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준 지적계장 "자료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춘천=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이 자료들을 잃어버리면 나중에 시민과 후배들의 얼굴을 볼 낯이 없을 것 같았다. 자료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자칫 큰불로 번질뻔한 화재 현장에 용감하게 뛰어들어 피해를 막은 공무원이 주변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올해로 27년째 춘천시청 지적과에서 근무해온 정재준(56) 건설국 지적계장.
14일 오후 1시 41분께 뭔가 폭발하는 듯 '꽝'하는 소리가 민원인들이 들어찬 종합민원실 건물을 흔들었다.
다들 영문을 몰라 두리번거리는 사이 민원실 내 지적과로 연결된 철재 서고 문을 열고 홍모(36·여)씨 등 직원 3명이 아연실색한 얼굴로 쏟아지듯 뛰쳐나왔다.
밀폐된 서고 안에서 옛 토지대장과 지적도면 관련 서류들을 전산화하는 작업을 하던 직원들이었다.
직원들 뒤로 시뻘건 불길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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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로 업무 마비된 춘천시청 민원실
-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14일 오후 1시40분께 강원 춘천시청 민원실 뒤편 변압기에서 난 불이 시청 민원실 서고로 옮겨 붙으면서 정전과 함께 민원업무가 중단됐다. 사진은 소방대원이 불이 난 서고의 잔불을 정리하는 모습. 2013.3.14 hak@yna.co.kr
김기섭(53) 지적과장이 직원들과 민원인들을 대피시키는 사이, 정 계장은 소방서에 신고를 당부하고 나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분말 소화기를 들고 서고 안으로 들어갔다.
불길은 이미 벽을 뚫고 책장 사이사이로 시커먼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천장까지 새까맣게 그을릴 정도로 불길이 타오르는 상황을 무릅쓰고 초동 진화작업을 벌인 정 계장은 "소중하게 보존해야 할 자료들이 잿더미가 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내 장필상 주무관, 신동휘 주무관, 심명섭 주무관도 소화기를 들고 서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뜨거운 불길과 연기 속에 5초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 숨을 참은채 서고 안에 들어가 진화를 하고 뛰쳐나오기를 수십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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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로 업무 마비된 춘천시청 민원실
-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14일 오후 1시40분께 강원 춘천시청 민원실 뒤편 변압기에서 난 불이 시청 민원실 서고로 옮겨 붙으면서 정전과 함께 민원업무가 중단됐다. 사진은 소방대원이 토지대장이 있는 서고에서 잔불을 정리하는 모습. 2013.3.14 hak@yna.co.kr
이번 화재로 서고 벽 쪽에 있던 지적도면 관련 서류철 일부가 그을리거나 탔지만, 중대한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 계장은 "토지대장은 이미 대부분 전산화가 돼 있고 지적도면 관련 서류도 보존 기간이 지난 것들이 많지만, 모두 지역 토지개발의 역사를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들"이라며 "평소 급할 때일수록 침착하게 행동해온 습관 덕에 우왕좌왕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당시 화재현장에 출동해 진화작업을 펼쳤던 홍헌표(46) 춘천소방서 화재조사반 담당은 "초기에 공무원들이 자체 진화 작업을 펼치며 시간을 벌어줘 화재 진압에 큰 도움이 됐다"면서 "시청 측에서 종이로 된 자료들이 젖지 않도록 신경 써 달라고 부탁해 최대한 배려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화재는 변압기에서 자동부하절체개폐기(ALTS)가 고장 나 과부하가 걸려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변압기와 서고 33㎡ 벽면 일부, 인근 음식점 주차관리실 5㎡ 등을 태워 540여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내고 10분 만에 진화됐다.
<기사출처 : 연합뉴스 2013년 3월 14일자 보도>
첫댓글 지적관련 문서들이 불에 탓다면 중대한 문제인데 복수의 문서가 있는지 모르겠네요...1959년 강원도청 문서고 화재로 도청과 관련한 1959년 이전자료가 없는점을 생각하면 큰일날뻔했다는 생각입니다..
혹시 전자문서로 보관해 놓지 않았을까요? 큰일 날뻔했어요.
이번 화재를 계기로 기록물보관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의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이제는 문서의 보존화는 전자식 칩으로 촬영 보관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설영 문서가 소실되었다 하드라도 기본은 보존돼 있을 것입니다. 문서 보관시설이 보와되어야 할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