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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시 문경읍 하늘재에서 대미산을 넘어 동로면 명전리로 하산하다.
제20차 백두대간
1) 일시 : 2017.3.25일(토) 흐림
2) 어디 :하늘재~포암산~관음재~마골치~대미산~문수봉~명전마을.. 21km(백두대간누계376.74km)
3) 누구와 : 나 , 강쌤.
4) 산행이야기 :
나는 2,013년 1월부터 산행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 산행은 67차이며 1,000km를 돌파한 날이다.물런 가볍게 오른산은 제외하고 기록으로 남긴 산행기의 누계이다. 그간 5년 동안의 기록이며 평균 1회 15km쯤 걸었다.앞으로 언제까지 걸을지 모르지만 두 다리가 허락하는 한 계속 걷고 싶음이다.
이번 산행은 작년 11월18일 문경 하늘재까지 걸은 후 겨울산행을 포기하고 나서 첫 대간산행이다.이번 구간은 하늘재에서 포암산과 마골치를 거쳐 대미산을 지나 문경시 동로면 작은차갓재까지 갈 계획이였다.그러나 대미산을 지나 문수봉 갈림길에서 새목재로 빠지는 길를 찾지 못하고 문수봉 방향으로 걷다가 추위와 시간에 쫓겨 명전마을로 하산하였다.문수봉을 봤더라면 잘못된 산행임을 알았을것 인데 문수봉 인근에 안개가 많아 문수봉 정상을 보지 못하고 앞서 잘못걸은 선행자들의 희미한 발자국를 따라 걷다가 방향을 잃었고 백두대간 길을 놓치고 말았다.2017년 이번 첫 산행을 설래임과 기대를 안고 시작하였다.그러나 쉽게 생각했던 이른봄 3월의 산행은 아직 겨울의 뒷끝이 있는 산행이였고 눈과 비가 범벅인 진눈개비와 추위에 덜덜 떨었던 힘든 산행이였다.백두대간을 쉽게 생각하였던 나는 변화하는 대자연에 한바탕 홍역을 치른것이다.가깝고 낮은 산을 가더라도 마음가짐은 항상 겸허하게 준비하고 조심스럽게 걸어야 했다.세상사 사소한 일에도 정성과 최선을 다해야 함을 새삼 느끼고 배운다.아마도 백두대간을 서둘지 말고 천천히 가라는 메세지 같았다.그리고 산행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느끼려거든 만만치 않은 인생처럼 준비를 더 철저하게 했어야 했다.그러면서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걸어라는 가르침이였으리라 생각하니 그닥 슬프지 않고 오히려 감사함으로 받아 드린다.
오늘의 산행기를 쓴다.
(오늘 걸은 하늘재에서 명전리까지 산행지도)
속리산을 넘은 백두대간은 희양산과 황학산을 지나 속리산국립공원지역의 분계를
이화령에 내려 놓고 조령산에서부터 월악산 국립공원지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오늘은 월악산지역 두번째구간 하늘재에서 작은차갓재까지 20 km를 걷으려 한다.
이른 새벽 6시 나와 친구는 하늘재에 내렸다.
"태초에 하늘이 열리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영남과 기호지방을 연결하는 중추적인 역활을 맞아....."
하늘재 고개마루의 내력과 의미를 기술하는 계립령유허비를 본다.
우리는 어제 오후 광주를 출발하여 장성에서 친구를 태우고 밤 10시쯤 문경에 도착했었다.
아내는 서울에 있는 딸들에게 갔다가 내일 오후 다시 우리를 태우러 올 것이다.
3월말 문경지역의 새벽은 아직 쌀쌀하다. 오늘도 무념무상으로 걸어보자.
하늘재에서 차갓재구간은 휴식년재가 적용하고 있는 비지정 탐방로이다.
이지역 구간을 관리하는 공단과 산림청에 죄송하고
산에 미안함을 갖고 작은 울타리을 넘어 포암산을 향한다.
(하늘재에 내려 아내와 한컷!)
얼마 오르지 않아 소박한 샘터를 만난다. 샘터는 정비되지 않은 모습이였다.
플라스틱 파이프를 묻어 샘물은 졸졸 나오고 있었고 고무통에 받아진 물위에
낙옆과 이물질 있어 사람이 생수로 먹지는 못할것 같았다.
그러나 이곳의 주인들인 야생동물들이 목을 축이기엔 안성마춤 같았다.
어쨌거나 새벽숲 공기는 신선하고 정갈하여 기분이 좋았고
계절의 느낌도 좋았으며 공기도 즐거운 발걸음이다.
오늘은 약간의 비소식 있어 우중산행까지 각오하고 왔었다.
전남 광주에서 경상북도 문경까지 와서 산행을 해야 하는 번거러움과
두사람의 개인 일상을 감안하면 산행날짜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약간의 비 소식이 있어도 출발을 했던 것이다.
산은 새벽안개가 자욱하다. 아마도 큰 비는 아닐것 같고 이슬비라도 뿌리려나?
가볍게 생각한 나의 이런 생각이 잘못 되었다는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하늘재에서 포암산(962m)정상까지는 1.2km멀지 않는 거리이다.
하늘재에서 출발하여 샘터를 만났고 흩어진 성터의 돌을 지나 이번에는 돌탑을 만났다.
산행하는 길손들이 지나며 만든 자연스런 돌탑이다.
이곳의 돌탑은 돌 무덤처럼 넓적하고 크기도 제법 컸으며 지도에도 표시가 된 돌무덤이다.
돌탑을 만든 그들은 안전한 산행을 소망하고 가족의 안녕을 빌었을 것이다.
또는 사업의 번창을 간절하게 기도하였을 것이며 각자 자기만의 사연들을 기원하였을것이다.
잠시 숙연해지며 나도 두어개의 돌을 올리고 무사한 백두대간길을 염원하며 지났다.
새벽산은 산을 오를수록 더욱 습하고
안개에 갇힌 산에 눈발이 가느다란 여린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지난 겨울에 덜 내린 마지막 눈인가 보다.
가는 겨울 뒷끝이니 많이 내리지는 않을것 같았다.
그러나 너무도 긍정적인 나의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였다.
이슬과 안개에 젖은 하얀눈은 점차 굵어지기 시작했다.
포암산에 오르는 중간즈음에 산성의 흔적으로 보이는 돌들이 흩어져 있다.
작(鵲)장군이 쌓았다는 작성산성 터이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역사(歷史)는 서서히 잊혀지고
석성도 흩어져 역사는 긴 세월속에 묻혀지고 전설이 되었다.
그러나 산성은 저렇게 뚜렸한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
아마도 지나는 역사는 잠시 잊혀지기도 하지만
진실은 사리지지 않고 영원히 남는것 같았다.
(작성산성의 터)
오늘은 습한 날씨에 산을 오르는데 열기가 더해 땀이 비온듯 하다.
쟈켓을 벗었더니 시원하고 홀가분하지만 혹여 체온을
잃을까 걱정되어 추워지면 다시 자켓을 입기로 하며 걸었다.
(포암산 정상에 선 나)
포암산(962m)에 올랐다. 포암산은 지도를 보면 제법 가파른 산이였다.
오르기 전에는 암벽과 밧줄구간을 예상하고 올랐으나 간간히 바위가 있었고
상당히 포근한 육산이였다. 문경으로 출발하기전 남녁은 따쓰한 봄 이였다.
그런데 이곳 문경의 날씨는 아직도 겨울이고 산행조차도 눈길산행이다.
바람에 날린 한송이 눈이 내 뺨에 가만히 내려와 걷는 열기에 상기된 얼굴을 식힌다.
내 뺨이 시원했다.
(이정표는 눈발에 가리고)
이제는 점점 더 날리는 눈에 이정표가 가렸고 산은 안개에 갇혀
주위의 산을 인지할 수 없어 안타깝다.그래도 우리는 계속 나아갔다.
포암산(962m)를 지나 관음재와 마골치를 향하는데 산죽밭을 만난다.
산죽밭을 걷다가 어쳐구니 없는 시(詩) 한수 써 본다.
산죽(山竹)
산을 오르다 보면 그리 높지 않는 곳에
바람과 안개가 머물다 가는 적당한곳에
낮은키의 조릿대가 산다.
저들은 혼자서 살기 보다는 군락을 이루고 살며
때로는 새들의 집이고 쉬이락 쉬이락~
바람의 소리를 내는 숲이였다.
산죽(山竹)은 겨울에도 낙옆을 떨구지 않으며
바람 불고 눈이 내려도 하늘을 향해 빳빳시 고개들어
신념(信念)을 지향하고 선비처럼 살아가는
산죽(山竹) 이였다.
(마골치의 안내판의 울타리을 넘었다)
산죽밭을 지나 마골치에 이르는데 출입금지 푯말과 함께 나무울타리 처져 있었다.
마골치라는 고개였다.마골치에서 지도를 한번 펼쳐보고 좌현길은 만수봉(983m)을 향하는 길이다
만수봉은 백두대간 길을 조금 비켜 서 있는 봉우리이다.
우리는 울타리를 넘어 대간길 꼭두바위봉을 향한다.
눈은 나무가지 위에 설화(雪花)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잔가지가 이쁜 소나무에 하얀눈이 살포시 내려 매화(梅花)를 닮은 모습이다.
눈은 수분을 많이 머금은 진눈개비여서 어느덧 옷이 젖어지기 시작한다.
한기가 들어 춥기도 하고 체온을 잃을것 같아 자켓을 다시 입었다.
걷는 열기에 가슴이 덥더라도 자켓위에 비옷을 입었어야 했다.
그러나 비옷이 거추장스러워 꺼내 입지 않고
수년째 입어 방수기능을 상실한 자켓으로 버티고 걸어서 한기가 들었다.
(내리는 눈을 즐기며 걷고 있었다)
가는 겨울 뒷끝에 마지막 하얀 눈길산행이여서 아직 짓눈개비 눈도 그냥 즐겁기만 하다.
이런 모습과 이런 기분은 산에 올라야만 느낄 수 있는것이다.
맞은편 차갓재 아래 안생달에서 4시에 출발했다는 40대 남성 두사람을 만났다.
그들은 이미 6시간 걸어 온 것이고 우리는 그곳으로
6시간 더 가야 할 것이며 오후 4시쯤 도착 할 것이다.
아직은 정상적인 방향으로 잘 가고 있었다.
눈은 더 쌓이고 수분을 머금은 눈은 신발바닥에 아이스볼을 만들어
걷기가 거북하고 발걸음이 더디다. 그러고 더 부지런히 걸었다.
(대미산(大美山 1,115km)정상)
12시 무렵 크게 아름다운산 대미산(大美山 1,115km)에 오른다.
바람과 진눈이 잠시 멈춰준다. 이제 눈이 그만 올려나?.
기우였다. 눈은 비로 바뀌어 내리기 시작했고 산을 내려 갈 때까지 계속 내렸다.
대미산에 오르니 두갈래 길이 나온다. 앞서 만났던 일행이 우측으로 가라고
일러 주었기에 우측으로 잘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디에선가 백두대간 길을 놓치고 말았다.
내리는 눈에 대간꾼의 발자국이 가려서 느낌과 감으로 길을 찿아가다가
엉뚱한 곳으고 가고 있었던 것이다.
대미산에서 문수봉쪽으로 20여분 가다가 새목재방향으로 우현하여
차잣재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우회전 하는곳을 찾지못하고 그대로 직진하였던 것이다.
어이 친구야 ! 거긴 낭떨어지 일세! 그 길 아니야 !
무작정 걷다보니 강쌤이 낭떨어지가 있는 커다란 바위 위에 서 있었다.
(낭떨어지에 선 강쌤)
바위를 내려와 안전한 길로 우회를 했다. 우리는 이때까지도 문수봉 갈림길를
지나쳤다는것을 몰랐다.걸으면서 길이 좁아진다는것과 리본이 듬성듬성 보이는것이
이상하다면서도 계속 걸었고 다소 이상함이 느껴졌지만 선행자의 흔적이 있어서 그대로 계속
걸었다.다행히 산의 고도를 조금씩 낮추고 있어 어느 싯점에 차갓재가 나오길 바랬다.
대미산을 지나 3~4시간째 걸어도 이정표가 없었는데 나중에야 알았다.
산을 내려 온후 마을주민께서 말하길 탐방금지 구역이라 이정표를 제거 했을거라 하셨다.
그래서 엿먹었나? 미치고 환장 할 일이다 .
겨울산은 오후 3시 정도면 내려가기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대간 마루길을 벗어나 엉뚱한 길을 한 없이 걷고만 있었다.
이제는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길를 만들어 가면서 계곡 안부로 내려 간다.
계곡의 작고 오래된 흔적을 따라 내려오면서 정상적인 길에서
그리 많이 벗어나지 않았길 기대했었다.
길을 잃어 알바를 하는것 같았지만 게의치 않았다.
다만 아래로 내려 온것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오늘처럼 이렇게 한참을 걷다보면 마음의 눈물이 난다.
고생했다는것 보다 내가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행복한 눈물이다.
오늘 내가 걷고 체험한 길은 내 인생에 모르고 살아 갈 길이였다.
그러나 그런곳들을 경험했다는 즐거움의 눈물이고 때로는 무념무상의 순간을 경험한 눈물이고
나의 욕심을 내려 놓을 수 있어서 고마운 눈물이며 마지막으로는 바보같은 마음의 눈물이다.
그래서 오늘 산행이 잘못걷고 고달펐어도 하산하고 나서는 뿌듯함은 컸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다시 걷는 것이다.
새벽 6시 산행을 시작하였고 오후 4시 무렵까지
눈과 비를 맞으며 10시간째 걷다보니 어느새 배낭도 젖었고
자켓은 방수기능을 상실하여 어께도 젖어 내리고
밑창을 바꾸어 신었던 등산화도 이미 물이 가득한 물장화가 되어 버렸다.
꼬라지는 비 맞은 촌닭이다. 으스스~~ 춥다.
우린 이미 체온을 잃어 저체온으로 가고 있었다.
(명전리 마을로 하산하면서 눈비에 젖은 모습)
걷고 움직일 땐 몰랐던 추위와 한기가 더욱 느껴진다.
둘이서 걷는 백두대간 길을 오늘은 잘못 걸었지만
10시간째 산에 머물러 있었던것으로 고생스러우면서도 행복했다.
추위에 떨며 부산하게 내려 가는데 3~4가구가 사는 어느 산골마을에 도착한다.
마을어귀 하우스 건조장에서 농기계을 손질하던 마을분을 만났다.
이곳이 어느 마을인지 물었더니 문경시 동로면 명전리 마을이란다.
지도을 보니 엉뚱한 길로 한참을 더 크게 돌아 내려 왔던것이다.
우리의 꼬락서니가 불쌍해 보였던지 자신의 안채 황토방에 들어와
쉬어가라 하시고 농부의 사모님은 따뜻한 구기자차와 토종꿀을 내어 오시며
대간길를 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 하산하는분들이 종종 있다고 말씀 하신다.
인정이 후한 그 분은 도시에 살다가 이곳 산골마을에 귀촌 하신분으로
구기자농원과 산골팬션을 운영하시는 산고을농원 정사장님 부부이셨다.
또한 이곳은 해발 750m고지이고 면소제지 하고 거리가 멀어 여기까지 오는
택시도 없다고 하시며 문경시 동로면 소제지까지 약 20km를 데려다 주셨다.
산골농원 정사장님부부의 따뜻한 인정에 무한히 감사했다.
다행이 나오면서 정사장님 명함 한장 받아 왔다.
꼭 어떤 보답이라도 해 드려야겠다.
(나중에 나의 농장 돼지고기를 택배로 보내 드렸다)
(문경모텔에서 젖은 옷을 말리고 있는 모습)
어느정도 쉰 후 정사장님의 차를 타고 동로면으로 나와서 택시대신
승합차 렌트카를 타고 문경시로 온천지구로 나와 숙소에서 젖은 옷을 빨아 말렸다.
우리는 문경온천 근처 편의점에서 여성생리대와 아기 기저귀를 몽땅 샀다.
여성 생리대와 아기 귀저귀가 젖은 신발의 습기제거에 안성마춤이기 때문이다.
생리대를 등산화속에 꾸역꾸역 꾸겨 넣어 습기를 제거하여 내일의 산행을 준비했다 .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길에 하늘을 배경으로 내일 가야 할 황장산을
석양 하늘의 실루엣으로 보았다.
황장산은 뾰뽁한 바위산이다.암릉이 심하고 사나운 산으로 보였고
내일의 눈길 산행이 어려울것 같았다. 아이젠을 준비하지 않았기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황장산 구간을 다음달로 미루기로 하고 순서을 바꾸어 다소 완만한 구간인
벌재에서 저수령까지 줄여 한나절 구간만 걷기로 산행을 바꾸었다.
산행후 광주로 내려 가야하기에 수월하게 걷는 코스로 산행계획을 수정한 것이다.
오늘은 춥고 배고픈 산행이였지만 따뜻한 인정을 경험한 날이기도 하다.
문경종합온천에서 사우나로 피로를 풀고
문경 약돌삼겸살을 안주 삼아 소주 한잔 걸치니 잠이 저절로 쏟아진다.
2017년 3월 25일(토) 눈오는날 걷고 3월 30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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