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작은책방과 작은알자스, 그리고 청년 셰프가 함께한 “나의 프랑스식 하루” 두 번의 행사 가운데 첫날 행사를 마쳤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특별히 괴산과 충주 등 가까운 지역 주민들이 많이 함께해주셨고요, 수원, 분당과 화성, 밀양에서부터 먼 길 오신 분들도 계셨어요. 부처님오신날 연휴 기간이라 말할 수 없이 혼잡한 교통체증을 뚫고 힘겹게 오셨지만 그런 만큼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지요.
책방에 다같이 둘러앉아 서로 인사 소개를 하는데 어쩜 이리 생각과 삶의 지향이 비슷한 분들이 오셨는지 새삼스럽게 '만날 사람은 다 만난다'는 생각도 들고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느껴 봅니다.
책방도 오고 싶었고, 알자스도 가보고 싶었는데 그 두 곳이 함께하는 자리라니...너무 좋아서 단박에 신청하셨다고 말씀들 해주셔서 고마웠어요.
<작은 알자스>는 정말 한국 시골 속의 작은 프랑스 같은 느낌을 줍니다.
화려한 인테리어를 하거나 인공적으로 꾸민 것도 아닌데도 '양조장'이 주는 분위기, 한여름에도 한기가 들 정도로 서늘한 실내에 들어서면 코끝에 풍겨오는 시큼한 포도주 냄새, 그리고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황동 증류기....등이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이국적인 느낌을 더해주기 때문인데요.
거기에 열심히 일하는 프랑스 남자 두 분이 와인과 식사를 서비스해주시니 잠시 꿈처럼 즐거운 시간을 경험합니다.
오늘 요리의 주인공 <나의 프랑스식 비건생활> 저자이자 청년 셰프인 하지희 님과 남편 사무엘 주드 님이 코스별로 요리 설명과 함께 음식을 내어 주십니다.
셰프님이 만들어오신 '오늘의 메뉴'만 봐도 눈이 황홀합니다.
이 많은 요리를 다 맛볼 수 있다고? 오와....호기심은 위장을 더욱 자극하고 입에는 침이 가득 고입니다.
파리에서 고기와 기름기로 가득한 요리를 배웠던 청년이 어느 날 비건이 되어 새로운 요리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이날 음식은 셰프가 살고 있는 마을의 이웃들이 유기농업으로 가꾼 곡식과 채소들, 알자스 포도밭에서 야생으로 자란 열매들과 꽃과 풀들이 프랑스식 레시피를 덧입고 식탁에 올라와 그 멋과 맛을 뽐냈습니다.
익숙한 재료들로 만들어낸 새로운 맛. 처음 먹어본 음식은 그런 음식대로 신선한 감동이, 기존에 알고 있었던 음식은 비건식 특유의 새로운 맛이 주는 신선함이 우리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네요. 이 음식들이 알자스에서 생산한 4종 와인과 더불어 황홀함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책방지기는 오늘의 만남을 위해 일주일 전부터 블라인드북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어떤 분들이 오실까 설레는 맘으로 책을 고르고, 포장하고, 한 권마다 추천의 글을 첨부해서 책을 고르실 수 있도록 했어요. 이 책들이 모든 분들의 마음에 다가갔을까요? 옆자리에서 식사하셨던 분들이 책 선물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고, 갖고 싶은 내용의 책이었다고 해주셔서 안심했는데요. 혹여 내 취향이 아닌 책을 집어들게 하셨더라도 오늘의 자리에 함께한 추억과 기쁨으로 잘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침부터 적당히 흐린 날씨가 덥지않아 좋았는데 오후에 식사할 때는 비가 내렸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다행히 비가 개어서 포도밭 산책도 하면서 잠시 휴식을 가진 뒤 모임을 마무리했어요.
생각해보면 책방에서 마음의 양식을, 양조장에서 몸의 양식과 신의 물방울까지 두루 나누었으니 부족함이 없는 최고의 하루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역시 여행의 꽃은 쇼핑이라고..ㅎ…책방에선 한 권의 책을, 양조장에선 와인을 주렁주렁 달고 가신 손님들의 하루도 매우 이국적인 행복 체험이었을 거라 믿어보며 제가 시 한 편 읽어드렸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나머지 날> 입니다. 이런 날들을 보내고 싶어 우리는 시골로 왔습니다.
시골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별이 뜬 밤하늘을 보며 지냅니다.
포도밭을 가꾸며 일하다 말고 술 한 모금씩 들이켜가며 땅과 풀과 열매의 소리를 들어요.
그렇게 익어간 우리들의 삶이, 이곳을 찾아주시는 손님들의 마음에 가 닿기를 기원하면서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6월10일, 두 번째 날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