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태교론의 전개와 발전
(2)교훈서
남북조 시대 말기의 귀족 안지추(顔之推, 531∼591)가 자손을 위하여 저술한 가정과 도덕교훈을 중시한 교훈서로 『안씨가훈』이 있다. 그 내용은 가족도덕ㆍ대인관계를 비롯하여 구체적인 경제생활ㆍ풍속ㆍ학문ㆍ종교 나아가서는 문자ㆍ음운 등 다양한 내용을 구체적인 체험과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하여 논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안씨가훈』 「효자」에서 주(周)대의 태교만 소개하고, 위진 남북조에 성행한 금기들은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교육의 필요성을 고대 태교법과 연관해 왕실뿐 아니라 일반사람도 필요함을 설명하고 있다. "임신 3개월에 별실에 기거하였으며"라는 이 인용문의 특기할만한 점은 성왕 모의 태교를 소개하는 데 있어서 별실로 옮겨가는 시기를 종래의 임신 '7개월에'서 '3개월'로 바꿔서 적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 의학에서도 배아기와 태아기를 구분하는 시기를 '3개월'로 보는데, 이 시기를 이미 결정적 시기로 보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 내용이다. 교훈서에도 성왕 모 태임의 태교는 태교의 전범으로 널리 수용되어 계속 전해져왔다.
『소학(小學)』은 주희(朱熹, 1130-1200)가 엮은 것으로 어린이 교육에 대한 것으로 태교에서부터 출발하고 있으며, 첫 장인 「입교(入敎)」에서 한나라 유향의『열녀전』의 글을 인용하여 임산부가 지켜야 할 행동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계고(稽古)」에서는 태임이 문왕을 잉태한 후 나쁜 것은 보지 않고, 음란한 소리를 듣지 않고, 오만한 말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청대에 와서는 윤리 철학적 개념을 가지고 태교를 언급하는 가훈집이 출현하였다. 허상경(許相卿, 1478-1557)의 『허운촌이모(許雲邨貽謀)』와 장백행(張伯行, 1651-1725)의 『소학집해(小學集解)』가 바로 그것이다. 허상경은 그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논하고 있다.
옛날의 가르침은 예(豫)를 귀중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의 자녀교육도 마땅히 태교부터 시작해야 한다. 부인이 자식을 임신했을 때는 과식과 지나치게 많이 자는 것, 갑자기 성내는 것과 방사, 비뚤게 서고 기대는 것, 맵고 뜨겁고 거친 맛이 나는 음식을 먹는 것 등을 다 경계해야 한다. 마땅히 옛 시와 음악을 듣고 아름다운 말이나 선행을 말하고, 성현서나 효자 충신의 그림과 책을 보고 읽으며 일과 휴식을 절도 있게 하고, 행동거지를 예절에 맞게 해야 태어나는 자식의 모습이 단정하고 성격도 지나침이나 치우침 없이 온화하게 된다.
그가 말한 예(豫)란 『예기(禮記)』 「학기(學記)」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비교육적인 것을 미리 막는다는 의미다. 태교를 통해 예비교육 차원으로 생활 속의 절제와 중요의 도를 말하고 있다. 청대의 유학자 장백행은 정주학(程朱學)을 공부한 사람으로 태교에서도 신유학적 해석을 하고 있다. 『소학집해』 첫머리에 유향의 『열녀전』에 나오는 태교내용을 장백행은 그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임신하였을 때는 반드시 감응을 신중히 해야 하는데, 이는 착한 것에 감응되면서 착해지고 악한 것에 감응되면 악해지기 때문이다. 태극이 음양오행으로써 만물을 생성하며, '이(理)'와 '기(氣)'의 결합으로 사람이 생겨난다. '이(理)'가 갖추어짐으로써 굳세고 부드러운 것과 같은 성격과 인의예지신과 같은 덕성이 형성되고, '기(氣)'가 품부됨으로써 혼백이나 오장육부와 같은 형체가 형성되는 것이다.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성품으로 말하자면 지극히 순수하고 선한 것이어서 사람들 사이에 아무 차이가 없지만, 개인의 기질적 성격으로 말하자면 맑고 탁하고 아름답고 추한 등의 차이가 없을 수 없다. 즉 성격이 맑으면 똑똑하고 탁하면 우둔하고, 아름다우면 현명하고 추하면 어리석게 된다.
그래서 임신 초기에 감응이 이루어질 때는 눕고 앉고 서고 먹고 보고 듣고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다 성격의 맑고 탁함과 아름다움과 추함의 바탕이 되고 똑똑함과 우둔함, 현명함과 어리석음의 근본이 된다.
그래서 아이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어머니가 숨을 내쉬면 그 아이도 내쉬고, 숨을 들이마시면 아이도 들이마시게 되니, 어머니가 바른 기운으로 대상 환경을 대하게 되면 타고나는 성격, 즉 개인적 기질을 빨리 효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일상생활 전반에 스스로 바른 상태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고, 그래야 외부 환경의 옳지 못한 기운이 태아에 침범하지 못하고, 마음 속의 나쁜 기운도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또 그리됨으로써 태아의 기질과 성품이 바르게 되고, 하늘의 이치를 온전히 받게 되는 것이다.
위와 같이 가의의 '신감론'과 같은 관점에서 주자의 이기론으로 태아의 심신 형성을 설명하고 있다. 태아의 천명지성(天命之性)은 차이가 없지만 기질지성(氣質之性)에 차이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기질지성을 바로 잡기 위해서 임산부의 행동 하나 하나를 조심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유향의 '신감론', 왕충의 '품기론'까지 수용한 그의 관점은 생리학적으로 임산부의 호흡도 아이의 기운에 영향을 준다는 남송 진자명의 '외상내감설'이나 원대의 주진형의 '모자동체설'까지 수용한 입장이다. 다음으로 여성들의 저작인 교육서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여성들에 의한 여성교육서 중 대표적인 것으로 『여사서』가 있다. 여성 교훈서를 살펴본 결과 태교의 동인이 되는 것 중 시대의 가치를 담은 여성 교훈서가 그 필요에 따라 태교의 전범을 제시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성이 저자이면서도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의 제시가 우선이었고, 다른 문집에서 태교를 언급한다고 해도 남녀 공동의 교육 제시와 왕실이나 집안의 대를 이을 후손을 낳고 기르기 위한 당위적 내용만을 언급한 정도에 머물렀다.
한대의 『여계(女誡)』를 시작으로 한 『여사서(女四書)』는 여성들에게 요청되는 행동양식들에 대한 모범 답안이라 할 수 있다. 『여사서』는 명나라 황제 신종(神宗)이 1580년에 『여계』와 『내훈』을 묶어놓은 것에, 청나라 왕상(王相, 1662-1722)이 『여논어(女論語)』와 『여범첩록(女範捷錄)』을 뒤에 붙여 주석하여 이 네 가지를 하나로 묶어 만든 것이다. 후한의 『여계』, 당의 『여논어』, 명의 『내훈』, 청의 『여범첩록』사이에는 1600여년의 물리적 시간차가 있다. 『여사서』는 완성된 시대와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사상과 내용에 차이점이 있으나, 그 근본은 중국의 봉건제 사회를 배경으로 하여 여성들의 부덕을 논한 것이다. 특히 유순ㆍ정숙ㆍ정절 등을 역설하고, 재가ㆍ질투ㆍ오락을 여자가 가장 삼가야 할 것으로 금하고 있다.
『여계』에서는 "주나라 문왕의 성스러움은 그 어머니 태임의 태교에서 비롯되었다며 주나라 태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여논어』는 총 12장 중 제8 장 「훈남녀(訓男女)」에서 자식을 교육하는 방법을 예시하고 있는데, 자식을 맹목적으로 귀여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내훈』은 총 20장 중 제16장 「모의(母儀)」편에서는 어머니가 된 자로서 보여야 할 모범을 제시한다. 『여범첩록』 에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와 유사한 맹모단기지교(孟母斷機之敎)의 고사로 양육에 있어서 자녀와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함을 설명하고 있다. 그 중 태교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총11장 중 「모의편」으로, 여기에서 "아버지는 하늘이고, 어머니는 땅이다. 하늘 곧 아버지는 정기를 베풀고, 땅 곧 어머니는 몸을 낳는데, 자녀의 공기 곧 뼈대는 아버지를 닮고, 성기 곧 성품은 어머니를 닮는다. 옛날에 현명한 여자가 임신을 하게 되면 태교를 특별히 중요하게 취급했다."라며, 태교를 해야 하는 당위성과 함께 모성태교와 부성태교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인도전통의 태교사상과 실천방법 연구/ 조혜숙 원광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철학박사 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