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여행길_천재화가 신인선 VS 천재문인 허초희(1)]
- 천재화가 신인선 VS 천재문인 허초희
: 두 여인 :
''천재화가 신인선'' 과 ''천재문인 허초희''를 만나는 ''문화유산 여행길'' 은 두 여인의 출생과 삶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강릉에서 출발한다.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하는 경포호의 풍경 너머에는 16세기 조선을 풍미한 두 여인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1551)과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1589)이라는 호(號)로 더 유명한 그녀들의 생가는 경포호 서쪽의 오죽헌과 남쪽에 자리 잡은 초당마을이다.
신인선은 일곱 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가르쳐주는 스승도 없이 안견의 그림들을 모방하거나 자연을 벗 삼아 재능을 키워갔다. 시문(詩文)과 그림에 능통한 그녀는 한국 제일의 여류화가라는 평을 듣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더 주목받고 있다. 어머니와 아들이 태어난 곳인 오죽헌은 지난 2009년 발행된 오만원 지폐에 신사임당이 도안인물로 선정되면서 ''세계최초 모자 화폐인물 탄생지''로도 알려졌다.
허초희 역시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여류시인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누이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그리 행복하지 못한 결혼생활이 시(詩)를 만들었던 것일까? 그녀의 생전에 방한 칸 분량의 시를 썼다고 하는데 유언에 따라 모두 불태워졌고, 다만 남동생 허균이 암송하는 시들과 친정에 남아있던 시문이 전해질뿐이다. 그렇게 발간된『난설헌집』은 명나라 사신들의 손을 거쳐 중국문인들에게 읽혀지며 격찬을 받았고 후에 일본무역상들에 의해 일본에서도 출판되며 인기를 얻었다.
: 오죽헌 :
오죽헌은 신사임당의 친정집이며 외가이다. 이 집은 조선시대 문신이었던 최치운(1390∼1440)이 지어서 아들 최응현에게 물려주었고, 최응현은 그의 둘째 딸이 혼인하자 이집을 사위 이사온에게 물려주었다. 이사온과 최응현의 둘째 딸 사이에 용인 이씨가 태어났으며, 용인 이씨는 서울 사람인 신명화와 혼인하였다. 용인 이씨는 혼인 후 시집인 서울에서 살았으나 병이 난 친정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강릉에 내려왔다가 계속 오죽헌에서 생활하게 된다.
신명화와 이씨는 슬하에 딸 다섯을 두었고 그 중 둘째가 신사임당이다. 사임당은 이원수와 혼인하여 친정에 머물러 지낼 때가 많았다. 때문에 훗날 이곳에서 율곡 이이가 태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사임당은 어머니 이씨와 할머니 최씨와 더불어 오죽헌에 살면서 외가를 통해 시와 그림, 글씨 등을 전수받았다.
신사임당이 교양과 학문을 갖춘 예술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사임당의 천부적인 재능과 딸의 재능을 인정한 부모의 지지가 있었다. 신사임당은 시·서·화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였는데 풀벌레 그림을 그려 마당에서 말리려 하자, 닭이와서 살아있는 풀벌레인 줄 알고 쪼아 종이가 뚫어질 뻔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율곡이 쓴 ''나의 어머니 일대기''에는 "아버지께서 혹시 실수하는 일이 있으시면 반드시 옳은 도리로 간하셨다" 고 기록한 것으로 보아 신사임당은 일반적인 현모양처 그 이상의 여성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또한 시댁인 서울과 친정인 강릉을 오가며 며느리로서, 딸로서 지극한 효성을 나타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