸하하@@
후기가 살아있네! 살아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