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을 뽑을 때 '금연(禁煙) 서약'을 받거나 임원에게 금연을 지시하는 금융회사가 늘고 있다. 흡연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물론 '흡연자의 냄새가 외부 거래처 사람들을 만날 때 역겨움을 줘 비즈니스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메리츠자산운용 등 메리츠금융그룹 내 모든 회사의 직원은 임원이 될 때 '금연서약서'를 써야 한다.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은 지난 2006년 11월 셋째 형인 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 지병(폐암)으로 타계한 후 금연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임원이 금연서약서를 쓴 후 일정 기간이 흘러도 담배를 끊지 못하면 '금연학교'에 보낸다.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은 올 초 담배를 피우는 임원 16명을 불러들여 '연내 금연'을 서약하도록 했다. 또 직원이 금연 서약을 하면 가족의 도움을 요청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내주고, 금연 보조제를 나눠주거나 금연학교 입교를 지원하고 있다. 구 회장은 젊은 시절 하루에 3갑이 넘는 담배를 피웠지만 1985년 5월쯤 한밤에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을 느낀 후로 금연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도 마찬가지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고객들에게 담배 냄새를 풍기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자기도 담배 냄새를 싫어한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부회장과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 윤진홍 미래에셋생명 사장, 정상기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 등 미래에셋그룹 임원들 모두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최 부회장은 "증권업계에서 금연은 투자자들을 대하는 기본 에티켓"이라고 했다.
신한금융지주에서도 임원이 되려면 가능한 한 담배를 끊어야 한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소문난 금연가'다. 직원이 담배를 피우는 것이 회사 이미지에도 좋지 않고 건강에도 나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