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사이에 읽은 책이 두 권 있다. 하나는 백기완선생의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이고, 다른 하나는 이원복님의 '먼나라 이웃나라(도이칠란트)이다.
지금은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반과 문화콘텐츠라는 소책자이다.
책이라는 게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역시나 좋다이다. 책은 읽고 또 읽어야 한다. 나 아닌 그외 그리고 내가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제공한다. 그로부터 나는 계속해서 감동되고 찾아 만들어 가게 한다.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는 대학시절에 한 번 읽었던 책이다. 당시 이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백기완선생은 싫어 할 지 모르겠으나 선생도 이제 78세가 되었으니 많이 늙으셨을 게다. 힘도 많이 부치지 않을까 싶다. 책에서도 당신의 어린 시절이 언급되지만 초등학력외에는 정규학력이 없고 생존을 위해서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했던 시절에 이토록 뛰어난 인물로 당신 스스로를 키운 것에 대해서는 매우 의문스럽고 존경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은 백기완선생이 딸에게 주는 편지글 형식이다. 딸에게 세상을 말하고 세상에 어떻게 부딪쳐야 하는 지를 이야기한다.
특히나 여성상, 여성미(이쁨, 아름다움)란 무엇인가에 대해 시각을 새롭게 한다. 미인은 얼굴 예쁘고, 쭉쭉빵빵한 것이 아니라 역사발전에 당당한 주체로 바로 서는 여성이 미인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미인으로 대륙을 호령했던 여성, 고구려의 기개를 가진 여성,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 세상의 억압과 불의에 맞섰던 여성이 진정한 미인임을 강조하고 있다.
춘향전, 심청전 등 여러가지 사례에서 여성상을 조명하고 있으며, 우리가 별생각없이 당연하게 받아 들이는 '부잣집 맏며느리'가 가지는 허구적이데올로기, 봉건체제를 유지하는데 일조하는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음을 확고히 한다.
즉 딸에게 부자집 맏며느리는 여자를 재산에 결부시켜 그의 여자됨을 빼앗고 여자라는 미모를 무기로 머슴들의 정당한 분노를 무디게 만드는데 쓰는 것으로 결국은 여자의 상을 봉건체제 유지의 절대가치로 왜곡시켜낸 것이라 가르쳐 준다.
또한 박목월의 시 '술익는 마을'에서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라는 시에서 현실을 부정하고 왜곡한 서정시 운운은 기만이고 사기임을 논한다. 시를 쓰던 당시 시대 상황이 일제시대로 쌀밥 먹는 것은 고사하고 나뭇잎 풀뿌리로 목숨을 겨우 연명하는 사정인데 쌀이 남아 돌아 술까지 빚어 먹는다고 하는 것은 일본제국주의에 이용당했거나 일제를 미화하는데 앞장선 친일파 민족 반역자의 시가 아닐 수 없다고 설명한다.
까뮈의 이방인과 박목월의 시에서 역사적 실재와 실존으로서 올바른 인식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20여년전 여성의 미를 어떻게 보고 인식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데 많은 배움을 주었는데 이제 새삼 놓치기 쉬운 부분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다.
지난 시기 나는 옷이나 잘 차려입고 멋내기에 바쁜 여학생들을 보면 어이구 머리는 텅빈 돌덩이가 학교에 들어왔구만 하고 주절댔었다. 지금 거리의 세상은 걷기도 불편해 보이는 힐과 팬티까지 보이는 미니가 온통 거리를 휘젓고 있다.
이런 때 백기완선생이 딸에게 들려 준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라는 책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나도 자꾸만 미모에 정신을 빠지게 하고 있는 딸에게 읽어 볼 것을 권했다.
현모양처상이나 수동적인 여성의 미는 진정한 미가 아니다. 남자에게 종속되고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온 몸을 치장하는 미는 굴종과 종속의 미다.
여성을 상품화하고 성형화하고 눈을 즐겁게 하는 비계덩이 만들기에 음흉함을 가지는 남성들과 사회도 꼭 읽어 봐야 할 책이다. |
출처: 강현만 원문보기 글쓴이: khm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