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노래한다
김미숙 (BlueFox)
꺾어진 대궁에도
의지만 있으면
들꽃은 기어이 예쁜 꽃을 피워내듯
빛바랜 추억에도 꽃이 핀다
바위틈 민들레 씨앗도
고통을 이겨내면
벌을 불러들일 꽃을 피우듯
기억에 사연이 담겼으면
결국 향기 진한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렇다
지금 고통에 희망이 있으니
기어이 꽃은 피고 말 거다
절망 없는 희망은 약하고
슬픔 없는 사랑은 얇다 했다
그래서 사랑이다
내 진한 사랑이다
벌을 불러들이는 꽃을 피우듯
꽃을 피울 내 사랑이 맞다
나목
김미숙 (BlueFox)
하늘을 날아오르던 푸른 꿈은
나이테만큼이나 뒤돌며 아련하다
마지막 잎새가 손을 놓던 날
천년을 지나온 바람마저
휑한 몸 한 바퀴 돌며 못 본 척 떠나고
백 년을 살다 온 햇살도
바짝 마른 어깨 위에서 미끄럼 탄다
마음이라도 푸르게 일어서자
무릎을 세우고 허리를 펴보자
밤의 기도는 미리내 다리를 건너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
별빛으로 목욕하며 새롭게 정화한다
처절하게 나약해진 홀몸이지만
생의 끝자락에서 비바람에 맞서며
엎드려 의연하게 빈손을 내밀어 보인다
엄마의 신앙
김미숙 (BlueFox)
한때 초록의 잎새로 함초름히 피어나던 박꽃 달빛 받아 눈부셨다
홀로만의 여정 서러웠는지 명치끝에 걸린 초승달이 흔들린다
눈물이 하염없이 넘실거리다 가슴 언저리 동심원으로 퍼져나간다
꽃을 피우시려다 그리 햇살을 짊어지고 사셨나 보다
제 몸 녹여 불 밝혀주는 촛불처럼 꽃다운 나이
노르스름한 감꽃으로 쓰러지더니 검버섯 주렁주렁 피어났다
쏟아내는 한숨 애태우다 안쓰러운 고행길
빨갛게 노랗게 늘어나는 수만큼 안으로 안으로 다스려온 그리움
마침내 영글어서 피어난
맨드라미 금잔화 꽃을 키워내셨다
설레는 마음
김미숙 (BlueFox)
봄바람이 돌다리를 건너오니
주머니에서 만지작거리던
안부의 싹이 발아하며
봄은,
파릇한 생기로 초록을 키워낸다
봄을 버선발로 맞이하는 건
햇볕 바른 곳에 묻어 두었던
'기다림'
여민 옷깃을 슬쩍슬쩍 펴 보이며
초록 치마 입고 달려 나간다
봄바람의 입맞춤으로
매화의 입술은 환하게 벙그러지고
하얀 날개로 봄을 품고
춤사위로 하늘을 날아오른다
나를 울린 바다
김미숙 (BlueFox)
바다로 가 파란색 물감을 풀어놓으니
에메랄드빛이 퍼지며 머리는 비워지고
가슴은 꽉 차는 듯하다
서러움 밀물 되고 썰물 그리움으로
하얗게 부서져 흩어지는 파도 소리
구슬퍼 푸른 방에 갇혀 있으면
황금빛 모래 햇빛 온몸으로 받아
소금기 튕겨내며 햇빛 사위로 눈부시다
바다는
커다란 돌을 던지고 가슴속 욕망을 던져도
말없이 밀당을 하며 바다에 노 저어 가듯
밀물로 밀려와 썰물로 떠내려간다
바다는 언제나 옳다
작가명
김미숙 (BlueFox)
작가사진
프로필
- 부산 출생
- 시<별리> 대한문인협회 등단 (2019)
-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 대한문인협회 부산지회 정회원
- 「시를 꿈꾸다」 문학회 정회원
연락처
010-9330-4840
주소
부산광역시 북구 함박봉로 26, (덕천롯데아파트) 107동 2006호
첫댓글 소중한 작품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