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叢石亭(등총석정) - 총석정에 올라.
虛應堂 普雨大師(허응당 보우대사 ; 1510? - 1565?)
春光濃淡花詩節 춘광농염화시절
봄빛 짙어 농염하게 꽃피는 계절에
海上高亭獨上遊 해상고정독상유
바닷가 높은 정자에 홀로 올라 노니네
斲立雲根應有以 착립운근응유이
구름 끝 깎아질러 서 있음은 이유 있으리.
白鷗波際一望愁 백구파제일만수
흰 갈매기와 파도를 시름 속에 바라보네
斲(착) ; 깎다. 쪼개다. 아로새기다.
雲根(운근) ; 구름에 무슨 뿌리? 구름 가장자리다. 김극기도 총석정을
노래하면서 운근 이라는 시어를 한 번 썼지 아마?
총석정은 매우 빼어난 경치를 가졌지만 전경(全景)을 보기위해서는 배를 타고 동해바다에 나가야 가능하다. 뾰족 뾰족한 바위들이 직선을 이루어 서있지 않고 곶을 따라 둥그스름하게 둘러쳐져 있다. 그러니 정자에 올라 바라보는 총석정은 전체 장면의 절반을 넘을까 말까다.
하늘에서 뾰족바위들이 유성처럼 쏟아져 바다에 꽃힌 듯 한 기분을 노래한다. 잘 나가다가 결구(結句)에서 일망수(一望愁)라 노래한 것은 석연치 않은 예감을 던진다. 허응당은 한참 부모손길이 필요한 나이에 출가하였고
사춘기도 승려 신분으로 넘겨야 했다. 이 시를 쓴 시기도 20대 중반 이후다. 피끓는 청춘이 동해바다의 파도를 바라보는 심경. 경치만 찬양하기에는 2퍼센트 부족한 무엇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