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어제
부산 아이파크의 전신, 부산 대우 로얄즈는 슈퍼리그를 대표하던 대한민국 프로축구의 명문 중의 명문이었다. 이태호, 조광래, 김주성, 하석주, 안정환, 송종국에 이르기까지..부산 대우의 스타계보는 끊이질 않았다. 이러한 명문 대우 로얄즈는 부산 팬들에게 있어서는 크나큰 자부심이었고, 축구 열기 또한 현재 가장 인기많은 구단인 수원이나 서울에 상응하는 곳이 바로 부산이었다. 국내 프로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전 대회 석권을 하기도 했었던 부산은 모기업의 부도로 인해 현대산업개발로 넘어가게 되었고, 이후 부산의 명가몰락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잇따른 외국인 감독의 영입, 현실을 벗어난 용병영입
과거 부천의 사령탑에 올랐던 니폼니시 감독 외에 딱히 K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외국인 감독은 없었다. 모든 팀들은 과거 한국축구 1세대라 불리는 분들을 감독으로 모시고 브라질 혹은 동유럽의 용병들을 선호했다.
그에 반해 부산은 외국인 감독을 사령탑에 올리고, 잉글랜드 용병을 영입하는 등 다른 구단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필자는 굉장히 신선한 시도라 생각했었다. 물론, 당장의 성적을 내기에는 이미 국내에서 검증이 끝난 지도자와 개인기량이 탁월한 브라질 혹은 동유럽국적의 용병을 뽑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일지 몰랐다. 하지만, 정해진 틀과같은 범위에서 벗어나서 색다른 시도를 했던 부산의 그 모습은 굉장히 참신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처참하다시피 했으니..
외국인 감독들의 능력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이들을 믿어주지 못한 구단측과 투자없이 가시적인 성적을 원한 구단과 팬들. 현대산업개발로 인수된 이후 그나마 유지하던 중위권의 순위는 처참하게 무너졌고, 매년 그 적자를 메우려는 심산이었는지 몇몇 남아있던 스타들 마저도 타 구단으로 이적시키곤 했다. 아마 선수들에게 있어서도 이만큼 매력이 적은 팀은 단지 광주하나 뿐이었으리라.
2008년이 기대되는 이유 1. 황선홍
명실상부 90년대 대한민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꼽히는 황선홍이 감독으로 왔다. 전남에서 코치생활을 하긴 했지만, 그 기간이 짧았던 것으로 미뤄보아 팬들은 그의 감독데뷔를 반기면서도 우려섞인 목소리가 많다. 독일, 한국,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했으며 약 반년 이상 잉글랜드에서 연수를 받았던 그는 현재의 축구1세대 감독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감독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 역시도 밝혔듯 아직은 "군기"잡는 감독보다는 "형"같은 역할이 더 편하다고..
대한민국을 거쳐간 수많은 외국인 지도자 및 코치들은 이런말을 했었다. 한국선수들은 감독을 대하는 것을 마치 신을 대하듯 한다. 감독이나 코치가 한마디 하면 모두들 부동자세로 그 말을 경청하며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해도 그 누구도 그러한 다른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선수는 없다 라고. 이러한 경직된 지도자-선수 간의 관계를 그라면 유연하게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황선홍은 현재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쭉 지켜봐왔던 우상과 같은 존재이다. 허정무, 차범근 등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들에대해서는 분명 눈으로 보았던 것보다는 귀로 들었던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황선홍은 현재의 선수들이 어린시절 꿈에 그리던 대표적인 스타였고, 이러한 그의 지도하에 훈련을 하고 경기에 나서는 것 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의 지도 하나하나가 선수들에게는 그의 선수시절의 모습을 떠오르게 할 것이며 어쩌면 감독의 역할 뿐만 아니라 FM으로 치자면 "튜터링(!)"을 하는 효과까지 있을 것이다.
2008년이 기대되는 이유 2. 안정환
한국형 판타지스타 안정환. 90년대 후반 부산의 마지막 부흥기를 이끌었던 그가 부산팬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유난히 빛났던 그의 외모와 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가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위해 고향팀으로 온 것이다. (마지막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수없이 굴곡진 선수생활의 마지막은 부산이었으면 한다..)
지난시즌 무적신세를 마감하고 수원의 유니폼을 입고 컵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전성기의 그가 돌아왔을 것이라 기대했었지만, 결국 그는 수원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만연한 하락세.. 팬들은 그를 경기장에서 보고싶어 했지만 정작 그를 더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점차 잉글랜드의 타블로이드 지를 닮아가는 국내 스포츠신문들의 1면뿐이었다.
부산의 중심축 안영학을 수원에 내주고 안정환을 데려온 상황, 분명 부산팬들로서는 굉장히 아쉬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안영학은 지난 두 시즌동안 부산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던 선수이고, 서서히 부산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금이 넉넉치 않은 구단 사정과 공격수의 보강이 시급한 부산-김남일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가 시급한 수원의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기에 사실 윈-윈 트레이드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화려한 개인기와 반박자빠른 슛팅타이밍, 많은 외국경험을 갖추었고 큰 경기에 유감없이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선수. 부산의 아이콘이었던 그가 다시 부산팬들 앞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되는 한해가 될 것이다.
황선홍 감독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현재의 어린선수들에게는 귀감이 되었던 선수였다. 대한민국선수로는 최초로 세리에A로 이적했었고, 게다가 당시 세리에A는 세계 최고의 리그였으며 그는 K리거였지 않았는가. 수많은 어린 축구선수들의 우상이었던 그와 함께 뛴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기가 진작될 것이다.
항간에는 그의 폼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이제 단지 30대 초반일뿐..!또한 수원에서 그가 빛을 보지 못했던 이유는 개인적으로 그의 출장시간때문이었기도 했을 것이다. 성적이 우선시되는 바닥에서 어쩌면 감독의 입장에서 폼이 떨어져있는 선수보다 현재 폼이 좋은 선수를 선발하는것이 당연하다. 그 스스로 준비되지 못했던 점과 이러한 감독의 결정으로 그는 주전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고, 결국 기대이하의 기록만 남겼을 뿐이다.
하지만 부산에서는 다르지 않은가. 지난시즌 부산의 최다득점자 박성호(5골...)는 이적했고, 황선홍감독 역시도 가급적 국내스트라이커 1명은 선발로 넣겠다고 다짐한 점으로 미루어보아 안정환의 출장시간을 수원에서의 그보다 두배는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한 황 감독의 발언 (국내 공격수 중 10골 넣은 선수가 없다는건 말이 안된다는..)은 안정환으로 하여금 자극을 받게 했다. 안정환의 목표 역시도 올시즌 10골이라고 밝힌 만큼 그 역시 이를 악물고 뛰지 않을까.
관중석의 변화
부산아이파크의 홈구장인 아시아드 주 경기장은 피치와 좌석 간의 거리가 먼 것으로 유명하다[.......]가장 가까운 좌석에 앉아도 선수들의 얼굴이 그다지 잘 보이지 않는다. 필자 역시 오히려 과거 구덕 운동장이 생각날 만큼 아시아드 경기장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구단이나 감독이나 전용구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으나 현실적으로 힘든만큼 아시아드 경기장의 트랙부분에 간이 좌석을 설치키로 했다. 이에따라 팬들은 보다 더 선수들과 교감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선수들 또한 팬들의 함성소리를 좀 더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게되었다.
어린 이적생들과 잘 정책된 유스 시스템
올시즌 안정환과 황선홍 감독의 영입 외에도 부산은 침체된 구단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선수단의 대규모 교체를 실시했다. 나이가 어리고 유망하지만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던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젊은 부산의 이미지를 갖추었다. 또한 부산의 유스시스템은 상당히 잘 정착된 것으로 유명하다. 이미 부산의 유스선수들은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부산의 축구명문 동래고등학교와도 협약이 맺어졌다고 한다. 재능있는 선수들을 발굴하고 거액의 영입이적료를 아낄 수 있는 이러한 시스템의 정착은 상대적으로 지원이 열악한 부산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드래프트제만 없으면 더 좋겠지만)
2008년, 그들을 주목하라.
현재의 부산팬들조차도 부산이 명문이었던 시절을 잊어가고 있다. 야구와 축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시대는 가고 야구는 메이저, 축구는 마이너의 이미지가 굳어져가는 부산의 모습에 많은 부산 축구팬들은 씁쓸해하고 있다. 분명 지난시즌 부산의 모습은 역대 최악의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너무도 무기력한 경기력, 팬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구단. 선수입장에서나 팬들 입장에서나 정말 할맛, 볼맛 안났던 시즌이었다. 물론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해서 당장에 그 효과를 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구단측과 코칭스탭,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면, 진정한 팬들이라면 그들을 이제는 응원해줘도 되지 않을까?
2008년 부산..정말 기대됩니다. 단지 황선홍-안정환 때문만이 아니라 이미 바닥까지 갔고, 변화의 칼을 뽑아들었으니, 두부라도 썰겠죠...-ㅅ-;;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아스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부활하라 부산 아이파크!
첫댓글 부산팬은아니지만/// 확실히 야구에 밀려있던 축구의 열기가 다시 한번 조성되었으면 합니다 ^^ 글을 전에 읽었지만 댓글을 안남겼었는데 ^^ 글을 쓴다는게 얼마나 힘이 든다는 것을 알기에 ^^ 댓글하나라도 남겨드려야한단 생각에 댓글 남깁니다^^/// 정말 잘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