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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사라진 서천천 한참 후 현정도인은 고개를 돌리고 한 사람에게 말했다. "풍(風)둘째 아우 백이협이 방금 말한 일초를 우리끼리 한번 펼쳐 보 세." 이 풍가 성을 가진 사람의 성명은 풍제중(風際中)이라고 했다. 그 모습 은 별로 대단한 것도 없었으며 시골뜨기와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사람 이었다. 어제 회춘당 약방의 지하실에서 위소보가 소개를 받은 이후에 도 그가 한 번도 말을 하는 것을 듣지 못해 위소보는 별로 그를 유의하 지 않았다. 이때 그 풍제중은 현정도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키더니 손을 펼쳐 날렵하게 현정을 향해 일장을 후려쳤다. 현정은 왼손으로 그 일장을 밀어내며 몸을 움츠리더니 두 손의 다섯 손 가락을 갈퀴처럼 했다. 그야말로 잔나비와 같은 모습이었다. 아마도 서 천천의 자세를 모방한 것 같았다. 풍제중은 왼발로 바닥을 차며 몸으 떠올리더니 허공에서 덮쳐 내려왔다. 요춘은 부르짖었다. "훌륭한 용등호약이라는 일초이오."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현정은 어느덧 비스듬히 옆으로 몸을 피했 다. 그러자 풍제중은 벼락같이 현정 앞으로 다가가서는 왼쪽 다리를 들 어 오른쪽으로 비로 쓸듯이 걷어차고 오른팔을 들어서는 왼쪽으로 향해 비스듬히 휘둘렀다. 바로 백한풍이 조금 전 ㅍ쳐 보였던 횡소천군이라 는 일초였다. 풍제중은 한 몸을 두 몸으로 나누어 사용했다.그러니까 막 백한풍이 펼 친 일초 용등호약을 다 펼친 후에는 곧이어 위치를 바꾸어서 현정도인 앞으로 날아가 백한풍이 펼친 횡소천군이라는 일초를 덩달아 펼치게 되 었는데 그 신법의 빠름은 실로 불가사의할 정도였다. 뭇사람들이 갈채를 보내는 가운데 현저은 몸을 움츠리더니 곧장 상대방 의 품 속으로 부ㄷ쳐 갔다. 풍제중은 두 손을 벼락같이 내밀며 현정의 가슴팍을 누르면서 말했다. "하하핫, 그대가 졌소...." 바로 이때 현정의 오른쪽 주먹이 풍제중의 가슴팍을 내지르며 찌르게 되었고 왼손인 그의 아랫배를 후려치게 되었다. 두 사람의 전장이 모두 다 상대방의 몸에 놓여진 그대로 자세를 멈추었다. 그리고 현정은 백한 풍에게 물었다. "당시의 정경은 이런 모양이 아니었소?" 백한풍이 미처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풍제중은 몸을 흔들 하더니 어느 새 현정의 등 뒤로 돌아가 두 손을 자기의 얼굴 오른쪽으로부터 곧장 내쳐치며 현정의 등심을 가볍게 내쳐찍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고산유수!" 그 두 손은 현정의 몸에 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뭇사람드은 그 순간 눈 앞이 번쩍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보니 풍제중은 재차현정의 앞으로 가서는 두 손으로 현정의 가슴팍을 누르고 있었고 현정의 권장은 자기 의 가슴팍을 내리 누르도록 하고 있었다. 즉 먼저번의 자세로 되돌아간 것이었다. 이와 같이 왔다갔다 두 번 하는 것은 그야말로 유령이 움직이는 것처럼 빨랐다. 이곳에 잇는 사람들 가운데 위소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견문이 넓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풍제중과 같이 신속하기 이를데 없는 신법은 일찌 기 보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뭇사람들은 경악한 나머지 모두 그의 의도 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서천천은 한 사람의 힘으로 두 사람을 상 대하는 형쳔이니 그 형세는 매우 위험했다. 만약에 백한송에 대하여 손 에 조금이라도 사정을 두게 된다면 등 뒤에 백한풍으 고산유수라는 일 격에서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현정은 다시 물었다. "백이협, 당시의 정경이 바로 이런 것에 맞지 않읍니까?" 백한풍은 얼굴이 ㅈ빛이 되어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풍제중의 신법이 날쌔기 이를데 없어서 뭇사람들로 하여금 눈이 어질어질하게 만 들었을 뿐만 아니라 자기네들 두 형제의 몇 수 초식을 모방함에 있어서 도 그 부위와 수법이 전혀 틀리지 않은 것이 마치 자기네 사부가 가르 치는 것과 똑같았던 것이다. 용등호약과 고산유수, 그리고 횡소천군 등 삼초는 목가권(沐家券)가운 데 유명한 초식으로써 천하에 널리 퍼져 아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 따 라서 풍제중이 펼칠 줄 안다는 것은 별로 기이하게 여길 것이 없었다. 사실 백한풍 형제들은 한평생을 두고 연마한 것이 모두 목가권이였지만 도저히 풍제중의 솜씨에 따를 수가 없을 지경이었던 것이다. 풍제중은 손을 거두며 몸을 세우더니 말했다. "도장, 도포를 벗어 보십시오. 정말 미안하게 되었소이다." 현정은 어리둥절 했다. 그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으나 그의 말대로 도 포를 벗어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두 조각의 베가 도포에서 펄 럭거리며 떨어졌는데 바로 두 손바닥으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보니 도포의 가슴 속에는 놀랍게도 두 손자국의 구멍이 뻥 뚫여 있지 않는가! 원래 조금 전 풍제중이 장력으로 그의 도포를 문드러지게 만들 었던 것이다. 현정은그만 안색이 변했으며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쳐 가 슴팍을 더듬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속으로 풍제중의 장력이 부드러운 도포자락을 문드러지게 했을 정도엿을 것 같으면 자기 자신이 내상을 입지 않을 도리가 없다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가슴팍은 아 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때 풍제중은 입을 열었다. "백대협은 손에 실린 음유한 장력은 불초보다 훨씬 뛰어난 것이죠. 서 형은 가슴팍에 이미 지극히 심한 내상을 입은데다 다시 등심에 고산유 수라는 쌍장에 실린 힘을 받게 되었으니 아마도 목숨을 건지기가 어려 웠을 것이외다." 뭇사람들은 풍제중이 음유한 장력으로 현정의 도포에 손자국을 내놓는 것을 보고 이와 같은 공력은 조금 전 한 몸이 두 몸으로 하여서 전후로 협공하였던 공력에 비해 더욱더 놀라운 지라 그만 아연해져서 갈채를 보낼 것도 잊고 말았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해 늙은 폐병쟁이가 그 날 나의 장포 가슴팍에다가 손자국을 내게 된 것도 아마 이와 같은 수단으 사용한 것이겠구나.) 소강과 백한풍은 서로 쳐다보았다. 모두 다 의기소침해진 얼굴표정이었 다. 풍제중의 그토록 뛰어난 무공을 대하게 되자 자기쪽 그 어느 누구 라 하더라도 그와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던 것이다. 거기다 가 풍제중이 그와 같이 펼쳐보인 것은 서천천이 중수법으로 사람을 죽 이게 되엇으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즉 백씨 형제의 무서운 살수를 앞뒤로 협공알 받게 된 상황 아래서 애써 자기 자신을 지미기 위해서 그러한 결과를 낳게 되었던 것이니 서천천을 잘못했다고 나무랄 수도 없었던 것이 확연해졌던 것이다. 소강은 몸을 일으키더니 말했다. "이 분 풍나으리의 무공이 고강하군요. 정말 불초는 오늘 크게 시안을 넓혔소이다. 만약 우리 백 큰 아우가 풍나으리와 같은 무공이 있었더라 면 결코 그 서가에게 해침을 당해 죽지는 않앗을 것이외다." 위소보는 말했다. "백대협의 무공은 지극히 고강한 것입니다. 강호에서 뭇사람들이 모두 다 알고 잇는 일이니 소사협도 겸소해 하실 것이 없읍니다." 그러나 백한풍은 자기 형님의 무공이 형편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노릇 이 아닌가! 위소보는 다시 말했다. "백이협의 무공이 뛰어나다는 것도 강호에서 모두 알고 있는 이이죠." 번강은 혹시나 그가 더욱더 무례한 말을 하게 되면 쓸데없는 일이 또 벌어지게 된다고 생각하고 소강과 백한풍에게 두 손을 맞잡아 보였다. "오늘 폐가 많았읍니다. 다음 다시 뵙도록 하죠." 현정은 말했다. "잠깐, 모두들 백대협의 영전으로 가서 절이라도 몇 번 하도록 합시다. 이 일... 이 일은 아... 사실 말하자면 모두 마음속으로는 되롭기 이를 데 없는것이외다. 결코 이 일로 인햇 목왕부와 천지회가 얼굴을 붉힐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리고 그는 성큼성큼 후당 쪽으로 걸어갔다. 이때 백한풍은 두 손을 들어 막으면서 날카롭게 외쳤다. "우리 형님은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니 당신네들이 위선적으로 나 설 것은 없소이다." 현정은 말했다. "백이협, 이는 무공을 겨루다가 실수하여 백대협에게 잘못 상처를 입힌 것이니 설사 정말 우리 서형이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대는 천지회의 모든 사람을 미워할 수는 없는 노릇이오. 우리가 영전으로 나아가 절을 하는 것은 바로 무림의 의리를 따르기 때문이외다." 소강은 말했다. "도장의 말씀이 옳소이다. 백 둘째 아우 우리는 예의를 지켜야 하네." 그리하여 위소보, 번강, 풍제중, 현정, 요춘, 마박인 등 뭇사람은 일제 히 백한송의 영전으로 가서 절을 하게 되었다. 위소보는 한편으로 큰 절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입 속에서 뭐라고 씨부 렁거리며 세 번 절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백한풍은 날카로운 어조로 물 었다. "그대는 방금 무슨 말을 했소?"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속으로 백대협의 하늘에 계신 영을 향해 말을 하고 빈 것 뿐인데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이오? 백한풍은 말했다. "그대는 입으로 알지 못하게 중얼거렸는데 도대체 무엇을 빌었다는 것 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백대협이 한 걸을 먼저 가게 되었으나 그것은 대단할 것이 없다 고 했소이다. 불초 위소보는 백대협의 아우님에게 맞아 온몬에 상처를 입어 오래 살지 못하게 될 형편이라 아마도 며칠 후면 저 세상으로 가 서 백대협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소." 백한풍은 다그쳤다. "내가 언제 그대를 때렸다는 말이오?" 위소보는 소맷자락을 걷어올리고는 오른팔을 드러내 보였다. 그 손목에 는 둥글게 시커먼 멍이 들어 있엇으며 손자국이 완연하게 드러나 있었 다. 바로 조금 전 백한풍에게 붙잡혀 입은 상처였다. 위소보는 손을 내민 채 백한풍에게 말했다. "이것은 당신이 저지른 것이 아닙니까?" 소강은 백한풍을 한번 쳐다 봤다. 백한풍이 부인을 하지 못하자 얼굴에 약간 꾸짖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돌려 위소보에게 말을 하 였다. "위향주, 이 일은 한 마디로 설명을 할 수 없구려. 우리 차차 이후에 논하기로 합시다." 위소보는 말했다. "아무래도 나는 심한 상처를 입고 치료를 하지 못해 그만 죽어 살아남 지 못할 것 같소. 그렇게 된다면 이후 더 논할 것도 없게 되겠지요?" 소강은 그의 언변이 뛰어나고 멍이들긴 했어도 상처입은 증상이라고는 볼수 없는지라 그가 억지를 쓴다는 사실을 알고는 생각했다. (천지회에서 어떻게 하여 이와 같이 나이 어린 건달을 향주로 삼게 되 었을까?) 그는 말했다. "위향주는 백 세까지 장수를 누리게 될 것이오. 모두들 다 죽는다 하더 라도 그대만은 수십 년 더 살게 될 것이외다."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지금 배가 얼키는듯 아프고 오장육부가 모조리 거꾸로 된것 같아 내일까지 살아남게 될지 의문이오. 풍 둘째형, 그리고 현정도사, 만약 에 내가 죽는다 하더라도 그댈들은 백이협을 찾아 원수를 갚을 필요는 없소. 강호에서는 의리를 중시하는 것, 우리로써는 목와우와 천지회의 돈독하 사이가 나오 인하여 흠이 가게야 할 수는 없지 않겠소?" 소강은 눈쌀을 찌푸리며 사람들 문밖까지 전송했다. 현정은 마박인, 요춘, 뇌일소, 왕무통 네 사람에게 수고를 했다는 말을 하고 포권을 한 후 작별을 고했다. 천지회 일행은 회춘당 약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막 약방으로 들어가 자 사정이 달라졌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계산대가 넘어지고 가게의 백여 개나 되는 서랍들과 약재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그들은 가 게 안으로 들어가서 몇 번 사람으 불렀다. 그러나 대답하는 사람의 소 리는 들을 수 없었다. 내실로 달려들어가자 뚱보 주인과 두 명의 사환 은 이미 죽어서 땅에 쓰러져 있었다. 이 가게는 외진 곳이어서 일시 달 려와 구경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현정은 고언초에게 분부했다. "문을 닫고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게. 그리고 우리는 빨리 서형 을 찾아봐야겠네." 그리고 그는 땅바닥의 나무판대기를 밀어젖히고 지하실로 달려 가서 소 리쳤다. "서형, 서형!" 지하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서천천은 이미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 았다. 번강은 분노하여 크게 부르짖었다. "제기랄, 우리는 목왕부로 달려가 그 도적들과 사생결단을 냅시다." 현정은 말했다. "빨리 가서 왕총표국주, 그들을 불러와서 증인이 되도록 하세." 현정은 다시 말했다. "그들이 만약에 서형을 해쳐 죽이려고 했다면 이미 이곳에서 손을 ㅆ을 것이네. 사로잡아 간 것을 보면 즉시 해를 입히려고 하진 않겠지." 그는 곧바로 사람을 내보내 왕무통과 요춘 등 네 사람을 다시 불러왔 다. 왕무통 등은 뚱보 주인의 죽은 모양을 보더니 모두 다 분노해서 일제히 말했다. "쇠뿔도 단김에 뽑아야 한다고 우리들은 즉시 양류 골목길로 달려들어 가 사람을 내놓으라고 말합시다." 일행은 다시 양류 골목길로 들어섰다. 백한풍은 문을 열고 냉랭히 말했다. "여러분은 또 무엇하러 왔소?" 번강은 큰 소리로 말했다. "백이협은 어찌하여 알면서 묻는 것이오? 그와 같은 행위는 정말 목왕 부의 체면을 깍이게 하는 것이오." 백한풍은 노해 외쳤다. "무슨 체면이 깍인다는 것이오? 도대체 무슨 행위를 말하는 것이오?" 번강은 말했다. "우리 서형은 어디에 있소? 빨리 내놓으시오. 당신네들이 방비하지 않 는 틈을 타서 우리 회춘당의 세 사환을 죽이다니 정말 비열하기가 짝이 없구려!" 백한풍은 큰 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요? 회춘당이나 회추당(回秋堂)은 무엇이며 세 사람의 사환 은 또 무엇이란 말이오?" 소강이 그 소리를 듣고 달려 나오더니 물었다. "여러분들이 다시 오신 것은 무엇 때문이오?" 뇌일소는 말했다. "소사협, 이 일은 당신네들의 잘못이오. 옳고 그름은 결코 공론(公論) 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오. 당신네들이 설사 원수를 갚는다 하더라도 임의로 무고한 사람을 죽여야만 되겠소? 경성에서 이와 같은 일을 행하 다니 그야말로 그 영향이 적지 안을 것이외다." 소강은 백한풍에게 물었다. "이분들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백한풍이 말했다. "누가 알겠읍니까? 정말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왕무통은 말했다. "소사형, 그리고 백이협, 천지회의 연락장소에서 세 사람의 사환이 살 해되었고 서천천이란 분도 남에게 사로잡혀 가고 말았소. 이 일은 시비 곡절은 천천히 이야기하도록 하고 우선 그대들은 우리 몇 사람의 얼굴 이라도 보아 먼저 서노협사를 내놓도록 하시오." 소강은 의아하여 물었다. "서천천이 사로잡혀갔읍니까? 그것 참 이상하군요. 여러분들은 틀림없 이 우리가 한 짓으로 의심하고 있는 모양이구려. 그러나 여러분들은 줄 곧 우리들과 함께 있지 않았읍니까? 설마하니 우리들에게 무슨 분신술 이라도 있다는 말입니까?" 번강은 말했다. "물론 당신들은 다른 사람을 보내어 손을 썼겠죠. 그게 뭐 어려울 것이 있겠소." 소강은 말했다. "여러분들이 믿을 수 없다면 정말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오. 여러분들 이 들어와서 조사를 해 보려면 얼마든지 조사를 해 보시오." 백한풍은 큰 소리로 외쳤다. "성수거사 소강, 소 네째형의 말씀에는 하나면 하나이고 둘이면 둘이지 언제 반 마디라도거짓말할때가 있었소? 솔직히 말하는데 그 서가라는 노적이 만약 우리의 손에 떨어지게 됐다면 즉시 한 칼에 두 토막이 나 고 말았을 것이오. 누가 귀찮게스리 잡아와 쌀까지 없애 가면서 밥을 먹여 준단 말이오?" 소강은 잠깐 생각해 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 중에는는 다리 사정이 있는 것 같구려. 불초 당돌하지만 귀회의 연 락처라는 곳을 가보고 싶소이다. 괜찮겠소?" 현정 등은 그들 두 사람의 표정이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자 일시 어찌 할 바를 몰랐다. 그러자 번강이 나서며 말했다. "소사협, 모두들 그대로부터 한 말씀만 듣기를 원하오. 도대체 우리 서 천천 서노형은 그대들의 손에 있는 것이오 없는 것이오?" 소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소. 내가 보증하겠소. 우리 백 둘째 아우는 이번 일과는 전혀 아무 런 상관이 없소." 소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소. 내가 보증하겠소. 우리 백 둘째 아우는 이번 일과는 전혀 아무 런 상관이 없소." 소강은 무림에서 명성이 자자한 사람이었다. 뭇사람들은 그 가 정직한 호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가 서천천을 잡아오지 않았다면 거짓 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현정은 말했다. "그렇다면 두 분은 저희 장소로 가보시죠. 위향주는 어떻게 생각하시 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당신이 먼저 남에게 보러 가자고 청해 놓고는 나에게 어쩌자고 물어 보시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말했다. "도장께서 말씀하신 대로 하죠. 어찌됐든 우리 쪽 세 사람이 상대방에 의해 타살되었으니 이들 두 분은 절을 몇 번 하고 사과를 해야만이 도 리겠지요." 소강과 백한풍은 그를 향해 눈을 부릅뜨며 하나같이 생각했다. (이 꼬마 녀석은 단숨에 우리들이 그들 세 사람을 죽였다고 못을 박아 놓을 작정이구나) 그리햐여 일행은 회춘당으로 갔다. 소강과 백한풍은 그 뚱보 주인과 두 명의 사환이 죽어 있는 모양을 살폈다. 모두 다 구타당하여 목숨을 잃 은 것이 분명했다. 가슴팍의 근골이 모조리 분질러져 있었는데 수법은 매우 일반적인 것이라 어떤 무공 수법을 썼는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백한풍은 말했다. "이 일은 모두들 분명히 밝혀내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될 것이오." 소강은 말했다. "억울한 누명을 쓰는 것쯤은 상관이 없네. 이후 어찌됐든 사건의 전모 가 밝혀질테니까 말일세. 다만 서형이 적의 손에 떨어졌다면 한시바삐 구해내야 하는 것이 급선무일세." 뭇사람들은 약방 전후를 살피고 자히실도 자세히 조사해 보았으나 단서 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느덧 날이 어두워졌다. 소강과 백 한풍, 그리고 왕무통 등은 먼저 작별을 고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 고 각기 나누어서 북경성 안을 뒤져 보기로 약속했다. 번강은 다짐을 두듯 한 마디를 했다. "소사형, 백이협, 당신네들은 분명히 보았겠죠? 오늘밤 야밤에 우리들 은 이 집에 불을 질러 시체를 태워서 없애겠소이다." 소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다 똑똑히 보았소. 다행히 옆으로나 뒤로 붙어 있는 집이 없으니 가게를 태우는 것도 좋을 것이오." 소강과 백한풍이 간 후 청목당의 사람들은 다투어 의논을 했다. 모두 다 서천천은 목왕부 사람들에게 잡혀 갔으리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다 면 어찌 늦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게 상대방과 사람을 죽이게 되었을 때 서천천이 실종을 하게 됐냐는 것이었다. 다만 목왕부에서 사로잡아 갔 다 하더라도 소강과 백한풍이 사정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했 다. 곧이어 뭇사람들은 어떻게 불을 질러 집을 태울 것인가 상의했다. 위소보는 집을 태운다는 말을 듣고는 크게 흥분했다. 이때 현정이 말했 다. "위향주는, 날이 이미 저물었으니 빨리 황궁으로 돌아가도록 하시오. 우리들이 불을 질러 집을 태우는 것은 큰일이 아니니 위향주가 이곳에 서 일을 이끌어 나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별 사고는 없을 것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도장, 다같은 형제들끼리니 나를 추켜세울 것은 없소이다. 어쩌다 위 소보가 향주노릇을 하게 되었지만 무공과 견식에 있어서 어찌 여러분들 과 같이 무림고수에 따를 수 있겠소. 나는 이곳에 남아서 그저 구경이 나 할까 하오." 뭇사람들은 겉으로는 그에게 깍듯이 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나이 가 어렸고 또 백씨 집에서 못난 꼴을 보였는지라 약간 그를 업수히 여 기는 바도 없잖아 있었다. 그런데 위소보의 그와같은 말을 듣고는 모두 기뻐했다. 그의 몇 마디의 말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시워하게 해주었던 것이다. 따라서 모두들 이 나이 어린 향주에 대한 존경심을 더하지는 않았지만 그에 대한 친근한감은 갑자기 몇 푼 정도 더 불어났다. 현정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불을 질러 집을 태우는 것도 야밤에 가서야 손을 쓸수가 았소 또 불길이 퍼져 이웃집에 옮겨 가 붙지 않도록 불길을 막아야 하오. 그 런데 위향주께서는 밤새도록 궁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여러 모로 불편 한 점이 많을 것이 아니겠소?"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해보니 그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 기만 하면 궁문은 닫혀지기 마련이라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었다. 더 구나 그 자신으로 말하면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는 몸이라 궁정의 모든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는 터였다. 태감의 외박은 엄히 금지되어 있기 때 문에 만약 들통나게 된다면 그 죄는 적다고 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 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애석하군. 애석해. 만약 이 불을 내가 지르게 된다면 재미았겠는 데..." 마언초가 나직이 말했다. "이후 우리들이 대낮에 남의 집을 불태우게 될 때는 반드시 위향주를 모시고 가 불을 지르도록 하죠."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마형, 사내 대장부의 약속이니 그대는... 그대는 잊지 마시오." 마언초는 미소를 지었다. "위향주님의 분부를 어찌 속하가 받들지 않을 수 있소이까!" 위소보는 말했다. "그럼 우리 내일 바로 양류 골목길로 가 백씨의 집을 불지르는 것이 어 떻겠소?" 마언초는 깜짝 놀라서는 재빨리 말했다. "그것은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총타주께서 알게 되신다면 십중 팔구 크게 꾸지람을 하실겁니다." 위소보는 그만 재미가 없어졌다. 그는 즉시 소태감의 옷차림으로 바꾸 어 입었다. 마언초는 그가 벗어 놓은 새 옷과 신발, 그리고 모자를 보 따리에 싸서 손에 들었다. 뭇사람들은 사방을 살펴본 이후 목왕부의 사 람이 엿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위소보를 가운데 세우 고서 거리 쪽으로 나가 한대의 조가만 교자를 불러서는 위소보를 궁으 로 돌아가게 했다. 위소보는 뭇형제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교자위에 앉았다. 마언초는 옷 을 싼 보따리를 교자 안에 넣어 주었다. 한 천지회의 형제가 교자 앞으로 다가오더니 머리를 교자 안에 디밀고 는 나직이 말했다. "위향주, 내일 아침 일찍 아무쪼록 상선감의 부엌으로 가 보시도록 하 십시오." 위소보는 물었다. "가서 무엇을 보라는 것이오?" 그 사람은 말했다. "별것 아니나 가 보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그는 물러갔다. 위소보는 그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그 사람이 두 가닥 희끗희끗한 수염으리 기르고 있고 약삭빠르게 생긴 것만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시정에는 그와 같이 생긴 조그만 장사아치들이 가장 많은 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양류 골목길에도 그는 따라가지 않은 터였다. 그런가 하면 위소보 자신은 줄곧 그를 가 게의 사환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와 같은 당부를 듣게 되자 속으로 내일 부엌으로 가 보라는 것은 무슨 의도일까 하는 의문이 일었 다. 어쨌든 황궁의 부엌을 돌아본다는 것은 그의 직책이었다. 이른 아침 그 는 부엌으로 갔다. 바로 위사람이 들어서자 부엌에서 당번을 맡고 있던 태감 등 이하의 사람들은 부산하게 움직였다. 어떤 사람은 차를 가져오 고 어떤 사람은 음식을 가져왔다. 마치 조금이라도 잘 보이려는 것처럼 그를 받들어 모셨다. 위소보는 몇 조각의 음식을 들고는 말했다. "이 음식이 괜찮구려. 하지만은 이와 같이 간식으로 먹는 음식은 양주 의 요리사에게 배우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소." 당번 태감은 재빨리 말했다. "예, 예. 만약 공공께서 말씀을 해주시지 않았다면 우리는 정말 모르고 있을 뻔했읍니다." 위소보는 부엌에 별 이상이 없는 것을 보고는 자기의 처소로 돌아가려 고 했다. 그런데 그때 물건을 사러 시장에 나갔던 태감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한 사람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손에는 하나의 커 다란 저울을 들고 있었다. 그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 며 말했다. "예, 예. 공공께서 말씀 하시는 대로 행한다면 틀림이 없죠." 위소보는 그 사람을 대하게 되자 깜짝 놀랐다. 그 사람은 바로 어젯밤 그에게 부엌으로 와 보라고 청했던 사람이 아닌가! 물건을 사러 나갔던 태감은 재빨리 위소보 앞으로 달려와서는 문안 인 사를 여쭈었다. 위소보는 그 사람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사람은 누구요?" 물건을 사러 나갔던 태감은 웃으며 말했다. "이사람은 북성(北城)전흥륭육장(錢興隆肉莊)의 전노반(錢老반:노반이 란 주인이란 뜻)이십니다. 오늘 특별히 잘 보이기 위해서 친히 십여 마 리나 되는 돼지를 궁으로 보내 왔읍니다." 그리고 그는 전노반을 향해 말했다. "전노형, 오늘 그대는 정말 크게 운이 트이게 되었소. 이분은 계공공이 시오. 우리 상선감의 총감이시며 우리 황상께서 가장 총애하는 분이외 다. 우리 궁에서 일을 보는 사람 가운데 여간한 사람이 아니면 이 어르 신을 한번 볼 수도 없소이다. 그런데 그대는 아마도 전생에 은덕을 많 이 쌓은 덕택으로 오늘 마침 계공공을 만나게 된 것이외다." 그 전노반은 땅바닥에 엎드리더니 위소보에게 연신 몇 번 큰 절을 올리 고 말했다. "이 공공께서는 저희 가게의 의식부모(衣食父母)이십니다. 오늘에야 이 렇게 인연이 있어 인사를 여쭙게 되었으니 정말 이 전가의 조상들께서 덕을 쌓으신 덕택이라 할 수 있읍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너무 예의를 차릴 것은 없소." 그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궁안으로 잠입한 것은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어째서 미리 나한 테 말하지 않았을까?) 이때 전노반은 몸을 일으키더니 얼굴 가득히 웃음을 띠우고 말했다. "궁의 공공들께서 저희 가게를 돌봐 주시기 때문에 저희 가게에서는 특 별히 값을 싸게 하고 있죠. 따라서 뭐 돈을 버린다고는 할 수 없지만은 황상과 공주, 그리고 패륵 등 여러분을 위해 돼지를 잡을 ㅜ 있다는 것 은 그야말로 커다랗게 체면을 세워주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다른 사람들은 황상께서도 저희 가게에서 대 주는 고기를 잡수시니 저 희 가게의 돼지고기야말로 천하제일로서 다른 집에 비교할 수 없다고들 말씀하시죠. 그렇게 때문에 저희 가게에서 궁에 고기를 댄지는 일 년 남짓 밖에 되지 않았지만 장사는 몇 배나 더 불어나게 되었읍니다. 이 모든 것이 공공들께서 키워 주신 덕택이죠." 그리고 그는 연신 인사로 머리를 조아렸다. 위소보는 그개를 끄덕이고는 웃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반드시 부자가 되었겠군." 그 사람은 말했다. "모든 것이 공공의 덕택이죠." 그리고 그는 품 속에서 두 장의 은표를 꺼내더니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 했다. "조그만 뜻이라 얼마 안 되지만 공공께서 받아 두셨다가 다른 사람들에 게 내리도록 하십시오." 그러면서 두 손으로 위소보에게 건네어 주었다. 위소보가 받아서 보니 한 장의 은표가 각기 오백 냥 짜리였다. 두장이 니가 모두 일천 냥의 은자였다. 그런데 바로 자기가 어제 고언초 등에 게 준 그 은표가 아닌가! 그가 약간 어리둥절해졌을 때 전노반이 입으 로 물품을 구입하는 태감을 가리켰다. 위소보는 이미 그의 뜻을 알아 차리고는 웃으며 말했다. "전노반은 정말 예의가 깍듯하시구려." 그리고 그 두 장의 은표를 당번을 서는 태감에게 넘겨 주며 웃으면서 말하였다. "전노반이 성의로 주는 것이니 형들께서 나누어 갖도록 하구려. 나에게 는 나눠줄 필요가 없소." 뭇태감들은 일천 냥 은자의 은표를 보고는 모두 다 기뻐했다. 사실 궁의 돼지고기나 양고기, 또는 소고기를 대 주던가 닭고기나 물고 기 및 채소를 대주는 상인들도 평소에 어느 정도는 상납금을 바쳤다. 이는 언제나 정해지 관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매년 설날을 지낸 다거나 명절을 맞게 되면 선물을 하기 마련인데 기껏해야 사오백 냥에 불과했다. 그런가 하면 그 사오백냥 가운데서 상건감의 우두머리 태감 이 반은 차지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런데 이렇게 은자가 상당히 많은데도 위소보가 자기는 받지 않겠으니 여러 사람이 나눠 가지라고 하니 이야말로 큰 횡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당번을 서는 태감은 계공공이 입으로는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이 외부의 사람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라고 생각 했다. 따라서 우두머리인 계공공이 어찌 안 받을 수 있겠느냐는 생각과 더불어 나중에 돈을 나누게 되었을 때 가장 큰 몫은 계공공에게 주어야 한다고 작정하고 있었다. 이때 전노반이 입을 열었다. "계공공,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일하는 공공들을 위하고 돌보시니 정말 훌륭하십니다. 계공공께서 예물을 받지 않으신다면 소인은 마음속으로 여간 미안한 일입니다요. 이렇게 하죠. 저희 가게에서는 두 마리의 복 령화조저(복령花雕猪)란 돼지를 키우고 있는데 대단히 명귀(名貴)하다 고 할 수 있읍니다. 나중에 그 두 마리는 계공공의 방으로 옮겨 공공께 서 그 돼지고기의 맛을 실컷 보도록 하십시요." 위소보는 물었다. "복령화조저는 어떤 것이오? 이름이 괴상한데 들어 본 적이 없구만." 전노반은 말했다. "이것은 저희 가게에서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秘法)으로 돼지고기 를 다루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좋은 종자의 돼지를 선택해서는 젖을 주 지 않고 복령, 당삼(黨參), 비자(비子) 등 보약을 먹입니다. 그리고 사 료는 보약 이외에도 단 한가지 계란이 있읍죠. 그러니까 계란을 돼지가 갈증이 나게 돼었을 때 화조주(花雕酒)에 타서는 먹입니다....."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데 뭇태감들은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그와 같이 돼지를 먹이는 법이 어디 있소? 그렇게 한 다면 한 마리의 돼지를 살이 찌도록 먹이려면 몇 백 냥의 은자가 들지 않겠소." 전노반은 말했다. "본전이야 적게 들지 않죠. 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정성과 시간 이라고 할 수 있읍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좋소. 그와 같은 이상한 돼지고기라면 맛보지 않을 수 없군." 전노반은 말했다. "그런데 계공공께서 오늘 오후 언제쯤 여가가 있읍니까? 그 때 소인이 틀림없이 가져다 드리도록 하죠." 위소보는 서재에서 나올 무렵 쯤이면 이미 오시가 된다고 생각하고는 말하였다. "사시 말이나 오시 초에 갖다 주구려." 전노반은 연신 말했다. "예, 예." 그리고 그는 다시 몇 번인가 머리를 굽실대고는 나갔다. 당직 태감은 웃으면서 말했다. "계공공, 나중에 황상을 뵙게 되었을 때 이 일은 들먹이지 마십시오." 위소보는 물었다. "왜 그러시오?" 당직 태감은 말했다. "궁안의 규칙에 의하면 괴이하고 이상야릇한 음식은 황태후와 황상, 그 리고 패륵이나 공주들에게 바치지 않는답니다. 만약 잡수시고 조금이라 도 이상한 점이 있다면 모두들 몇 개의 머리통이 있다고 견디어 내겠읍 니까?"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당직 태감은 다시 말했다. "황상께서는 나이가 젊으시고 호기심이 많으므로 그와 같이 이상야릇한 '복령화조저'가 있다는 말씀을 듣고서 맛보시겠다고 가져오라고 분부를 내리시게 된다면 우리들이야말로 큰 일이 나게 된답니다. 더군다나 그 와 같이 천신만고해서 키운 돼지는 항상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만약 황 상께서 맛이 좋다고 성지를 내리시어 주방에다가 매일같이 그 돼지로 음식을 바치라고 한다면 모두들 목매달아 죽는 수밖에 없읍니다." 위소보는 소리내어 껄껄 웃었다. "하하핫, 그대는 생각이 치밀하시구려." 당직 태감은 말했다. "이것은 상선감에 대대로 내려오는 규칙입니다. 태후와 황상에게 바치 는 찬거리 가운데 모든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는 바칠 수가 없답니다." 위소보는 의아하여 물었다.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바치지 못한다면 오히려 때가 지나고 밤을 묵 힌 과일이나 채소를 바친단 말이오?" 그는 상선감의 우두머리가 된지 몇 개월이나 되었지만 주방의 일에 대 해서는 줄곧 관심을 둔 적이 없었던 것이다. 당직 태감은 웃으며 말했다. "때가 지나거나 밤을 묵힌 채소나 과일을 바친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일 년 중에 겨우 한두 달이나 나오는 채소는 우 리들이 바칠 수 없답니다. 만약 황상께서 맛이 좋다고 여름에 겨울철 에 나는 죽순을 달라고 하시고 겨울철에는 신선한 누에콩을 달라고 하 신다면 모두들 목을 매달 수밖에 없으니까요." 위소보는 웃으면서 말했다. "황태후와 황상께서는 매우 어질고 밝으신 분이니 어찌 그런 일이 있겠 소이까?" 당직 태감은 흠칫 하며 재빨리 말했다. "예, 예. 태후와 황상께서는 매우 어질고 총명하시어 결코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없죠. 말을 듣건데 그것은 옛날 명나라 궁정에서 전해 내려 오는 규칙이라 했읍니다. 우리 청나라에 이르러서는 황상께서 모든 사 정을 아시고 또 그만한 도리쯤은 헤아리고 계시니 저희들이 일을 하기 에는 훨씬 쉬워졌읍니다." 그러나 그 태감은 속으로 여간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가 처음 몇 마디 한 말을 크게 후회했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