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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나도야 간다] 8편 베트남 다낭 가족 여행
. 학교 동기 동창들이나 전 직장 동료들의 단체관광은 완전히 사라지고 친구 부부나 가족 여행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지역도 비행기를 오래 타는 먼 지역은 피하고 가까운 일본, 동남아를 선호하게 되는데 중국은 코로나 이후 아직 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다.
우리 가족(손자 포함 7명)은 2015년 홍콩, 2019년 싱가폴에 이어 2020년 2월 베트남 다낭으로 세 번째 해외여행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코로나가 국내에 창궐하기 시작하여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만 4년이란 긴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마침 큰 손자가 중학교를 졸업하는 시기라 축하의 의미도 있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여행이 어렵다는 판단에 3박 4일의 일정으로 전 가족 베트남 다낭 여행을 하게 되었다. 아들과 딸은 직장에 휴가를 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
이번 여행의 주동자인 딸과 며느리가 이미 호텔과 비행기 티켓의 예약을 마쳤다며 스케줄을 알려준다. 3박 4일 비교적 짧은 여정이지만 알찬 스케줄이다. 다낭 해변가에 호텔 숙소를 정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나힐스, 오행산 동굴, 호이안 해변 그리고 세계문화유산인 호이안 올드타운 관광이 포함되어 있다.
1일차 다낭 TMS호텔 입실/한시장(Han Market)
1월24일 11시10분 발 대한항공으로 4시간 40분 걸려 다낭 공항에 도착했다. 만석이라 짐 찾고 공항 나가는데도 시간이 너무 걸린다. 미리 예약한 12인승 밴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숙소 호텔까지 대략 6km로 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호텔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낭 미케 해변가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TMS비치 호텔이다. 19층인데 방이 넓고 베란다에 나가면 끝없이 긴 해변 전망이 압권이다.
미케 해변
베트남과 두 시간의 시차(베트남이 늦다)라 그나마 오후 관광이 가능했다. 여장을 풀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첫 외출에 나섰다. 다낭에서 쇼핑가(재래시장)로 유명한 시내 한시장(Han Market)이 첫 목적지다.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먹었지만 약간 배가 고프다는 의견에 한시장 맞은편 바인미(반미) 맛집 중의 한 곳인 ‘아이러브반미’에서 대표 메뉴인 계란 바인미와 숯불구이 바인미 그리고 열대 과일 주스로 맛 탐방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베트남 하면 쌀국수, 분짜, 바인꾸온 등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많다. 바인미(반미)는 베트남씩 바게트빵 샌드위치이다. 쌀가루가 들어가는 바게트 빵은 유럽의 바게트처럼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다. 바게트 빵에 들어가는 주재료가 계란(egg)인 경우도 있다. 간식을 즐기고 맞은편 한시장으로 갔다. 한시장는 서울의 남대문시장을 연상케 한다. 1층은 열대 과일이 주류이지만 잡화도 많고 2층엔 의류도 많다. 그런데 짝퉁 의류가 최고 인기란다. 손흥민, 김민재 등 번호를 새긴 축구복, 유명 브랜드 짝퉁 신발, 크록스 신발 등이 인기다. 숙소에서 먹을 망고와 망고스틴을 푸짐하게 샀다. 특히 망고는 바로 먹을 수 있게 껍질과 심을 제거하고 칼로 알맞게 썰어 주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큰 손자는 김민재 축구복과 크록스 신발을 샀다고 좋아한다. 애들 아빠는 베트남 커피를 선물로 사고, 열대과일 과자는 선물용으로 인기다. 베트남 화폐단위는 동이다. 예전 구리동전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동은 한국 원화와의 비율은 1: 18.2 정도 된다. 원화 천원은 1만8,200 동이다. 대략 20:1로 쳐서 천원은 2만 동이다. 계산에 자주 혼란이 생겨 어려움이 많고 에피소드도 자주 생겨 웃음을 자아낸다. 계산 후 잔돈 2천동을 안 주길래- 가만히 생각해보니 백원이라 “아하 그래서~ ?” 라고 웃는다.
다낭 한시장
쇼핑을 끝내고 저녁 식사는 한시장 인근에 있는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베트남 가정식 식당 ‘냐벱(NhaBep)’을 찾았다.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도 다행히 금세 자리가 났다. 다양한 베트남 요리를 먹어볼 수 있었다. 고수는 늘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현지 음식은 가능하면 현지인처럼 좋아하는 것이 현명하다. 식사 후 애들 가족은 야시장으로, 딸과 우리 부부는 인근 마사지 집으로 갔다. 다낭도 마사지가 유명해서 곳곳에 마사지(SPA) 간판이 보인다. 인터넷으로 친절하고 서비스 좋은 유명집이 소문나서 그런 집만 찾게 되는 모양이다. 역시 여행은 발의 희생이 크다. 그래서 발 마사지를 하며 발을 달래주어야 한다. 나만이 느끼는 감정이고 논리일까?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그 유명한 용다리(Dragon Bridge)를 건넜다.
용다리
2일차 바나힐 휴양지
오늘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한 곳인 바나힐을 관광하는 날이다. 아침 조식은 호텔식이다. 뷔페 메뉴가 너무 다양해서 좋다. 25층 옥상에는 수영장도 있고 아침 조식을 할 수 있는 소규모의 식당도 있었다. 옥상에서 다낭 시내를 내려다보니 참으로 멋지다. 특히 붉은색 사장교 다리가 눈에 띈다.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한강의 유명한 다리 중의 하나인 ‘쩐티리교’란다. 서울의 한강도 아름다운 다리가 많듯이 다낭의 한강에도 아름답고 시선을 끄는 명품다리가 많다.
9시에 바나힐로 데려다줄 벤 차가 도착했다. 오늘의 목적지 바나힐(仈那山,Ba Na Hills)까지는 차로 40분이 걸렸다. 해발 1,500m 정상에 있는 썬월드(Sun World)는 케이블카로 오른다. CNN이 정한 세계 10대 케이블카로 길이가 5,800m로 노선은 총 5개이다. 가파른 산을 케이블카로 오르면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숲과 계곡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지만 너무 아찔하여 계속 바라볼 수가 없다.
바나힐은 썬월드라는 리조트가 있는 다낭에 위치한 해발 1,500m 산의 이름이다. 케이블카, 호텔, 스파, 놀이동산, 사원, 레스토랑 등이 망라된 썬월드는 얼핏 한국의 에버랜드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해발 1,500m 고지인 만큼 케이블카를 타는 재미도 있고 고지라 기온이 시원해서 좋다. 하필 안개비가 내려 우의를 사 입었다. 케이블카 1번-2번선(호이안역--마루세유역)은 상행선으로 15분이 걸린다. 여기서 다시 3번-4번선(보르도역-루브르역)으로 갈아타고 나오면 본격적인 바나힐 골든브릿지를 산책할 수 있고 프랑스마을(French Village)의 이색적인 건물들을 보게 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동산 판타지파크(Fantasy Park) 건물도 인기다.
바나힐 썬 월드
역시 2018년에 만들어졌다는 골든브릿지는 단연 최고의 인기장소다. 두 개의 손으로 받쳐진 황금 다리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사진 찍기에 열광한다. 비안개가 끼면 더 몽환적이라 좋아한단다. 골든브릿지는 두 손 위에 받쳐진 독특한 다리 모습인데 다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골든브릿지
마치 동화 속의 요정 마을을 보는듯한 프랑스 마을과 생드니 성당도, 커피점인 스타박스 카페도 관광객들로 대만원이다. 케이블카의 하강선은 좀 더 길이가 길어 20여분이 걸렸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걸어 나오면서 아름답게 꾸민 플라워가든(정원)에 감탄했다. 카메라 셔터를 수없이 누른다. 카메라에 담긴 정원의 배경 사진은 하나같이 멋지고 아름답다.
다낭 시내까지는 역시 미리 예약한 차로 40분 정도 걸려 씨푸드(Sea Food)식당으로 안내되었다. 바다가재, 칠리(깐쇼)새우,가리비 등 골라주는 대로 요리해준다. 모처럼 씨푸드의 맛을 즐긴 후 최근에 새로 생겼다는 롯데마트를 가 보았다. 제법 손님이 많다. 크게 성공하길 빈다.
3일차 오행산 동굴탐방과 호리안 올드타운 관광
베트남 중부의 관광지 중 다낭에 가까운 호이안으로 가는 날이다.
동굴속의 두 신선
도중에 베트남에서 유명한 오행산 동굴을 구경하기로 스케줄에 넣었다. 오행산은 마블마운틴이라고도 하는데 다낭 해변의 오른쪽 끝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야산으로 대리석과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5개의 봉우리를 가리킨다. 여기에 11개의 신비한 대형 동굴이 산재해 있어 다낭의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그중 9번 호아응히엠 동굴과 10번 후엔콩동굴이 하이라이트이다. 오행산에서 가장 큰 동굴이 바로 후엔콘 동굴로 동굴 안에는 신비로운 빛과 조각된 불상이 어우러져 자연의 장엄함을 경험하게 된다. 산이 대리석 산지(産地)라 계단이 모두 대리석으로 깔려 있다. 비가 오는 날은 미끄러워 위험할 것 같다. 어제와 달리 날이 개어서 다행이다. 동굴 루트를 도는 동안 영흥보탑을 비롯한 영응문(靈應門)도 지나고 두 신선이 바둑 두는 조각상도 보인다.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고 집에 와 보니 주변 사람 다 죽고 아는 사람이 없더라고 하는 고사를 표현했단다. 그리고 녹야원에서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고 최초로 다섯 제자에게 설법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호이안으로 가기 전 동굴 입구 근처에서 현지식 식사를 했다, 의외로 맛이 좋다고 모두가 만족한다. 여행지의 현지식은 여행의 필수요 즐거움이다.
호이안 안방 해변
호이안 관광은 안방 비치 해변의 물놀이나 산책과 휴식 그리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호이안 올드타운 탐방, 마지막으로 야간에 올드타운 옆 투본강 소원배 타기와 소원촛불 강물에 띄우기 행사이다. 호이안에 도착하여 안방 해변에서 비치 의자에 누워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겨울철이라 해수욕은 할 수 없고 모래사장 산책도 하고 열대과일 음료를 마시며 아름다운 해변의 넘실대는 파도구경 삼매경에 빠졌다. 썬탠을 하는 외국인이 많다. 손자 둘은 비치공으로 축구놀이에 여념이 없다.
호이안 올드타운 구경에 나섰다. 호이안 올드타운(Hoi An Ancient Town)은 다낭에서 약 30km 떨어진 투본강 하류에 위치한 인구 8만명의 고대 도시이다. 한 때 번성했던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무역항으로서 199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버스 투어로 올드타운을 돌아보는 패키지도 있으나 우리는 시간도 많고 하여 차근차근 걸어다니며 구경하기로 했다. 길에는 선물용품과 열대과일 파는 상점과 가판대가 많았다. 중국 상인 부호 떤키(Tan Ky)가 거주했던 떤키고택, 중국인들의 향우회관이었던 광동회관과 복건성 출신 상인들이 만든 올드타운 최대 규모의 복건회관도 올드타운 안에 있다.
복건 회관
투본강의 소원배
호이안 올드타운 투본강의 등불로 장식한 소원배는 호이안을 찾는 관관객들의 로망이다. 일본식 목조다리인 까우템플(Cau Temple)에서 소원배를 탄다. 소원배를 탈 때 소원초를 사서 배에서 강물 위에 띄운다.
온통 강에는 예쁜 등불의 소원배와 물위의 소원초 등불로 화려하기 그지없다. 과연 장관이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다.
다낭으로 돌아가기 전에 이곳에도 유명한 반미집이 있다고 하여 찾았으나 이미 문을 닫아서 다른 집에서 계란 반미를 사왔는데 맛이 너무 좋다고 좋아들 한다.
4일차 귀국
3박4일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 호텔 조식은 3층 식당이 아닌 25층 식당에서 먹었다. 옥상에서 다시 한번 시내 전경을 구경했다. 아들 식구들도 옥상 구경한다고 올라왔다. 오전 시간에는 호텔 앞 미케 해변을 걸어보기로 했다. 미케 해변은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해변으로 소문 난 곳이다. 미국 <<포브스>> 지는 다낭 미케 해변을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6대 해변의 하나로 손꼽았다. 해변 길이가 길고 모래가 곱고 부드러워 모래 위를 걷고 파도를 즐기며 각종 행사도 많이 한다. 저녁노을도 아름다워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다.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긴 채 인근에 있는 마사지 집(spa)에서 단체 마사지를 받았다. 우리 내외는 동남아나 중국 여행 시 늘 마사지를 받는데 아들과 며느리는 평생 처음으로 마사지를 받는단다. 마지막 이른 점심을 먹고 호텔에서 짐을 찾아 공항으로 갔다.
3박4일의 여정이 금세 지나간 것 같다. 딸과 며느리의 철저한 준비 덕택에 비록 여행을 많이 다녔다는 나도 그냥 따라만 다녔는데도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휴양지 여행이라고 쉬다가 오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역시 바빴다. 마음 편히 쉬는 체질이 아닌가 보다. 이번 여행은 예전 베트남 북부 하노이와 하롱베이 그리고 남부의 호치민(사이공)과 붕타우 등을 여행할 때와는 또 다른 감동과 즐거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들 특히 손자들과 함께 하니 여느 때와는 다른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지금부터 약 60여년 전 월남전 때 청룡(해병대)의 일원으로 참전했던 우리 오상회 이장원 동문의 증언에 의하면 이번 여행의 핵심 관광지인 다낭, 호이안, 투본강이 바로 베트콩과 월맹 정규군이 출몰하던 격전지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 곳이 지금은 세계적인 관광지의 신천지로 바뀌었으니 이것이 바로 천지개벽이 아닌가 싶다.
이번 다낭 여행에서 느낀 점은 역시 베트남은 오토바이 천국이다. 그러나 혼잡한 교통 속에서도 안전사고가 적은 희한함은 예전이나 다름없었다. 또 베트남은 열대과일 천국이다. 값도 싸고 맛있는 과일이 많아서 이번 여행에서도 매일 원 없이 많이 먹었다. 과거에는 패키지여행이라 현지식 맛집을 골라 다니기가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자유여행이라 베트남 특히 다낭의 유명 맛집, 인기 있는 메뉴들을 골라 제대로 맛 기행을 하였다. 그리고 4일 동안에 3번의 마사지를 했으니 여행의 피로를 마사지로 충분히 푼 셈이다. 무엇보다 물가가 싸니 먹고 싶고 하고 싶은 모든 게 마음대로 해결되어 행복했다.
베트남은 인구가 1억명의 인구 대국이고 자원도 많고 다른 열대지방 국민과는 달리 근면하고 낙천적인 민족이라 미래가 매우 밝아 보인다. 여행 시 대단히 친절한 인상을 받은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고평가 항목이다. 그래서 다시 가고 싶거나 추천하고픈 관광지의 선순위로 매기고 싶다.
<글: 김수철(상학62)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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