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 /손월향
햇살 한 움큼
도화지에 쏟아 놓고
흘러가는 구름을 따라
마음을 색칠하면
도화지에 퍼져 가는
지난여름
7월의 풀숲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숨었던 얘기들도
풀숲에서 일어나
7월의 초록빛 나무로
쑥쑥 자란다
능소화는 피어나는데 / 신영자
능소화 꽃피움을 기다린 당신인데
꽃향기 가슴 저려 타는 꽃잎 눈물이네.
그윽한 주홍빛 향기는 애절한 눈길인가.
님 떠난 빈자리에 철없이 피운 꽃잎
한나절 여린 가슴 서러움이 맴을 노네
창가에 시름없는 바람은 목소리의 울림인가
7월 / 심억수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의 몸부림
젊음에 대한 안타까운 미련으로 남아
애리한 마음 휘젓고 있습니다
하얗게 쏟아져 내리는 푸른 태양
깨지고 부서지는 굴골의 시간
이파리 떨어진 자리 아우르고 있습니다.
뜨거운 희망으로 부르던 환희의 노래
생각의 가지에 음표로 매달려
아리한 가슴 더욱 아리게 합니다
초록빛 머금어 부풀어 가는 7월
깨닫지 못한 내면의 갈등 다스리며
마음의 퍼런 응어리 풀어내고 있습니다.
7월의 시 / 안재동
넓은 들판에
태양열보다 더 세차고 뜨거운
농부들의 숨결이 끓는다
농부들의 땀을 먹는 곡식
알알이 야물게 자라
가을걷이 때면
황금빛으로 찰랑거리며
세상의 배를 채울 것이다
그런 기쁨 잉태되는 칠월
우리네 가슴속 응어리진
미움, 슬픔, 갈등 같은 것일랑
느티나무 가지에
빨래처럼 몽땅 내걸고
얄밉도록 화사하고 싱싱한
배롱나무 꽃향기 연정을
그대에게 바치고 싶다
7월의 주문 / 양광모
7월의 첫날
일곱 시 칠 분 칠 초
일곱 개의 소원이 이뤄지고
일곱 개의 행운이 찾아오고
일곱 개의 슬픔이 사라지는
7월의 주문을 함께 외워보세
내 영혼 태양처럼!
7월의 노래 / 엄기원
여름은 화안한 웃음인가 봐?
여름은 새파란 마음인가 봐?
풀도 나무도 웃음이 가득
온통 세상이 파란 빛이야
숲에서 들린다, 여름의 노래
들판에 보인다 여름의 빛깔
시원한 바람은 어디서 올까?
정말 7월은 요술재이야
7월 / 오세영
바다는 무녀
휘말리는 치마폭
바다는 광녀
산발한 머리칼
바다는 처녀
푸르른 이마
바다는 희녀
꿈꾸는 눈
7월이 오면 바다로 가고 싶어라
바다에 가서
미친 여인의 설레는 가슴에
안기고 싶어라
바다는 짐승
눈에 비친 푸른 그림자
7월이 오면 / 오정방
훨훨 날아가는 갈매기
옛친구같이 찾아올
7월이 오면
이육사를 만나는 것으로
첫날을 열어보리
활활 타오르는 태양이
소낙비처럼 쏟아질
7월이 오면
청포도를 맛보는 것으로
첫날을 시작하리
7월의 정경 / 운 가레띠
그대 여기에 몸을 던질 때
슬픈 장밋빛으로
아름다운 나뭇잎이 된다.
급류를 녹여 강을 마시며
암초를 깨뜨려 빛을 발한다.
격노에 고집하며 굴하지 않고
공간을 흩트려 조준을 가린다.
여름이다. 기나긴 세월을 따라
석회석처럼 굳어진 그 눈으로
지구의 골격을 할퀴며
나아간다.
백일홍 / 원종구
누가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정한이 사무치면
저 또한 아닌 것을
님 향한 그리움인가
타향살이 설움인가
칠월 무더위에
백 날을 지고 피고
풍년을 바라오면
이팝 꽂을 피울 것을
흉중에 서린 한
붉게도 피고 지고
무슨 사연
저리도 서러워
7월 무서리에
감은 눈 다시 뜨는가
카페 게시글
♤계절시
[여름시]7월
권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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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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