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수필(에세이) > 아나키스트의 비상구 | 북랜드 (bookland.co.kr)
한국현대수필100년 100인선집
수필로 그리는 자화상 8 (양미경 수필선집)
『아나키스트의 비상구』
979-11-92613-90-1 / 192쪽 / 147*210 / 2023-09-27 / 12,000원
■ 책 소개 (유튜브 영상 바로 보기)
1994년 《수필과 비평》 등단 이후 수필을 써 온 지 30년, “권위와 기존 질서에 목 졸리다가, 여성으로서 자유를 위한 숨통만이라도 틔우자고 붙든 것이 수필 쓰기였다. … 수필은 내게 자유에 닿는 동아줄이었다. 자유를 향한 비상구였다.” 지금 자신의 행복은 더도 덜도 아닌 수필 쓰기에서 얻어진 것이라는 양미경 수필가의『아나키스트의 비상구』가 한국현대수필 100년 100인 선집 <수필로 그리는 자화상> 제8권이다.
“글을 쓴다는 것 그 자체가 희망이다. 어둠 속에서 방황할 때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나름대로의 삶에 평화를 깃들게 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문학이라는 등대였다.”(「영혼이라는 등대」중에서) 그렇게 힘들고 지친 자신의 영혼에 등대가 되어 주었던 문학이 다른 이들의 영혼을 희미하게라도 비춰주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작가가 “수평선 너머 그 어디에 있을 자유의 비상구” 찾기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엮은 희망의 평화의 수필선집 『아나키스트의 비상구』.
■ 저자 소개
양미경
1994.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1996.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예술지도자과정 수료
2008~2010. 수향수필문학회 회장
2009~2011. 물목문학회 회장
2009~2011. <수필과비평작가회의> 전국회장
2017~2019. 통영문인협회 회장
2018~2021. 경상남도문인협회 부회장
2018~현재 한국문인협회 정보화위원회 위원 / 한국예총경남연합회 감사
2023. 9~현재 물목문학회 회장
2023. 10~현재 양미경 수필교실 개강
□ 출간 및 수상
2004. 수필집 『외딴 곳 그 작은집』 발간
2004. 신곡문학본상, 경남문학 우수도서 작품집상 수상
2004.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우수문학 작품집 선정
2008. 수필집 『고양이는 썰매를 끌지 않는다』 발간
2012. 수필집 『생각을 겨냥한 총』 발간
2015. 수필집 『눈 오는 날 추사를 만나다』 발간
2019. 경상도 사투리 수필집 『내 쫌 만지도』 발간
2019. 제31회 경남문학상, 제38회 조연현 문학상 수상 / 경남도지사 표창장, 한국예총통영지부 공로상
2023. 수필선집 『아나키스트의 비상구』 발간
■ 목차
머리말
제1부
그곳에 가면 나그네가 된다 / 살며 지워가며 / 안개 속에서 / 겨울 허수아비 / 영혼을 꿈꾸는 등대 / 표지판 앞에서 / 봄을 향한 홀씨들 / 모래사장의 삽화 하나 / 빗속을 달리다 / 수려한 예향 통영에 살면서 / 눈 내리는 날 추사를 만나다 / 안동역은 지금
제2부
아름다운 나무 / 피안으로 간 메뚜기 / 비눗방울 세상 / 성북동 비둘기와 어시장 고양이 / 편지 쓰는 밤 / 사랑에 관하여 / 아나키스트의 비상구 / 십 원의 인생학 / 잡초와 산삼 / 이름이 갖는 의미 / 나이 들면 보이는 것들 / 우체통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제3부
마지막 편지 / 고양이는 썰매를 끌지 않는다 / 염낭거미 / 한국의 쉰들러 리스트 / 집단 따돌림에 대하여 / 생각을 겨냥한 총 / 6번이 갔다 / 말과 말씀 / 이 또한 지나가리라 / 하루살이 / 몽타주 세상 / 나무꾼과 쇠도끼
제4부 경상도 사투리 수필
개팔자 개 거튼 팔자 / 고백 쪼매이 할라꼬예 / 느그가 빈티지를 아나 / 도구통 이바구 / 동동구리무 / 사마구 타령 / 안방 삼총사를 알란가 모르겄네 / 어무이, 행복한 새는 안 난다 카데예 / 옛날 옛적 화장지가 없던 시절 / 내 쫌 만지도
작가 연보
■ 출판사 서평
작가는 “동양의 나폴리”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섬과 해안에, 무장이자 뛰어난 문장가이기도 했던 구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부터 유치환, 김춘수, 김상옥, 박경리, 윤이상, 전혁림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처럼 빛나는 이름의 예인이 배출된 통영에서 태어나 60여 년 넘도록 살아왔다, 고향의 풍광과 정서를 너무나 사랑하는 토박이 진짜배기 “통영사람”인 작가의 영혼에 새겨진 강구안이니 세병관, 항구동 바닷가, 서호동 간장 공장, 동피랑, 한려수도… 정다운 이름이 있는 그곳, 통영에서의 삶과 아름다운 자연, 치열한 문학 사랑의 이야기가 험난한 삶의 바닷길을 비춰줄 구원의 등대 불빛 같은 따뜻한 사유와 함께『아나키스트의 비상구』에 담겨 있다.
“… 스산한 바람과 밀리는 파도와 번져 내린 노을과 그리고 혼자라는 나만의 해방감, 마침 숨 막히는 터널을 빠져나온 듯한 자유로움이 온몸을 휘감으면서 여행은 내게 유일한 영혼의 비상구란 생각이 들었다.
인류는 평안을 추구하면서 문명사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육신만 살찌우는 물질을 만들었고 병들어 가는 영혼을 붙들고 문명에서의 일탈을 꿈꾸곤 한다. 찬란한 문명을 자랑하면서 문명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지독한 삶의 패러독스! …… ”
(「아나키스트의 마지막 비상구」 중에서)
“그렇다고 해서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대단한 아나키스트는 아니다. 굳이 변명하자면 아나키즘 쪽으로 한 발 걸쳤”을 뿐이라는 작가는 한때 조건 없는 사랑과 헌신, 순종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가족을 위해 살았던 “그 시대의 여성”이었다. “… 내가 본 반사광은 염낭거미의 영혼이었을까, 아니면 한 줌 미련 없이 자신의 육신을 주고, 애증도 욕망도 버리고 피안의 저편으로 간 내 어머니의 영혼이었을까, 오늘따라 새삼 어머니가 그립다.”(「염낭거미」) 그렇게 염낭거미처럼 사랑과 희생으로 힘겨운 세월을 건너온 작가는 이제 통영 바다의 멸치처럼 파닥파닥 뛰는 삶의 생기, 펄떡이는 자유에 대한 갈망을 작품 속에 담게 된다. 삶의 억압 고난과 시련에 대면하여 물러서지 않고 도전했던 작가가 얻게 된 “거친 바다 절벽 끝의 한 줌 틈바구니에 뿌리를 내리고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해송”의 용기와 품격이 글마다 생생하게 살아있다.
“시간이 흐르고서야 어시장의 고양이에게서 내 모습을 보았다. 킬리만자로의 당당한 한 마리 표범으로 살지 못하고 한낱 삶의 저잣거리 속에 생존이나 구걸하며 살고 있는 내 모습을.”(「성북동 비둘기와 어시장 고양이」),
“가슴으로 즉각 반응하는 것, 그것은 위험이나 손해를 동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은 위험과 손해를 감수해야 할 만큼 가치 있는 건 아닐까.”(「사랑에 관하여」),
“매일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면서 욕망에 매달리며 삶을 증오하고 사는 것이, 하루 세상 구경으로 미련 없이 떠나는 하루살이보다 더 나은 점이 무엇일까.”(「하루살이」)
“머리가 아니라, 생각을 겨냥했던 비스마르크는 얼마나 지혜로운 사람인가. 절망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그 현실이 가장 최악의 늪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은 늪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힘들 때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생각해 본다면 그것이 바로 비스마르크의 총이 아닐까.”(「생각을 겨냥한 총」)
통영의 해안 길은 물론 순천만, 남해의 섬, 진주, 서해안 길, 산행길 등 길을 나서고 길 위에 서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작가의 여정은 “나의 집, 인간의 집은 자연 속에 있다는 것, 그 간단한 진리를 깨우치지 못할 때 물질적인 집과 소유욕에 잡혀 자신을 학대하게 된다는 것을.”(「그곳에 가면 나그네가 된다」)과 같은 빛나는 진리의 전언을 글마다 새겨두었다, “수많은 인생길도 언젠가는 인생에서 사라져갈 것”(「살며 지워가며」)이지만 우리 “각자의 개체는 생존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생명체”이며 “천국과 지옥은 내 가슴에 있었던 것,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오로지 마음먹기에 달렸다.”(「빗속을 달리다」), 그러므로 “삶의 감동은 역경의 딛고 일어나는 데 있는 것”(「봄을 향한 홀씨들」)이라는, 또한 “인생의 의미는 혼자 깨닫는 것이지만, 또 함께 생활하고 기쁨을 나누는 이웃과 가족도 있어야 한다는 것”(「안개 속에서」). 이와 같은 의미심장한 구절들을 되새기다 보면 인간 삶의 유한함과 무수한 희로애락, 그 안에 숨겨진 순리, 인생의 의미에 관해 사색한 작가의 “인생이란 이런 것”이라는 깨달음이 가슴 깊이 들어온다.
서정적이고 시적인 문장 속에 스며든 작가의 사유도 깊은 공감을 일으킨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길을 잘못 든 메뚜기처럼 생의 고향에서 너무 멀리 와 있다. 왜 몰랐을까. 그것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영혼은 생의 고향 쪽으로 한발 성큼 다가서고 있다는 것을.”(「피안으로 간 메뚜기」) “그것들은 아주 멀리 두고 온 것이 아니라 아주 깊은 곳에 묻어두고 까맣게 잊어버린 것들이었다. … 어릴 적 친구들과 날려 보냈던 비눗방울들, 풀꽃 반지, 새벽녘 호박 잎사귀에 숨어 살던 작은 이슬들…, 그 모든 것들은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우리의 심연에 분명 살아 숨 쉬고 있다.”(「비눗방울 세상」) “그 많은 우체통은 다 어디로 갔을까. 여유와 절제가 넘치던 그 인간적 우아한 품격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바람 거칠게 몰아치던 금강 포구의 우체통을 가끔 떠올린다. 이 시대 우리들 인격에도 우체통을 지워버릴 만큼 거친 바람이 불고 있지나 않은지.”(「우체통은 다 어디로 갔을까」)
구수하고 순박한 경상도 사투리 수필인「개팔자 개 거튼 팔자」(“우짜든가 개나 사람이나 개 거튼 팔자 되지 말고, 개팔자 상팔자가 돼야 될 낀데, 그랄라 카믄 넘한테 존경은 못 받을 값에 욕은 안 묵고 살아야 하는 기라.”), 「고백 쪼매이 할라꼬예」(“하나님요. … 내꺼정 도와줄 시간 없다 카능 거 잘 압니더. 그렇다 캐도 가끔 안 바뿔 때 있으시모, …”) 「느그가 빈티지를 아나」(“꼬질한 꼬락서니에 거금을 투자하는 그거는 패셔니스타가 아이고 골빈스타 아니것나”), 「도구통 이바구」(“ 팔 베고 누우가꼬 달을 봄시러 방아 찧는 상상을 해댄께네 곡식도 없는데 얼라새끼는 자꾸 늘어간다.”) ,「동동구리무」, 「사마구 타령」(“머시라? 인간들은 그리까지는 아이라꼬? … 우리캉 머시 다른데?”)「안방 삼총사를 알란가 모르겄네」(“나이 묵을수록 훌륭한 골동품 못지않은 기라는 거 와 모릴꼬.”), 「어무이, 행복한 새는 안 난다 카데예」(“…인자는 어무이, 맘 아파 마이소. 땐땐한 두 다리로 세상 버티고 섰다 카는 기 오뎁니꺼, 그것만으로도 엄청시리 행복한 기라예. 정글에서 살아남아가꼬 이마이 왔시믄 복 받은 인생 맞지예?”), 「옛날 옛적 화장지가 없던 시절」(“전 세계에서 화장실로 들어가는 조오가 나무로 치믄 하루에 2십7만 그루란다,”) 「내 쫌 만지도」(“머, 꼭 손으로 만지고 쓰다듬어싸야 만지는 기가, 정이 뚝뚝 넘치는 눈으로 바라도 봐주쌓고 살가분 이바구해쌈시 손잡고 가운데 다리를 건너모 을매나 좋겠노.”)를 읽다 보면 웃긴다. 재밌다, 그러다가 감동이 물밀듯 밀려온다. 정신이 번쩍 드는 소리도 웃으면서 하는 능청이라니!
『아나키스트의 비상구』는 막막한 우리 삶의 비상구, ‘자유’로 향하는 구원의 비상구이다. 양미경 작가가 비춰주는 환한 불빛을 따라 즐거운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