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구멍
수많은 점이 찍힌 배경 가운데 커다란 검은 구멍이 놓여 있습니다.
가운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멍이 점점 확장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느끼셨다시피 이는 착시 현상입니다.
사진은 완전히 정지해 있습니다. 우리 눈이 거짓말을 한 거죠.
정확히 말하면 우리의 ‘뇌’가 구멍이 커지는 것으로 인지한 것이죠.
구멍이 커지는 것처럼 안 보인다고요? 그것도 괜찮습니다.
이 ‘검은 구멍 착시’를 공동 연구한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와 일본 리쓰메이칸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실험 대상 50명 중 7명은 구멍이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구멍을 보면 착시를 일으킬까요.
착시를 일으키면 우리에게 어떤 ‘쓸모’가 있는 걸까요.
인간의 눈은 거짓말을 한다
오슬로대·리쓰메이칸대 연구진이 ‘검은 구멍 착시’를 연구한 이유는
착시에 대한 오래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입니다. 착시가 생존에 도움을 준다는 진화론적 가설입니다.
현대 심리학은 인간 심리와 감각 활동의 많은 부분을 진화론으로 설명합니다.
식욕은 생존을 위해 존재하고, 성욕은 종의 유지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 등이 진화론적 설명입니다.
마음의 움직임, 즉 심리 역시 진화의 결과물이라는 겁니다.
검은 구멍이 점점 커지는 착시를 연구진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인간에게 시각은 생명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감각이다.
만약 빛이 사라지는 어두운 공간에 들어간다는 건 엄청난 위험 요소다.
우리의 시각은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빛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면 미리 동공을 확대하는 것이 좋다.
빛이 이미 사라진 뒤에 그렇게 반응하는 건 늦다.”
따라서 인간 두뇌는 위의 검은 구멍 사진을 ‘빛이 점점 사라지는 상황’으로 일부러 착각합니다.
그 결과 검은 구멍이 점점 커져 보이게 됩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런 착각은 빛이 사라져가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죠.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출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