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글
이번 7월 출정 둘째날,
오늘은 경북 울진군에서 강원도로 들어 가는 날이다.
코스는 해파랑길 28번과 29번코스인
울진군 북면 부구삼거리에서 삼척시 용화레일바이크역까지인데
걸어야 할 길은 해안가에 국가시설인 원자력발전소와
가스 저장소를 우회 해야 하기에
대부분 7번 국도와 지방도로 아스팔트길을 걸어야 하고,
때로는 마을과 야트막한 야산을 넘는 길이다.
거리도 지도상 29.2km이니 단단히 맘 먹고 걸어야 겠다.
무엇보다 한 무더위와 싸움이 될 듯하다.
- 걸었던 날 : 2024년 7월 22일(월)
- 걸었던 길 : 해파랑길 28~29코스. (울진 부구삼거리-석호항-도화동산-월천교-호산버스정류장-임원항-장호해변-용화해변)
- 걸은 거리 : 29.2km(약 51,000보,9시간)
- 누계 거리 : 434.4km.
- 글을 쓴 날 : 2024년 7월 26일.
일출이 1시간쯤 지난 시간이다.
상쾌한 아침 햇살에 비친 바다는 반짝거리고,
한 폭의 산수화를 품은 해안 절경을 눈이 부셨다.
바람이 없는 평온한 바다는 세상사 시름 없는 무릉도원의 한장면이고
살면서 이런 경치를 보며 아내와 단둘이 한적하게 걷는것은
호사로운 일로 틀림없는 일 같았다.
마을길 한쪽 돌담에 담쟁이 넝쿨이 우거져 있는데
그 사이에 핀 양반꽃 능수화 몇송이가
길손의 눈길을 사로 잡고 고고하게 혼자서 이쁘다.
나 어떼! 그래 너 이쁘다.
울진 북면 숙소에서 나와 마을길을 걷다가 재미 없는 2차선과 지방도로 아스팔트 길을 한참을 걸었다.지금은 지나는 차량들이 대부분 직선화 된 4차선 고속화도로를 달리고 있고 예전에 사용하던 2차선 지방도로 주변의 식당과 휴게소, 그리고 주유소는 폐업을 했는지 사람도 드물고 황량한 모습이다.사람도 차량도 없는 재미없는 길을 걷는데 아침부터 땀도 나고 야트막한 고갯길에서는 발길도 무거웠다. 고갯마루 도화공원을 지나는데 공원은 정리되지 않은 나무와 잡풀로 우거져 보기 흉한 공원 모습이다.근처에서 7~8명이 풀베기 작업을 하다가 휴식중인데 그들의 언어가 한국말이 아니다 아마도 동남아 국가 언어인듯 했다.이제는 도로 옆 풀베기 작업도 외국인의 손을 필요로 하는 모습이다.사실 도시 아파트나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도 이제는 외국인의 언어가 일상적 이라고 한다.한국도 다민족 국가가 되어 가는 모습이고 일하는 현장에서는 더 심한것 같다. 삼척지역의 구간구간 스토리가 있는 길 안내 현판을 본다. 바다를 안고 걷는 길 7.5km코스, 황희 정승을 만나러 가는 길 8.5km 코스, 옛 이야기속으로 들어 가는 길 8km 등이 있는데 통틀어 "삼척수로부인길" 이란다.
야산 중턱에 있는 꿀벌 농장모습
야산을 넘어 내려 가는길에 꿀벌 사육 농장을 만나 조히 걷고 지난다. 최근에는 환경오염과 생태계 변화로 꿀벌 사육이 어렵다고 한다. 수십년을 전업으로 하던 양봉 기술자도 꿀벌이 죽거나 여왕벌과 일벌 무리가 집을 나가는 사례가 많고 예전에 없었던 바이러스로 벌들이 죽는등 피해가 큰 모양이다.꿀벌의 역할은 과수나 각종 식물의 화분을 수정시켜 열매을 맺게 하는데 날아 다니는 꿀벌이 사라지고 있으니 과수나 식물 농사에도 피해가 있는 것이다.그렇게 꿀벌이 사라지면 파생적으로 다른 식물에도 영향을 주고 결국에는 인간에게도 영향이 많아 질 수 있는데 어찌 할거나?.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환경 오염과 생태계 변화를 생각 해 볼 일이다.
7월의 시골집 마당 울타리에 청포도가 익어가고 있다. 얼기 설기 대충 묶어 놓은 줄기에서 주렁주렁 메어 달린 포도 송이가 탐스럽다.청포도 낱알은 알알이 포게져 큰 송이가 되고 포도나무의 이야기가 되며 마을의 전설이 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나도 고향집 뒷 마당에 포도나무가 있었고 7월의 포도나무의 포도를 보면 어릴적 화순 석정리집의 향수가 스물스물 하다.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힌 돛단배가 곱게 밀려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 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 시어를 다시 읽고 적으면서 약간은 설래임과 시끔한 청포도 맛의 향수에 저절로 빠져 본다.
오전 10시경 호산교을 지나 원덕읍내로 들어 선다.아침을 먹지 않고 출발해서 4시간째 걸었으니 배가 고프고 허기졌다.읍내에 들어 섰으니 아점으로 식사할 곳을 찾다가 "국수나라" 라는 노포를 발견하고 들어 갔다.본래 아침 식사을 파는 곳이 아닌데 여행객임을 알고 기꺼이 들어 오라 하신다. 주인은 70대 할머님이시고 탁자 두개만으로 소박하게 국수와 칼국수를 파시는 분이신데 곱게 나이드신 멋진 셰프이셨다.자기집을 SNS에는 올리지 말라신다.사람들이 너무 오면 다 못해 드려 미안 하다고..
8,000원 짜리 할머니 콩국수는 정갈해서 어떤 음식보다도 더 맛있었다. 그리고 국수나라에서 한참을 할머니와 이야기하며 쉬다가 나왔다.두 그릇의 잔돈 4천원을 낮에 시원한 커피 한잔 사 드시라 드렸더니 극구 사양하신다.
7월 하순, 일기예보는 "폭염경보"여서 등산이나 트레킹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날씨이다. 그러나 아직 일이 있어 걷기 좋은 날씨만 기다릴 수 없기에 감수하고 떠났다. 덕분에 더웠고 땀도 많이 났다.더우기 맛탱이 없는 아스팔트 길은 뜨거운 열기가 더 했고 지나는 차량도 없어 더 심심하고 말수도 적어지며 마냥 걸었다.그런데 그렇게 땀나고 힘들었지만 마음속 내면은 즐거움으로 씩씩했다.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건강한 즐거움이 있었다. 삼척시 원덕읍 임원항에 도착한다. 2시간을 내리 걷는 동안 마땅히 쉴 만한곳이 없었는데 오아시스 같은 항구 마을에 도착 하였으니 요기도 하고 쉬어 가야 겠다.최고의 맛집을 고르려고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가 어느 횟집에 들어가 물회을 시켰다.물회는 포항 물회가 유명하지만 동해안은 어디든 재료가 신선하여 모두 맛있었다.오늘 걸어야 할 거리는 약 30여km 인데 오전에 많이 걸었다.아마도 이런 속도라면 오후 3~4시면 끝날것 같아서 여유를 부리고 충분하게 노닥거리고 쉬다가 나왔다.
그렇게 쉬고 임원항을 떠나면서 기존의 해파랑길을 벗어나 바닷가 해안길 쪽으로 걷다가 장원항 케이블카을 만난다.나는 어린아이처럼 케이블카로 바다를 건너고 싶었고 높은 곳에서 해안을 내려다 보고 싶었으며 해안가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우리는 케이블카로 가서 티켓을 샀다.운행 거리는 874m, 요금은 편도 6,000원.제법 이용객도 많았고 전망도 아주 멋지게 좋았다.특히 운행 안내 직원들이 모두 시니어분들이여서 보기가 좋았고 어느 직원분은 이곳이 삼척의 나폴리라 부른다며 자랑을 하셨다.나는 이탈리아 나폴리는 가 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이 평온한 모래 해변과 해안 바위가 어우러진 전경은 한번쯤 머물다 가고픈 멋진 절경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호 케이블카에서 내려 용화해변으로 가야 하는데 잠깐 동안 길을 잘못 들어 알바를 했더니 아내가 힘든데 고생시킨다고 투정이다.앞서 걸으면서 방향을 간과한 내 잘못이니 그냥 인정하고 미안하오! 라고 할 수 밖에..빠른 인정이 가장 효과적임은 나는 알기 에 얼른 사과를 했다.용화호텔 언덕길을 내려가 장호 초등학교 정문앞에서 29번코스 인증을 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돌아 갈 버스를 확인하는데 버스는 1시간후에나 올 예정이다. 그런데 택시하나가 우리 앞으로 오더니 호객을 하신다.나는 적극적인 저분의 호객 영업이 맘에 들었다.삼척과 울진은 시,군지역이 달라서 버스를 타더라도 2번 타야 하는 번거러움과 다시 버스 배차 시간을 기다리다 보면 많은 시간이 소요 된다고 택시로 가자고 설득을 하신다.사실 마냥 기다리면 시간상 낭패일 수도 있었다.버스를 이용하자는 아내을 설득하고 요금를 타협해서 어젯밤 묵었던 숙소로 가서 차를 가지고 용화 해변으로 다시 돌아 오고 이동중에 전화로 예약한 펜션숙소에 들어와 오늘 일정을 마무리 했다.우리를 태운 기사님은 농협에 근무하시고 은퇴하여 택시를 3년째 운전하시는 은퇴세대 이셨다. 더운날 땀나게 아스팔트 길을 걸은 후유증으로 나는 사타구니가 땀에 씻겨 쓰라렸고 아내는 발가락 물집이 네 군데나 생기는 날이기도 했다.그 만큼 힘들기도 했지만 목표한 지점까지 완주했다는 충만감은 컸다.내일은 이곳에서 다시 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