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계는 대마초 관련 사건으로 시끄럽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탑은 대마초 흡연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가수 가인은 대마초 흡연을 권유당했다고 폭로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연예인의 마약 사건. 전문가들은 대중의 우상인 연예인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만만치 않은 만큼 빈번하게 발생하는 약물중독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중2 과학 교과서 ‘자극과 반응’ 단원을 통해 약물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 뭔지, 학생의 관점에서 어떻게 오남용에 대처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취재 심정민 리포터 request0863@naeil.com
도움말 이승택 교사(충남 동성중학교)·문승완 사무국장(경기도마약퇴치운동본부) 자료 법무부·식품의약품안전처
연예계 약물중독 스캔들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고질병과도 같다. 연예계에게 마약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언론에 보도되기 때문에 실제보다 더 주목받는다는 시각도 있지만, 탑과 가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직접 마약을 하거나 끊임없는 유혹을 받으면서 일반인보다 더 접근이 쉬운 것도 사실이다. 또 탑보다 먼저 대마초 혐의가 불거졌던 빅뱅의 지드래곤은 친구들과 어울리다 대마초인지 모르고 손을 댔다고 해명했다. 연예계라는 환경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마약에 손을 댄 연예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정신적인 문제가 결정적이었다고. 불안감을 극복하거나 순간적 집중력을 높이려고 마약을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 시험이니 입시 등 긴장 상태에 놓인 학생들도 이와 유사한 정신적 압박을 받는 경우가 많으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경기도마약퇴치운동본부 문승완 사무국장은 “연예인들의 마약중독 사례만큼이나 심각한 것이 청소년들의 카페인 중독이다”며 “졸음을 참기 위해 마시는 커피나 에너지 음료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한다. 청소년 역시 환경적 노출이나 불안감 증폭으로 아무런 경계 없이 카페인을 섭취하는 게 문제라고. 카페인은 일시적으로 뇌 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각성 효과를 제공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자극과 반응 작용을 넘어 신체에 중독이란 치명상을 입힐 공산이 크다고 지적한다.
약물중독은 청소년과 무관하지 않다. 문 사무국장은 “아산화질소가 주입된 일명 ‘해비벌룬’은 학생들도 쉽게 구매해 흡입한 사례가 많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최근 이 풍선의 가스를 흡입한 20대 청년의 사망을 계기로 환경부와 식약처가 아산화질소를 환각 물질로 지정해 판매를 금지한 것”이라며 사회 곳곳에 퍼진 청소년의 각종 약물 남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한다. 특히 카페인이 함유된 에너지 음료는 청소년의 뇌에 코카인과 같은 1급 마약 강도의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카페인을 지속해서 장기간 섭취하면 유해 성분이 뇌의 보상중추를 손상해 성인이 됐을 때 중독 현상이 이어져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연예인들의 대마초 사건에 대마초를 합법화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는 대마초가 술이나 담배보다 중독의 정도나 유해성이 낮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정말일까? 대마와 담배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환각성이다. 대마는 입과 꽃대에 함유된 THC라는 물질이 중추신경을 자극해 환각과 흥분 효과를 일으킨다. 천안 동성중 이승택 교사는 “미국이나 캐나다, 동남아 등 여러 국가에서 대마초의 합법화를 두고 논란이 많다. 이는 인체에 미치는 생물학적 유해성을 넘어 나라별 사회 분위기와 문화에 따라 잣대가 달라질 수 있다”며 다양한 시각으로 토론해 볼 문제라고 설명한다.
TIP
무심코 마신 음료에 이렇게 많은 카페인이?
식약처가 정한 1일 카페인 최대 섭취량은 성인 400mg, 임산부 300mg, 청소년은 체중 1kg당 2.5mg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캔 커피는 300mL 에 70~150mg 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하루 세 캔만 마셔도 일일 카페인 최대량에 가까운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더치 커피는 카페인 함량이 한 잔에 200mg이 넘고 최대 일반 아메리카노의 4배 이상 들어 있다.
· 녹차(355mL) 15mg
· 인스턴트커피 73mg
· 콜라(355mL) 34mg
· 레드불(355mL) 114mg
· 마운틴듀(473mL) 54mg
미국 농업의 한 축이었던 마약 대마
대마는 인류가 재배한 가장 오래된 작물 중 하나다. 쓰임새가 다양함에도 20세기 들어 마약 성분의 폐해로 대마 산업은 사양길을 피할 수 없었다. 20세기초 미국의 대마초 불법화가 결정적이다 . 일각에선 음모론적 해석도 있다.
<대마를 위한 변명>은 제지와 화학 자본의 로비 때문에 경쟁 상대이던 대마 산업이 초토화됐다고 주장한다. 실제 19세기까지만 해도 대마는 면화와 더불어 미국 남부 플랜테이션 농업의 한 축이었고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도 대마 농장주였다.
미국에선 워싱턴DC 를 포함한 29개 주에서 의료용 대마초가 합법이다.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은 중독을 우려해 강력한 제재를 지속하고 있다.
마약 탐지견의 일생은?
국내에는 인천국제공항에 16마리, 김포국제공항에 2마리의 마약 탐지견이 활동 중이며 34마리가 관련 훈련을 받고 있다. 탐지견들의 훈련 과정은 까다롭다. 3~12개월 된 강아지들을 대상으로 16주간 마약 냄새가 강한 것부터 약한 순으로 찾도록 훈련한다. 훈련 과정에서 탐지견이 마약 냄새를 맡다가 중독된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는 잘못 알려진 얘기라고. 개들이 흡입하지 못하도록 비닐로 포장하는 등 안전장치가 된 마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중독될 염려가 없다.?
마약 탐지견은 어떤 훈련을?
현재 훈련센터에서 마약 탐지견에게 훈련 중인 마약류는 신종 마약까지 15종류다. 마약 탐지견의 훈련 기간은 기초 훈련 과정으로 대마와 해시시, 코카인, 아편 등은 8주, 응용 훈련 과정으로 메스암페타민과 헤로인, MDMA, 야바 등까지 8주로 총 16주가 소요된다. 한데 15종의 마약류를 습득하기까지 4개월이 소요되는데, 신종 마약류 9종 중 6종이 합성 대마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신종마약류는 4종류밖에 교육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마약 탐지, 복제견이 활약을?
경찰견 중 약 50마리가 복제견이며, 이 중 10마리가 육군의 군견으로 임무 수행 중이다. 관세청 마약 탐지견 30마리 중에는 2마리가 복제견이다. 이 외에 관세국경관리연구원 탐지견훈련센터에서는 현재 강아지 65마리가 마약 탐지 훈련을 받는데, 이 중 10마리가 복제견이다. 복제견은 일반 특수목적견에 비해 집중력이나 활동성이 뛰어나고 훈련 습득 속도도 빠르다고. 복제견의 특수목적견 시험 합격률은 80% 이상으로, 일반견(30~35%)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 중독성 물질, 중추신경부터 공격한다? 코카인과 헤로인, 필로폰, 대마초 등의 중독성 물질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환각과 각성의 효과를 내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그 영향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신체 장기의 영구적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뇌의 화학물질 분비 조절 기능을 망가뜨리고 해마나 뇌혈관을 손상해 심한 경우 뇌출혈도 일으킬 수 있다. 우리 몸의 컨트롤 타워인 중추신경계의 훼손은 곧 다른 장기의 손상으로 이어지는데, 후각과 청각의 감각기관 기능 상실이나 고혈압, 부정맥 같은 심장 질환을 불러올 수 있다.
+ 중독이 잘되는 뇌가 따로 있다? 사람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뉘고 뇌량이 좌·우뇌를 연결해 동시에 일을 처리한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우뇌의 감각기관이 전체로 받아들이고 좌뇌는 영역에 맞게 이를 처리해 재조합한 뒤 구조화해 우뇌의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를 산출한다. 이때 좌·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튼튼하면 외부에서 유입된 물질에도 쉽게 자극받지 않는다. 무엇보다 균형 잡힌 판단력과 논리력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외부 자극을 차단한다. 결국 뇌량이 튼튼하면 중독에 쉽게 빠지지 않는다.
+ 중독된 뇌, 정상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중독된 뇌의 생화학적 구성은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화학적 신경 전달의 변화가 유전자 발현을 바꾸고, DNA를 둘러싼 단백질에까지도 화학적 변형을 일으켜 유전자 지도를 바꾼다. 뇌 영상 기술을 이용한 연구 결과, 중독 행위를 그만두더라도 중독에 따른 금단현상은 오랫동안 지속된다고 한다. 즉, 한 번 달라진 뇌는 원래대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약물이든, 게임이든 중독되기 전 예방이 최선이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