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대중교통 수단이라야 기차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6,70년대 시절,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가는데 내 옆좌석에 나이 지굿하신 어른들 몇분이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것을 엿듣게 되었다.
가만히 듣고보니 대구에있는 모교 동창회에 참석하러 가는 동기생 일행들이었다.
웃기도 하고 때로는 육두문자도 써가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어찌나 정겹고 부럽게 느껴지든지
나도 이 다음에 저 나이들어 동창회 갈때는 저런 여행을 꼭 한번 해보리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우리 초등학교 총동창회는 매년 8월15일 모교교정에서 개최한다.
물론 서울에서 버스도 대절하고 각자 승용차로 가기도 하지만 그때의 그 기억이 생각나서
몇몇 친구들에게 연락하여 이번만큼은 기차여행을 하기로 작심하였다.
8월14일 9시 기차로 내려가서 15일 오후 7시30분경 올라오겠끔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였다.
그것도 옛날 완행열차의 추억을 회상하고자 무궁화호로 선택하였다.
14일 13시경 도착하여 연로하신 원로선배님들과 지역 기관장및유지들,동창회 임원진등 40여명 되는 분들을
사전 약속하여 상견례와 점심대접을 한다음 남는 시간에 간단한 관광을 마친후 가야산 국민호텔에서
1박을 하였다.고향친구들이 합세하여 밤세껏 밤잠을 설쳤지만 이튿날 모든 동창회 행사에
끝까지 참석한후 조금 일찍 빠져나와 서둘러 김천역에서 승차하여 귀경길에 올랐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일행 좌석에 다른 승객이 있길래 우리좌석이라고 양해를 구했더니 자기들 좌석이라면서 표를 보여준다.
우리는 인터넷예매라 승차권 발권없이 핸드폰에 문자로 저장되어있기 때문에 다시 확인하려면
핸드폰을 꺼내야한다. 깨알같은 문자를 다시 확인하기 위하여 돋보기를 꺼내어 재차 확인 해보았지만 틀림이 없었다.
주위에서 시간이 맞느냐 혹시 호수를 잘못 보지않았느냐는등 마치 나를 바보취급을 하는 것 같아 무척이나 당혹
스러웠다.하는 수없이 역무원을 불렀다.역무원도 내 핸드폰 문자를 확인하고는 본인도 이상한지 머리를 갸우뚱 하면서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며 가더니 곧 바로 되돌아와서는 자기가 착각했다며 우리 표는 오전 7시30분 차라면서 이표는
이제 무효라고 하였다.
아차!우째 이런 실수를...이런 망신이...얼마나 창피한지 얼른 미안하다고 사과하고는 일행을 이끌고
열차카페칸(옛날 식당칸)으로 향하였다.옛날에는 의자도 있고 했었는데 지금은 가운데 매점만 있고
주위에 인터넷,게임기등만 몇대 있을뿐 그냥 바닥이었다.게임기등의 앞에있는 몇개 안되는 의자에는 젊믄애들이
벌써 다 찾이하여 앉을수가 없고 하는수 없이 바닥에 그냥 주저앉아 맥주 몇캔 사서 마시면서 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조금전 그 역무원이 다가와서는 새로 승차권을 발매하라고 강요하였다.
우리는 이미 무임승차를 하게 된 꼴이니 원래는 벌금을 10배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나 자초지중울 들어보나
몰골을 보니 사기성이나 고의성은 없는 것으로 인정하여 원금만 다시 받겠다고 한다.
무조건 내 실수를 인정하고 선처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였으나 많은 승객들 앞에서 봐 줄리는 만무하였다.
언뜻 명찰을 보았는데 성씨가 송씨였다.기회를 포착한후 역무원을 데리고 사람이 없는 화장실 근처로 갔다.
관향을 묻고 족보를 따지면서 부탁을 하였더니 자기가 봐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대전에서 임무교대로 내려야 하는데
자기가 내리기 전에 대전에서 승차한 걸로 하여 서울역까지 경로석으로 끊어주는 방법 외는 별다른 묘책이 없노라고
하면서 어떻게 할꺼냐고 재차 다그치기에 나는 이왕지사 봐줄거라면 화끈하게 봐달라고 하였더니 소이부답(笑而不答)
으로 다음 칸으로 슬며시 살아져버렸다.이제 만일에 검표라도 한다면 우리는 영락없는 무임승차를 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신문지 깔고 계속해서 맥주를 마시거나 얘기하면서 올라오는데 그것도 그런데로 낭만적이었다.
대전쯤 올라오니 그 역무원이 내린다면서 이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자기는 모르겠노라고 하면서
가길래 알았으니 잘가라면서 헤어졌다.내 평생에 처음으로 무임승차의 죄를 범하는 순간이었다.
옛날같이 기차를 탈때나 내릴때 검표를 하였다면 사전에 실수가 체크되어 이런 범죄를 저질러지
않았을텐데 요사이는 차표를 검사하는 과정이 전혀 없기 때문에 본의아니게 이런 웃지못할 사건도
생길수가 있겠구나 생각해보았다.
내 인생기록부에 죄를 또 하나 추가하면서 재미있는 추억거리 하나를 새로 만들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빨리 병원으로 가서 치매검사부터 받아보라고 놀려대니 인간 송재윤이도
때가 된것 같아 쓴 웃음만 나온다.
첫댓글 오전과 오후를 착각했으니, 그래도 국고에 손실을 끼치진 않았으니 범죄랄것 까진 없고~~역시 우리는 디지털 보다는 아나로그가 편한것이 사실~~~
역시 돋보기을쓰도 분간이~~~ 그래도 추억꺼리 재미 있었겠네요.
잘보고 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