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나이 저맘때 다은 이복순
30세에 작곡한 모르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 95세 피아니스트의 손끝에서 나비처럼 춤춘다
스탈린이 좋아했다는 부정감정 삭이며 천재 모차르트의 깊은 감명과 노장의 연주에 내가 없어졌다
미세하게 떨면서 세월의 흔적에서 묻어나는 음율이 영혼 깊은곳을 파고든다
어린아이 영성을 가진 순수한 감성 혼신을 불태우며 건반에서 춤추는 노련한 솜씨
내 나이 저맘 때...
이것이 보물이다 다은 이복순
화려한 색을 띠고 멋진 모습으로 온 것이 아니다 눈에 비늘이 덮였을 때 보이지 않던 것의 발견이다 찾으려고 발버둥 친 것도 아니다 가지려고 몸부림 친 그것도 아니다 세월의 짐을 지고 구르고 깍이면서 진주처럼 눈물 속에 얻어진 것이다
일흔 고개 숨가삐 넘어 온 후에 ...
좋다는 이 한마디 앞에서 당길 때보다 뒤에서 미는 힘이 좋다는 것을 발견함이다 모으려고 앞서 당기는 에너지 보다 뒤에서 미는 힘이 더 좋다 이러나저러나 좋다고 생각하고 좋다고 말하며 살기로 했으니 이것이 보물이다
좋다 좋다고 말할 때마다 긍정 에너지 솟아난다 부정적인 말과 생각 세월에 날려 보내고 좋다고 외치며 살기로 했으니 이것이 보물이다
열정과 빠른 속도로 비웃으며 살았지 편안한 마음으로 느리게 사는 것 이제는 좋다는 말만 하고 살기로 했으니 이것이 보물이다
좋다 술술 풀려난다 이것이 보물이다
북풍 다은 이복순
북풍 일어 떠날 채비 하는 가을의 아쉬움 구르고 밟히면서 문 앞까지 찾아와 고운 빛으로 미소짓는 단풍
내 인생 북풍일 때 아름다운 모습일지 추한 모습일지 들여다보는 내면의 세계
일렁이는 바람 한 점에도 남은 시간 달아보며
저 하늘에도 잎 떨군 나뭇가지에도 겸허히 기대어 봅니다
내 이름 아시나요 다은 이복순
내 곁을 지나주세요 배란기가 시작되었어요 중매인을 찾고 있어요
당신이 내 곁을 지나기만 하면 딱풀처럼 붙어서 따라갈래요
두근대는 가슴 조이며 제발 제발 우리 님이 계신 곳에 내려달라고 두 손을 모으지요
나를 발견하는 순간 샅샅이 털어내고 경멸하며 털쳐 버리겠지요
한적한 호숫가 님계신 곳에 앉아 오리가족 사랑노래 들으며 알콩달콩 정 나누다 아들 딸 낳고 살고 싶어요
옥탑카페 다은 이복순
백 년을 맞이하는 시골교회 작은 사택 잠든지 오랜 새벽종 종탑을 지키며 외로이 눈물 흘린다
산등성 넘어오는 햇살 마중하는 옥탑 카페
화기애애한 동기간의 사랑 근육 키우는 감자밭이 부러운 눈빛이다
포근함이 스며드는 작은공간 오랜만에 만난 혈육의 정 모닝커피를 타고 이야기 꽃 피운다
병풍처럼 둘러선 초록 이파리 고향 맛 우려내기 바쁜데
에스프레소 커피 향이 소보로 빵을 업고 흙담 넘어 마실 나간다
편식꾼 다은 이복순
매 주 수요일 우리 동네 찾아오는 집게벌레
큰 손 벌리고 폐지만 골라 먹는 편식꾼이다
목마 탄 아버지 손 발 움직일 때마다 하마 같은 큰 입 잘도 벌린다
동마다 순회를 마치면 만삭된 배를 안고 달아나기 바쁘다
먹잇감 유혹한 주민들 적색 신호 앞에 부동자세 서로 쳐다보며 눈만 멀뚱거린다
경부고속도로 다은 이복순
산허리 감도는 안개 속 큰 섬 하나 산맥 둘 붓을 놓은 구름이 한가롭다
숨바꼭질 즐기던 햇살 온기로 다가와 옆자리 차지하며 함께 가는 고향길
서울에서 경주시 현곡면을 향해 달린다 고향마을 산 하나 너머 시집간 우리언니 팔순 잔치
경부고속 자율주행 선산에서 바라보시는 부모님 마음 졸이신다
향수에 때가 묻은 고향 잃은 설움 유년의 추억 안고 과속으로 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