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195
[제주 포럼 4]
우선 기억나는 것은 카멜리아 힐이라는 정원이다. 딱히 특이하거나 좋아서이기보다는 지난
제주의 여행에서 만난 수국이 이곳에도 잘 가꾸어져 있는데 다만 꽃이 지난 주 보다는 많이
다르게 보였기 때문이다. 곧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늙었다(!)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폭삭은 아
니지만 조금은 시들해 보였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환호한다. 그만
큼 생활의 분주함이 이런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사가 개인 사진을 찍어준다. 나는 사진을 찍거나 찍히는 것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독사진
을 찍는다. 행사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는 길에 기사는 그 모든 사진(단체 사진과 개인 사진)
을 뽑아서 나누어 주는데 그 양이 적지 않다. 그럴 줄 알았다면 나도 몇 컷 더 찍을 것을 그랬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억나는 장소가 현대 미술관이다. 조용한 분위기의 주변 환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다독
여 주는 장소, 입구 오른 쪽으로는 제주의 돌들로 사람의 형태를 조각해서 조경의 한 부분으로
설치한 곳이 눈에 들어온다. 참 다양한 모습으로 세워진 사람의 형체, 어쩌면 제주인들의 단단
하고 옹골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고, 제주에서의 삶이 결코 녹녹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 잠시 숙연해 지기도 했다.
하긴 지난 제주 여행 전에 내리던 비가 여행 중에 내리지 않더니 이번 포럼 전에도 비가 내렸고,
우리의 행사가 끝난 후에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비와 바람과 돌, 그 환경을 견디고 이기
며 생존해 왔던 우리의 어른들, 지금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생을 이어온 분들의 수고를 그 돌들이
증언하고 있는 것 같았다.
미술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다. 누군가 곁에서 설명해주면 그런가보다 정도로 치부하고 마는, 그럼
에도 벽의 한 면을 전부 이용해서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을 형상화 한 장면은 새롭게 느껴졌다. 낙
엽이 비처럼 쏟아지는 동영상 같은 화면인데, 그 낙엽의 모습이 바다 속을 촬영한 것처럼, 가오리
와 다양한 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박물관에서도 느끼게 되는데, 박물관 실감 영상 실에서 상영하는 내용 때문이었다.
실내에 들어가니 바닥에 앉게 되어있었고 영상은 벽의 사면과 내가 앉은 바닥까지 이용해서 상영
해주는데, 파도가 밀려오면 그 파도가 내 자리까지 쏟아져 들어오고 선박이 뭍을 향해 나갈 때에는
바닥이 파도에 흔들리는 느낌을 얻도록 하고 있다.
내가 존재하는 이 시대, 참 많은 것들이 순간 변화하는 시대인 것은 맞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마지막 효도 세대, 그리고 마지막 아나로그 세대라고 하는, 어쩌면 새로운 것을 만나면 즐
거워야 할 텐데 오히려 어색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하는 세대, 그러고 보니 나 역시
핸드폰에 있는 수많은 기능들을 다룰 줄 몰라서 그저 통화, 문자, 카톡 정도로 만족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의 변화가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연초에 아들이 구입해준 승용차, 수많은 기능이 있음에도 나는 그저 핸들, 기어, 에어컨 정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으니...... 어쨌든 과학, 기술, 무엇이라 표현하는 것이 좋을지는 모르
겠지만 내게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후에 기회가 되면 아내와 손자를 이곳에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
각이 드는 그런 경험이 되어주었다.
[제주 포럼 4]
우선 기억나는 것은 카멜리아 힐이라는 정원이다. 딱히 특이하거나 좋아서이기보다는 지난
제주의 여행에서 만난 수국이 이곳에도 잘 가꾸어져 있는데 다만 꽃이 지난 주 보다는 많이
다르게 보였기 때문이다. 곧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늙었다(!)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폭삭은 아
니지만 조금은 시들해 보였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환호한다. 그만
큼 생활의 분주함이 이런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사가 개인 사진을 찍어준다. 나는 사진을 찍거나 찍히는 것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독사진
을 찍는다. 행사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는 길에 기사는 그 모든 사진(단체 사진과 개인 사진)
을 뽑아서 나누어 주는데 그 양이 적지 않다. 그럴 줄 알았다면 나도 몇 컷 더 찍을 것을 그랬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억나는 장소가 현대 미술관이다. 조용한 분위기의 주변 환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다독
여 주는 장소, 입구 오른 쪽으로는 제주의 돌들로 사람의 형태를 조각해서 조경의 한 부분으로
설치한 곳이 눈에 들어온다. 참 다양한 모습으로 세워진 사람의 형체, 어쩌면 제주인들의 단단
하고 옹골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고, 제주에서의 삶이 결코 녹녹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 잠시 숙연해 지기도 했다.
하긴 지난 제주 여행 전에 내리던 비가 여행 중에 내리지 않더니 이번 포럼 전에도 비가 내렸고,
우리의 행사가 끝난 후에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비와 바람과 돌, 그 환경을 견디고 이기
며 생존해 왔던 우리의 어른들, 지금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생을 이어온 분들의 수고를 그 돌들이
증언하고 있는 것 같았다.
미술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다. 누군가 곁에서 설명해주면 그런가보다 정도로 치부하고 마는, 그럼
에도 벽의 한 면을 전부 이용해서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을 형상화 한 장면은 새롭게 느껴졌다. 낙
엽이 비처럼 쏟아지는 동영상 같은 화면인데, 그 낙엽의 모습이 바다 속을 촬영한 것처럼, 가오리
와 다양한 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박물관에서도 느끼게 되는데, 박물관 실감 영상 실에서 상영하는 내용 때문이었다.
실내에 들어가니 바닥에 앉게 되어있었고 영상은 벽의 사면과 내가 앉은 바닥까지 이용해서 상영
해주는데, 파도가 밀려오면 그 파도가 내 자리까지 쏟아져 들어오고 선박이 뭍을 향해 나갈 때에는
바닥이 파도에 흔들리는 느낌을 얻도록 하고 있다.
내가 존재하는 이 시대, 참 많은 것들이 순간 변화하는 시대인 것은 맞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마지막 효도 세대, 그리고 마지막 아나로그 세대라고 하는, 어쩌면 새로운 것을 만나면 즐
거워야 할 텐데 오히려 어색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하는 세대, 그러고 보니 나 역시
핸드폰에 있는 수많은 기능들을 다룰 줄 몰라서 그저 통화, 문자, 카톡 정도로 만족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의 변화가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연초에 아들이 구입해준 승용차, 수많은 기능이 있음에도 나는 그저 핸들, 기어, 에어컨 정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으니...... 어쨌든 과학, 기술, 무엇이라 표현하는 것이 좋을지는 모르
겠지만 내게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후에 기회가 되면 아내와 손자를 이곳에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
각이 드는 그런 경험이 되어주었다.
첫댓글 참 좋은 여행기 잘 읽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