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마늘 밭 풀메기... 콩(메주콩, 서리태, 서목태...등). 고구마...를 심을
밭 정리를 멈추고 <진안>으로 고사리, 취를 채취하러 갔습니다.
진안은 용담댐이 있어서 공기중에 수분이 많고,
곳곳에 간벌을 해서 고사리가 제법 많은 지역입니다.
식구 직장이 <진안 보건소>여서
그리고 내년 또는 후년 쯤에 진안으로 이사 계획을 하고 있어서
자주 진안을 다닌 탓에
산의 생김새, 상태 등을 통해서
어디에서 언제 무엇을 채취할 수 있는지 눈여겨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미리 점찍어둔 산으로 들어갔지만
이미 산은 반들반들 하더군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이 산을 기어들어 왔는지>그것이
확인되면서 씁쓸했습니다.
고사리, 취는 하도 여러번 훑어서 흔적도 없더군요.
2.
처음 접어든 산에서 채취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2,3년 전에 간벌해서
다니기 수월한 곳엔 이미 고사리를 채취하러
듬성듬성 사람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먼저 산을 차지한 사람들을 피해서
간벌한지 10여년이 된
다소 우거진 산비탈을 골랐습니다.
도시에서 채취하러 오는 사람들이나,
농사를 지면서 바쁜 시간 짬짬이 고사리를 뜯기 위해서
산을 오르는 시골 노인네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험하고, 잡목이 우거진 경사지에는
다행히? 고사리, 취가 손을 타지 않았더군요.
3.
북-동 또는 북-서면 산비탈은 볕이 적게 듭니다.
때문에 고사리가
볕을 그리워 해서
키가 무척 크죠.
1m넘는 고사리가 태반입니다.
고사리는
대공맛이고요.
생고사리를 데친 다음
조기를 넣고 맵게 끓이거나
된장을 넣고 끓여 내면
맛이 일품입니다.
아니면
데쳐서 그늘에 말려 보관했다가
무쳐 먹어도 그만이죠.
그럴때
고사리의 씹는 맛,
고유한 맛을 내는 부위는
대공입니다.
4.
그래서 좋은(맛있는) 고사리는
키가 크고, 굵은 고사리 입니다.
그리고 햇고사리(4월 초-중순경에 양지쪽에 나온 놈) 보다는... 늦고사리(4월 하순-5월 초순경에 음지쪽에 나오는 놈) 또는 먹고사리(검은 빛이 돌고 5월 중순 6월 초순에 음지쪽에 나오는 놈)이 좀 맛있습니다.
손이 덜 탄
사람들이 덜 오는 곳을 고른다고 고른 곳에서
늦고사리 밭을 만나서 생으로 40여 kg정도를 채취했습니다.
그것을 집에 들고 와서
늦은 시간까지 끄트머리를 떼내고(고사리를 꺾는다고 고사리가 성장을 멈추지 않습니다. 꺾은 다음에도 약간 자라고, 대공쪽이 억셔지죠. 그것을 쇤다고 그러는데 꺾은 다음에 쇤 부위를 떼어내지 않으면 씹히지 않는 부분이 그대로 요리 되는 불상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고사리를 꺾을 때 끝을 손가락으로 한 번 짓이겨 주는 게 좋고, 집에 돌아와서는 즉시 손질해서 데쳐 놓는 게 좋습니다) 데쳐서
채반에 널었습니다.
5.
그렇게 짬짬이
고사리, 취, 다래순, 뽕나무순, 옻순, 더덕순, 도라지순 등을
데쳐서 그늘에 말려 놓으면
1~2년 동안 상온에서 보관하면서 먹을 수 있습니다.
나물 뿐 아니라
말려서 보관할 수 있는 것은 많죠.
말릴 수 있는 것은 가급적 최대한 말려서 장기 보관할 수 있는
요령을 요즈음 많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염장, 장아찌, 효소, 저온 보관 등 먹거리를 보관하는 방법이
다양하지만
시설에 의지하지 않고
가장 간편하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은
하여간 말려서 보관하는 방법입니다.
6.
<종합적인 위기가 이제 멀지 않다.
아니면, 이게 바로 위기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의 우리 정세는
무능하거나 잔인한 정부,
속수무책인
국민적 자구력의 현재 상태를
아주 식은땀 나도록 적나라하게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가온 위기가
보다 강해지면
방법이 없죠.
그래서
상황은
<각자가 알아서 살 빙도를 찾아봐라> 하고
미리 경고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7.
먹거리의 채취는
농산물의 자연재배와 마찬가지로
시설, 문명에 의지하지 않고 먹거리를 확보하는 하나의
절박한 방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채취해서 먹는 것인지?
일러주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공부>란 본시
그처럼 <자연에서 목숨을 건지는 방법,
자연에 목숨을 담그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요즘 공부는
그거랑 거꾸로더군요.
8.
마트, 쇼핑몰 체제가 먹통이 되면
요새 아이들 굶어죽기 십상입니다.
그럴일이 없을 것 같지만
현대문명, 목숨부지와 관련된 시스템은
<스위치 공학>에 따라서
일괄정리됐죠.
그래서
<스위치>를 내리면
그것으로 상황이 종료되게 돼 있습니다.
그게 왜 그런지,
그래서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목숨을 결딴내는지
그 진풍경을 우리가 혹시 망각하까봐
상황들은
미리 경고하는 차원에서 다정다감하게
촘촘하게
아주 잔혹하게 지금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해주는 그 귀뜸을
허트게 여기면 안될 것 같습니다.
9.
고사리를 데쳐서
채반에 널어 놓고
마당 한 쪽에 꼴값 좀 떠느라 얻어다 놓은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비가 오기前 꾸물거리는 하늘,
별도 없는 밤 그늘에 웅크린
능선들을 바라보면서
담배를 아주 맛있게
빨았습니다.
그러다가
<사는 게
참 고역이지만
그렇다고
그걸 걍 내려 놓으면
아직 제 스스로 목숨부지를 못하는 애들은 어쩌냐?>
문득
아직도 살아볼려고 바둥거리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봤죠.
죽은 놈도 이유가
가지가지지만
살아있는 놈의 이유도
천차만별이고,
구차스럽죠.
이번 봄은
그런
봄입니다.
첫댓글 제가 사는 남해는 특용작물로 고사리를 재배합니다
산에 나무를 베어내고 고사리 뿌리를 심어서 대량으로 재배합니다.
농협에서 수매도 하고 일반상인들도 드나들고요.
꽤 수입이 좋습니다.
건고사리 1kg 6만원에 수매하네요
진안에서 고사리 채취하려면 지역주민과 마찰은 각오 하셔야 합니다. 작년에 고사리 채취하다 마을주민과 약간의 마찰이 있었네요.
산 등성이를 타면서 고사리 꺽는 재미가 눈에 선합니다. 하-- 그맛은 어찌할지..
저도울산과 경주경계지역 동대산 자락에서 고사리 약2키로
달래좀 채취해서 달래는 무쳐먹고 고사리는 삶아서
말려놓았습니다
여간 힘드는게 아니군요 농사일 초등때 이후 근 사십년만에 밭고랑 파고 나무심고 첨 해보니. . . 아직도 일이 태산같습니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