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사람의 모성본능을 이용해 먹고 사는 기생 동물’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사람들은 개를 길들였다고 자랑하지만 사실은 개가 사람을 길들여 ‘개 팔자’로 잘 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내놓은 사람은 캘리포니아 스테이트 대학의 진화심리학자 애런 고츠. 그는 미국의 심리학 잡지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 온라인판에 24일 기고한 ‘가장 조작에 능숙한 동물 종’이란 글에서 이런 견해를 보여 줬다.
그는 “개는 너무 귀여워서 혐오스럽다”는 한 사회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글을 풀어나갔다. 인간을 숙주로 삼는 기생동물은 세균부터 머릿니까지 많지만 개처럼 성공적으로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그래서 자녀를 키우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개에 쓰는 사태로까지 발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가 인간을 ‘조종’할 수 있게 된 데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하나는 눈빛으로 사람의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다. 우선 눈빛으로 사람을 홀리는 개의 능력은 올해 초 일본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서 잘 드러났다.
개와 눈만 마주쳐도 ‘호르몬이’ 나오는 이유
사람과 애완견이 서로 눈을 맞추기만 해도 서로의 몸에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 분비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두 실험 결과가 보여 줬다. 사랑의 호르몬은 사람과 개가 서로 눈길을 마주치는 시간이 길수록 더욱 많이 나왔다.
일본 아주바대학 생물학과 연구진이 개와 그 주인을 두 그룹으로 묶어 한 그룹은 30분 동안 서로 눈을 마주치고 하고, 다른 그룹은 눈을 쳐다보지 못하게 하고 20분 뒤에 개 주인의 피를 뽑아 검사해 보니, 옥시토신이란 호르몬 양이 개와 눈을 마주친 주인에서만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다.
옥시토신은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호르몬이며, 옥시토신 때문에 남녀는 사랑하고 몇 십 년을 함께 산 부부도 서로 애착을 느낀다고 한다. 일본에서의 실험에서 애완견과 눈을 마주친 시간이 길수록 옥시토신의 양도 늘어났다.
결국 개를 볼 때 사람 몸에서 옥시토신 호르몬이 나오는 것은 사람이 개를 마치 ‘애 보듯’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애완견 육종업자들은 더욱 더 어린애 얼굴 같은 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다 성장해도 강아지처럼 몸집이 작고, 눈이 아기 눈동자만큼이나 크고, 개나 늑대에 특징적인 툭 튀어나온 ‘개 주둥이’가 거의 없는 동글동글한 얼굴의 애완견들을 귀여워한다. 솔직히 애완견 샵의 주먹만 한 강아지들을 보노라면 “이건 개가 아냐”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의 마음까지 읽는 개의 놀라운 능력
개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사실 역시 익히 밝혀져 있다. 미국에서의 실험 결과 개는 사람의 오른쪽 얼굴을 먼저 읽으며 이는 사람의 감정 표현이 얼굴의 오른쪽에서 먼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오른쪽 얼굴부터 보는 동물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를 키우는 사람의 공통된 고백은 “이 개는 분명 내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이다. 내가 슬프면 개도 슬퍼하고, 내가 신나면 개도 신나 하고….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은 대개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작전’까지도 짜고 실행하지만(침팬지의 공동 사냥이나, 하이에나의 사슴몰이 등에서 관찰할 수 있다), 사람의 마음까지 읽어내는 능력을 개처럼 발전시킨 동물은 아직 없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짐작하는 능력을 심리학에서 ‘마음 이론(theory of mind)'라고 하는데, 개는 분명 이 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식탁에 맛난 반찬이 놓여 있어도 사람이 쳐다볼 때는 개가 먹지 않고, 눈만 돌리면 바로 날름 먹어치우는 개의 습성에서도 알 수 있다. “상대방이 싫어할 때는 나도 자제하지만 상대방이 그렇지 않으면 조심할 필요 없다”는 개의 마음 이론이다.
전 개를 안좋아하니.. 길들여 지지 않는 야생사람이네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