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에 제막한 백의종군길 완보자 전당
엊그제 긴긴 밤의 동지 지나고 내일은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들고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모두가 힘들고 팍팍한 삶에 따뜻한 위로와 축복을 주소서. 메리 크리스마스, 온 누리에 평화와 번영이 깃들기를!
동짓날(12월 22일, 일), 한국체육진흥회에서는 회원 40여 명이 전세버스 편으로 경상남도 합천군 율곡면 매실마을(모여곡)을 찾아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길 완보자 전당의 제막식을 가졌다. 이 행사는 충무공 이순신의 백의종군 정신을 기리고자 한국체육진흥회가 해군의 지원과 관련기관의 고증을 받아 개척한 서울 의금부(종로 보신각 앞)에서 충남아산-남원 운봉-순천-하동-합천 율곡에 이르는 670여km의 백의종군로를 완보한 이들의 명패를 율곡면 매실마을의 백의종군길 완보자 전당의 게시판에 붙이는 의식이다.
합천군 율곡면 매실마을에서 열린 백의종군길 완보자 전당 제막식 모습
한국체육진흥회는 2017년 8월 15일(광복절)부터 9월 7일까지 선상규 회장과 배준태 단장 등 8명의 단원이 ‘이순신 백의종군길 이음 도보 대행군’을 완주하여 최초로 이순신 백의종군길을 답파하였다. 그 후 백의종군길 앱 제작(트라이앵글, 오룩스), 체크포인트 설치(스탬프 함 56개), 안내리본 3천개, 패스포드 2천권 제작 등 백의종군길의 유지, 보수에 진력하였다. 그간 백의종군길 완보자는 총 17명(개척 단원 8명, 개별 도전 9명), 154명이 도전 중이다. 뜻깊은 순례 코스를 찾는 이들, 뒤를 이어라.
백의종군길 완보자 전당에 이름을 올린 이들
아침 7시에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출발한 버스는 옥산과 성주 휴게소를 거쳐 오전 11시 경 합천군 율곡면 매실마을에 도착하였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이순신 백의종군길 완보자 전당의 제막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일행을 반기고 마을 경로당 앞에 이르니 향토사학자 이강중 씨를 비롯한 마을주민들이 힘찬 박수로 일행을 맞는다. 먼저 찾은 곳은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서 가까운 권율 도원수부에 도착한 후 40여일간 기거하였다는 이여해 가옥, 언제 지었는지 곧 쓰러질 듯 퇴락한 건물 앞에서 이강중 씨로부터 마을의 지세와 14대까지 이어진 이여해 후손(2년 전 우리를 반기던 방손 이종규 씨는 지난여름에 작고)과의 인연을 설명듣기도.
꽤 규모가 큰 이강중 씨 집 마당에 마을 주민들이 정성들여 차린 점심상이 푸짐하다. 메뉴는 동지죽과 여러 가지 다과, 경상도 특유의 토종팥죽을 충무공의 얼이 서린 전통마을에서 맛보다니! 액운을 멀리하는 그 효용, 국난극복과 욱일승천의 기세로 타올라라.
매실마을의 팥죽잔치
점심 후 경로당 앞 공터에서 행사참가자들과 마을주민들이 어울린 가운데 30 여분 동안 흥겨운 공연이 펼쳐졌다. 합천문화예술공연단의 찬조출연과 주민들의 열정이 잘 응축된 축제 분위기, 열띤 함성과 율동이 국태민안의 축원으로 힘차게 울려 퍼진다.
오후 1시, 행사를 주관한 선상규 한국체육진흥회장과 배준태 백의종군정신앙양걷기회장 및 문준희 합천군수를 비롯한 체육진흥회원과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제막식을 가졌다. 완보자 명패게시판을 덮은 가리개를 잡아당기자 말끔하게 단장한 게시판이 유려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서 백의종군길 개척의 선봉에 선 배준태 회장이 충무공의 백의종군 정신을 잘 계승하기를 다짐하였고 문준희 군수는 구국애민의 표상인 충무공의 본을 따르자고 역설하였다. 제막식 후 오혜란 회원이 정성으로 마련한 떡과 막걸리를 함께 나누고 충무공이 권율 도원수부를 찾은 개벼리 절벽까지 한 시간여 걷기로 이날 행사의 피날레를 장식하였다.
충무공이 권율도원수부에 도착한 개벼리 길을 걷다
오후 3시에 합천 율곡을 출발하여 내려갔던 길 되짚어 서울에 도착하니 저녁 7시가 넘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강행군 여정,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은 뿌듯하다. 우리 모두 나라 사랑의 일꾼들, 각기 본분을 지켜 아름다운 공동체를 가꾸리라.
* 이순신 백의종군길 완보자 전당 제막행사에 즈음하여 2017년 8월 15일부터 9월 7일까지 24일간 670여km 걸으며 기록한 '이순신 백의종군길 이음 도보 대행군 참가기'를 10여회에 걸쳐 한국체육진흥회 카페와 벤드, 백의종군로 카페에 실었다. 이를 10여 쪽의 유인물로 요약하여 행사참가자들에게 배부, 그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을 덧붙인다.
1. 기념세미나와 출발행사
한국체육진흥회는 2017년 8월 15일부터 9월 7일까지 이순신 백의종군길 이음 도보 대행군에 나선다. 이에 앞서 8월 14일 오후 3시, 서울시민청 워크숍 룸에서 ‘이순신 백의종군의 역사적 의미’를 새긴 기념세미나를 가졌다.
백의종군은 전쟁에 참여한 장수와 관리가 패전, 임지이탈 등의 사유로 관작(官爵)을 박탈당한 채 종군하는 것으로 일종의 징계행위다. 이순신은 1597년의 일본재침략 때 부산 앞바다에 진을 친 14만여 명의 일본군을 섬멸하지 않은 죄목으로 1597년 3월 4일에 의금부에 투옥된 후 27일 만인 4월 1일에 출옥하여 의금부에서 도원수부가 있는 경남 합천까지 두 달여 걸어간 후 그해 8월 3일 수군통제사로 재임명 받을 때까지 백의종군하였다. 이순신의 백의종군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집념과 노력, 훌륭한 장수로서의 위상 확인, 백의종군 중에도 백성들의 사랑과 존경을 확인하는 역사의 길이 되었다.
8월 15일 광복절,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이순신의 생가 터인 명보극장 앞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출발에 즈음하여 선상규 회장은 역사의 길 장도를 무사히 완주하기를 다짐하였고 배준태 단장은 위대한 선인의 발자취를 좇아 살아 숨 쉬는 교육의 장을 마련하는데 진력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첫날 코스는 종각-서울역-삼각지-동작대교-남태령-인덕원으로 이어지는 30여km. 조용히 내리던 빗줄기가 동작대교에 이르니 폭우로 변하여 끝날 때까지 장대비다. 사당, 과천을 거쳐 인덕원에 이르니 오후 3시가 넘었다. 당일참가자는 이곳에서 돌아가고 대원들은 인근의 갈산동 주민센터까지 내쳐 걷는다.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여장을 풀자마자 젖은 옷과 신발을 말리는 일이 급선무다.
2. 675km 걸어 합천 율곡에 이르다
9월 7일(목), 숙소에서 아침을 들고 마지막 출발장소인 삼가면사무소로 향하였다. 면사무소 앞에는 ‘이순신 백의종군 행로지’라는 비석에 1597년 6월 2일과 3일 초계로 향하던 중 이곳에 유숙하며 원균의 참패에 따른 대책수립에 골몰하였다고 적혀 있다. 오전 7시, 삼가면사무소를 출발하여 율곡 쪽으로 향하였다. 길고 완만한 고갯길을 넘어 내리막길에 접어드니 촌로 한 분이 일행을 맞는다. 율곡에 거주하는 향토사학자 이강중씨, 그의 안내로 대양면사무소에 도착하니 면장과 노인회장 등이 일행을 따뜻하게 맞아준다. -- 12시 40분, 오후 걷기에 나서 한 시간 여 걸으니 율곡면에 접어든다. 잠시 후 충무공의 합천 체류거점인 모여곡(毛汝谷)마을로 들어선다. 입구에 ‘환영, 백의종군 순례단’이라 쓴 플래카드가 일행을 반긴다. 모여곡 마을(40여호 거주)회관에 이르니 오후 2시 반, 마을주민들이 박수를 치며 일행을 맞는다.
최종목적지는 초계, . 초계면사무소에 도착하니 해군군악대의 팡파레가 울려 퍼진다. 배준태 단장의 도착인사, ‘24일간 충청, 전라, 경남 돌아 670여 km의 이순신 백의종군 이음 도보 대행군을 무사히 마쳤음을 보고한다. 어려서부터 들은 충무공의 행적을 60년 지나 더듬는 발길이 뜻깊다. 이제 그 길 개척하여 이었으니 뒤를 따라 수많은 열매 맺기 바란다.’
24일의 고된 일정을 무사히 마친 일행 모두 수고하셨다. 무사완주, 파이팅!
첫댓글 완보하신 분들을 존경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