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안에서 겨울을 잘 나고 계십니까? 흔히 나이든 분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은 겨울나기가 더 힘이 든다고들 합니다. 아마 추운 날씨가 건강과 생활비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입니다. 라브리도 여느 철보다 겨울을 나는 것이 힘이 듭니다. 올 겨울은 비교적 따뜻한 날씨 탓에 많은 덕을 보았지만, 겨울마다 비싼 난방비에 학생 손님들을 위한 식사 준비와 빨래하기가 제일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1월에 이어 2월에도 재정적으로 힘들었지만 자족하는 법을 배우면서 겨울이 속히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론 겨울을 나는데 여러분의 기도와 헌금은 제일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다 떠난 텅빈 라브리에서 지난 6주를 되돌아보는 지금, 저는 우리 주님께서 얼마나 열심히 일하셨는가를 온몸이 오싹할 정도로 강하게 느낍니다. 이 산골짜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보내주신 분이 누구였을까요? 시시때때로 쌀과 고기와 채소가 떨어지지 않게 성도들을 통해 공급해 주신 분이 누구였을까요? 특히 강사비도 없고 길도 멀고 날씨도 추운데 그들에게 건강과 열정과 시간을 주신 분이 누구였을까요? 멀리 남녘 먼 바다 외도에 봄꽃을 피우고 강원도에도 따뜻한 바람을 불어주신 분이 누구였을까요? 그분은 저와 여러분이 믿는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바로 그 분이 이번 겨울에 설악산 골짜기에서 이루신 일들을 몇 가지 전하오니 계속해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먼저 섭섭한 소식부터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정훈 간사가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신기숙 간사와 함께 사임을 했습니다. 두 분은 2005년 4월에 라브리에 부임하여 약 22개월간 학생들과 손님들을 대접하며 섬기느라 수고하였는데, 정훈 간사가 3월부터 전주대학교 경배와찬양학과의 객원교수로 대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수속이 끝나는 대로 유학길에 오를 예정입니다. 양양에서 사귄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는 두 분과 사무엘, 수지가 이별의 아픈 마음을 잘 극복하고 주님의 뜻을 잘 순종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 분이 떠나고 난 빈 자리는 매우 큽니다. 그 자리를 매워줄 좋은 간사를 주님께서 보내 주시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 십 년간 라브리를 위해 기도해 오신 김북경 장로님은 4년간 에스라대학원대학교 총장직을 잘 마치고 2월 말에 신디아 사모님과 함께 영국으로 귀국하시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세월이 빨리 흐를 줄 알았더라면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며 그 분들의 지혜를 배웠어야 했는데 무척이나 아쉬움이 남습니다. 두 분의 건강과 영국에서의 적응 그리고 그 분들이 낳은 수많은 영적 자녀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 장로님은 [목사를 깨운다]는 책을 집필 중이신데, 좋은 출판사를 찾도록 기도해 주시고 성공과 물질에 도취되어 있는 목사들을 깨우는 좋은 책이 나오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라브리 채플에 참석하면서 설교와 강의를 도와주던 독일 의사 부부(보안상 R&J라 이름 하겠습니다)와 세 아이를 양양과 속초지역의 6개 교회와 공동체의 이름으로 한 공산국가로 파송하고 나니 한 동안 그 가족을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매우 섭섭합니다. 라브리에서 공부한 바가 있는 강릉 청년 배 모군(SB)도 그들을 돠 동역할 예정입니다.
기쁜 소식도 많습니다. 먼저 작년에 정성스럽게 라브리 데커 마루를 만들어주신 에스엠하우징/산울림 펜션의 한삼영 사장님이 예수님을 믿기로 작정했다는 소식입니다. 라브리에서 일을 하며 청년들과 간사들을 보며 인생을 진지하게 한 번 살아 보기로 마음을 먹고 멋진 분과 재혼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약 15년 이상 알고 지내는 자칭 ‘대부’라고 부르는 요순이라는 청년이 서울에 살고 있는데 예수님이 누구인지 제대로 한 번 알아보기 위해 좋은 교회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겨울에도 성령께서는 진리를 찾는 학생, 손님들을 라브리에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대부분은 대학생들이었으나 대학원생, 변호사, 직장인, 선교사, 목사, 의사, 간호사, 교수, 주부, 베테랑 군인, 외국인, 리서치 센터 연구원 등 매우 다양했습니다. 그 만큼 대화와 토론이 풍성했고 매우 유익했습니다.
반면에 많은 사람들이 살다보니 샤워 물이 모자라거나 음식이 모자라는 등, 나이와 각자의 습관과 인식 차이로 인해 공동체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참석한 사람들에게 맞게 강의 수위나 일정을 조절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해병대에 지원한 진우, 해군 입대를 앞둔 승현이가 먼저 기억납니다. 전례를 따라 학생들과 간사들이 푼푼이 돈을 모아 작은 반지를 하나씩 끼워주고 조촐한 파송식도 가졌습니다. 진우의 말대로 “군에 가서 예수를 배신하지 않고 잘 지내다가 오도록” 기도해 주시고, 그들이 기독청년의 자부심도 지키고 나라도 잘 지키고 제대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고등학교 2학년 나이에 세계관 학교에 두 번이나 참석한 시언이가 홈스쿨링을 통해 반듯하게 자라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겨울에 라브리를 다녀간 청년들 중에 몇 명이나 공부 모임을 만들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형대와 같이 책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다른 사람들을 잘 도울 수 있기를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쯤 제 조카 지현이는 라브리에서 배운 세계관과 창세기의 능력을 가지고 새내기의 푸릇푸릇한 꿈을 꾸며 캠퍼스에 첫 발을 디디고 있을 것입니다. 지현이만이 아니라 “캠퍼스의 지적, 영적 싸움에서 잘 버티도록 기도해 주세요.”라는 대학생들의 말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준영이는 예수님을 “천국의 사냥개”라고 비유한 멋진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모두를 천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좇아오실 사냥개입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정금이와 지우도 생각납니다. 정금이가 서울에 돌아가서 보낸 편지입니다. 양양에서 올라와서 “막상 강남 터미널에 도착해 서울 땅에 발을 디디고 보니 날이 참 맑았습니다. 삶에서의 일탈을 마친 후 일상으로 복귀할 때 흔히 느끼던 착잡한 감정이 아니라,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어 근질근질 거리는 느낌이 찾아왔습니다. 오랜만에 겪는 느낌이었습니다.”
잠시 다녀간 사람들 중에는 강의마다 예리한 질문을 퍼부은 형섭, 영휘, 남석, 나영, 지영이가 기억납니다. 그들의 질문이 없었다면 강사들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지식의 절반은 놓쳤을 것이 분명합니다. 법대를 졸업하고 영화감독 수업을 받은 민영, 의대생 선영, 갤럽에 근무하는 희정, 핸드폰을 디자인하던 자기 컴퓨터를 라브리에 기증해 준 승명, 고아 시설 그룹홈을 운영하는 영주, 진로를 모색하고 있는 은혜, 연지, 철학 석사 논문을 마치고 온 소연, 어린 자녀들로부터 잠시 쉬러 온 남석의 부인 지원씨도 생각납니다. 부산에서 영어학원을 경영하는 한 자매는 천주교를 믿는 엄마의 믿음을 점검하기 위해 모친을 비행기로 모시고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일산의 빛과소금교회(신동식 목사) 청년 10명은 민박을 하며 3일간 동양사상을 청강하고 돌아갔습니다.
남미 콜롬비아에서 온 후안 까밀로는 중국 천진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다가 방학을 맞아 라브리에서 약 한 달을 보내고 간 대학생입니다. 젊은 나이에 얼마나 많은 시험을 만났는지 “라브리에서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우니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후안 까밀로를 잘 도울 수 있었던 것은 아르헨티나에서 온 이승혁, 이예리씨 부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2년째 협동간사(Helper)로 라브리를 돕고 있는데 금년 7월까지 라브리에 머물 예정입니다. 승혁은 2월 중순에 총신대 선교대학원을 졸업했으며(Th.M) 학위논문을 위하여 라브리를 중심으로 선교 공동체를 연구했습니다. 예리는 아르헨티나 약사인데 에스라성경대학원에서 성경을 연구하고 있으며(MA과정) 여름에 졸업할 예정입니다. 예리는 월요일마다 강의를 들으러 고양까지 통학을 해야 합니다. 두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나흘이나 걸려 강원도까지 찾아온 임마누엘과 레브림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임마누엘은 가나교회 장로이며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이스라엘과 레바논에서 17년을 복무한 바가 있는 베테랑이었습니다. 레브림은 은행원인데 의사 표현을 잘 하고 신앙은 보수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은 “라브리에서 가르치는 복음을 고국으로 수입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우스운 일이지만 우리 동네 어르신 한 분은 그 외국인들을 “토인”이라고 부르며 일부러 구경하러 오시기도 했습니다.
이 두 사람을 소개한 사람은 지난여름에 라브리에서 공부하고 가서 올 봄부터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4년간 석, 박사 과정을 공부할 예정인 보탱(Boateng)입니다. 보탱은 영어를 썩 잘하는 수학 영어 교사인데 교육전도사나 선교사로 일할 교회를 찾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것처럼 이제는 가나 등 다른 나라 청년들이 우리나라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가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겨울에 다녀간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시니 어떤 생각이 듭니까? 혹시 여러분은 라브리가 옛날 다윗이 도망 다니며 숨어 지내던 ‘아둘람굴’과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저는 오랫동안 라브리가 엘리야의 로뎀나무와 같다는 생각을 오늘날까지 하고 살았는데, 지난 겨울 내내 월요일 밤이면 라브리 도서관에 옹기종기 모여서 예리 협동간사의 인도로 사무엘상을 읽곤 했는데, 어느 날 밤 아래의 말씀에서 아둘람굴의 이미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윗은 거기에서 떠나, 아둘람 굴 속으로 몸을 피하였다. 그러자 형들과 온 집안이 그 소식을 듣고, 그 곳으로 내려가, 그에게 이르렀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압제를 받는 사람들과 빚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원통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도, 모두 다윗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표준성경, 사무엘상 22:2,3)
첫째, 아둘람굴은 사회의 부당한 폭력과 압제를 피해 도망 다니던 사람들이 모여서 기도하며 신음하던 곳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겨울에 라브리에 찾아 온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모종의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었고, 경제적 혹은 물질적 빚에 시달리는 사람들이었으며, 마음이 원통하고 억울한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받으실 만한 상한 갈대와 같은 사람들이었으며 주님의 음성을 듣기 원하는 겸손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칭 잘 나고 교만한 사람들은 라브리만 아니라 천국에도 발붙일 곳이 없습니다.
둘째, 아둘람굴에 모여 신음하던 사람들 중에 요압과 같은 사람들은 나중에 다윗 왕국 건설의 초석이 되었다는 것을 잘 아시지요? “스루야의 아들 요압은 군대 장관이 되고 아힐룻의 아들 여호사밧은 사관이 되고.”(사무엘하 8:16) 라브리는 아둘람굴처럼 하나님 나라 건설의 초석이 될 청년들을 기르고 돕고 사라져야 할 무명의 토굴, 즉 지금도 하나님은 살아계시며 그 분의 말씀이 진리라는 것을 과시하는 영적인 피난처로 그 역할을 다 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일을 위해 이번 겨울에는 기도가족, 후원자들, 강사님들이 기쁘게 동참해 주셨습니다. 일일이 이름을 밝히지 않지만 여러분의 기도와 수고, 시간 그리고 헌금이 그 일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김정식 장로님께서 헌납의사를 밝히신 땅과 건물은 김종철 변호사가 이전 수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유소 건물 사용 문제는 최종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 학기는 3월 16일에 시작합니다. 헤펠레 코리아 직원 80명이 봄부터 주말마다 20주 동안, 매주 4명씩, 기독교 세계관을 공부하기로 하고 예약을 했습니다. 여학생 몇 명도 예약을 마쳤습니다. 필리핀과 싱가포르, 나이제리아에서 외국인들이 오려고 수속 중입니다. 주님께서 그의 나라와 영광을 위해 때에 따라 사람들과 헌금과 물품들을 라브리가 꼭 필요한 만큼 보내주시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가정과 교회, 직장에 주님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07년 2월 21일
성인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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